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s are subscriber RAW novel - Chapter 411
410화 숭산의 금주(2)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았기에 바로 숭산에 박혀있는 금주를 살폈다.
알 수 없는 주문 같은 것이 새겨진 쇠기둥. 그리고 그것을 거미줄처럼 기묘한 묶음으로 칭칭 동여감은 채 땅에 뿌리를 내린 금줄을 볼 수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나는 흠칫했다.
‘……땅의 신력?’
강의 흐름을 제어하는 수문을 세운 것처럼 통제된 힘의 흐름이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왜 금모후가 등선한 이후 저것을 설치했는지 알겠다.
이 정도로 숭산에 흐르는 땅의 신력을 비틀었다면 금모후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리가 없다.
내가 숭산에서 금모후와 인연을 맺지 않았다면… 어쩌면 멸천회주는 금모후를 죽였을지도 모르겠다.
“금주의 중심이 되는 저 쇠기둥은 화산과 달리 아직 색이 바래지 않은 새것입니다. 최근에 설치했음을 예상할 수 있는 근거지요. 하지만 근본은 같습니다. 성질은 다르지만, 화산에서처럼 자연적 기와는 다른 묘한 힘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네요.”
제갈 군사의 말에 대답하며 금주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것에 살짝 손을 대보니 꽁꽁 묶여있던 땅의 신력 일부가 파문을 만들며 새어 나왔다.
쿠우우우우우!!
“크읍!”
“흡!?”
동굴 내부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린다.
입천신마존은 자리를 지켰지만, 제갈 군사는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작은 일부에 불과했지만, 제갈세가의 가주조차 버티기 힘들 정도로 큰 압력이 요동치며 흘러나온 것이다.
“이, 이건……?!”
제갈 군사가 손을 댔을 때와는 다른 현상인 것 같다.
이런 쪽으론 지식이 없어 선계에서의 조언을 기다리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명(共鳴)현상이네. 네가 가진 신력에 반응한 거야. 너무 놀라지 마.]사부님들 목소리가 아니다.
아마도 선계에서 주술적 전문지식이 있는 신선분인 것 같다.
‘어째 좀 빡친 목소린데…….’
건들건들, 슬렁슬렁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그 바닥에는 다 숨기지 못한 짜증이 묻어나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뭐랄까, 곤히 단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날아든 모기 때문에 깼을 때의 기분이라면 적당하려나?
[급하게 박은 모양이네. 굉장히 과격하게 손을 썼어. 아주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있는 상태이군. 계기가 될 만한 불씨와 힘을 터트릴 길 하나만 툭 틔워주면 아주 미친 듯이 뻗어나가겠네.]주술적인 부분에 대한 지식은 그다지 없다.
하지만, 뭘 이야기하는지는 분명히 알겠다.
“……급하게 손을 쓰긴 했어도 제대로 만들었다는 거네요.”
[그렇지.]서역과 이곳.
양측의 용맥을 원하는 대로 뒤틀어 거대한 흐름을 완성하려는 의도일 터.
불씨와 힘이 뻗어나갈 방향이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이해된다.
저 주술적 매개체가 수문이다. 멸천회주가 불씨를 댕겼을 때 방향을 제어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걸 제거한다면…….”
“……예?”
간단하게 해결되는 거 아닌가 했지만, 벼락같은 호통이 떨어졌다.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혀를 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휴! 내가 이래서 멍청한 놈들이랑 대화하기가 싫은 거라고.]말투만 봐도 지체 높으신 분인 건 알겠는데, 좀 떨떠름하다.
그런 내 기색을 읽으셨는지 설명을 하셨다.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고 했잖냐. 현재 숭산의 용맥은 네놈이 손을 댄 것만으로도 공명이 일어날 정도야. 어떻게든 힘을 분출시키고 싶어 안달 난 상태라고. 그런데, 어떤 멍청한 놈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있는 것의 마개를 뽑는다네? 그럼 어떻게 될까?]“……터지겠죠?”
[뭐, 신박한 자살 방법이긴 할 거야. 역사상 처음이라고 해도 되겠네. 한번 해보던가. 거기 숭산에 있는 놈들은 죄다 몰살이겠지만.]뭔가 상사로 두면 굉장히 피곤할 것 같은 분이시다.
실제로 저분이 입을 연 뒤로 주변이 조용하다.
얌전히 입을 다물고들 있는 것이다.
저놈의 성깔 때문이라는 것에 전낭에 든 것을 모조리 걸 수 있다.
‘지금 이걸 손대는 건 엄청 위험한 짓이라는 건데…….’
멸천회주가 뭘 노리는지 알았지만, 손댈 수가 없다.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그렇다고 내버려둘 수도 없다.
‘숭산에 있는 인원을 모두 대피시키고 뽑아버려?’
전력을 다한다면 내 한 몸 정도는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자체 기각시켰다.
너무 일차원적인 생각이다.
할아버지는 언제나 충고하셨다.
최선의 길을 찾는 것에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으음…… 그럼, 제거가 아니라, 길을 다른 쪽으로 여는 것이라면 어떨까요?”
[오! 그래, 그 왜 달려 있는 것인지 의아한 대가리라는 것이 이제야 좀 생각이란 걸 하는구나? 쥐꼬리만큼은 나아졌으니, 덜 멍청한 놈이라 불러주마.]갑자기 이 양반이 누군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놀라울 정도로 싸가지가 없다.
하지만, 급한 건 나다.
“덜 멍청하단 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 쥐꼬리만큼 덜 멍청한 놈아. 내가 말했지. 그거 지금 빵빵하게 부풀어있다고.]“어… 음… 예…….”
[네가 손만 대도 공명이 일어날 정돈데, 억지로 방향 틀어보겠다고 만지작거리면 걔가 잘도 버티겠다. 너 물거품에 문신 새기는 짓 한번 해보쉴?]대꾸할 말이 없다.
[쥐꼬리만큼 덜 멍청하단 말도 취소다. 그냥 띨띨한 놈으로 하자.]확실히 저 멍청하단 말에 반박할 방법이 없다.
문제는 숭산의 용맥이 지나치게 과열되어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걸 해소시키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용하다.
어떤 대책이든, 시간을 적지 않게 잡아먹을 수밖에 없다.
결국, 당장에 손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쯧! 이렇게 보니 그 현천궁의 수준 미달이 왜 인과를 그리 박박 긁어모았는지 알겠네.]그런 가운데 뜬금없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어… 인과의 역풍을 감당하기 위함 아니었나요?”
[어이구, 띨띨아 아직도 거기에 얽혀있냐?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 아예 그 이유가 없는 것도 아닐 것이고. 근데, 그놈의 노림수가 밝혀졌잖아. 지상에 봉신대결계를 만드는 거. 아예 천상과 지상을 단절시키겠다는 건데, 그럼 당연히 천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 천상과 단절된 세상이란 뭣이겠냐! 무질서 속에서 질서가 되면 인과를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단 소리 아냐!]인과를 화폐라고 생각하면, 멸천회주는 아예 화폐 자체가 필요 없어진 존재가 되길 원한 것 같다.
천상의 개입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인과를 아예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다면?
사실상 지상에서 그를 제지할 방도는 없다.
“인과를 모은 이유는 그럼…….”
[마중물이라고 봐야겠지. 작은 것을 굴릴 때는 작은 힘으로 족하지만, 큰 것을 굴릴 때는 큰 힘이 필요한 법! 지상의 봉신대결계를 발동시키기 위한 불씨. 그 최소한의 기동을 위한 마중물로 쓰기 위해 박박 긁어모으는 중이라고 봐야 할 거다.]인과를 박박 긁어모으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내가 생각하던 것과 방향성은 완전히 달랐다.
천 년이 넘게 일을 꾸며온 놈답게, 생각 이상으로 원대한 야심을 가졌다.
그런 것치곤 그릇은 간장종지 같은 치졸한 새끼였지만.
직접 그놈과 대면했던 내 입장에선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포부 하나는 알아줄 만했다.
“그럼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질문이 틀렸어, 띨띨아. 네가 지금 신경 써야 할 건 숭산이 아냐. 현천궁의 수준 미달 얼간이의 노림수를 고려한다면 더더욱!]오악의 중심인 숭산이 아니다?
왜 그런 건지 이해가 되질 않아 고개를 갸웃했더니,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는 소리와 함께 설명이 내려왔다.
[현천궁 미달이 놈이 수미산을 격동시키고, 서역의 영산을 흔들어 놓았다고 했지? 그 힘이 진행되는 방향은 곤륜이고.]“대라마가 그리 이야기했죠.”
[그 미달이 놈이 이곳만을 고려했다면 숭산이 최적이긴 하지. 하지만 놈이 원하는 용맥의 흐름은 곤륜으로 힘을 보내 서역에서 온 힘과 연결시키는 거란 말이지. 이를 가정한다면 오악의 중심인 숭산은 적절한 위치일까? 아닐까?]“아… 아앗!”
뻗어나가는 힘은 방향성을 가진다.
그런 점에서 곤륜을 향해 용맥의 흐름을 이어낼 생각이라면 확실히 숭산은 적절한 위치라 할 수 없다.
아예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효율적이지 못하다.
곤륜산은 서쪽에 있다.
다시 말해서 중앙인 숭산보다 더 적절한 위치를 찾는다면, 오직 한 곳.
“동악…… 태산?”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것마저도 멸천회주가 은연중에 남긴 속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여나 용맥을 통해 뭔가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도 대륙만을 생각하고 움직였다면 철석같이 숭산이 중심이라고 여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대라마를 통해 서역 사정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천운이나 다름없었다.
[알았으면 어여 움직여라. 그 미달이 놈을 막으려면 한시가 급하다.]크게 도움이 되어 고맙긴 한데, 끝까지 말이 험한 분이시다.
해서 복장을 다듬고, 예를 갖추며 물어보았다.
“감사합니다. 하면, 존재께선 어떤 분이십니까?”
[영보천존이다.]‘삼청?!!’
도가 최고 신격인 삼청의 하나.
이제 보니 신선 정도가 아니라 신이다.
그나저나 영보천존이라면, 저 성격도 왠지 이해가 되었다.
“아…… 그 삼청에서 제일 인기 없는 분…….”
[큿!] [……대단한 새끼.] [쩐다…….]좀 충격적이었는지 말을 아끼고 계시던 분들이 한마디씩 하신다.
뭐, 참고로 말하자면, 이번 건 천마 사부를 처음 뵈었을 때처럼 말실수한 거 아니다.
물론 말실수인 척하고 있는 거니까, 표정 관리 중이긴 하지만.
‘전적도 있잖아?’
이전에 이런 실수도 한 적이 있으니까 시도해 보는 거다.
[뭐? 뭐라고! 얌마, 뭐라고 했어? 내가 뭐?] [아니, 애가 말실수 하나 한 거 가지고 뭐 그리 난리십니까.] [야! 놔! 놓으라고! 아니, 저 새끼 당장 불러들여! 당장!] [아, 거 바쁜 애한테 그러는 거 아닙니다.] [참으세요, 참아요.]영보천존은 삼청 중 혼돈에 근원을 두고 있는 신이다.
한마디로 천마 사부과라는 것이다.
‘어쩌시려고요? 꼬우면 내려 오쉴?’
물론 좀 쫄리긴 하다.
당연히 나는 실수인 척 표정 관리 중이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삼청 망신 그만 시키고, 얼른 나와!] [아니, 방금 저 새끼가…….] [도덕경 모서리로 대가리 깨질 때까지 처맞아 볼래?]살벌한 목소리에 영보천존이 입을 다물었다.
도덕경 운운하는 걸 보니 왠지 떠오르는 분이 계신다.
“저기, 방금 그분은 혹시…….”
[태상노군이시다.]역시나 마찬가지로 삼청의 하나인 태상노군이시라고 어느 신선분이 알려주신다.
서열만 놓고 보면 영보천존보다 아래인 것으로 아는데, 오히려 끗발은 더 위인 느낌이다.
문제는, 기존 알려진 것과 달리 아무래도 저분도 한 폭력 하시는 것 같다.
‘아니, 이 정도면 사기 아냐?’
여러분 도가가 이렇게 개판입니다.
오늘도 선계는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당장 문제는 그게 아니다.
“태산…… 태산이란 말이지?”
그 먼 곳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걱정이다.
***
“하여간, 감이 떨어지는 인간이 너무 많단 말이야.”
지방의 관부는 황도의 상황이 완벽하게 개편된 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조만간 털어내야 할 작자들을 가볍게 찍어눌러 둔 뒤 적당한 공치사나 들을 겸 구파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앞으로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무림과의 인맥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하지만 중요도에 비해 어려움은 적었다.
“이야~ 언제 봐도 숭산의 절경은…….”
그렇기에 느긋하게 절경을 즐기며 산을 오르던 관중연이 갑자기 몸살이라도 난 듯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이 불길한 예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