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542
마탄의 사수 외전 (191)
이하와 카르카노 그리고 블라우그룬은 바이카르 호수 인근에 모여 있었다.
정확히는 카르카노가 보어만을 발견했던 장소로, 바이카르 호수로부터 약 1.5k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그래, 이 정도 거리라면 확실히 보였겠어.”
〈독수리의 눈〉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식별이 가능한 거리다.
혹여 카르카노가 다른 사람과 착각한 건 아니었을까, 하는 가능성은 곧장 지워진 셈이었다.
“네. 애당초 모호한 정보였다면 스승님께 말씀드리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그, 그거야 그렇겠지. 네 성격상― 하여튼, 여기서 보어만이 사라지는 걸 본 거지?”
“네. 빛의 색은 짙은 보라색과 짙은 남색을 섞은 것 같았어요. 아직 들어가 보진 못했지만 에즈웬 교황청 [절망의 미래] 인던 색깔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제길…….”
이하는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애당초 바이카르 호수 지하에 기거하던 존재들을 생각한다면, 보어만과 그들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더 의심할 것도 없었다.
블라우그룬도 그런 이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런 마나도 탐색되지 않습니다, 하이하 님.”
“아마 어디로 이동하진 않았을 텐데― 블라우그룬 씨도 에즈웬 교국에서 보긴 봤죠?”
“저 또한 들어가 보진 못했습니다만…… 그 기묘한 마나에 대해서는 분명히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 호수 아래에서 그러한 마나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절망의 미래] 인스턴스 던전에는 아직 들어가 보지 못한 블라우그룬이었으나, 과거 ‘고대의 미들 어스’를 다녀온 이후 이하 자신이 말해 준 정보를 알고 있다.탐지 능력만큼은 베일리푸스 이상이라 봐도 좋은 블라우그룬조차 크툴루들의 낌새는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신과 마의 세계로 나뉘기 이전부터 존재했다면…… 능력 또한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제 능력으로 탐지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은 충분히 갖췄겠지요.”
몇 번이나 마나 탐지 기능을 사용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블라우그룬의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도 이하는 바이카르 호수를 노려보고 있었다.
보어만과 크툴루가 어떤 식으로 연관되는가.
그들이 무슨 짓을 꾸미려는 것인가.
보어만에 대한 처분은 라르크에게서 이미 충분히 들었다.
더 이상 오갈 곳 없는 유저의 입장에서 그가 앞뒤 생각 않고 일을 저지르리라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이하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미들 어스는― 그래도 유저가 관여하지 않으면 시나리오 진행이 되지 않아. 그래서 [절망의 미래]를 통제해 놓는다면 우선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였건만…….’
보어만이 크툴루와 함께 있는 상황 등이라고 생각한다면, [누적 절망]이 채워지는 것과 별개로 또 다른 시나리오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닌가.
과거 파우스트와 치요 등이 푸른 수염과 함께 있음으로 인하여 〈에피소드1: 다크 에이지〉의 진행 속도가 가속화된 것을 떠올린다면, 결코 불가능한 게 아니다.
“끄으응…… 답답해 죽겠네. 보어만 그 자식은 대체 뭔 짓거리를 한 건지, 원.”
즉, 보어만으로 인해 그들에게 어떠한 변화가 생겼다는 상황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눈으로 확인하는 거지만 이하조차도 쉬이 용기가 나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공격을 받으면― 대응조차 못 하고 끝난다.’
초월체에 대한 저항력이 있어 정신적인 [상태 이상]은 걸리지 않겠으나 그들의 물리력이 어떠한지 알 수가 없는 상태.
만약 빛과 같은 레이저 공격을 해 버린다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젤라퐁이나 〈플래티넘 쉴드〉를 사용해도 뚫어 버린다면.
보어만의 개입으로 인하여 과거와 상황이 달라진 이상, 〈하얀 죽음〉을 활용해 그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거나 협박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따위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들이 마왕 에얼쾨니히나 티아마트 이상의 적이라 가정한다면, 이하 자신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테니까.
“하다못해 확인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어떤 걸 확인하시려고요?”
마주할 수 있는 최악의 가능성들에 대해 떠올리던 이하에게 카르카노가 물었다.
“아니, 뭐, 보어만이 무슨 대화를 했다거나― 하여튼 어떤 관계로 그들이 맺어진 건지― 단순히 보어만이 크툴루에게 죽어 버렸다! 처치당했다! 라고 한다면 더 이상 걱정할 건 없겠지만―.”
“아, 그거라면 제가 말씀드릴 수 있죠.”
“응? 들었어?”
“네.”
카르카노는 아무렇지 않게 답했으나 이하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분명 보어만이 보이는 거리이기는 하지만, 소리를 듣는 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인가.
“너에게 원거리의 음향을 탐지하는 기술은 없을 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던 거지.”
블라우그룬조차도 호기심이 동해 물었다.
카르카노는 이하와 블라우그룬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제가 왜 바이카르 호수에 있었는지…… 저쪽을 한번 봐 주시겠어요?”
그러곤 바이카르 호수 방향을 가리켰다.
아직 지속되는 〈독수리의 눈〉 덕분에 이하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설마. 저거―.”
조금 전까지 아무것도 없었던 호수 위에, 사람 모양을 띤 액체가 만들어져 있었다.
그것은 이하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고 또 카르카노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했다.
과거 ‘고정된 마나’를 이용하거나, 1회 이상의 공격 이후 풀어져 버리던 때와는 또 달라진 상태.
“네. 〈푸른 산호초〉를 이런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저걸 통해서 보어만의 대화도 들었습니다.”
〈국가전〉 당시 압도적인 횟수로 〈푸른 산호초〉를 단련했던 게 마침내 빛을 발했다.
* * *
라르크는 미간을 찌푸렸다.
에즈웬 교황청에 모여 있는 유저들도 모두 비슷한 표정이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무기징역형을 청구하는 거였는데―.”
“이럴 줄 알았나요. 어쩔 수 없죠. 라르크 씨의 탓이 아녜요.”
신나라가 그를 위로했으나 라르크의 표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실제로 라르크의 책임은 아니지만 미니스 왕국의 소속으로서 또한 보어만에 대한 형벌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던 자로서, 그는 모종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중요한 건 보어만이 어떤 능력을 얻었냐는 점입니다. 크툴루의 말이 없어도 정황상 그가 그쪽 편에 붙은 게 확실해진 이상……. 가만히 있을 리는 없습니다.”
“쳇, 그렇다고 딱히 얻어 낼 정보나 단서도 없다는 게 문제지.”
키드와 루거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무슨 일은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인스턴스 던전이 통제되기 시작한 이후에도 몇 번이나 다녀온 그들이었으나, 아직까지 또렷한 정보를 얻어 내지 못 한 랭커들 모두가 죄책감과 책임감 등을 느끼고 있는 셈이었다.
이하 또한 마찬가지였다.
카르카노의 〈푸른 산호초〉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한 직후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바이카르 호수 내부를 탐색하는 일이었다.
태양도 닿지 않을 정도로 깊은 호수 바닥이었으나, 카르카노의 분신이 보는 시야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따라서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제일 큰 문제는 바이카르 호수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기도 하고.”
그곳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는 것.
몇 번이나 확인해 보았지만 크툴루를 비롯하여 이하 자신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었던 존재들은 없었다.
그들이 타고 왔다던 우주선의 기능인 ‘르뤼에’의 크기를 알고 있던 이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소름 끼칠 일이었다.
그 큰 덩치들이 어디로 숨었는지에 대한 건 차치하고, 결국 보어만으로 인하여 시나리오가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걸 뜻하는 것이었으니까.
“미니스의 모든 정보기관은 물론, 〈미드나잇 서커스〉에도 의뢰는 해 두었습니다만―.”
“아마 못 찾을 거예요. 바하무트까지 동원해 봤는데도 로페 대륙 전역에서 크툴루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드만.”
말을 꺼낸 라르크 자신도 이하의 말에 동의했다.
실제로 〈에피소드1: 다크 에이지〉 당시에도 푸른 수염의 행방은 물론, 치요와 파우스트 등을 찾기 위해 얼마나 많은 NPC 정보 길드들이 움직였는가.
그러나 에리카 신대륙으로 넘어간 이후는 당연하고 로페 대륙에 있을 때조차 그들을 완벽하게 찾아낸 적은 없었다.
즉, 그 이상의 사건이라고 봐야 하는 [절망의 미래] 관련 개체들을 그런 식으로 찾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무기력증이 퍼져 있는 회의실에서 유일하게 가벼운 발언을 할 수 있는 건 람화연이었다.
“어차피 정보들은 인던 안에서 알아내면 되는 거 아니겠어? 어쨌든 유저들의 무분별한 인던 도전은 막아 놓은 상태고― 랭커들도 가능한 1개 파티 이상으로 팀을 꾸렸을 때만 허가가 나게끔 해 두었으니…… 조직적으로 관리한다면 분명 유의미한 결과가 있을 거야.”
“시간이 문제겠죠, 시간이.”
“소수점 넷째 자리 기준으로 1.5285%일 때 제한을 시작해서, 현재까지 랭커들의 도전이 제법 있었지만 아직도 1.5286% 수준에 그치고 있어요. 확연하게 줄어든 속도만 봐도 알 수 있죠?”
불행 중 다행이라면 크툴루의 이동과 관계없이 인스턴스 던전의 리스크는 제어가 되고 있다는 점.
보어만이 크툴루 편에 서서 무슨 짓을 하든, 적어도 [절망의 미래]가 당장 [현실]에 발생해 버리는 일은 막아 낸 것이라 봐도 좋다.
“뭐, 천천히 죽어 가는 것도 죽어 가는 겁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망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어떠한 단서도 없는 상태라는 게 라르크의 불만이었다.
그 까칠한 태도에 람화연은 피식 웃었다.
평소라면 더욱 날카롭게 쏘아붙이는 그녀가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이유는 물론 따로 있었다.
“그래도 직접적으로 정보를 얻어 올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 거예요.”
미들 어스에 접속한 이후에 벌어진 일이라 미처 알 수 없었던 일이지만, 로그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람화연에게는 이미 도달한 소식이 있었으니까.
‘직접적인 정보’라는 단어에 라르크를 비롯한 유저들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뭔가 아는 게 있습니까?”
“제가 아는 건 없지만― 알 만한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죠.”
이번엔 이하도 궁금해졌다.
“어디? 화연이 너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직접적으로 인던을 돌지 못하면 정보의 출처가―.”
“그 어느 곳보다 정확한 곳이야.”
람화연은 자신이 알게 된 정보를 일러 주었다.
“구플사에서 임시 주총 관련으로 긴급 연락이 왔어요. 대놓고 말하진 않았지만…… 〈에피소드2: 르네상스〉 최종 콘텐츠 소비 시기 및 후속 조치 관련, 이라는 안건이 포함되어 있던데― 그게 무슨 뜻인지는 대충 이해 가죠?”
구플사의 임시 주주총회 소집 메일을 보자마자 그녀는 수상함을 느꼈다.
임시로 소집하는 것치고는 별다른 내용도 없는 주주총회에서, 하물며 게임 내 콘텐츠와 관련된 안건을 올려 두었다?
이하는 그녀의 행동에 눈을 끔뻑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정작 주주인 동시에 해당 메일을 받은 이하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으나, 메일을 받지 않아도 람화연의 발언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정보는 확실했다.
“……회사 차원에서 뭔가를 알려 주겠다…… 이거야 원, 좋다면 좋은 소식이지만―.”
“바꿔 생각하면 이번 [절망의 미래]가 그 정도 수준으로 힘겹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오빠도 짐 챙겨. 출국 준비하려면 빠듯할 거야.”
결국 구플사를 다녀온 이후에 많은 것들이 결정 나리라.
“어? 어어?”
람화연의 발언에 이하는 어리둥절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자, 잠깐만― 구플― 미국? 미국에 가는 거야? 아니, 그 전에 크툴루 알들에 대해서도 한 번 보긴 봐야 하는데―. 무엇보다 내가 그런 자리를―.”
“오빠도 꽤 유명한 주주니까. 그리고 미들 어스를 플레이할 여유 시간도 있어. 주총 소집일이 일주일 후니까. 3일 정도 있으면 출발할 수 있지?”
람화연은 당황한 이하를 빠르게 제압했다.
이하가 잠시 넋을 잃고 멍하니 있는 와중, 루거가 기지개를 켰다.
“주주라면 참석 가능이라……. 크크, 좋군.”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읊조리며 그는 이하와 람화연을 번갈아 보았다.
키드는 그 와중에도 종이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러곤 곧 그것을 작은 쪽지 형태로 접어 람화연에게 건넸다.
“그때 말한 겁니다.”
많은 설명은 필요 없었다.
람화연은 씨익 웃으며 쪽지를 주머니에 고이 넣었다.
미국으로의 출국까지 앞으로 3일, 미들 어스의 시간으로 13일 남짓한 시간이 남은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