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Gacha RAW novel - Chapter 17
10. 누적 보상
천운삼검과 비슷하게 보이는 검로를 따라 검을 휘두르며, 곽진은 속으로 감탄을 터뜨리고 있었다.
‘오성만 뛰어난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감각 역시 예민한 모양이구나. 기운을 갈무리해 만들어진 허(虛)의 상태를 구별해 내다니.’
절정의 영역에 몸담고 있는 곽진은 이미 행동 하나하나에서 허와 실의 경계가 사라진 경지.
기감이 발달된 일류급 이상의 무인 혹은 수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어 실전 감각을 단련한 이쯤 되어야, 빈틈 속에 숨어 있는 노고수의 실체를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공 수위가 낮은 건 물론이고 실전 경험도 부족한 것이 눈에 보이는 소종천이, 두려움을 느끼고 공격 시도를 멈추었다?
본능적인 위기 감지 능력이 타고났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소종천에 대한 곽진의 마음속 평가가 한층 더 상승했다.
‘가끔 그런 녀석들이 있지. 본신의 실력이 떨어짐에도 신기하게 매번 죽음의 위기를 피해가고, 직감만으로 허초 속에 숨은 실초를 가려내는 이가.’
단순히 운으로 치부할 수 없는 예민하게 발달된 감각.
그것 역시 축복받은 재능이라면 재능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것은 오해였을지 모르나 이번만큼은 곽진의 생각이 맞았다.
근골은 평범하기 그지없고 오성도 그런저런 수준이지만, 소종천은 감각 하나만큼은 인정할 만한 재능을 가진 인물.
정보창에 8.80으로 기록된 높은 감각 수치는 평상시에는 크게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것은 눈 깜박할 사이에 생사가 갈리는 위기의 순간이나, 전투의 긴장감으로 감각이 최고조로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 재능.
다만, 소종천처럼 정보창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근골이나 오성처럼 고하를 가려내기는 어려운 종류의 재능이었다.
“차압!”
자신에게 그래도 보기보다 괜찮은 재능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소종천.
그는 기합을 뱉으며 곽진의 몸에 공격을 적중시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다.
빠악!
“끅!”
“신중하게!”
검면에 옆머리를 맞고 비틀거리는 소종천에게 곽진이 일갈한다.
“과감하게 들어오기만 한다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 무턱대고 돌진하기만 해서야 멧돼지와 다를 게 뭐가 있더냐? 중요한 것은 상대의 호흡을 빼앗는 것이지.”
“호흡 말이죠. 어렵네요.”
“공격의 범위 안에 들어섰다 해서 무작정 전력으로 내지르는 건 좋지 않은 습관이란 뜻이다. 그건 맹수가 사냥감을 덮치는 것처럼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쓰러뜨릴 때나 사용하는 방법이지 않으냐.”
“아…… 그렇다면?”
“비슷한 상대와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를 속일 줄 알아야 한다. 보폭과 속도를 조금씩 조절하는 연습을 해보거라. 사람들이 무조건 전력을 다한 공격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허초와 변초를 함께 쓰는 이유는, 그것이 섞임으로써 정초가 더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니라.”
곽진의 말에 소종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틈을 노리려고만 하는 게 아니라 변화를 줘서 허점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거군요.”
“그렇다. 잘 알아듣는구나.”
곽진은 마음에 든다는 듯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실 따져보면 별거 없는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소종천이 뛰어난 오성을 가졌다고 내심 여기고 있다 보니, 뻔한 말을 해도 괜히 똑똑한 아이처럼 여겨져 흐뭇해하는 곽진이었다.
“그런데 방금 머리를 건드렸을 때 느낌이 조금 독특하더구나. 혹시 외공을 익힌 것이냐?”
소종천을 때리는 손맛이 남다름을 파악한 곽진이 물음을 던졌다.
“그렇습니다.”
“쯧쯧. 외공은 들이는 노력과 시간에 비해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하니, 앞으로는 내가 가르치는 무공과 네 심법의 수련에만 전념하거라.”
고수 중에는 외공이 잡술이라 여기고 있는 이가 많고 곽진 역시도 생각이 다르지 않은지, 소종천이 외공을 익혔다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실 배울 무공이 없어 뭐라도 손을 대다 보니…… 앞으로는 굳이 더 성취를 늘리려고 노력하진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외공을 수련하려면 고되기도 고되지만, 값비싼 약재들을 배합한 비전의 약물이 필요하다.
꺼내 쓸 수 없는 소지품창의 재화 외에는 빈털터리에 가까운 소종천으로서는, 설령 수련하고 싶어진다 해도 당장은 방법이 없는 실정.
“으음, 그래. 딱히 탓하려는 건 아니었느니라.”
가르침을 구할 길이 없어 잡술에 손을 대었다는 그럴듯한 변명을 듣고, 곽진은 소종천에 대한 측은함이 더욱 커졌다.
‘저만한 재능을 가진 아이가 지금까지 빛을 보지 못해 외공 따위나 익히고 있었다니. 근골이 좋지 않고 늦은 시기에 시작해 성장이 더딘 것은 어쩔 수 없으니, 괜히 주눅 들지 않도록 조금 더 성심성의껏 가르침을 주어야 하겠구나.’
소종천의 진면목을 모르는 곽진은, 더욱더 너그럽게 그를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만남이 이어진 지 거의 두 시진에 가까운 시간.
“밤이 깊어지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지도 감사드립니다.”
“그래, 들어가거라.”
지도 대련을 마친 소종천은 숙소로 돌아갔다.
꽤나 격하게 움직인 탓에 몸이 살짝 무겁다.
‘힘들긴 한데 엄청난 소득이야. 검을 상대하는 요령도 많이 배웠고.’
특히나 모용세가 검법들을 파훼하기 위한 약점들을 집어준 것은 굉장히 주효할 것으로 보였다.
‘뽑기로 이것저것 얻긴 했어도 아직은 전력 차가 꽤 날 거라 생각하는데, 이거 잘하면 정말로 승리를 노려볼 수 있을지도.’
그런 생각을 품고 있자니 간만에 임무 알림이 떠오른다.
[임무 발생!]‘왔구나. 기다렸다. 짜샤.’
한동안 잠잠했으니 나올 때도 되지 싶었다.
[혈전] [예정된 비무에서 승리를 거두십시오.] [보상 : 80금]‘임무명이 왜 이러냐? 불안하게.’
피 튀기는 싸움.
확실히 검수와 대결하는 일이니 피를 볼 가능성이 높긴 하다.
이름도 이름인데 내용도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이전의 비무처럼 결과에 따른 보상의 차등 지급이 아닌, 승리하는 것 자체가 임무 달성의 조건.
‘에미야, 보상이 짜다.’
게다가 난이도가 꽤 높은 것 치고는 보상이 적어 보였다.
‘뭐 임무가 있든 없든 비무는 해야 하는 일이니.’
진지하게 이겨보겠다는 욕심이 생기기도 했고 적게나마 보상도 걸려 있으니, 소종천은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비무까지 나흘.
시간의 여유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소종천은 낮에는 권법의 수련에 박차를 가하고, 저녁에는 곽진의 지도를 받고 돌아와 심법을 수련하다 잠이 드는 생활을 반복했다.
반야신공의 공능은 대단한 것이어서, 잠시의 운공으로도 지친 몸에 활력을 찾아주었다.
곽진의 지도를 받게 된 지 삼 일째 밤.
운공을 하고 있던 소종천의 머릿속에 알림이 떠올랐다.
[내공 0.01 상승.]‘아?’
영약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내공이 올랐다.
잠시 당황하던 소종천은 당연한 일임을 깨닫고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원래 내공은 이렇게 모으는 게 맞지 참. 직접 모은 내공으로 수치가 바뀌어도 알림이 뜨는 모양이네.’
입관 이후로 계속 꾸준히 운공을 했으니, 소량이나마 내공이 증가하는 것도 당연하다.
내공을 영약으로 올릴 생각만 했던 소종천은 자신이 얼마나 큰 혜택을 받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무색 영약 하나가 내공 수련 한 달 정도의 가치니. 이것도 사실은 무시할 건 아니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뽑기로 무색을 얻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말이다.
알림의 방해로 집중이 풀린 소종천은 운공을 멈추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비무가 이틀 뒤로 다가온 아침.
[일일 접속 보상을 지급합니다.] [보상 300은 당첨!]반가운 소식이 찾아왔다.
[누적 접속 보상을 지급합니다.] [보상 지급 보물 상자 1개 당첨!]“엥?”
이제 일일 보상의 알림에는 익숙해져 놀라지 않게 되었던 소종천은, 두 번째 알림의 존재를 확인하고서 눈을 크게 떴다.
‘누적 보상? 그런 것도 있었어? 아, 설마?’
어제 내공 수치가 증가했을 때는 막연히 한 달 치 정도의 내공이다 하고 넘어갔는데, 확실히 날짜를 파악해 보니 오늘이 이곳에 오게 된 지 정확히 삼십 일째였다.
‘한 달 개근 보상이냐. 벌써 그렇게 되었구만.’
원해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억지로 붙잡혀 있는 거긴 하지만, 어쨌거나 아무것도 안 해도 보상을 주겠다는데 넙죽 받으면 될 일.
‘덕분에 지급 뽑기 한번을 공짜로 하네.’
마침 일일 보상으로 받은 은까지 더해 1,200은이 모였다.
인급 뽑기를 한번 돌리고 감정서 두 개를 구매하면 딱 맞아떨어진다.
소종천은 바로 뽑기를 돌렸다.
‘시작은 가벼운 것부터 해야지.’
[인급 보물 상자 1개를 개봉하시겠습니까?]‘돌아라!’
원판이 회전했다.
‘슬슬 낮은 등급이 나올 때도 됐지? 그러니 인급 뽑기를 제물로 바친다! 여기서는 무색이 나오고, 지급에서 금색이 떠주는 거야!’
생각대로 될 가능성은 별로 없겠지만, 소망을 품는 것은 본인의 자유.
[동색 영약 당첨!]“……거, 참 말을 안 듣네.”
결과를 보며 소종천은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인급에서 동색이 나왔으니 좋아해야 할 일이지만, 왠지 이러면 지급에서는 운이 없을 것 같지 않은가.
물론 기분이 그렇다고 뽑기를 하지 않을 건 아니기에, 입맛을 다시고 보상으로 얻은 지급 보물 상자를 사용했다.
[지급 보물 상자 1개를 개봉하시겠습니까?]‘동색으로 연속은 진짜 아니다. 은색이라도 줘라.’
작은 바람과 함께 돌기 시작한 원판.
[은색 무공 당첨!]“……어? 진짜?”
그렇게 생각을 하긴 했지만 정말로 은색이 나왔다.
기쁨보다는 괜히 아쉬움이 들었다.
‘금색 나오라고 할걸.’
설마 그런 생각을 했다고 더 좋은 결과가 나왔겠느냐마는, 간사하고 미련한 게 사람 마음인지라 우습게도 투덜거렸다.
소종천은 남은 200은으로 감정서를 구입해 결과물들을 확인했다.
먼저 등급이 낮은 영약부터.
동색의 구체가 깨어지며, 언젠가 본적이 있는 약초의 형태로 변화한다.
[감정 성공.]‘앗! 이 생김새는 산삼?’
은색 등급 영약에서 뽑았던 굵직한 크기의 산삼과 흡사한-
[200년 산도라지 획득.]-생김새였지만 다른 종류였다.
‘……그래. 색상 등급이 다른데 같은 물품이 나올 리 없지. 괜히 설레게 생긴 것도 닮았냐.’
고개를 젓고는 설명을 읽었다.
[200년 산도라지]아…… 이게 산삼이었으면…….
“약 올리냐!”
어차피 자세한 정보가 나오지도 않는 설명, 괜히 읽어서 기분만 나빠졌다.
분명 뽑기 결과는 좋은 상황인데 뭔가 자꾸 거슬린다.
투덜거리며 영약을 사용했다.
[내공 0.05 상승.]‘오, 그럭저럭 오르네. 그래도 무색보다는 훨씬 낫구만.’
이름과 설명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효과는 괜찮았다.
다음은 은색 무공.
[감정 성공.]물음표가 사라진 은색의 구체는 하나의 책으로 변화한다.
“어? 이거…….”
이어서 비급의 이름이 알림으로 떠오르며, 소종천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뽑기로 무림최강 1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