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57
제105장 남해에서 온 소식 (1)
복건성 낙룡문.
남해군도의 해적들을 토벌한 위지극과 야율척은 복건성으로 돌아와 영향력을 공고히 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비록 초가집조차 하나 없는 낙룡문이지만 복건성의 사람들은 암존의 귀환을 환영했다.
암존최선래(暗尊最先來)
– 암존이 가장 먼저 찾아갈 터이니.
쌍룡문을 부수고, 새로운 복건성의 패자로 군림한 이들은 기존의 무림방파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 존재하되, 군림하지 않는다.
습관처럼 뜯어가는 보호비도 없고, 고리대금이나 사업체를 운영하지도 않는다. 잔혹사군과 쌍룡문의 패악질에 시달리던 이들이 어찌 환영하지 않을 수 있을까?
덕분에 복건성은 예전의 풍족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를 본 몇몇 이들은 은밀히 공작을 하거나, 회유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어느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암존을 번거롭게 하는 자는, 련의 명부에서 지워질 각오를 하라.”
철사련주 철무혼이 완벽히 암존을 자신의 사람이라 공표했기 때문이다.
철무혼에게 암존은 쓰기 편한 칼이었다. 남해군도의 해적을 토벌하고, 복건성에서 얻은 재물을 적절히 보내오니 이런 복덩이가 따로 있겠는가.
유일한 흠결은 지나치게 고강한 무위였으나, 세력이 없으니 걱정할 바가 없다.
그러나, 천하의 철사련주도 모르는 사실이 있었으니, 바로 하오문의 존재였다.
“문주께서 보내셨습니다.”
문주의 명을 받은 하오문도들이 은밀히 복건성에 정착했고, 수족들은 이곳저곳에 터를 잡고, 복건성 장악을 도왔다.
그들의 도움과 암존의 이름을 적절히 이용해 경쟁자를 제거해 나가니, 채 석 달이 되지 않아, 낙룡문은 복건성을 오롯이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두 주군께서 하오문주의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받은 탓이지.”
불어 터진 소면을 우물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점소이 소년 관이가 다가왔다.
“십만대산에서 온 편지예요!”
전서를 읽던 위지극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진세현이로군. 완벽한 정사마의 삼각 조직망이 완성되었다.”
머릿속에 빠짐없이 할 일을 기억해두고 있자니, 야율척이 슬며시 물어왔다.
“사형. 다른 소식은 없습니까?”
“무슨 소식 말이냐?”
“일전에 군도에서 마주쳤던 그자에 대한 일 말입니다.”
“천마조사 말이냐?”
“그자의 행방을 알고 싶습니다.”
“허, 참.”
적의를 감추지 않는 야율척을 보며 위지극은 내심 감탄하고 말았다.
‘어디서 이런 녀석을 주우셔서는.’
근래 들어 야율척의 무공은 탈인경을 넘어, 입신경의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른 성취.
한동안 통곡의 벽이라는 절정의 벽에 막혀 있던 녀석은, 천마에게 패한 이후, 절치부심으로 노력해 벽을 돌파했다.
“아직도 그때의 패배를 염두에 두고 있었더냐? 상대는 천마지존이다. 패배를 부끄러워할 상대가 아니야.”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싸워서 패했고, 처참한 기억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습니다.”
독종 같은 녀석은 두려움 같은 감정은 전혀 못 느끼는 모양이다.
‘마음속 경쟁상대가 생긴 것은 무인으로서 축복이나 마찬가지지.’
상대가 고금제일 신마(神魔), 천마조사라는 점이 문제지만 말이다.
“없다. 이번 일은 강호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뿐이야.”
“…그렇습니까?”
“귀담아듣거라. 강호의 정세를 파악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검만 든 무부보다 지모가 있는 칼이 주군께 도움이 되지 않겠더냐?”
“머리 쓰는 일은 아무래도 십만대산의 진 사형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
위지극은 드물게 할 말이 없어졌다. 불어 터진 면을 젓가락으로 괴롭히며 자괴감에 빠져있을 때였다.
“오라버니. 안에 존자님들 계셔?”
“왔어?”
객잔의 문을 열고 아담한 소녀가 들어왔다. 그녀는 점소이 소년의 동생으로 옥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였는데, 한때 비쩍 말라 죽어가던 소녀는, 잘 먹고 잘 자더니, 건강한 소녀로 재탄생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자질구레한 일을 돕겠다며 글자를 가르쳤는데, 촌부의 자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재능을 보여, 꽤 놀라던 차였다.
“무슨 일이냐?”
“아. 무사님. 좀 미심쩍은 일이 있어 가져왔어요.”
내려놓는 종이 뭉치의 두께에 위지극이 미간에 주름을 만들고 있자니 옥이가 말했다.
“관부의 일을 살피다 보니 뭔가 숫자가 맞지 않아서요.”
“숫자가? 설명해 보거라.”
“원래라면 가을이 끝나가는 이때는 곡식을 실은 조운선과, 진상품을 실은 공납선이 활발하게 오갈 때잖아요?”
시선을 돌리니 야율척도 미처 깨닫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맞습니다. 복건성은 황궁으로 가는 조운선과 공납선이 쉬어가는 기착지입니다. 올해는 좀 늦어지는 것 같군요.”
“…계속해 보거라.”
옥이가 주판을 꺼내 탁탁 손가락으로 주판알을 튕겼다.
“작년 같은 경우는 곡식을 실은 배가 삼백 일흔네 척. 배당 약 팔백 섬의 곡식을 실었어요. 공문을 실은 배는 여든일곱 척이었고요.”
“…그런데?”
“하지만, 최근에 복건성을 지나간 배의 수가 조운선이 백 칠십 네 척, 공납선은 서른한 척뿐이었어요. 품목도 전년에 비해 사 할은 적은 수준이었고요.”
“아직 겨울이 오려면 시간이 남아있지 않더냐?”
“추수가 끝난 지 벌써 한 달은 지났어요. 올해는 특히 풍년이라 이남 지방은 빠르게 추수를 했고요.”
옥이가 야무지게 받아친다.
“더군다나, 작년 염화마왕의 일로, 불타 버린 소호의 재건을 위해 올해는 일찍 세금을 걷는다고 들었어요. 반면에 정작 복건성을 거치는 배는 크게 줄었고요.”
“단순히 착오인 것은.”
“조운선뿐이라면 모르지만, 공납선이 주는 것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아요. 황실에 내는 진상품은 엄중히 관리하거든요.”
“…….”
위지극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하지만 머리가 굴러간다고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야율척을 보니, 손가락으로 셈을 하는 것이 영 못 미더운 모습이었다.
‘책사를 두든가 해야지, 원.’
나름 머리를 굴린다고는 하지만, 위지극은 태생이 무인이다.
통찰력으로 어찌 잘 버텨왔지만, 셈을 하거나, 숫자를 보고 계산을 하는 것은 영 성미에 맞지 않다.
‘딱히 재능도 없고.’
거기까지 생각하던 그의 시선에 옥이가 들어왔다.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지. 잘 키워서 가르친다면?’
생각하는 사이 옥이가 탕! 종이를 내려놓으며 작게 주장했다.
“운반선들에 뭔가 일이 생긴 것이 아닐까 추정해요.”
“막내야. 들은 바가 있느냐?”
야율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형. 아시지 않습니까? 복건성의 사람들도 바다 위의 일은 알지 못합니다.”
“하오문도들 중에서도 바다를 아는 이들은 많이 없지.”
“강이나 근해를 나가는 어부들은 몰라도, 장거리 항해가 가능한 선원들은 귀한 노동력이 아닙니까? 굳이 하오문에 투신할 이유가 없지요.”
“어쩐다.”
이야기를 들은 옥이는 가만히 눈알을 도르륵 굴렸다.
‘다행히 진심으로 고민해주고 계셔.’
솔직히 그녀는 이 암존을 자처하는 남자가 어렵기 짝이 없었다.
누구보다 가까이서 진짜 암존의 얼굴을 봤던 그녀이기에 심리적 저항감도 있었다.
‘진짜 암존께서는 더욱 훤칠하고 멋지신데.’
얼굴에 칼자국이 죽 그어진 이 남자가 진짜 암존의 수하라는 것은 알았지만, 어쨌든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자신 같은 어린아이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주자,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한 번 알아봐야겠습니다. 저도 좀 걸리는 부분이 생기는군요.”
“미심쩍은 일은 한시라도 빨리 확인하는 것이 미래의 불안을 없이하는 것이다. 다녀오거라.”
“네, 사형.”
결국 야율척은 자신의 애검을 챙겨 들고 움직였다.
그가 움직이자, 복건성에 녹아들어 있던 하오문도들이 은밀히 그를 따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위지극은 한 통의 서신을 받아볼 수 있었다. 다급한 필체로 적힌 글귀는 야율척의 다급함을 알려주는 듯했다.
– 사형. 남해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
신무학관에 돌아온 이후,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일반적인 일상.
적당히 게으름을 피우며, 장철심에게 불려가 혼이 나고, 다시 게으름을 피우는 일상이었다.
“제길. 강호를 구한 영웅에 대한 취급이 영 좋지 않네.”
“잘리지 않은 것만 해도 강호의 도리가 살아 있다는 뜻 아닐까요?”
아, 달라진 것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속칭 ‘화산파 참사’ 혹은 ‘화산파 치욕의 날’로 이름 붙은 사건이 알려지며, 검괴의 악명도 같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재미난 것은 이 강호의 무인들이란, 악명이든 호평이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공이란 점.
모두가 난적을 맞아 고생할 때, 미친 듯이 뛰어들어 싸우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경천검괴’의 이름을 널리 퍼트렸고, 학관에까지 당연히 이 사실이 알려졌다.
그 결과?
“일주경천. X새야. 뭘 야리는 거야.”
“초 교관님. 괜한 분에게 왜 시비예요?”
“잠깐만요. 지금 쟤가 절 한심하단 눈으로 바라봤다고요.”
콧대 높은 녀석들이 눈만 마주치면 시선을 피하게 되었다.
그 외에는 달라진 것이라고는 없었다.
‘무료하네.’
천마는 웃음과 함께 사라진 이후로, 종적을 감췄으며, 망천회의 준동도 잠잠해졌다.
“벌써 겨울인가?”
떨어지는 눈발을 보고 있자니, 여매홍이 옷깃을 여며주었다.
“올해 겨울은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여매홍의 바람은 이루어질까?
돌아온 후, 석 달이 넘어 겨울이 접어들고 있음에도, 좀처럼 들려오는 소식은 없었다.
놀랍도록 하루가 멀다 하고 어딘가에서 튀어나오는 망천회의 잔당들도 거의 사라졌다.
초반에는 하오문의 도움으로 꼬리를 잡는 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네요. 평화롭게 지나가면 좋으련만.”
마음 같아서는 진설향과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싶지만, 아직 관도인 그녀에게 추파를 던질 수는 없지.
‘이래 봬도 나는 꽤 정도를 아는 공자라는 말씀이지.’
다행인 점은, 섬서성에서의 일로 파괴 본능에 눈을 뜬 진설향이 뭔가를 요구하는 눈빛으로 습지에 출몰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마음 같아서는 불을 지르거나, 파괴할 것을 찾아주고 싶지만.’
여긴 신무학관이다.
불을 내거나, 파괴할 것이라고는, 자존심밖에 없는 곳이지.
“아, 내 통장하고.”
“벌써 특별위로금을 다 썼나요?”
“네.”
진설향과 놀거나, 이리저리 돈 나갈 구석이 많았거든.
무엇보다 활약을 궁금해하는 모용선야나, 동천관의 교관들이 찾아와 한턱내야 했다.
명성을 얻고 금의환향한 교관의 통과의례라나?
덕분에 많은 축하를 받은 것은 좋았지만, 주머니가 비었다.
‘망할!’
투덜대며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던 길이었다.
“그대가 초운휘 교관인가?”
숙소 앞에는 번쩍이는 금장 완장을 찬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
“맞는데, 누구시죠?”
“아, 내 소개가 늦었군.”
사내는 품속에서 작은 명패를 꺼내 보이더니 말했다.
“금천관 총교두 하웅이라네. 관주님의 전언을 전하고자 찾아왔네.”
‘금천관?’
갑자기 웬 금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