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58
제105장 남해에서 온 소식 (2)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초운휘 교관. 그대를 금천관으로 영입하고 싶다네.”
뜨거운 시선에 초운휘는 고개를 모로 틀었다.
“왜 접니까?”
“이유는 많지. 어린 나이에 경천검괴라는 명호를 얻었고, 무위 또한 나이에 비해 압도적이야. 무명이나 다름이 없는 사문에서 어떻게 자네 같은 이가 나타났는지 이상할 정도로 말이지.”
“제가 좀 잘났죠.”
최근 두각을 나타낸 일이 하도 많다 보니, 특별한 제안은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금천관 총교두가 직접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자 하웅이 몸이 다는지 손과 발을 휘적이며 열성적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화산에서의 일을 들었네. 경천검괴라는 엄청난 별호를 얻었다지?”
“학관의 교관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는데, 어찌 은천관에 머물 수 있겠는가?”
“금천관은 은천관보다 몇 배는 거대하다네. 지원도 많지. 영약이나 비급이 탐나지 않는가? 영입을 허락하면 내 직권으로 어떻게든 자네가 원하는 바를 이뤄주겠네.”
좋은 말로 구슬렸지만, 초운휘는 시큰둥했다.
솔직히 그의 제안은 남들에게는 어떨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하찮을 뿐이다.
‘영약? 넘치도록 많아. 비급? 직접 만들면 돼.’
걸리는 부분이 있다면, 단 하나, 진설향의 존재다.
올해 금천관 승관이 유력해지는 탓에 슬슬 불안하던 참이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볼 여지는 있었다.
“영입에 대한 대답은 언제까지 주면 됩니까?”
“당장이네.”
“당장이요? 해가 끝나기 전에는 인사이동이 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요?”
아무리 금천관의 총교두가 힘이 있다고는 하나, 깐깐한 학무원의 문사들을 이겨 먹을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역시나. 기세가 다소 죽은 하웅이 힘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정식 교관으로는 힘들지. 우선 임시교관으로 금천관에 들어와서, 내년 인사이동 때 정식으로 발령을 받는 거야.”
“우와아아. 최악.”
은천관에 들어오고 알게 되었는데, 임시교관은 일종의 파견직이다. 즉, 월봉은 은천관의 것을 받으며 임시교관으로 개같이 굴러야 한다는 뜻.
“은자 몇 푼으로 사람을 막 굴려 먹으려고 하다니, 악마입니까? 안 그렇게 봤는데, 악독한 분이었군요.”
“…윽. 규정이 그러하다네.”
하웅이 기가 꺾인 채로 말을 더했다.
“일 년도 되지 않아 금천관으로의 승급은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조치야. 알고 있나? 금천관의 교관으로 임명하려면 상당한 검증을 거쳐야 하네. 실력뿐이 아니라 배경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말이지.”
그런데도 내가 직접 이런 제안을 한다. 고생했다는 분위기를 팍팍 풍기고 있었지만, 초운휘는 마음이 차게 식었다.
‘굳이 안달할 필요는 없어.’
정 안되면 색시에게 승관을 미루도록 이야기하면 될 일이다.
‘최근에 친해졌으니, 잘 설명하면 이해해 줄 거야. 색시는 마음이 넓으니까.’
남궁윤호나 백리설도 승관을 미루라면 별반 고민하지 않고 미룰 것이다.
‘두 놈은 잡아놓은 물고기니까.’
걱정이 되는 쪽은 제갈탄이나 모용소혜 쪽이다. 꽉 붙잡아 양어장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남궁윤호나 백리설과 달리, 두 놈은 망태기가 터지면 언제든지 도망갈 준비가 되어있는 녀석들이니까.
‘하지만, 설득을 빙자한 폭력을 통해 충분히 녀석들도 잡아둘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굳이 모르는 곳으로 가서 개고생을 할 필요가 하등 없다는 뜻.
특히 은천관 입관 때 겪은 가당치도 않은 신고식을 생각하면, 굳이 금천관에 입관할 마음이 없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가?”
한사코 냉랭하게 대응하자, 결국 하웅이 어깨를 늘어트렸다.
“하면.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되겠는가?”
“안 사요.”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게. 자네와도 관련이 있는 이야기니까.”
‘나와 관련이 있다고?’
의아해하고 있자니, 그가 말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자네를 직접 찾아온 이유는 이쪽이 더 급했기 때문일세. 자네. 올해 금천관에 입관한 아이들 중에 인연이 있는 이들이 있지 않은가?”
“?”
“자네가 언호승과 임소정을 맡아 가르쳤다고 들었네.”
“아하.”
매번 낙제만 하던 시끄러운 녀석과 곁에 그림자처럼 뒤따르는 소녀를 떠올린 초운휘가 고개를 돌렸다.
“모르는 애들이네요.”
“자네! 지금 안다는 것 같은 반응을 하지 않았나?”
“착각이에요.”
언호승의 일이라면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시끄럽고 귀찮은 녀석이 또 뭔가 사고를 친 거겠지. 얽히지 않는 것이 최고다.’
한층 더 맹렬히 모른 체하자, 그가 황급히 덧붙였다.
“부디. 도움이 되어주게. 아니, 거부해도 좋으니 우선 두 사람을 만나줄 수 없겠나?”
이제는 숫제 애원하는 듯 말을 하는 하웅의 요청에 결국 초운휘는 수긍하고 말았다.
“만나 보는 것뿐입니다?”
“알겠네. 바로 나를 따라오게.”
이렇게 임시로나마 금천관의 방문이 정해졌다.
***
다음 날.
금천관에 들어온 초운휘의 감상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었다.
– X팔.
‘갑자기 웬 산이 보이냐?’
뿐인가. 입구부터 이어진 산책로에는 가지런히 나무가 심어져 있었는데, 은은한 황금빛이 도는 잎사귀가 소문으로만 듣던 금향목이 아닐까 싶었다.
‘한 그루만 팔아도 사인 가족이 일 년은 족히 먹고산다는 희귀수가.’
가로수로 쓰여 끝도 보이지 않게 늘어서 있단 말이지.
“멋지지 않은가?”
멋지긴 개뿔.
철목을 박살 냈다가 일 년 내내 허수아비를 고쳐야 했던 끔찍한 기억이 되살아나 마음을 괴롭게 할 뿐이다.
“아. 이쪽일세. 방금 지나온 관문은 반려동물이 다니는 길이야. 정서 함양을 위해 반려동물을 들이는 경우가 많거든.”
“무슨 반려동물 지나는 길이, 제 숙소보다 화려합니까?”
“취향이라 생각하게.”
학무원 문사들의 괴벽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것은 오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더욱 점입가경은 금천관문을 지날 때였다.
“문을 열어라!”
은천관의 보안도 무시무시한 지경이었는데, 금천관은 아예 격을 달리하고 있었다.
금천관을 둘러싼 해자는 숫제 강이라 불러야 했고, 그 위에 놓인 돌다리는 마차 여섯 대는 거뜬히 지날 수 있을 만큼 크고 거대했다.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성벽이 통째로 기관진식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이다.
‘은천관의 보안도 엄청났는데. 이쪽은 더 미쳤구나.’
성벽을 이루는 돌 하나하나에 진법이 새겨져 있고, 충격이 가해지면 바로 적을 요격하기 위한 기관진식이 발동하는 형태다.
어떤 신선한 미친놈이 벽돌마다 기관을 심어 두었는지 정말 당사자를 보면 머리를 열어보고 싶었다.
“자. 이곳이 바로 진짜 금천관일세.”
저 멀리 보이는 산과, 광활하다고 말해 부족하지 않은 연무장을 보며 초운휘는 말을 잊었다.
‘은천관에서 색시를 찾아내서 다행이다.’
금천관에서 만났다면?
사람들 속에서 색시를 찾는 것이 아니라, 허허벌판에서 바늘을 찾는 수준으로 개고생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참고로. 연무장에서 교관실까지 이동할 때는 마차를 타고 이동한다네. 말을 달리면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할 거야.”
잘 닦인 대로 한 켠에서 마차를 기다리는 하웅의 모습을 보며, 초운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위아래로 휙휙 흔들었다.
***
하웅이 안내한 곳은 거대한 상록수가 하늘까지 솟아오른 거대한 숲이었다.
“금천관의 정원일세.”
“…….”
“가끔 산책로로 쓰이는 곳이지. 참. 보기보다 꽤 크니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게나.”
보기보다 꽤 큰 정도가 아니다.
“길을 잃는 사람이 많나요?”
“음. 때문에 주기적으로 사나흘에 한 번씩 순찰을 도네. 운이 좋다면 살아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가끔 풍화된 백골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
어떤 또라이가 이런 숲을 정원이라고 주장을 하기 시작한 걸까?
‘사람이 길을 잃고 백골로 변해도 모를 정도라면, 이미 강호의 대수림이라도 불러도 되는 것 아냐?’
강력한 무공은 산을 평지로 만들고, 절벽을 허물어트리지만, 거대한 숲을 정원이랍시고 만든 인간들의 노력 앞에서는 무척 작은 존재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안내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꽤 익숙한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같이 강력한 권각에 파괴가 된 흔적들.
“흐음.”
“알아보겠는가?”
“호승이도 꽤 성장했나 보네요. 권기형강의 끄트머리에 오른 것 같네요.”
“하하. 정확하네.”
흔적만으로 정확히 성취를 짐작하는 모습에 하웅이 감탄했다.
“자네의 손을 거친 이들은 하나 같이 일취월장 한다더니, 눈썰미를 보니 과연 알 것 같군. 사물에 남은 흔적만으로 관도의 성취를 짐작하는 것은 눈썰미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지. 애정을 가지고 관도를 지켜봐 왔음이야.”
멋진 얼굴로 헛소리를 지껄였지만, 딱히 나쁜 말은 아닌지라 무시했다.
“이쪽이네. 아, 저기 있군.”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거대한 바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단신의 청년이 자리하고 있었다.
***
다가가자 눈을 감고 참오하던 언호승의 눈가가 씰룩거렸다.
“뭐야. 내가 수련할 때는… 헉! 초 교관 아냐!”
짜증을 부리려던 언호승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뭐야! 어떻게 온 거야?”
바위를 박차고 훌쩍 곁에 뛰어내리는 녀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언호승이 씩 웃었다.
“오랜만에 봤는데도 어제 본 것 같네.”
“넌 여기서 뭐 하고 있냐?”
“수련하고 있었지.”
“다른 좋은 곳 놔두고 왜 여기에 있는 건데?”
“습지가 생각나서 말이야. 얼마 전에 깨달은 건데, 나는 사람들이랑 부대끼며 살거나, 왁자지껄한 곳에 있는 것보다 습지나, 숲 같은 조용한 곳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아.”
완벽히 외톨이의 주장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친구 사귀어라. 너.”
“무슨 소리야! 내가 얼마나 친구가 많은데!”
손가락을 세 개 접은 언호승이 와락 화를 냈다.
“아무튼 많아!”
“…….”
마음이 짜게 식는다.
‘내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눈물이 흐를 것 같은데 울면 언호승도 울어버릴 것 같아 애써 참았다.
“그래서 무슨 수련을 하고 있었던 거냐? 넌 명상 같은 거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교관을 사냥하는 수련이야!”
“뭐냐 그게.”
“여기 가만히 있으면 길을 잃고 숲에 숨어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더라고. 밖에서 소리도 들리지 않으니 죽기 전까지 떡으로 만들어도 문제가 없어!”
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분명 눈물을 찍으며 관도를 부탁한다던 하웅이 보이지 않았다.
‘…쨌군.’
아무래도 하웅이 금천관에 꼭 와야 한다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았다.
동시에 절대 이곳에 와서는 안 될 이유가 마음에 하나 생겨났다.
“참. 금천관에는 어쩐 일로 온 거야? 아무리 교관이라도 정식 발령을 받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아. 그게, 하웅 교관이 직접 찾아왔더라고.”
“하웅? 그 인간이?”
신기하다는 듯 곱씹던 언호승은, 바로 시무룩해졌다.
“아무래도 ‘그 일’ 때문인 것 같네.”
“그 일? 야. 인마. 솔직히 말해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아니, 누구를 덮어놓고 두들겨 팼냐? 죽인 건 아니지? 대체 무슨 짓을 하면 총교두가 나를 찾아오냐?”
“내가 아냐.”
아니긴!
“네가 아니면 누가 문제인데. 네가 아니면, 적가 쌍둥이나, 얌전한 임소정 쪽이 문제라는 거냐?”
“어.”
“뭐?”
“임소정이 학무원에 구금당했어.”
언호승이 시무룩해진 어조로 덧붙였다.
“몰래 학관을 빠져나가려다, 관문 경비원과 교관을 찌른 혐의로 잡혀갔어.”
“…….”
“그리고, 적가 쌍둥이는 임소정을 풀어달라고 교관실을 습격했다가 역시 잡혀갔어.”
“와… 이건.”
“어쩌지 교관?”
정말 예상외의 전개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