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riageable Age Wulin Instructor RAW novel - Chapter 73
제21장 단야 (3)
후욱!
한순간에 코앞에 육박한 사내에 오하삼도가 대경하며 검을 세웠다.
챙! 채채챙!
신속히 검기를 뽑아내며 대응하는, 한편.
‘뭔가 이상하다. 이 자의 무공은.’
바닥에 풀어 헤쳐진 붕대에 시선을 던졌다.
“한눈을 팔 여력이 있나?”
후웅! 휘오옹!
어느새 집어 든 것인지 부러진 쇠창살을 뜯어 거머쥔 사내가 어지럽게 목과 가슴을 찔러왔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창격에 삼도는 금방 정신을 빼앗기고는 방어에 전념했다.
땅! 따당!
쇠창살에 담긴 공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막을 때마다 손목이 휙휙 꺾였다.
‘이런 심후한 공력이라니!’
삼도가 금방 수세에 몰리자 다른 오하잠도의 검수들도 가세했다.
“모두 합공이다.”
“문도들은 검진을 펼쳐라!”
“하하하하하!”
날카로운 쇳소리와 고통스러운 함성, 조소 어린 비웃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흑야가 날뛰기 시작했다.
쩌엉!
창격에 하오문도 다섯이 우르르 밀려나며 아무렇게나 처박혔다.
콰앙!
건성으로 내지른 각법에 날아간 삼도가 하오문도 일곱과 뒤엉켜 바닥을 굴렀다.
‘이곳에 동원한 인원만 오십여 명인데, 흡사 아무도 없는 벌판을 걷는 듯하구나.’
무인지경(無人之境)을 걷는 자.
‘이것이 초강자의 모습인가.’
전율하면서도 오하잠도의 수좌 일도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아무리 고수라도 조금의 실수는 피할 수 없을 터.
빈틈을 노려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 유일한 타개책이었으니까.
챙챙챙!
쇠봉을 바람개비처럼 휘두르자, 문도들이 퍽퍽 튕겨 나갔다.
“하하. 이것뿐인가?”
콰직!
바닥을 꿰뚫는 철봉에 마룻바닥이 와르르 무너지며, 문도 셋이 지하로 빨려 들어갔다.
“이런. 이것도 못 쓰겠군.”
힘을 감당하지 못해 엉망이 되어 버린 쇠창살을 버리고는 이번에는 발끝을 차올린다.
툭툭.
허공에 핑그르르 솟아오른 검과 도를 양손에 쥔 채 사내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뻑! 빠바박!
어지러운 난전 중이건만 물 흐르듯 움직이는 사내는 거침없이 문도들을 쓰러트리기 시작했다.
“제법 버티는군.”
흡사 양 떼 안에 뛰어든 호랑이 같았다.
다행이라면, 오직 검 등을 이용해 때리는 탓에 죽는 자가 없는 점이랄까?
‘저자가 진심으로 덤볐다면 이곳은 피바다가 되어 있었겠지.’
꿀꺽.
두렵고 무서웠지만, 일도는 상대를 살피기를 멈추지 않았다.
분명 기회는 온다.
‘아니. 꼭 와야 한다.’
감히 하오문의 지부에 쳐들어와 날뛰는 작자에게 한 방 먹여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간절한 마음을 하늘이 들어준 것이라도 될까?
“이놈! 네 상대는 여기다!”
“우리가 안중에도 보이지 않는구나!”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오하잠도 삼인이 무너지는 검진 안으로 뛰어들었다.
“놈!”
삼면을 에워싸고, 전력으로 나서자, 오하잠도 삼인이 펼치는 합격진 안에서 서슬 퍼런 검광이 번뜩였다.
챙! 채채채챙!
절정의 고수들이 젖 먹던 힘까지 내 펼쳐내는 공격은 사내로서도 쉬이 넘길 수 있는 것은 아닌지.
“호오. 제법이군.”
제멋대로 활보하던 사내도, 진중하게 선 채로 어지럽게 검을 부딪치기 시작했다.
챙챙챙챙!
네 사람이 어우러지며 쉼 없이 그려내는 검격에 검광이 마구잡이로 뒤섞이며 쩡쩡 불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콰자자작!
네 사람이 공력을 담아 밟아대는 진각에 버티지 못한 마룻바닥이 우두둑 꺼지기 시작했다.
‘지금.’
기우뚱 흔들리는 상대를 포착한 일도가 매섭게 발끝으로 바닥을 차며 날아올랐다.
“하압!”
신검합일.
검과 하나가 되어 펼쳐내는 전력을 다한 일섬(一閃).
검을 세운 채 비조처럼 날아간 일도의 검이 상대의 등판을 노렸다.
‘제대로 들어갔다!’
유난히 검이 가볍다.
이건 제대로 먹힌다. 확신하던 순간이었다.
“붕대는 잊은 거야?”
콰악!
허공을 날던 일도는 목이 졸린다 싶더니, 허공으로 몸이 휙 딸려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콰앙!
순식간에 허공으로 치솟아 천장에 처박히고는, 무수한 잔해들과 함께 우르르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쿠웅.
“컥. 커헉.”
대체 뭐지?
대체 뭐에 잡힌 거지?
싶은 순간 목을 죄고 있는 낡고 해진 붕대를 발견했다.
‘이걸 잊고 있었…군.’
애써 몸을 일으키던 일도가 잔해 속에서 일어서다 주저앉기를 반복하다.
“우웩!”
바닥에 피를 토했다.
진기가 갑자기 끊긴 탓에 미약하게 내상을 입은 탓이다.
“이제는 이쪽인가?”
흐물흐물 물속에 넣어둔 실타래처럼 움직이는 붕대에 오하이도가 고함을 쳤다.
“이따위 것 한꺼번에 잘라주지!”
“글쎄? 한번 해보던가.”
투웅.
눈앞에 흐느적거리는 붕대를 향해 일도양단의 기세로 검을 내려친 이도가 기함을 내질렀다.
검이 튕겨 나간 것이다.
“잘리지 않는다고?”
최근 성과를 인정받아 하오문 총단에서 특별히 지급받은 보검이다.
칼날 위에 종이를 얹어 놓으면 절로 잘릴 정도로 예리한 검으로 낡은 붕대를 베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쉬이 믿기지 않았다.
“후후. 뭘 그 정도로 놀라고 그래?”
스르릉.
사내가 손을 들자, 사방에서 풀어둔 붕대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이내 바닥에 굴러다니는 검을 잡아채더니, 둥실 허공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맙소사.”
붕대에 감겨 허공에 떠오른 수십 개의 검을 보며 사람들이 입을 쩍 벌렸다.
키이이이이잉.
사내의 손짓에 따라 이쪽을 향해 날을 세우는 검들.
“이건 흡사.”
“전설의 어검술이 아닌가.”
너무나도 압도적인, 비현실적인 광경에 하오문도들은 턱을 덜덜 떨었다.
“이런 괴물이 있을 줄은….”
전력을 다해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은 틀렸다.
전의마저 잃게 되는 압도적인 격차에 모두의 얼굴에 절망이 어렸다.
털퍼덕.
다리에 힘이 풀린 하오문도 몇몇이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사내가 요사스럽게 빛나는 붉은 눈을 반짝이며 광소했다.
“흐하하하! 바로 그 눈이야!”
“두려워해라! 전율에 떨어라!”
“그것이 너희들이 사막의 하늘에게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선일지니!”
“절망하고 또 절망해라!”
“본좌가 바로 절망이니라!”
미친 듯이 웃어대는 사내는 완전한 광인(狂人)이었다.
미치광이도 이런 미치광이가 있을 수 있을까? 인간의 절망에 희열에 가득 차 웃는 저 악마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절망을 먹고 사는 악귀라도 되는 것이 아닐까.
“흐흐. 흐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허리를 꺾어가며 웃던 사내에 동조하듯 허공으로 솟구쳐 오른 검들이 일제히 살벌한 검명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키이이이이이잉.
카아아아아아앙.
한 명의 미치광이와 그가 만들어낸 기괴한 광경에 짓눌린 하오문도 또다시 주저앉았다.
“하하. 마침 잘되었어.”
광소를 멈춘 사내가 얼굴에 손을 얹은 채 눈을 번뜩였다.
“굳이 찾으러 갈 필요 없이 이제 너희들에게 물어보면 되겠군.”
카라라랑!
붕대에 감겨 허공에 떠오른 검들이 멀쩡히 서 있는 자들을 향해 바짝 날을 세웠다.
“후후. 맛배기로 몇 놈 족쳐줄까? 본격적으로 귀갑….”
이제 끝이다.
저 악마의 손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다. 직감한 순간이었다.
“새끼. 재미있냐?”
“헉!”
처음으로 사내의 얼굴에 당혹성이 어렸다.
쓔앙!
거대한 파공성에 사방에서 꿈틀거리던 붕대가 확 뭉치더니, 사내의 앞에 작은 벽을 만들었다.
콰앙!
하지만 그것도 잠깐.
굉음과 함께 붕대가 아무렇게나 풀려나더니 사내가 주르륵 밀려났다.
“쿨럭!”
처음으로 유들유들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검은색 옷과 대비되는 도드라지던 창백한 안색이 더욱 희게 질린다.
“막내야. 얼굴 많이 좋아졌다?”
“쿨럭. 주군. 쿨럭. 아, 주군.”
“주군은 누가 주군이야. 아니지. 님 본좌시라구요? 누구세요? 어느 집 본좌시기에 남의 집에 찾아와 깽판이세요?”
퍽퍽퍽퍽!
순식간에 나타난 초운휘가 사내를 걷어차자 사내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웅크렸다.
“악! 악! 악! 악!”
허공에서 흐늘거리던 붕대가 확 뭉치더니, 이내 사내를 고치처럼 둘둘 말았다.
어쩐지 붕대도 공포를 느끼는지 파들파들 떨리는 채였다.
“야. 본체. 이거 치워.”
“주군. 뼈 맞았어요. 뼈 맞았다고요.”
“맞으라고 찬 거야.”
퍽퍽퍽퍽!
순식간에 곤죽이 된 사내가 축 늘어졌다. 붕대도 함께 늘어졌다.
툭툭.
옷자락을 턴 초운휘가 요란을 돌아보며 고개를 숙였다.
“루주. 오늘 일에 사죄드립니다.”
“…암존의 조력에 감사드려요.”
“말로만 사죄하는 것은 도리가 아닐 테지.”
싱긋 웃은 초운휘가 바닥에서 신음하는 단야의 귀밑머리를 잡아당겼다.
“내 톡톡히 사례비를 뜯어내 드리리다.”
***
짧지만 강렬한 전투가 끝나고.
요란과 오하잠도만 동석한 가운데, 단야의 추궁회가 열렸다.
힐끔힐끔 눈치만 보던 단야에게 요란이 물었다.
“저희 문도들은 어디 있죠?”
금세 얌전해진 단야가 대답했다.
“…모두 무사하다. 애초에 죽일 생각도 없었고.”
“그 말이 사실이기를 빌어요. 만약 문도들이 죽었다면 저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거든요. 대가를 치러야 할 거예요.”
“흥. 가만히 있지 않으면….”
찔끔.
눈치를 받은 단야가 재빨리 대답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체 본 문은 왜 공격하게 된 건가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주군의 행방을 물어도 대답하지 않아 그만.”
곁에 있던 초운휘가 인상을 썼다.
“기다린다는 선택지도 있잖아. 나름 살수곡의 주인이라는 놈이 왜 이렇게 엉덩이가 가벼워?”
이에 단야가 억울하다는 듯 항변했다.
“주군께서 무한성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 어찌 기다리겠습니까!”
“무한성에 있을 수도 있지.”
“무한성 하면 무림맹! 무림맹 하면 딱 하나 아닙니까! 저만 빼고 재미 보려 하신 것 아닙니까!”
나름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지 말은 안 했지만, 초운휘는 대충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 자식. 무림맹 파괴 공작이라도 하는 줄 알고, 끼얏호 신나서 달려왔구나.’
어째 살수들도 내버려 두고 혼자 급하게 찾아왔다 싶었다.
단야가 울먹였다.
“말도 없이 떠나신 것도 서운한데. 저만 빼고 재미 보신다니요.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아니,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진다 해도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오해부터 풀자. 난 조용히 살고 있어. 애초에 싸움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예에? 언제부터 그랬습니까?”
“지금부터. 이 X끼야.”
따악.
뒤통수를 얻어맞은 채 낑낑거리는 단야를 향해 초운휘가 눈을 부라렸다.
이 촌극을 보는 요란과 오하잠도는 할 말을 잃은 얼굴이었다.
조금 전까지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귀처럼 싸우던 흑야가 아닌가.
천하에 짝을 찾기 힘들 기괴한 무공으로 압도적인 신위를 보이던 사막의 강자가 암존의 앞에서는 쩔쩔매는 것이 도무지 보고도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요란이 오하잠도를 향해 입술을 달싹거렸다. 전음이었다.
[흑야. 사막살수곡주의 무공 수위를 짐작할만하던가요?] [어렵습니다. 무공의 연원 자체가 워낙 기이하여.] [그렇군요.]입맛이 쓰다.
하오문에서 고수에 속하는 오하잠도가 내력을 짐작하지 못하다니.
무공이 약하다는 것이 오늘처럼 뼈아프게 느껴질 때가 없었다.
‘그런데 상공께서는 왜 굳이 이런 자리를 만든 거지?’
강호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비록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지만, 이만한 강자라면 적당한 수준에서 물러나는 것이 상책.
오히려 큰 피해 없이 상황을 무마해준 것에 감사를 표해야 할 지경인데 말이다.
‘사례비라니.’
또 무슨 신기한 일을 벌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자니 초운휘가 본론을 꺼냈다.
“루주. 이놈을 당분간 부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