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al Arts Repair RAW novel - Chapter 3
3화 얽혀있는 음모들 (2)
그 순간, 옥비녀의 문양에서 별빛이 폭사되었다.
나는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맛있겠다…….”
미친 듯이 식욕이 폭발한다.
아마도 먹으라는 신의 계시가 아닐까?
하지만 나는 욕망을 억누르고 옥비녀를 다시 품속에 집어넣었다.
‘꼭 먹어야 회귀할 수 있는 걸까? 부러뜨리는 순간 회귀하는 거일 수도 있어. 아직은 회귀할 필요 없어.’
꺼림칙하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것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이번에 접수한 기루를 둘러보러 길을 나섰다.
그리고 진씨세가 앞을 지나는 와중 개차반이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그 개자식이 나한테 사기를 치고 어머니 유품까지 빼앗아 갔다니까! 알아들어? 그 새끼 처리하고 옥비녀 찾아와. 알았어?!”
“예! 공자님.”
대답하는 소리가 한둘이 아니었다.
최소 열 명은 넘어 보인다.
‘씨벌……. X 됐구나. 저 미친 새끼가 나를 죽이려 하네.’
지금 내 무공 실력은 겨우 이류 중반.
이 실력으로 덤비다간 개죽음이었다.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일단 도망쳐야 한다. 그래!! 황산으로 가면 살 수 있다!’
황산엔 지금 영약을 찾는 수백 명의 무림인이 우글거릴 것이다.
그 안에서 나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도주 계획이었다.
‘잠시 숨었다가 모진평에게 부탁하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짐을 챙길 겨를이 없어 그대로 황산으로 향했다.
‘지금은 내공 아낄 때가 아니다!’
나는 얼마 되지도 않는 내공을 다리로 돌려 죽어라 경공을 펼쳤다.
* * *
황산에 도착하자 이곳저곳에서 무림인들이 수색하는 것이 보였다.
나도 그들 틈에 섞여 수색하는 시늉을 하며 중얼거렸다.
“그 산적 놈 어디 숨은 거지? 영약만 있으면 나도 일류 고수가 될 텐데!”
피식.
주변 무림인들이 비웃는 게 선명히 들린다.
괜히 풀숲을 걷어차며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그때, 한쪽에 있던 애꾸눈 무림인이 예리한 안광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다.
웃기게도 눈썹이 일(一)자로 이어져 있다.
위기다!
뒷골목 생활 60년 만에 만난 강적이다.
나는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마주 바라보다 곧 고개를 돌리고 멀어졌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지금 웃으면 안 돼.’
* * *
인적이 없는 곳으로 자리를 옮긴 뒤.
해 질 녘이 되니 산속엔 어둠이 내려앉았다.
나는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했다.
“일단 여기서 한 일주일 정도만 버티면 되겠지……? 그 뒤에 모진평을 찾아가서 부탁하면 모든 게 해결될 거야. 사업장은 잘 굴러가고 있으려나? 두이한테 얘기 못 하고 온 게 조금 걸리네…….”
그때 한쪽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진평하고는 이야기 끝냈다더라. 장가(莊家)야.”
아까 보았던 애꾸눈 무림인이다.
재수 없게도 진가 무인과 눈이 딱 마주쳤던 모양이다.
분명 모르는 얼굴이었다.
난 한번 본 놈은 절대 잊지 않는다.
“넌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하하하. 자네가 모를 만도 하지. 우리 같은 것들이 양지(陽地)에서 나서겠는가? 난 양진학(梁進虐)이라 하네. 누구한테 죽는지는 알고 가야지?”
얼핏 봐도 나보다 강해 보인다.
이놈, 일류 고수가 틀림없다!
어느덧 십여 명의 무인들이 주변을 둥그렇게 포위하고 있었다.
나는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며 소리쳤다.
“야 이 새끼들아! 내가 뭘 그리 잘못했다고 죽이려는 거야! 그깟 옥비녀 돌려주면 되는 거잖아. 개새끼들아!”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녀석들의 의도를 떠봤다.
“아니지, 아니지. 그럼 계산이 안 맞지 않은가.”
“무슨 계산이 안 맞는다는 거야?”
“자네가 진 공자께 사기를 쳤으니 옥비녀도 돌려주고, 그 어깨 위에 있는 머리도 줘야 계산이 맞지 않겠는가? 하하하!”
“사기라니! 난 기술 쓸 줄도 모른다니까?”
피식.
이곳저곳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린다.
어차피 이놈들은 내 말을 믿지 않는다.
“그냥 죽이러 온 거구나……. 이 살인귀 새끼들…….”
“하하하! 그걸 이제야 알았는가? 뒷골목에서 10년 넘게 버텼다던 자네가 왜 이리 아둔한가?”
나는 순간 허탈해졌다.
‘이런 젠장! 고작 옥비녀를 뺏었다고 죽이려는 게 말이 돼? 그런데 어떻게 이놈이 미리 여기 와서 날 노릴 수가 있지? 뭔가 이상한데?’
미리 와서 날 노렸다는 건…….
개차반 놈이 애초부터 날 죽이려고 했다는 뜻!
날 포위한 놈들은 아직도 나를 비웃고 있다.
‘마음껏 비웃어라, 개자식들……. 너희들이 원하는 건 이루지 못할 거다.’
품속에서 옥비녀를 꺼내 들었다.
“그래, 그거. 얌전히 돌려주면 편히 보내 주겠네. 이건 약속하지.”
“편히는 개뿔, 니들 눈빛만 봐도 알겠다.”
이 미친놈들은 전부 다 살인귀들이다.
눈빛을 보아하니 인간 백정들이 따로 없다.
옥비녀를 바라보자 또다시 별빛이 내 눈을 때린다.
몽롱해지는 내 표정.
벼랑 끝에 내몰려서일까?
나는 충동을 참지 못하고 옥비녀 끝을 부러뜨려 문양을 삼켜 버렸다.
“뭐, 뭣?! 이런 미친놈이! 죽여라!”
서서히 접근하는 살인귀들.
“흐흐흐……. 옥비녀는 어떻게 가져갈래?”
내가 조롱하자 애꾸 놈의 얼굴이 붉어졌다.
“쯔쯧……. 별수 있겠나? 자네 배를 갈라서 가져가야지.”
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며 코앞까지 다가온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 직도와 비수를 뽑아 들었다.
오른손엔 직도.
왼손엔 비수.
뒷골목 생활 11년 차에 깨달은 무적의 조합.
하지만 지금은 일대일이 아니었다.
“커헉!”
검 한 자루가 내 심장을 꿰뚫는다.
또 단전이 꿰뚫리고.
배를 관통당한다.
“씨X… 새끼들아.”
“지독한 놈. 두 놈이나 끌고 가다니…….”
나는 십 대 일의 싸움임에도 최대한 발악해서 두 놈을 담가 버렸다.
그나마 비수를 통해 견제하고, 진짜 독침을 뱉었기에 두 놈을 죽일 시간을 벌 수 있었지만.
제대로 된 검법을 배운 적도 없었기에 나는 금방 수세에 몰려 공격을 허용했다.
급격히 죽음이 가까워져 옴이 느껴진다.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 위장에 있던 옥비녀의 문양에서 별빛이 폭사되었다.
그것이 나의 두 번째 회귀(回歸)였다.
* * *
나는 사무실에서 조용히 눈을 떴다.
“뭐냐……. 또 회귀한 건가? 다시 사무실로 왔구나?”
“형님! 형님!”
막내 종팔이가 사무실로 뛰어 들어온다.
이놈은 항상 까불거린다.
안 그래도 방금 개죽음을 당해 짜증이 치미는데.
나는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말했다.
“하, 이 새끼. 내가 사업장에선 함부로 소리 지르지 말라고 했냐, 안 했냐?”
“형님!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에요!”
“뭔데……. 설마 반가 놈이 쳐들어오고 있냐?”
“헉!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지금은 저만 알고 있을 텐데?”
며칠 전과 너무 똑같은 상황이라 나는 순간 당황했다.
한참 동안 벙찐 표정을 짓자 종팔이 놀라 물었다.
“형님……? 괜찮으세요? 꿈꾸셨어요?”
나는 종팔의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리를 해 보자……. 일단 회귀 아이템부터 챙겨야겠지. 설마 사라지진 않았겠지……? 그리고 그 영약도 챙기고…….”
“형님! 정신 차리세요! 반가 놈이 와 봤자 무슨 일이 있겠습니까? 미치시면 안 됩니다, 형님!”
종팔은 내가 드디어 미쳤다고 판단했다.
“어? 나 안 미쳤다. 걱정 마라. 잠시 딴생각한 거야, 인마.”
“예……. 알겠습니다. 그럼 어쩔까요?”
“어쩌긴 뭘 어째? 연장 챙기고 대기하라고 해.”
종팔이 나간 뒤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건 ‘옥비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백년삼. 만약 반가 놈과 싸운다면 내가 아무리 일 처리를 잘해도 대오방주는 죽을 것이고…….”
대오방주가 죽는 건 나랑 하등 상관이 없다. 어차피 죽어도 싼 놈이니까.
진짜 문제는 회귀 아이템을 얻으면 나를 죽이러 온다는 것이었다.
‘내가 읽었던 소설에선 회귀 템은 기본으로 얻고 시작하던데……. 나는 얻으면 죽는 거잖아!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나는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지금 시간이 대충 오시(11~13시) 정도니까……. 지금 출발하면 황산의 백년삼은 내 거다! 시간은 충분해.”
일전에 그 위치가 어디쯤이었는지는 들어 두었다.
내려오는 길에 산적을 만났다고 했으니, 그 위치를 가늠하기 수월했다.
어느새 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왔군.”
“장가(莊家) 놈 나오라고 해!”
반월남이 또다시 나를 찾는다.
“이번엔 어떻게 해야 할까?”
밖으로 나가자 중앙의 탁상들이 치워져 있고 그 원형의 공터에 반월남이 홀로 서 있었다.
나는 놈이 ‘상도덕’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너 미쳤냐? 월남아.”
“무슨 개소리야, 이 개자식아! 미친 건 너지! 보자 보자 하니까 우리 가게 말려 죽이려고 작정했더라? 도박장에서 손님들한테 간식 챙겨 주고, 밥도 먹이고, 이젠 개평까지 쥐여 줘서 보내?”
“…….”
나는 말문이 막혔다.
저번과 달리 반응했는데 결국에 들려오는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나는 오기가 생겨 한 번 더 도전했다.
“그래서? 어쩌자고? 너도 섯다 하고 싶은 거잖아?”
그러자 반가 놈이 크게 당황한다.
“그래, 두철아. 우리끼리 손해 볼 짓 할 필요 있냐? 서로 돕고 살면 좋은 거잖아. 안 그러냐? 하하하.”
“근데 너 여기 쳐들어오면 상응방주가 무척 화낼 텐데……. 모르냐?”
“내가! 그런 걸 두려워할 놈으로 보이냐? 이 반월남이?”
역시 뭔가 이상하다.
이놈은 절대 혼자 나댈 놈이 아니었다.
아마 뒤에서 시킨 놈이 있을 터.
무조건 대오방주다.
‘거기에 개차반 놈까지……. 아니다! 진씨세가 가주와 대오방주가 연합을 했구나! 상응방주를 죽이려고!’
지금은 반가 놈 같은 떨거지와 놀 시간이 없다.
나는 반월남을 대충 도발해 직도를 뽑게 만들고 저번과 같이 놈을 농락한 뒤 의방으로 보내 줬다.
그리고 곧바로 상응방으로 출발했다.
시간이 없다.
모진평을 설득하지 못하면 또 버림받아 죽는다.
* * *
상응방 앞에 서서 마지막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반가 놈이 실패하니, 개차반 놈까지 나섰다면 말이 된다. 이 자식들이 날 죽이려고 용을 쓰는구나! 원래의 인생에선 내 관찰력으로 모든 걸 피해 갔을 테고…….’
문지기를 거쳐 방주의 전각 앞에 섰다.
“방주님, 장두철이 왔습니다.”
“들여보내라.”
망설임 없이 들어가 적당한 거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아니, 의자도 있는데 매번 그러나?”
“아닙니다. 방주님. 제가 어찌 감히 방주님과 동석(同席)을 하겠습니까? 그나저나 중요한 말씀을 드리려 찾아뵀습니다.”
“뭔데 그래? 말해 봐.”
모진평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태사의에 늘어진 채 술병을 든다.
“대오방주가 방주님을 노리고 있습니다.”
“뭐, 뭣?!”
모진평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오늘 반월남이 저에게 쳐들어왔는데, 아무래도 저를 어찌해 보려고 온 것 같았습니다. 방주님이 두렵지 않다고도 하더라고요. 그놈 혼자서 꾸민 일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생각입니다만……. 진가와 대오방주가 연합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모진평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자네가 생각하기에 그놈들이 원하는 게 무엇일 것 같은가?”
“송구합니다만……. 아무래도 방주님을 해치고 북창 지역을 장악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래. 나도 그동안 그 두 놈들을 의심하고 있었어. 나를 죽이고 제 놈들 세상을 만들고 싶었겠지.”
모진평이 태사의 손잡이를 강하게 틀어쥔다.
뿌드득.
태사의에 다섯 손가락이 박혀 들어간다.
나는 즉흥적으로 머리를 쥐어짰다.
여기서 잘 생각해야 한다.
‘2회 차’에선 분명히 모진평이 나를 버렸다.
왜 그랬을까 생각하자 금방 답이 나왔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방주님.”
“말해 보게.”
“일단 오늘 바로 가셔서 대오방주를 죽여 버리십시오. 최대한 압도적인 실력 차를 보여 주셔야 합니다. 그러면 진가 놈들은 계획이 꼬인 것을 깨닫고 노선을 변경할 것입니다.”
“어떻게?”
“원래는 방주님을 함정에 빠뜨리려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 대오방주를 압도적으로 처리하신다면 방주님을 어찌할 수 없으니 휘하 세력을 노릴 겁니다. 바로 저 같은 놈 말입니다.”
말이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진평.
“곧 진가에서 저를 노릴 것이니, 제가 미끼가 되어 그놈들의 무인들을 유인하겠습니다. 그때 방주님께서 진가를 정리하시면 되겠습니다.”
2회 차에선 모진평이 나를 미끼로 써먹었다.
반면, 이번엔 내 스스로 미끼를 자처한다.
‘진가를 멸문시켜야 내가 살 수 있다.’
모진평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곤 이내 무릎을 치며 말했다.
“이제 이해가 가는군. 반월남이 쳐들어온 건 나를 끌어내기 위함이었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먼저 눈치챈 이상 뜻대로 되진 않을 겁니다.”
“하하하! 자네, 제법이군. 내 이번 일이 끝난 뒤 제대로 포상하겠네! 기대해도 좋아.”
모진평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정중히 인사를 마치고 나온 뒤 곧바로 황산으로 돌진했다.
지금 시각이 대략 오시 말(13시).
신시(15시~17시)쯤 삼(蔘)을 발견했다고 했으니 한 시진 정도 여유가 있었다.
나는 일전에 들은 장소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헉, 허헉…….”
분명 이 근처가 맞는데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샅샅이 뒤지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조금 더워진 것 같다.
격하게 움직여서 몸에 열이 난 탓이 아니다.
분명 영약의 열양지기(熱陽之氣).
나는 더욱더 매의 눈이 되어 주변을 훑었다.
이윽고 나는 가시덤불 밭, 한가운데에 있는 삼을 발견했다.
‘심봤다!’
사랑스럽게 생긴 삼 한 뿌리가 나를 반겨 주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 영약을 캐냈다.
잔털 하나까지 살리느라 흙을 제대로 털어 내지 못했다.
“괜찮아, 괜찮아.”
이것만 있으면 나도 고수가 되리라.
“그럼 이제 산적 피해서 내려가야겠군.”
곧 약초꾼이 이곳으로 올 것이었다.
* * *
도박장 사무실.
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최소 100년에, 3~400년일 수도 있다고 했지…….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할까?”
내가 익힌 무공은 심법이 전부였다.
상수심법(上手心法).
이름부터 삼류 무공의 냄새가 진동한다.
천하제일인을 꿈꿨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
이것은 도박 빚에 허덕이던 놈이 버티다 못해 자기 심법을 팔아 치운 것.
“그 덕에 나와 두이는 무공에 입문했지.”
워낙 특색이 없는 심법이라 모든 상위 심법과 호환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나마 삼재심법보다는 약간 뛰어난 정도.
“이 영약을 한 번에 다 먹으면 다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번엔 두이의 도움이 필요하다.”
나는 밖에 있는 동생 두이를 불렀다.
“두이야.”
“예, 형님. 말씀하세요.”
“이걸 봐라.”
내가 삼을 꺼내 보이자 두이의 눈이 크게 뜨였다.
“영약이다.”
“저, 정말 영약입니까?”
“그래. 이 정도면 거의 300년은 묵은 삼이라고 볼 수 있다. 근데 난 이걸 혼자서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래서 너랑 반씩 먹으려고 한다.”
“…….”
두이는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결심한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형님이 다 드세요. 그게 맞는 겁니다.”
평소와 다르게 길게 말을 한다.
그만큼 그의 결심이 확고하다는 뜻.
“걱정 마라. 어차피 나는 이걸 전부 다 소화할 수 없어. 그리고 무재(武才)는 네가 더 뛰어나다. 나는 네가 진가의 대공자보다도 낫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무공서도 없이 2년 만에 이류의 극에 이른 너다. 조직의 수장으로서 결정했으니 따라라.”
“…….”
그러나 두이는 망설이고 있었다.
“네가 강해져서 나를 지켜 주면 되는 것 아니겠냐? 설마 나를 배신하진 않겠지?”
그제야 그의 망설임이 사라졌다.
“알겠습니다. 형님, 제가 형님을 지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