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64
제107장 무당파 (3)
“지금 그 말. 명예를 걸고 책임질 수 있나?”
“명예는 무슨. 씨X새야. 이 어르신을 오라 가라 하기에 스스로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냐?”
외침에 아래층에 있던 무인들 사이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과연 검괴다. 공손여 대협을 상대로 한 치도 밀리지 않아.”
“밀리지 않기는. 아주 광풍열도를 졸로 보는 느낌인데.”
“성격은 소문처럼 기괴한 것 같군. 실력은 봐야 알겠지만.”
주변의 평가를 듣고 있던 공손여가 도집에 손을 올렸다.
“자신만만하군. 검괴의 명성이 하늘을 찌른다더니, 그보다 더욱 높은 것이 콧대인 줄은 몰랐어.”
“내 콧대 높지. 미남의 특권이거든.”
곁에서 언호승이 소곤거렸다.
“교관. 콧대 칭찬한 것 아니지 않아?”
“진짜?”
적가 쌍둥이가 동시에 고개를 흔든다.
“맞아. 교관 씹은 거야.”
“확 받아 버려.”
“아아아….”
모용선야가 손등으로 이마를 덮고는 비틀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대로 초운휘는 바로 놈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아직 덜 여문 호구를 벌써 수확할 수는 없지.’
무럭무럭 자라 살찌운 후에, 한입에 털어먹는 게 더 좋거든.
예컨대 이놈이 가주가 되었을 때 말이다.
“아서라. 내가 오늘 사람 하나 구했다.”
하지만, 관대한 용서에도 공손여는 좀처럼 알아먹지 못한다.
“검괴! 사내대장부가 되어 신성한 승부를 피하려 하는가?”
“인마. 너에게는 신성할지 모르지만, 나 같은 월급쟁이에게는 이게 다 근무 외 시간 노동이야.”
“흥! 쪼잔한 구석이 있다니, 태상을 피할 수는 없는 모양이군.”
“뭬야?”
“좋다. 네가 비무에서 이긴다면 원하는 것을 하나 들어주지. 그럼 만족하겠나?”
“정말?”
“대장성 천인장(千人將)이자, 공손세가의 광풍열도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마! 사내대장부의 약속이다!”
딴에는 호탕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초운휘의 평가는 조금 달랐다.
‘이놈은 어릴 때부터 이랬구나.’
대책 없이 약속했다가, 평생 고통받는 인생을 반복하던 놈.
‘아무래도 이번 생에도 골수까지 빨아 먹히고 싶은 모양이야.’
필사적으로 치솟는 입꼬리를 감추며 초운휘가 씩 웃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이 몸이 물러설 수가 없지.”
손마디를 꺾으며, 목을 풀자, 공손여의 표정에 서릿발 같은 기세가 어렸다.
‘패기롭긴 하다만은.’
하필이면 상대를 잘못 골랐단 말이지. 과거 능풍운이 맹주였다면, 곁에서 열심히 황금을 뱉던 얼간이다웠다.
“이게 무슨 짓인가! 어서 물러나게!”
뒷북을 치며 나타난 취검자가 개입하기 전에, 초운휘는 보폭을 넓혔다.
‘마침 잘 되었어.’
과거와 달리 이름이 알려진 덕에, 실력행사도 수월해진 지금이다.
‘의심을 받을까 전전긍긍했던 과거와는 전혀 다르다는 말이지. 너는 내 자유의 발판이 되어야겠다.’
화산파 때에서처럼 명성이 어쩌고, 실력이 어쩌고 떠드는 놈이 생기기 전에 하룻강아지들을 밟아 실력을 증명하는 것도 좋겠지.
초운휘가 외쳤다.
“자세 잡아. 순식간에 넝마가 된 녀석에게 변명을 듣고 싶지 않으니까.”
“이곳은 좀 협소한 것 같군. 뒤의 공터에서라면 능히 백 초식을 겨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만.”
‘백 초식?’
“너에게 백 초식은 아까워 인마.”
“후회하지 마라. 내가 펼칠 것은 공손가의 절기 경환도법(更換刀法)이니.”
도신을 뒤집은 그가, 비무의 예법대로 초식명을 외쳤다.
“경환도법. 제 일 초. 낙풍운운!”
사아악! 놈의 도가 몇 번을 뒤집히며 변화를 일으킨 순간, 초운휘가 진각을 쿵 밟으며 전면으로 신형을 내던졌다.
“내 맘대로 제 일식. 안면 뭉개기!”
“그건 초식명이 아니지 않….”
사아아아-.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자 당황하는 공손여의 얼굴이 순식간에 좁혀졌다.
“큭! 경환낙운!”
도집을 쳐 도신을 밀어내고, 허공에 튀어 오른 칼을 휘어잡아 일도양단의 기세로 내리긋는 모습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강호에서 제법 큰소리칠 실력이긴 하네.’
초식의 능수능란함이 산동악가의 창수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고, 칼을 쓰는 흐름이 유려하다.
혈교의 마장급 고수들도 간단히 찜 쪄먹을 수준이랄까?
마장급으로 성장할 마인이 천 명 중 채 한 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실력이다.
하지만, 자신이 누군가.
천마신군과 호형호제하며, 아득한 사조인 초대천마와도 죽빵을 겨룰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아닌가.
“내 멋대로 제 이식! 너 일로 와. X발러마!”
사아아아!
암혼을 뽑는 대신, 수도를 비죽이 세워 엄중히 펼쳐지는 광풍 속으로 쑥 밀어 넣었다.
“공수입백인!”
급조한 무공이름에 경악하던 관중들은, 서슬 퍼런 도기를 한순간에 밀어내는 권격에 다시 놀랐다.
“큭! 어지간히도 오만하군. 광풍진위!”
공손여는 이미 다 이긴 것처럼 입가에 승리의 미소를 띄웠다.
제 놈은 맨손 따위야 칼로 벨 수 있다 믿었겠지.
하지만, 손등이 벼락처럼 움직여 도신을 치고, 권기가 일렁이는 손이 도신의 중심을 잡자 공손여의 신형이 덜컥 멈췄다.
둥그렇게 뜬 눈은 딱.
‘어떻게 내 도를 맨손으로 잡아낸 거지?’
라고 말하는 듯했다.
“지금 막 떠올린 권법 삼 초식. 너 잘 걸렸다.”
아교로 붙인 듯 옴짝달싹 않는 칼을 쥔 채 낑낑거리는 그를 향해 속삭이고는, 살짝 손목을 꺾었다.
으드득.
엄지 한 마디 두께의 도신이 엿가락처럼 구부려지자, 공손여의 안색이 시시각각 뒤바뀌었다.
“경환도법을 도중에 멈춘다고?”
“검괴는 어떻게 되먹은 인간인가!”
여기저기서 경악성이 들려오는 가운데, 코앞에서 안색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도를 회수하려는 그를 향해 초운휘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사 초식. 다잡은 생선 회 치기.”
때앵!
손등으로 도신을 치자, 공손여의 도신이 낭창이며 비명을 질렀다.
땡! 때앵!
세 번 손가락을 튕긴 순간, 도신에 거미줄같이 번지는 장금에 공손여의 눈가에 힘이 풀렸다.
“백번을 단련한 내 광풍도가.”
“사 초식. 광풍도 안녕!”
쩌억!
공손여의 고개가 훽 돌아갔다. 하지만, 꽤 맷집이 있는지 그는 비틀대면서도 다시 자세를 잡는다.
“오 초식! 오금 차기!”
하체를 노리는 발끝을 막으려던 그는, 순식간에 아구창을 후려치는 주먹에 다시 비틀거렸다.
“분명히. 발차기라고.”
“육 초식! 안면 강타!”
퍽!
벼락처럼 솟구친 발이 오금을 때리자, 공손여의 신형은 아예 갈대처럼 흔들렸다.
이미 동공이 풀린 녀석을 향해 초운휘가 폭풍처럼 달려들었다.
“칠 초식! 또 속았냐?”
하체를 차려다, 손목을 때리는 수도와 턱을 노리다 미간을 때리는 주먹에 공손여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결국 요혈을 얻어맞자 거구가 속절없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컥!”
완전히 다리가 풀린 녀석의 복부를 걷어차자, 공손여가 새우처럼 허리를 굽히며 허공으로 떠올랐다.
“막무가내 십 초식! 너 눕고 나면 이름 지을게!”
복부로 명치를 걷어찰 때부터 의식을 잃은 공손여의 주변을 바람처럼 돌며, 주먹과 발을 매섭게 꽂아 넣었다.
퍽! 퍽퍽퍽!
공손여가 눈을 까뒤집은 채, 허공에 넘실넘실 떠올랐다. 어찌나 바람처럼 후려치는지, 허공에 머무른 그의 신형은 다시 낙하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맙소사.”
“어찌 저리도 잔혹한.”
“과연 검괴로다!”
극악무도한 폭력에 좌중은 침묵에 빠졌고, 언호승과 적가 쌍둥이들도 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실 그들도 초운휘가 강한 것은 알았지만 공손세가의 명 장수로 이름이 높은 광풍열도를 채 십 초 만에 곤죽을 만들지 몰랐던 것.
그들이 한동안 금천관에 있어 소식에 어두운 것도 있었지만, 광풍열도가 어디 일반적인 무인이던가?
서른 중반의 나이로, 탈인경을 넘은 무위도 무위지만, 수많은 전쟁을 통해 갈고 닦은 실전투법은 강호의 명숙들도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
그런 그를 아이처럼 가지고 놀다니.
“말도 안 돼.”
“…교관 뭐야. 괴물이야?”
“앞으로 말 잘 듣자.”
하지만, 각양각색의 반응보다 초운휘가 기다리고 있던 것이 있었으니, 객잔 한구석에 조용히 기척을 감추고 있던 한 존재였다.
‘아직도 나올 생각이 없어? 어디까지 참을 수 있나 보자.’
주먹에 힘을 한층 더하려 할 때였다. 결국 보다 못한 존재가 산악 같은 존재감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젊은 친구가 손이 맵군.”
나직한 목소리가 또렷하게 좌중의 귓가에 파고든 순간.
태풍이 몰려오는 듯 공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쿨럭!”
“헉!”
한순간에 폭사하는 위압감에 공력이 약한 위인들이 휘청이기 시작했고, 장내에 모여 있던 무인들이 바람에 날리는 들풀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폭풍은 그런 갈대 사이를 한순간에 돌파해, 지척까지 몰아 쳐왔다.
“십일 초. 넌 누구냐!”
순식간에 공손여를 향하던 주먹을 틀어, 불청객의 안면을 때리려는 순간, 불청객은 허리춤에 꽂은 도집을 손으로 누르며, 신형을 회전시켰다.
파라라락!
거대한 체구를 덮고 있던 피풍의가 회전력에 따라 펄럭이며, 날카로운 파공음을 터트려냈다.
펑! 펑펑!
주먹과 피풍의 사이에서 요란한 폭음이 터지고, 부딪힌 진기의 조각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펑!
마지막으로 초운휘를 밀어낸 것은, 그가 옆구리에 차고 있던 도집이었다.
신형을 회전하며, 살짝 손을 까딱이자, 무수한 황금빛 섬광이 일렁이며 검은 피풍의 아래에서 솟아올랐는데, 마치 수백 개의 칼이 일제히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파파팟!
좌수로 기파를 죽이고, 일곱 걸음 물러나며 경력을 해소한 초운휘가 인상을 썼다.
‘역시 짐작한 대로군.’
거대한 체구의 사내가 회전을 멈췄을 때, 비로소 불청객의 외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남들보다 머리 세 개는 큰 체구에, 송충이 같은 회색빛 눈썹, 그 아래 깊이를 알 수 없는 우묵한 눈빛을 가졌으며, 또 그 아래 한 일 자로 다물어진 입술을 가진 이였는데, 날카롭게 자른 턱수염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헛!”
그의 등장을 알아본 취검자가 헐레벌떡 막아섰다.
“멈추시오!”
하지만, 취검자의 공력은 그를 조금도 막아내지 못했으니, 그가 바로 손을 내저어 밀어낸 탓이었다.
드드득.
취검자 정도 되는 고수를 손을 밀어내는 것만으로 치워내고는.
“걱정 마시게. 취검자.”
사내가 도집으로 바닥을 찍었다.
쿵. 와르르.
단지 바닥을 찍은 것만으로 객잔 안에 있던 모든 식탁과 식기, 의자들이 허공에 한치나 떠올랐다가 떨어졌다.
덜덜덜덜.
다시 제 자리를 찾은 온갖 집기들이 충격파에 몸서리를 치는 가운데 사내가 입을 열었다.
“딱히 위해를 가할 의도는 없으니 말이야.”
펄럭.
완전히 바닥에 닿은 장포 사이로 금실로 화려하게 수놓아진 십만(十萬)이라는 글자가 선연하게 드러났다.
누군가 중얼거렸다.
“금군 대장군.”
땅 위와 하늘 아래 존재하는 이들이, 그 문장이 바로 황궁의 정예 만 명을 통솔하는 군단장(軍團長), 천군십만대장(天軍十萬大長)의 표식임을 어찌 알아보지 못할까?
그리고 세상에 화려한 십만대장의 지휘에 올라, 천하를 주유하는 도객에 대해서 모르는 이는 없었다.
“신예가 나타났다고 하여. 여이의 맞수가 되리라 생각했더니.”
묵묵히 시선을 꺾어 아래를 내려다보던 거한이 입술을 달싹였다.
“이미 다 자란 용이었구나.”
세인들은 그를 향해 천하십대도객의 일인.
백전군도 공손승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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