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35
마탄의 사수 (135)
라이징-선의 본사로 귀환하는 것은 이제 자살이나 마찬가지인 길.
이하 또한 티칼의 운명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앞으로 다시는 티칼을 볼 수 없으리라. 이하가 그를 용서한다고 해도 라이징-선에서 그를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돌아갔어…….”
“돌아갔다! 라이징-선 새끼들 다 튀었어!”
“이겼어!! 대박!!!!”
“우아아아악!! 우리가 이겼어!!”
“와나, 아까부터 영상 찍고 있길 잘했다. 설마 라이징-선 새끼들이 지 입으로 패배했다고 말할 줄이야!”
그들이 돌아가자마자 주변의 유저들이 환호성을 질러 댔다.
라이징-선을 상대로 한 항거가 성공했다는 의미! 말하자면 혁명 영웅을 바라보는 소시민들의 입장과 다를 바 없었다.
“일단 헹가래부터 합시다!! 구름의 마법사라고요, 구름의 마법사!”
덩치 큰 유저 한 명이 이하의 팔, 다리를 붙잡았다.
거절하거나 당황할 새도 없이 빠른 그의 몸놀림에 바로 다른 유저들이 호응했다.
“어? 어어, 자― 잠까―”
“뜨는 해를 강제로 끌어 내린 석양의 무법자!!”
“반했어요!! 사랑해!!”
“잘생겼다!”
만세――!
“우아아악, 하, 하지 말아요! 내려 줘요! 아파!”
만세―――!
“초, 총! 머스킷 개머리판이 등 때린다고! 아악!”
부웅, 부웅, 이하의 몸이 공중에서 너풀거렸다.
당황스럽지만 역시나 기쁨이 큰 건 어쩔 수 없다. 이하도 자신이 이룩한 일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군대에서 배운 지식들이 쓸모없진 않았구나, 라는 생각 또한 어찌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단순히 폭탄과 트랩에 대해 알고 있다고, 또는 갖고 있다고 이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무기와 지식들을 어떤 장소에서, 어떤 상황에 써먹느냐가 훨씬 중요하니까.
“이제 내려 주세요!”
헹가래를 몇 번이나 하고 겨우 땅에 발을 붙인 이하.
기쁨과 안도감, 저렙들의 영웅이 되었다는 것을 즐길 새도 없었다.
“대바아아악!! 구름의 마법사님!! 님!! 저랑 친추 좀!!”
“어떻게 한 거예요? 그 무기 뭐예요? 어떻게 그렇게 멀리서 공격해요?”
“님 영자랑 친구죠? 아니면 말도 안 됨.”
“하이하 맞죠? 하이하? 친추할게요!”
“자, 잠시― 잠시 만요! 꾸왁!”
인터넷에서 지대한 관심을 이끌었던 영웅을 눈앞에서 본다면?
그들이 우르르 몰려드는 것도 당연지사. 그들은 이하를 압사시킬 각오로 몰려들고 있었다.
정신없이 몰려들어 말을 거는 사람들에, 띠롱― 띠롱― 하며 뜨는 친구추가 창.
심지어 귓속말까지 붕붕거리며 날아들고 있었으니…….
“하이하 님! 이리로!”
“얼른 오세요!”
“마츠시게 님! 마메하나 님!”
순간적으로 나타난 마츠시게가 구세주처럼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손 뻗으세요!”
마츠시게의 말에 이하는 반사적으로 팔을 뻗었다.
키만큼 팔도 긴 마츠시게가 이하의 팔을 붙잡고 강제로 부웅―!
유저에게 그야말로 ‘포위섬멸’당할 뻔한 이하는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우선 장소부터 옮기죠. 파티 하시겠어요? 매스 텔레포트 스크롤 쓸게요.”
“매스― 네? 네! 하여튼 일단 여기부터 좀 빠져나가요!”
마츠시게와 마메하나, 그리고 이하는 달리며 파티를 맺었다.
뒤에선 유저들이 좀비마냥 달려들어 이하의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이, 이거 연예인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어쩌면 미들 어스 저레벨들에겐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끄는 게 이하였으니 이런 반응도 당연했다.
“빨리 가, 맛 짱! 뒤에― 뒤에 사람들이 나 붙잡겠어!”
마메하나가 울먹거리며 앵앵거려 보지만 유저들의 외침이 훨씬 컸다.
“구름의 마법사님! 저랑! 저랑도 파티 좀!”
“쩔 좀 해 주세요!”
“님 레벨 몇이에요? 그 사람들은 누구?!”
“갑니다!”
슈와아악―――!
그리고 마침내 마츠시게가 스크롤을 찢었다.
세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남은 유저들의 발걸음도 자연스레 멈추게 되었다.
“아씨……. 방금 그년놈들 누구임?”
“사생팬인가? 파티도 맺었던데.”
“같은 길드도 아닌 것 같드만 시발놈들이 우리 구름의 마법사님 독점하네.”
물론 이하를 데려간 두 사람에게 욕을 퍼부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럼 이제 라이징-선은 어떻게 되는 거래요?”
“구름의 마법사님한테 다 터졌으니 해산?”
“헐 대박……. 이제 사냥하면서 도망 안 다녀도 되는 거임?”
그러나 화풀이도 잠시, 이하가 사라진 자리에서도 유저들은 해산하지 않고 삼삼오오 자신들의 의견을 털어놓았다. 장밋빛으로 반짝이게 될 저레벨 구간을 희망하며.
* * *
“후아아……. 진짜 무서웠어, 맛 짱! 사람들이 그렇게 막―! 후와아아…….”
“괜찮아, 하나 짱?”
마메하나가 콩닥거리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며 주저앉았다.
이하는 마츠시게, 마메하나와 함께 도착한 공간부터 둘러보았다.
침대에 의자까지 있는, 제법 아늑해 보이는 집이었다.
‘집……? 두 사람 결혼했나? 그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니.’
애칭으로 부르는 것도 그렇고, 기사도니 어쩌니 할 때도 그랬지. 어쩌면 현실의 애인이나 부부 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이하 님은 괜찮으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네요. 설마 모습을 드러냈다고 그런 반응이 나올 줄이야…….”
“하핫, 그렇죠. 하이하 님은 이제 영웅인데요. 아이디는 몰라도, 요즘 미들 어스 유저 중에 [석양의 무법자], [구름의 마법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걸요?”
“에이, 무슨……. 아니에요.”
사실 맞아요.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왔으나 이하는 겨우 겸손한 척을 했다.
맞지! 천하의 라이징-선, 랭커들도 건드리지 못한 길드와 사생결단을 냈는데!
‘다들 같은 이유였겠지. 랭커들이 라이징-선을 건드리지 못한 건, 역시 바퀴벌레처럼 너무 많으니까. 잡아도, 잡아도 또 나오니까.’
그래서 이하는 발상을 다르게 하지 않았던가.
잡으면 잡을수록 튀어나와? 그러면 한군데로 유인하여 몰아 놓고 모조리 태워 버리면 된다.
단, 조건도 있다. 스스로 미끼가 되어야 하며, 미끼가 될 만큼 ‘약한 사람’이 싸움을 걸었을 때나 가능하다는 것.
‘즉, 내가 저렙이어서 통한 거지.’
흐흐, 이하는 헤벌쭉 벌어지려는 입을 가까스로 통제했다.
“마츠시게 님은 그동안 렙업 많이 하셨어요? 여긴 어디예요? 두 분의 보금자~ 리~?”
“…….”
이하가 은근슬쩍 장난을 걸어 보지만 마츠시게는 답하지 않았다.
잠시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볼 뿐. 그의 눈에 초점이 사라진 기분이 들었다.
“마츠시게 님?”
“헤엣, 아, 아녜요! 저랑 맛 짱의 보금자리라니! 그냥, 그냥 아지트 같은 거예요!”
마츠시게에게 말을 걸었건만 대답은 마메하나에게서 나온다.
“그치, 맛 짱?”
“아? 아, 네. 네. 코볼트 부락은 이제 벗어났죠. 하하.”
“응?”
한 박자 느린 대답이다. 렙업 많이 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인가?
마메하나가 마츠시게를 물끄러미 바라보자 그제야 마츠시게도 허둥지둥 손을 저었다.
“아, 아! 보금자리?! 물론 저야 하나 짱에게 끝없이 구애하고 있지만 아직은― 꾸엑!”
“시, 시끄러, 맛 짱!”
마메하나가 마츠시게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이하도 피식 웃게 만드는 두 사람의 행동은 여전했다.
“그나저나 하이하 님은 어떻게 된 거예요? 셰이무어에서도 엄청났지만…… 동영상만 봐도 장난 아니던데. 보이지도 않는 위치에서 쏘셨잖아요.”
“웅, 웅. 맛 짱이랑 저도 엄청 놀랐다고요! 라이징-선과 싸우는 게 겨우 한 사람, 그것도 우리가 아는 사람이었다니!”
“하핫, 뭐, 보이지도 않는 거리는 아니었어요. 잘 숨어 있었을 뿐이죠.”
“그래도! 그래도! 그 사거리는 진짜잖아요! 그쵸? 막 100m도 넘고 그렇던데!”
마메하나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이하에게 다가와 니들 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새하얀 피부에 동그란 눈. 확실히 인형처럼 생긴 외모이기는 하다.
이하는 자연스레 다가오는 마메하나를 보며 그냥 피식 웃고 말았다.
‘자, 일단 혼란스러운 곳은 빠져나왔고, 마츠시게네 집에서 나간 다음에 수도로 가면 되려나. 으, 얼굴이 팔린 게 문제야. 잠잠해질 때까지 가면이라도 써야―.’
부욱―.
마메하나를 바라보며 향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이하.
그가 보는 앞에서 마메하나는 스크롤 하나를 찢었다.
“응? 뭐하세요?”
“헤헷, 아무것도 아녜요.”
“뭐가…… 아무것도 아니―.”
“웨폰 브레이크!”
“어? 어어―!”
일이 벌어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 * *
마메하나를 향해 고개를 돌린 일순, 마츠시게의 스킬이 발동되었다.
그의 검이 이하의 팔을 뱀처럼 감으며 파고들었다.
노리는 곳은 이하의 목? 가슴? 그게 아니다. 마츠시게의 검이 향한 곳은 이하의 머스킷, 니들 건이었다.
멜빵끈을 끊고, 총열이 반 이상 잘려 나간 이하의 머스킷은 다음 순간 마츠시게의 손으로 옮겨졌다.
“휘유, 한 방에 부서지진 않네. 아직 스킬 렙이 낮아서 그런가.”
“뺏은 게 어디야, 맛 짱.”
“무…… 무슨? 무슨 짓이에요, 마츠시게 님? 마메하나 님? 굉장히 기분 나쁜 장난인데요?”
무기를 강탈당했다. 이 무슨 황당한……?
이하는 아직까진 조심스런 말투를 취했다.
그러나 마츠시게와 마메하나의 기세가 바뀐 것은 이미 느끼고 있었다. 이하의 손이 슬금슬금 가방으로 이동했다.
“하아암, 기분이야 나쁘든 말든 우리가 알 바 아니고. 어차피 당신은 총 없으면 허수아비잖아? 아, 스크롤 꺼내도 소용없어 공간도 잠가 놨으니까.”
마츠시게가 저벅, 저벅 달려가 문 앞에 기대어 섰다.
한쪽 눈을 찡그러뜨리며 인상 쓰는 그의 표정이 아까와는 180도 다르다.
“……너네 뭐야, 라이징-선?”
“어이, 어이! 말조심해. 그런 무식한 새끼들이랑 우리를 비교하면 안 되지.”
“그럼 뭔데?”
라이징-선이 아닌 건 알고 있다. 그 녀석들이 이런 술수까지 쓰진 않으니까.
욱일기를 내보이며 플레이해야 하는 게 그들의 강령이었지.
마츠시게, 마메하나는 애초부터 그런 모습 따위 보이지 않았다.
하물며 코볼트 부락에서도, 방금 티칼과 상대할 때에도 이들이 라이징-선의 일원처럼 보이진 않았다.
“흐, 우리 정체가 뭐냐는데, 하나 짱?”
“흐으응, 알 필요 없잖아? 어차피 곧 죽을 사람이 말이야. 아참! 맛 짱, 아까 오카상이 뭐라고 하셨어? 시작하라는 말 말고.”
“잡았다고 했더니 일단 기다리라고 하시던데. 그쪽 대가리가 온다고.”
“헤에, 조건 변경으로 한 건가?”
“그렇겠지? 뭐, 그렇게 혹독하게 당했으니 제 손으로 복수하고 싶나 보지. 잘됐어. 덕분에 오카상이 20% 더 올렸다고 하시더라.”
“꺄륵, 혼또? 혼또니?”
“그.러.니.까, 하이하 당신은 말이야…….”
즐거워하는 마메하나의 옆을 스치며, 마츠시게가 이하를 향해 검을 겨눴다.
“조용히 있어 주기만 하면 돼. 지금처럼.”
마운틴 셰이무어에서 처음 봤던, 지극히 친숙하고 얼빵한, 동시에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는, 이하에게 아주 익숙한 그 얼굴로.
쿄쿠지츠가 의뢰했던 염탐꾼들. 무려 셰이무어 산맥, 코볼트 부락에서부터 이하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던 또 다른 길드의 인원들이 이빨을 드러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