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473
제109장 천마 추격 (2)
‘당했다!’
사도가 되며 얻은 전뇌의 이능.
이미 천마는 자유자재로 뇌전이 되는 공능을 소화한 것이다.
‘천뢰벽을 노린 것도, 내 쪽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나?’
한순간에 뇌전으로 변해 수십 장을 이동하는 것은 무공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몸이 뇌전 그 자체로 변했다.’
이쪽이 한 방을 노리고 있었던 것처럼 천마 또한, 한 방을 노릴 것을 알고 덫을 놓았던 것이다.
“후후. 후손아. 너의 밑바닥을 털린 것 같구나.”
천마가 펼친 지존의 마안이 뇌리를 휘젓고 있었다.
‘좋지 않다.’
역시나 검게 물든 눈이 흑백으로 나뉘며 재미있다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호오. 대단하구나. 쌓아온 살업(殺業)과 업보를 검에 녹여낸 건가? 심검을 넘어, 심검에 절망을 녹여내었으니, 천하의 누가 검을 받아낼 수 있겠는가!”
역시나 무공의 천재답게 이쪽의 방법을 한순간에 간파했다.
“검의 이름이 무엇이냐.”
“유유무극검! 아니, 천마살검이다!”
자리를 박차며 절벽을 차고 절벽을 날아오르며 강기를 내쏘았다.
파슷!
또다시 뇌전으로 화해 흑색강기를 피한 천마가 십여 장 위의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다.
허공에 멈춰서는 능공허도의 경지. 전설의 허공답보를 한 수 아래로 굽어보는 절세의 신법이었다.
“너의 마지막 절초를 보았으니, 모든 것을 얻었도다. 이제 남은 것은 일사도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뿐인가?”
화려한 축제를 앞둔 사람처럼 천마의 얼굴에 희열이 번져갔다.
“강호에 다시 천마의 이름이 내달린다면, 세상 모든 이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구나!”
이미 뇌전으로 화하기 시작하는 그를 보며, 잡을 수 없음을 깨달았다.
“천마!”
돌아서는 그를 향해 초운휘가 외쳤지만, 그는 한순간에 오십 장여를 휘적휘적 날아가고 있었다.
“제길! 율! 뒤를 부탁한다!”
내상을 다스리던 독고율이 다급하게 외쳤다.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천마는 황산으로 가, 쟁투에 모인 모든 무림인들을 죽일 생각이야!”
정파는 물론, 철사련마저 경계를 하고 있는 황산쟁투다.
관심이 모아지면 모아질 수록, 모이는 강호의 고수들이 많아질수록 엄청난 희생자가 일어날 것이다.
‘천마는 신현경의 경지를 넘어섰다.’
현 강호에서 신현경에 오른 이들이라면, 잘해봐야 무림맹주 이준호나, 천마신군, 혈교주나 철사련주 정도다.
그러나, 같은 현경의 무인이라도, 수백 년을 거슬러 되살아난 천마의 상대가 되지 않을 진데, 그 윗줄의 경지라면 참사는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쫓아가 놈을 막겠다! 너는 갖은 수를 써서라도 망천회를 막아!”
“존명!”
허공을 박차며 떠오르는 신형을 보며 독고율이 다급히 한쪽으로 내달렸다.
***
“루주님!”
오하잠도가 가져온 소식을 들은 요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최악의 상황이군요.”
화산파에 나타났던 신비인의 정체를 아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인 요란은, 무당파에서 두 개의 봉우리가 무너졌다는 말에 하오문의 문도를 재빨리 파견했다.
이내, 천둥 벼락이 봉우리를 강타하며, 거대한 준봉 두 개가 무너졌다는 소식에 상황을 대략 직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도가 알려온 소식은 보다 심각하지 않은가.
“기이한 변고가 있은 후, 괴상한 형체가 무당산을 벗어났다고 합니다.”
“분명 마도의 시조, 천마겠지요.”
“또 다른 하나는 검괴, 그분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허나, 상황은 기대하던 것과 다릅니다.”
“상공께서 잡아두지 못했다면 천마의 무공이 예상을 벗어나는 수준이라는 뜻이겠지요. 당금 강호에 그를 막을 수 있는 이가 누가 있을까요?”
벽에 걸린 지도를 빠르게 살피던 그녀가 물었다.
“천마는 어디로 향하고 있지요?”
“워낙 신출귀몰해서 도무지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허나, 독안신검이 보내온 전언에 따르면 바로 동남쪽입니다.”
무당산을 가리킨 손가락이 주르륵 움직여 오른쪽 아래로 움직였다. 그곳에는 익숙한 붉은 글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황산(黃山).
“망천회가 황산쟁투를 노리고 있군요. 큰일이에요.”
“현재 검성과 검존의 도발로, 철사련의 사군들이 대거 움직이고 있습니다. 만약 그곳에 천마가 나타난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직접 그의 신위를 확인했던 요란은 결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최소한 절반. 최악의 경우 모두가 전멸할 거야.’
간단히 신화경의 고수 셋을 뚫고 유유히 사라진 천마다.
그가 작정하고 손을 쓴다면 정사의 고수들은 물론이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당할지 알 수 없었다.
“문제는 천마, 이사도만이 아니에요. 망천회의 잔당들이 나선다면.”
“분명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겁니다.”
천뢰벽에서도 그렇다. 무려 심자 배의 원로가 문파를 배신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베고 잘라도, 잡초처럼 하나둘 숨어있다 모습을 드러내는 망천회를 모두 제거하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그들이, 천마의 공격에 때를 맞추어 혈겁을 일으키기 시작한다면?
“어쩌면 황산은 거대한 무덤으로 변할지도….”
암울한 미래를 그린 요란은, 한쪽에 두었던 전서를 잡아 들었다.
“십만대산의 혈서생에게 연락을 보내세요.”
다행인 점은.
이쪽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
천마의 이동.
갑작스러운 행보가 날아든 곳은 또 있었다.
혈향이 맴도는 어두운 석실.
그곳에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한 사람이 뚝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는 두 무릎을 꿇은 채로 걸어, 거대한 석제 제단을 보며 돌아앉은 사내에게로 다가갔다.
낡고 바랜 옷자락에, 헝클어진 회색의 머리카락은 그가 얼마나 나이를 먹었는지 짐작할 수 없게 만들었고.
“무엇이냐.”
쇠를 긁는 듯 가라앉은 목소리는 마치 세월에 삭은 쇳덩이 같았다.
노쇠한, 그러나 무거운 중압감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붕대인이 머리를 조아렸다.
“천마가 이탈했습니다.”
“…….”
“무당산을 떠나, 황산으로 향한다는 급보이옵니다.”
“다른 변수는 없었느냐?”
“꼬리가 붙었습니다. 덕분에 운신이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검괴로군.”
중얼거린 그가 다시 침묵에 빠져들었다. 그런 그에 붕대인이 물었다.
“천마가 황산으로 향하던 그릇들을 불러들였습니다.”
“그릇들을?”
“황산을 요격하는 대신, 검괴를 먼저 죽이려는 것 같습니다. 결정을 내려 주십시오.”
돌아앉은 사내의 등이 들썩였다.
“사람의 속내는 알 수가 없는 법이지.”
“…?”
노쇠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의 말대로 따르거라.”
쿵!
머리를 바닥에 찍고 사라지는 붕대인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혼자 남은 그가 중얼거렸다.
“어차피 모든 것은 계획의 일부일 뿐이다.”
***
빠르게 신형을 내달리는 초운휘는 앞서가는 천마의 등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젠장! 언제 이렇게 죽기 살기로 뛰어봤는지 기억도 안 나는군.’
검을 타고 나는 천마의 어검비행은 실로 빠르고 신속했다.
속도만으로 따지자면 풍객의 위.
입에 단내가 나도록 신법을 펼쳐도 도무지 거리를 좁힐 수가 없었다.
‘단순히 따라잡는 것이라면 그래도 버티겠는데.’
신형을 박차며, 오십여 장을 날아오른 초운휘가, 다시 지면을 박찰 때였다.
아뿔싸!
저 앞서가던 천마가 타고 있던 검이 물고기처럼 방향을 바꾸더니, 한쪽으로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신속하게 신형을 뽑아 올리며, 그가 향하는 곳을 안법으로 살핀 초운휘는 이를 악물었다.
일단의 사람들.
말을 탄 노소와 뒤따르는 마차들은, 황산으로 향하는 강호인들이었다.
“제길!”
가는 길 곳곳에 있는 모두를 죽이려는 건가?
쉬익!
속내를 짐작한 초운휘는, 달리던 채로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두 다리를 번갈아 움직여 더욱 높이 날아올라, 암혼을 내던졌다.
“흐흐!”
검과 함께 그들의 머리 위로 내리 꺾던 천마의 신형이 허공으로 다시 떠올랐다.
자신이 가는 방향을 꿰뚫고 지나간 암혼이 방향을 바꾸자, 그의 손이 연거푸 움직였다.
펑! 펑펑!
아수라장법.
가공할 충격파에 암혼이 비틀거렸고, 심령으로 검을 조종하던 초운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개새끼! 버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암혼을 움직여 기필코 그의 뒤통수를 노리는 한편, 반대 손으로 검결지를 맺어 허공으로 밀어냈다.
“핫!”
검에서 훌쩍 뛰어올라, 지풍을 피한, 그가 허공에 거꾸로 서자, 허공에 홀로 남겨졌던 검이 재빨리 날아 그의 발밑으로 날아간다.
실로 경이적인 어검비행술.
“어른이 하는 일에 번번이 훼방을 놓다니 좋지 않은 버릇이도다.”
“꺼져!”
주먹감자를 먹이는 동시에, 재빨리 거리를 좁히려 했지만, 천마는 한층 빠르게 물러났다.
파파파팍!
워낙 창졸간에 허공 위에서 벌어진 일이라, 까마득한 저 아래 지나치는 이들은 마른하늘에 터져 나온 벼락 떨어지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릴 뿐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후후. 한 나라를 멸망시켰던 악마가 사람을 다 구하는구나.”
“죽다 살아나니 좀 마음이 변하더라고.”
“어디까지 나를 막을 수 있나 보겠다.”
***
천마는 도망치는 중에도 지나치는 인간들을 학살하기 위해 몇 번이고 시도했다.
덕분에 초운휘만 죽을 맛이었다.
“헉. 헉.”
언제 이렇게 막다른 길에 막힐 수 있었을까?
벌써 닷새를 쉬지 않고 천마를 쫓으며, 그의 살겁을 막느라 온몸이 녹초가 되었다.
‘전생에도 이렇게 막판까지 몰린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버틴 결과 얼마간의 소득이 있었다.
수십 번이나 마주친 무인들의 행렬을 덮치려던 천마를 막아낸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벌써 천마는 수백, 수천의 무림인들을 덮쳐 엄청난 인명피해를 만들어 냈을 것이었다.
“헉. 헉.”
또 다른 소득은, 그가 움직일 곳을 차단한 것이었다.
도무지 속도로 따를 수 없다고 느끼고는 황산으로 가는 길목을 선점해 달렸는데, 덕분에 그를 어떻게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밀어내, 떨어트릴 수 있었다.
“헉. 헉.”
하지만, 그것도 한계다.
도도하게 흐르던 진기도, 천마와의 격돌로 들끓고 있었고, 육체도 한계에 도달한 지 오래.
‘과거의 경지를 따라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부족했나?’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육체가 아쉬웠다. 또한, 오랜만의 격전에, 천마의 작전에 휘말리며 체력을 소진한 것이 최악이었다.
‘혼자 강호를 떠돌 때와는 다르구나.’
공력도, 체력도, 시간도, 모두 자신의 편이 아니었다.
홀로 강호를 독보할 때는 자신만 챙기면 되었는데, 사람을 지키면서 싸우다 보니, 뜻대로 강약을 조절할 수가 없었다.
죽기 살기로 뛰고, 어떻게든 몸을 날려 천마를 막는 것뿐.
‘하지만.’
꽤 짜증이 나는지 허공에 검을 밟고 멈춰선 천마가 중얼거렸다.
“실로 끈질기구나. 슬슬 포기를 해도 좋으련만.”
“X까.”
주먹감자를 먹인 후, 몰래 저 멀리 바라보던 초운휘가 시간을 계산했다.
저 멀리 보이는 복건성의 초입을 알리는 기다란 산맥의 이름을 떠올린 초운휘가 뇌까렸다.
‘무이산(武夷山). 놈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디 수하들이 제때 당도해주기를 바라며, 초운휘가 재빨리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천마를 향해 욕설과 함께 신형을 박찼다.
또다시 추격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