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72
제109장 천마 추격 (1)
“이쪽입니다.”
앞서가는 무당파 도인을 따라 천마는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망천회의 간자 심명은 유유자적한 걸음을 하며 쉬지 않고 떠들었다.
“지존.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흐음. 그런가?”
“천뢰벽이라니. 장문인이 설마 그런 중대한 곳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장삼봉 조사의 진전이 잠든 곳이라니요. 어떻게 지금까지 숨겨왔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심명이 탐욕스럽게 웃었다.
“정말 장삼봉 조사의 진전이 맞다면, 천지가 개벽할 일입니다. 회의 이능과 합쳐진다면, 능히 천하를 도모할 수 있을 겁니다.”
묵묵히 뒤따르던 천마가 관심 없다는 듯이 말했다.
“어서 안내하기나 해라.”
“…….”
열띤 반응이 돌아오지 않아 심명은 울적했지만, 묵묵히 나아갔다.
자신을 뒤따르는 이는 심기가 거스른다고 윽박지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니까.
‘일사도께서 맡긴 분이니, 심기를 거슬러서는 아니 된다.’
일사도는 신이다. 그의 결정이라면 의문이 생겨도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쪽입니다.”
소로를 나아가 세 번째 바위를 보며, 직각으로 나아가니, 이끼가 낀 돌바닥 너머로 희미한 바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휘휘휘휘.
휘파람 부는 것 같은 소리를 향해 나아가자, 과연 숨겨져 있던 비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가 바라던 모습은 아니었다.
“헛! 천뢰벽이!”
장삼봉 조사가 무공을 수련하며 남겼다는 검격의 흔적과, 손가락으로 절벽에 새겨 놓은 구결은 전부 날카로운 것으로 파괴되어 있었다.
“누가 이런 짓을!”
그가 대경해 눈에 핏발을 세울 때.
“생각보다 늦었잖아?”
심명은 바위에 엉덩이를 걸친 채 느긋하게 인사를 건네오는 이와, 등 뒤에선 독안의 검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독안신검! 그대가 어째서.”
“…….”
침묵이 돌아오는 가운데 반응한 것은 천마였다.
“네 쓸모는 다했다. 꺼져라.”
퍼억!
수박처럼 머리가 터진 심명의 몸이 넘어가는 것을 보며 천마가 손을 털었다.
“어쩐지 돌아가는 상황이 요상하다 싶더니, 네가 끼어 있었구나. 황산쟁패에 정신을 돌리고, 무당파에 숨은 회의 사람들을 죽인 것도 너렸다?”
“흐흐.”
“역시 미래를 아는 것은 사기적이란 말이지. 십수 년을 꾸며온 계략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었으니.”
“불만 있으면 여기서 뒈지고, 환생 시도해 보는 것은 어때?”
“솔깃한 제안이지만, 거절하지.”
천마는 검상에 갈려 버린 천뢰벽을 보며 탄식했다.
“명색이 무당파의 개파조사가 남긴 귀중한 심득이거늘,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게 되었구나. 후손아. 너는 유서 깊은 유물을 귀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걸어 다니는 골동품이라 그런지, 동병상련이라도 느끼나 보네.”
초운휘가 히죽 웃었다.
“천뢰벽에 남긴 무공을 지워 버렸으니, 꽤 속이 쓰리겠어?”
그러나, 천마의 반응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깝긴 하지. 천뢰벽은 장삼봉이 마교와 싸우다 심마에 빠졌을 때 만든 괴공이다. 천뢰의 신공에 천마신교의 오, 육대 교주가 죽음을 면치 못했다고 하지.”
그렇다고.
“내가 아쉬움 이상 가질 감정은 없다. 전뇌의 이능을 내가 다루지 못할 것 같으냐?”
그는 도리어 개운하다는 듯 말했다.
“이로써 무당산에서 얻을 것은 모두 얻었구나.”
“배알이 꼴려 뒤질 것 같은 주제에 담담한 척 오지네.”
“끌끌. 너는 내가 정녕 천뢰벽을 위해 무당산에 온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참고하면 좋은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후손아.”
담담한 말투는 정말 천뢰벽에 미련이 없어 보였다.
“만약 진짜 천뢰벽에 목숨을 걸었다면, 나는 남궁찬을 죽이고, 태극검존을 죽였을 것이다.”
역시 남궁찬에게 절망을 느끼게 만든 것은 이 영감이었다.
“어째서 검성을 살려둔 거야?”
“끌끌. 간단하지 않으냐? 이 심심한 강호에서 제법 칼을 놀릴 줄 아는 녀석이니, 살려두면 더 좋은 먹잇감으로 자라날 터. 허나, 더 중요한 이유가 있지.”
“…….”
“내 손에 죽어봐야 강호의 불행한 소식으로 그칠 것이다. 허나, 강호의 이목이 모두 모인 곳에서, 비참한 죽음을 당한다면 어떨까?”
“너.”
숨은 뜻을 알아들은 초운휘가 암혼을 짚고 일어났다.
“철사련. 철사련을 움직이려는 거야?”
천마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알아챘구나. 검성과 검존이라는 아해들은, 사도 무리의 손에 죽을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알려지겠지.”
천뢰벽에 신경을 쓰느라 잊고 있었다. 진짜 천마가 원하는 것은 단순히 무당파에서 피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훨씬 크고, 강력한 충격을 노리는 거야.’
천마가 웃었다.
“망천을 꿈꾸는 일사도가 너의 개입을 예지하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느냐? 천기를 거머쥐어 뒤트는 존재가 말이다. 분명 너에 대한 고려도 있었겠지.”
뼈 아픈 지적이었다.
천마의 눈꼬리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일사도와 맺은 세 가지 약속 중, 첫 번째가 너와 관계된 ‘변수’들을 파악하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는 너를 변수로부터 떨어트려 놓는 것이었지.”
숨은 뜻을 알아들은 독고율이 비명처럼 외쳤다.
“철사련!”
당황한 독고율이 먼저 움직여 천마의 뒤에서 나타나, 검을 놀렸다.
“맞다. 마도의 아이야. 이미 계략은 완성되었다. 황산쟁투는 무림맹과 철사련을 상잔시키기 위한 무대일 뿐이다.”
“어림도 없는 소리!”
보지도 않은 채 사각에서 날아드는 독고율의 검을 수도로 쳐낸 천마의 장심에 검은 마기가 몰려들었다.
“어딜!”
귀기 어린 장법을 쳐낸 독고율의 신형이 허공에서 이 장이나 밀려났다.
“세 번째 계획이 궁금하지 않으냐?”
기회를 노리려 했으나, 천마가 선수를 쳤다.
“비로소 너와 떨어진 변수들은 운명을 잃을 것이니. 황산에서 모두 죽을 것이다. 창자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껴보거라!”
빈틈을 찾던 눈에 번갯불이 번쩍였다.
“미친 새끼!”
다짜고짜 달려 나가며 암혼에 마기를 줄기줄기 덧씌웠다.
“늦었다. 막은 이미 올랐으니. 노부가 가지 않아도, 천하는 피에 잠길 것이고, 곡소리가 하늘 끝까지 울려 퍼질 것이다.”
“개소리! 무대의 막은 오르지 않을 거야!”
‘이놈을 여기서 죽여야 한다!’
구름처럼 인파가 모여드는 황산에 천마가 등장한 순간, 지옥문이 열릴 것이 뻔했다.
무엇보다, 그 안에는.
– 신무학관의 관도들도 참관한다고 해요.
수많은 군웅 속에는, 꿈을 꾸던 자신의 애제자들이 있을 터.
또한, 색시도 있을 것이었다.
다급한 기색을 읽은 천마의 얼굴에 희열이 번졌다.
“천마의 군림보를 잊은 듯하구나.”
쿵!
일 보를 내디딘 순간, 초운휘의 신형이 덜컥 밀려났다.
‘버틴다.’
악으로 압박감을 뚫고 나아가자 천마가 다시 발을 들었다.
쿵!
천마군림의 두 번째 걸음.
그의 발끝을 중심으로 거대한 균열이 일어나더니, 자갈을, 바위를, 절벽을 향해 번져가기 시작한다.
쿵!
세 번째 걸음에 분열하던 환영이 모두 지워졌다.
“제길.”
하늘이 온통 무너져 등 뒤로 쏟아지는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독고율이 다시 움직였다.
챙!
천마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수도를 세워, 혈검을 막아냈지만, 독고율은 멈추지 않았다.
일수유에 사신처럼 몰아가던 지옥귀검류가 통하지 않자, 봉인했던 마검으로 손바닥을 죽 긋고는 피를 먹였다.
쿠웅!
독안을 중심으로 강력한 존재감이 터져 나왔다.
– 혈천지상겁(血天地上刦).
세상이 붉은 하늘에 뒤덮이고.
– 천리무언명(千里無言鳴).
천 리를 가도 산 자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을지라도.
– 혈로독추자(血界獨追子).
주인의 피의 길을 홀로 따를 이가 되리라.
“주인의 적은 잠기거라!”
가진바 공력을 날실로, 충성심을 들줄로 꼬아 만들어낸 신격의 이능이 독안에서 폭사되었다.
일반적인 심상을 현신시키는 것을 넘어, 자신의 업을, 각오를, 신념을 한가지로 녹여내 신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은 천하에 어떤 이도 죽음을 피하지 못할 저주 같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마도의 아이야. 노부는 언제나 시산혈해의 강과 늪을 지나왔노라.”
천마가 일으킨, 심검이 미간에서 오롯이 떠오르자, 필살의 의지를 담아 벼려낸 검이 깨지며, 독고율이 튕겨 나갔다.
“율!”
“쿨럭!”
허공에서 뱅글뱅글 떨어지는 독고율은 진기가 역류하는 충격에 왈칵 검은 피를 뱉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다.
파파파파팟!
허공에 뛰어올라 다섯 번 방향을 바꾸고는, 천마의 정면을, 뒤를, 측면을 파고들며 시선을 교란했다.
“하하!”
갑작스러운 위기에 천마가 검을 뽑았다.
“이제야 흥이 돋는 검을 보게 되는구나!”
쿵! 충격파가 절벽을 때린 순간, 두 사람은 열두 번이나 검격을 나누며 떨어지고, 다시 맞붙어 요혈을 향해 검을 찌르고 있었다.
찌지직!
검강이 호신강기를 찢어 버리고, 서로의 옷자락이 잘게 조각나 흩날렸다.
파파파팡!
하지만, 한 번 섬광이 번쩍일 때마다 번갯불처럼 허공에 튀는 가운데, 백여 초식의 격돌이 이어졌다.
허나, 천마는 역시 천마다.
검을 뽑아 역시 번개처럼 휘둘렀는데, 어찌나 빠른지 검광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눈을 감았다.
‘감각으로 피할 수 있는 검법이 아니야.’
미래시. 오직 수싸움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천마가 보는 공격의 흐름과, 자신이 보는 공격의 흐름이 무수히 얽히고 끊어지며, 멈춰선 가운데, 서로 공격의 결을 자르고, 베어내는 심상이 쉬지 않고 일어났다.
허공에서 고속으로 이동하며, 두 사람이 환영처럼 붙었다 떨어지며 빈틈을 노렸다.
재빠른 신법이 만들어낸 충격파와 수싸움에 얽히는 기파가 절곡 안을 굉음에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우르르!
결국 버티다 못한 천뢰벽이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무너지는 돌무더기 사이로 천마가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빠르게 기파를 터트려 돌무더기로 뛰어들자, 너머에 있던 천마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수싸움에서 이긴 것은 아니다. 서로 펼칠 초식의 백팔십여 초식 앞을 내다본 것까지는 동일했다.
일세의 천재가 고작 십여 수를 앞서 읽어내는 것만으로 천하제일을 노릴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실로 초인적인 기싸움.
하지만, 초운휘가 먼저 승기를 잡은 것은, 고집스럽게 천마신공을 펼치는 그와 달리, 정사마의 무공을 섭렵한 초운휘가 가진 초식의 운용력이 높았을 뿐이다.
우드득.
미리 검의 궤적을 막는 그를 노려보며, 어깨를 튕겨 강제로 관절을 탈구시키자, 천마가 처음으로 놀라 탄성을 질렀다.
“관절을 빼내 검 간격을 현혹한다고? 생각지도 못한 발상이구나!”
오래전 멸문한 세외 문파의 무공이다.
스스슥!
동시에 반쪽짜리 태극을 그리며 베어가는 검을 진기로 조종해 궤적을 좁히며, 천뢰벽에서 얻은 초식을 더했다.
태극검법의 초식에 따라 펼쳐지던 검이 불쑥 원호 속에서 솟아올라 천마의 정수리로 뚝 떨어졌다.
“놀랍도다!”
천마는 감히 받아내지 못하고, 천마군림보로 압박을 가하며 뒤로 신형을 날렸다.
다시 허공에서 열두 번이나 방향을 바꾼 초운휘가 마음을 먹었다.
‘한 방에 끝낸다.’
어지럽게 붙었다 떨어지는 시야 속에서, 몰래 숨겨 두었던 유유무극검의 초식을 마음에 떠올렸다.
‘단천(斷天).’
과거 천마와 싸우며, 벼려낸 자신의 첫 번째 초식.
비통한 운명에 절규하며, 뼈대를 세우고, 수많은 혈투를 망치 삼아 두들겨 완성한 사도 멸절의 초식.
천마를 베고 나아가 하늘을 베어 망천의 하늘을 쪼갠 초식.
천마가 당황해 수라광살검의 초식을 거두며, 황망한 채로 연거푸 수라장법을 쏟아냈다.
퍽퍽!
“크윽!”
장법에 어깨가 으스러지고.
콰앙! 우르르!
충격파에 절벽이 무너져 내렸지만, 초운휘는 계속해서 돌진했다.
‘벤다!’
단천의 초식이 천마의 어깨를 베었다.
이대로 그어 내리면 반쪽이 될 터. 영혼마저 베어내는 참격에는 제아무리 천마라도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크아악!”
벤다!
그러나, 갑자기 천마의 입꼬리가 달싹였다.
“그것이 네 녀석의 절초렸다?”
“!”
콰자작!
그의 신형이 흩어지며 묘한 달큰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싶더니.
쿠르릉! 콰자자작!
신형이 거센 뇌전으로 변하며, 천마의 신형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주군! 위쪽입니다!”
그곳에는 무너지는 절벽 위에 선 채, 이쪽을 굽어보는 천마가 있었다.
어깨를 베인 채였지만, 그의 눈가는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과연. 마종을 자처할만하구나.”
‘당했다!’
“악업을 검에 벼려 넣은 것이렷다? 이런 것을 맞는다면 살아남을 자가 없겠지.”
수를 읽은 천마가 검을 거두며, 웃었다.
“네 밑천은 들통이 난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