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482
마탄의 사수 외전 (131)
“벌써!?”
엔정은 경악했다.
그들이 퀘스트를 부여받은 지 고작 일주일가량이 지났다는 걸 생각한다면 너무나 빠른 속도였다.
‘2주가 지난 나조차도 아직 절반의 달성률에 도달하지 못했건만…….’
엔정 자신도 쉬지 않고 미들 어스를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모의전 때만큼 쉬지 않고 플레이할 순 없었으나 가능한 최선을 다한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키드와 루거는 저렇게 앞서가는가.
‘하이하가 말한 격차는 한 달. 즉, 앞으로 2주의 시간이 더 지난 다음 저들에게 퀘스트가 부여되었어도…….’
엔정은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도 저들이 먼저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이미 한 달 이상 시간이 지나며 피로가 누적된다면 최근 2주처럼 플레이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그사이 키드와 루거는 완벽하게 퀘스트를 클리어해 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 아닌가.
“하, 하하핫……”
엔정은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웃어 버렸다.
‘역시…… 역시 삼총사라는 건가. 존재감이란 이런 식으로 나타낼 수도 있는 거로군. 단순히 공정하게 시작해서 앞지르기만 하는 것 외에도―.’
뒤늦게 출발해서 역전해 버리는 것.
존재감을 살리는 방법에는 이런 방식도 있다.
어떤 의미로 그것이 더욱 임팩트가 크다고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지식으로는 알고 있으나 경험하기 전까지 깨우치는 건 쉽지 않다.
엔정은 키드와 루거에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를 몸소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써먹으리라 다짐했다.
‘언젠가. 내가 언젠가 키드와 루거 그리고 하이하…… 당신들 이상의 활약을 보여 주는 게―.’
나의 목표다.
‘그 전에 당장 포럼에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한 이런 방법은 게임 내외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미들 어스에서 배운 걸 현실에 적용하고, 현실에서 배운 걸 미들 어스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엔정은 성장해 가고 있었다.
불타오르는 엔정과 달리 데베베치는 퀘스트 창만 확인하곤 갈 길을 갔다.
‘뭐, 어차피 내가 노리는 스킬도 아니고. 실력이 있는 사람이 먼저 깨는 거야 당연한 일이니까.’
아직까지 그들과의 격차가 있다는 건 애초에 알고 있던 일이 아니었나.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게 아니었나.
그렇다면 현재가 어떻든 신경 쓸 게 아니다. 무엇보다 데베베치 자신의 달성률도 약 52%가량은 되었다.
앞으로 2주 안에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다고 단순 계산해 본다면…….
‘적어도 하이하의 한 달 격차 ‘이내’에 들어간다는 뜻.’
데베베치는 양팔을 높게 들곤 다시금 총기를 거머쥐었다.
허리춤까지 물이 차오른 이곳에서, 자칫 총기를 물에 빠뜨리기라도 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으니 조심하는 게 당연했다.
‘한 달 이상 나는 격차를 줄이기만 해도 훌륭하지. 한 걸음씩 가자.’
그는 정신도, 육신도. 조심스레 한 걸음씩 내디디며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르카노의 경우는 달랐다.
퀘스트 창에서 키드와 루거가 선택한 스킬에 취소 선이 덧그어지는 순간, 그는 좌절해야만 했다.
“젠장― 이래서는……. 어떻게 하필이면! 하필 그 두개를?!”
카르카노에게 있어서 우선순위 1번, 2번이었던 스킬을 루거와 키드가 획득해 버렸기 때문!
그 무엇보다 효율을 우선시하는 카르카노가 잠시 움직임을 멈춰야 할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드는 일이었다.
〈정령탄〉은 정령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해당 정령을 활용하거나 해당 정령의 기운이 풍부한 지역에서 스킬을 쓸 수 있다는 게 기본 조건이다.
즉, ‘통제’가 없는 스킬의 정령이 부여하는 조건 한 가지를 만족시키거나 ‘통제’가 있는 스킬의 주 정령과 통제용 부정령이 부여하는 각각의 [선결 조건], 즉, [선결 퀘스트]를 만족시켜야 하는 게 기본이다.
두 가지를 해야 하므로 ‘통제’가 있는 스킬은 아무래도 그 난이도가 조금 더 낮긴 하겠으나, 양쪽 모두를 만족시켜야 하므로 결국 전체적인 클리어 난이도 자체는 유사한 편이었다.
결국 [불/물/땅/바람/전격] 다섯 가지 중 하나 또는 두 속성의 정령에게 인정을 받아 〈정령탄〉을 습득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지금 카르카노의 상황은 어떠한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나? 처음부터!?’
남아 있는 〈정령탄〉과 지금까지 자신이 해결하던 [선결 조건]은 하나도 이어지지 않는다.
즉, 2주 간의 노력이 몽땅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는 뜻이다.
패닉에 빠진 카르카노였으나 그는 언제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판단을 기본으로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하여 가장 확실한 루트를 찾아내는 데에는 세 사람 중 제일 빠르고 능하다.
당연히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사단 창을 여는 것이었다.
‘안 돼. 안 돼. 그럼― 데베베치와 엔정은? 어디서 뭘 하고 있지?’
친구 추가도 되어 있긴 했으나, 데베베치와 엔정 모두 친구 창에서의 위치는 비공개로 해 두었다.
하지만 기사단 창이라면 다르다.
비록 기사단원 입장에서 기사단장인 이하의 위치는 확인할 수 없어도, 그 외의 기사단원들 위치는 모두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데베베치가 저번에 있었던 장소와 지금의 장소를 보자면……. 그거구나. 그쪽 속성 때문에 여길 간 거야. 그리고 엔정은―. 젠장! 이 인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같은 장소에 있으니 역시 하나 뿐이야!’
두 사람의 위치가 대체적으로 무엇을 상징하는지 카르카노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노리는 스킬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유추해 내는 것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카르카노는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대로 있을 순 없다.
‘……어떻게 해야 하지.’
카르카노는 고민했다.
데베베치나 엔정이 선택했을 법한 〈정령탄〉과 관련된 선결 퀘스트들을 노린다?
‘그들도 바보는 아니야.’
누군가는 엔정을 바보라고, 데베베치를 독불장군이라 생각하겠으나 카르카노는 달랐다.
처음 입단 테스트 시절부터 두 사람이 보여 주었던 장기가 있다.
그 특장점 외에도 그들의 머리는 일반인들보다 훨씬 비상한 편이다.
‘현재 내 클리어율이 약 50.3%, 데베베치나 엔정도 비슷한 수준으로 했다고 본다면―.’
그들을 따라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겨 미들 어스 시간으로 15일 이상, 즉, 현실의 3일 이상을 로그아웃한 채 접속하지 못하는 사정이 생기지 않는 이상은 어림도 없다.
그리고 카르카노가 알기로, 데베베치나 엔정은 〈제2 합특〉에 입단한 이래로 단 한 번도 그 정도 수준의 로그아웃 기간을 유지하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후우우우우…….”
카르카노는 조심스레 호흡을 가다듬었다.
* * *
───────────────!
시티 가즈아의 워프 게이트 인근에서 연보랏빛이 번쩍였다.
빛의 잔상이 사라지며 나타난 건 이하였다.
평소라면 시티 가즈아의 성주이자, 랭킹 1위의 머스킷티어를 보며 워프 게이트 인근이 시끌벅적해졌겠으나 최근에는 그런 적이 거의 없었다.
“……사람이 더 줄었네.”
전쟁 위기를 감지한 유저들이 시티 가즈아에 대한 왕래를 끊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화 시에는 미니스와 퓌비엘의 사이에서 두 국가 간의 교류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쟁이 시작한다면 가장 먼저 위험해질 수 있는 도시.
퓌비엘 소속 유저고 미니스 소속 유저고 그러한 곳은 피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뭐, 비어드 브라더스 측을 통해서 나름대로 방비도 하고 있고……. 중요한 건―.’
현실의 24시간 하고도 약 5시간을 꼬박 쏟아부었다.
미들 어스 시간으로 무려 6일 동안 류드밀라의 메모리얼 던젼만을 돈 보람을 마침내 찾아낸 것이다.
“그 표정을 보니 찾아낸 겁니까.”
“응? 키드?”
이하의 마음을 읽고 있다는 듯 키드가 다가오며 웃었다.
그의 곁에선 루거도 걷고 있었다.
“퉤, 아깝구만, 아까워. 그놈의 블랙 베스 내가 그냥 콱― 해 버렸어야 했는데.”
낄낄거리며 장난치는 두 사람을 보고 이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티 가즈아라면 그들이 있어도 이상한 도시가 아니지만, 그들도 한창 바빠야 할 시기가 아닌가.
“아니, 두 사람 다 어쩐 일이야? 지금쯤이라면 퀘……”
물론 두 사람이 굳이 시티 가즈아까지 찾아온 이유 또한 바빠야 할 이유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스트를 깼네?! 엥?”
이하는 자신이 부여한 퀘스트에서 두 개의 스킬에 취소 선이 그어진 것을 보며 경악했다.
오늘을 기준으로 해도 그들에게 퀘스트를 부여한 건 고작 8일밖에 안 되었다.
〈정령탄〉 습득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어야 한다고 여겼으므로 이하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아무리 빠르게 클리어해도 열흘 이상은 노력해야 할 거라 생각했건만…….
“어제 했다, 어제! 크흠, 클리어한 김에 네 녀석에게 [각인 삭제] 관련 힌트나 좀 줄까 싶어서 선심 쓰려 왔더니만.”
실제로는 7일 만에 클리어했다는 걸 강조하는 루거와 키드 또한 이하를 보며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당신도 고작 6일 만에 알아낸 겁니까.”
류드밀라의 메모리얼 던젼은 가짓수가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의 스토리가 길다.
하물며 〈각인을 지우는 방법〉에 대한 것을 드러내고 표현한 적도 없다.
류드밀라가 이미 성인이 된 브라운, 엘리자베스, 브로우리스에게 건네는 말 하나하나마다 흩뿌려진 힌트를 찾아내고, 그것을 말미암아 조합해 보는 게 할 수 있는 전부.
엄밀히 말하면 루거와 키드도 방법을 알아냈을 뿐이다.
그들은 실제로 그에 해당하는 아이템을 만들어 본 적이 없다.
애당초 재료가 되는 아이템 또한 키드와 루거, 두 사람이 은근히 서로를 떠보는 식으로 정보 교환을 하여 알아낸 것이건만…….
―〈블랙 드래곤의 산성 브레스〉, 〈샤즈라시안 최북단 바다의 빙하에서 채취한 얼음 조각〉, 〈대주교급 이상 사제 직업군의 축복〉, 〈각인을 해제하고자 하는 자의 머리카락 또는 피부 조각〉.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담아 낼 〈전설급 이상의 용기容器〉와 그것을 해낼 수 있는 용기勇氣. 으으, 류드밀라가 마지막에 ‘용기’ 가지고 말장난하는데 뭔가 소름 돋더라. 어쨌든, 아이템 이름은 〈영혼을 끊어 내는 산성 포션〉. 맞지?
그 모든 것을 미들 어스 시간 6일 만에, 그것도 혼자 힘으로 해낸 이하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키드는 훗, 하며 모자챙을 스윽 눌러 눈을 가렸고 루거는 투덜거리며 이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굳이 ‘맞다’라는 대답이 없어도 그것이 그들의 확인임을 이하는 알고 있었다.
“이겼다고 착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6일도 되지 않아 해낸 거니까.”
“그래. 정확히는 4일하고 11시간이었지.”
“흐흐, 뭐야, 그래서? 지금 나한테 그거 자랑하려고 온 거야?”
이하는 웃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루거가 무슨 헛소리냐며 방방 뛰었다.
“탄 보급이다, 탄 보급!”
“뭐, 그런 이유도 없잖아 있었다는 걸 숨길 필요는 없습니다, 루거. 어제만 해도 하이하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 줄 거라고―.”
“닥쳐! 내가 언제― 네 녀석이 더 뿌듯해 했잖냐! 아이템을 알아냈으면 서로 비교해 보러 가자면서!”
“내,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습니까. 조사가 끝났는지 확인차 들러 볼 거라고 말했을 뿐―.”
“그게 그거지!”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며 이하는 크게 웃었다.
이하의 기분이 좋아진 이유는 단지 〈삼총사〉의 라이벌들이 퀘스트를 빠르게 해결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쨌든 카르카노 건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게 없겠지? 젠장, 처음부터 나한테 저렇게 알려 줬으면! 내가 굳이 그 자식 의심도 안 했을 거 아냐.
〈영혼을 끊어 내는 산성 포션〉을 만들어 내는 일은 보통의 노력으로 될 게 아니다.
미들 어스 내에서야 각인을 지운다, 정도의 개념이지만 그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입장으로서는 [거래 불가] 아이템을 [거래 가능]으로 만들어 주는 게 아닌가.
당연히 그러한 아이템을 만드는 것은 큰 고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키드와 루거가 이하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도 뻔한 것이었다.
―그렇게 말했다면 당신은 나를 100% 믿었을 거란 말입니까.
―키드 말이 맞아. 만약 우리가 알려 준 게 틀렸으면? 나중에 카르카노 그 자식한테 뒤에서부터 염산을 뒤집어쓴 채, 우리 탓이나 하면서 울부짖을 거냐?
미들 어스의 모든 것은 본인의 책임이니까.
조금 전까지 장난치던 동료들의 따끔한 발언을 들으며 이하도 잠시 움찔거렸다.
이하라고 모르고 있을 리가 없는 일이다.
그저 6일간 로그아웃도 못 하고 피곤했던 김에 투정이나 한 번 부려 본 것뿐.
―그리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 아이템을 만들어 블랙 베스에 뿌려 버리진 않겠지만…….
―그래, 널 믿게 만든 후― 예를 들어 〈국가전〉이 끝난 이후라도 얼마든 할 수 있는 일이지.
―쩝, 그 말도 맞기는 해. 당장 걱정할 게 아니라는 것뿐이지, 아직까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무엇보다 조합용 아이템을 획득하기 어렵다 하여 안심할 건 아니다.
이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도~ 〈아이템〉을 〈블랙 베스〉에 뿌린다, 라는 행위만 조심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적어도 필요 아이템과 필요 행위를 알게 된 이상, 카르카노가 그런 마음을 먹고 접근해도 피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나름대로 내 수익도 좀 있었지. 카르카노에 대해서 당분간 안심이라는 것 외에도…… [거래 불가] 아이템들 퓌비엘 보물 창고에서 좀 빼다가 팔 수도 있고. 아! 블라우그룬 씨 창고에서 몇 개 달라고 할까?’
블랙 베스의 각인을 지우기 위한 아이템에서, 자신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아이템으로 새롭게 인식을 바꾸고 있을 때.
────, ────!
이하의 곁에서 연보랏빛 두 개가 동시에 반짝였다.
서로 연락도 없이 같은 타이밍에 온 것인지, 이하의 곁에 등장한 인물들도 서로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키드와 루거마저도 짐짓 놀란 얼굴을 한 상황에서 이하만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블라우그룬 씨 그리고…… 화연아?”
둘이 동시에 자신에게 무언가를, 그것도 이렇게 다급히 알릴 만한 일이라면?
메탈 드래곤과 관련된 가장 큰 이슈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하이하 님, 베일리푸스 님이…….”
“나도 화정이에게 들었어. 여기서 할 말은 아니니 자리 좀 옮길까? 키드, 루거, 당신들도 온 김에 동석해. 블라우그룬 님, 텔레포트해 주세요.”
알렉산더에게 중대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루거가 ‘네가 뭔데 나한테 동석하라 마라―.’ 하며 투덜거릴 때, 다섯 사람의 모습이 모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