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668
마탄의 사수 외전 (317)
람화연은 놀란 눈으로 광산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이미 지금 저 안에 파이로 씨가 있는 거라고요?”
“그렇습니다.”
“화염 내성이야 당연히 100%가 넘었을 테고― 아니, 애당초 본인의 스킬이라 피해를 입지 않는 개념이긴 하겠지만…….”
카렐린의 답변을 들으면서도 람화연은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광산의 입구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은 도대체 무엇인가.
붉고 또 노란 화염이 광산 밖으로 빠져나오기 무섭게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다.
심지어 그러한 반응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건, 아직도 〈염왕〉 파이로가 내부에서 스킬을 사용 중이라는 뜻이 아닌가.
“드워프들은 원석을 녹이는 게 아니라 흙이 먼저 녹아 버릴까 걱정할 지경이더군요. 녹는점이 웬만한 광석보다도 높을 텐데 말이죠.”
카렐린은 석연찮은 표정으로 광산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현재 보유한 채굴 도구를 활용해서는 원석을 캘 수 없다는 것까지는 알았으나, 이런 ‘무식하고 위험한’ 방법을 써야 하는가, 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았기 때문이다.
“흐음……. 하긴, 애당초 저런 광물이 포함된 광산이니까요. 오히려 흙이 먼저 녹아 용암이 되어 흐르고 나면, 남아 있는 게 원석이 될 테니 구분하기 쉬우려나? 설령 그렇게 원석만 남게 되어도 캐내는 건 또 문제가 되겠지만요.”
물론 람화연은 흥미 본위의 시선을 보낼 뿐.
그녀는 파이로를 믿고 있었다.
“만년한빙. 없어. 녹여야. 해.”
정확히 말하자면, 원석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파이로의 열기가 필요할 거라고 말한 자신의 동생, 람화정의 판단을 믿고 있는 것이었다.
파이로가 이곳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람화연이 이곳에 온 이유 또한 그 때문이었다.
‘샤즈라시안 연방 측의 드워프들도 그렇지만 우리가 보낸 드워프와 광부들도 하나같이 같은 답변이었어. 만년한빙이라는 장해물은 없어졌다지만 아직까지 그 모든 냉기와 함께 형성된 원석들은 일반적인 타격으로 채굴 불가라고 했었지.’
람화정이 〈최초의 물방울〉이 되며 그곳에 있던 [만년한빙]을 모두 흡수했다.
그러나 [만년한빙]이 사라진 것뿐이다.
줄곧 냉기 속에 얼어 있던 광물은 함부로 캐내기 어려운 것.
그렇다면 충분히 가열을 하여 원석과 주변의 흙, 광물 등을 전부 녹인 후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만년한철’을 사용할 수는 없을까.
람화연은 람화정에게 물었고 〈최초의 물방울〉은 그 방법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해 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파이로의 ‘열기’가 만년한빙의 기운을 흡수한 만년한철까지 모조리 녹여 버리는 것뿐.
화르르르륵────────…….
“저 정도면 될 것 같아, 화정아?”
광산의 입구만 해도 오우거나 트롤 등 일반적인 대형 몬스터 대여섯 마리가 동시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크다.
그런 입구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불길은, 산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며 그 생명체가 분노에 차 화염을 토해 내는 모습처럼 보일 지경이 아닌가.
“부족해.”
그럼에도 람화정은 고개를 저었다.
“화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입니까.”
“응. 불꽃. 아니야.”
“음? 불꽃이 아니라는 말씀은―.”
“색깔. 약해.”
카렐린의 물음에 그녀는 곧장 답해 주었다. 그러나 카렐린은 곧장 이해하지 못했다.
파이로와 같은 ‘불꽃술사’ 람화연도 마찬가지였다.
“색깔…….”
치솟는 화염의 색깔은 불긋하기도 한 동시에 노란 부분도 일부 있다.
살아 춤추는 것처럼 정신없이 변화하고 있지만 어쨌든 두 가지 색깔 자체는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붉은색과 노란색이 약해서 안 된다는 건…… 아하.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는데.’
온도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온도를 높이는 방법이란 결국 하나뿐.
‘그걸 〈스킬〉 같은 개념으로 해낼 수 있는 건가? 으음…….’
람화연이 고민하고 있을 무렵 카렐린도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샤즈라시안의 〈바람술사〉들을 불러 공기를 주입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겠군요.”
“으음,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될 거예요.”
순수한 산소를 주입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당연히 미들 어스 내에서 기체의 종류를 골라 주입하는 스킬 따위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결국 ‘색’과 관련된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카렐린도 곧 그 문제에 대해 눈치챘다.
“하긴…… 으음, 두 가지 측면에서 다 변화가 있어야 할 텐데 그걸 그리 쉽게는―.”
“그게 아마도…….”
람화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파이로 씨가 해결해야 할 문제겠죠.”
[만년한빙]은 없앴다.만년한빙에 의해 숨겨져 있던 [만년한철]을 꺼내어, 그것을 새로운 무구로 만들기 위해서는 파이로의 각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카렐린도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이면 빨리 해 줬으면 좋겠군요.”
비단 샤즈라시안 연방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함뿐만 아니라, 앞으로 닥칠 대륙의 위기를 위해서라도.
그의 각성이 더욱 촉구되리라.
“어쨌든 저희도 저희 나름대로 새로운 방법은 찾아봐야죠. 카렐린 씨도 또 다른 변화 있으면 연락 한 번 주세요.”
“무―울론입니다. 걱정 마시죠, 람화연 씨.”
카렐린은 어색한 미소로 답했다.
파이로가 광산에 찾아왔다는 사실을 즉각 알리지 않았던 걸 은근하게 탓하고 있음을 그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는 것이다.
“그럼…… 화정이, 너는? 이제 어디로―.”
“아르젠마트.”
람화정의 머리 위에 난 작은 뿔이 쫑긋거리며 움직이자마자 그녀의 모습은 사라졌다.
람화연 또한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가려는 찰나, 그녀의 머릿속에 또 다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연아! 있네? 푹 쉬었어?
―오빠! 이제 접속한 거야? 어디야?
―접속? 접속은 아까 했지. 오자마자 캐슬 말티제 들러서 관리하고 지금 시티 가즈아 가는 길에―.
―내성 집무실에서 만나. 바로 갈게.
―으, 응? 알았어.
이하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그의 연인은 곧장 텔레포트했다.
“후우…… 이거야 원. 대통령직이 말이 좋아 대통령이지.”
〈국가전〉 패배의 책임은 이토록 무거운 것인가.
사실상 ‘내정간섭’이라 봐도 다름없는 람화연의 행동에 아무런 반박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을 통감하며, 카렐린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 * *
이하가 로그인한 것은 람화연이 만년한철 광산에 도착하기 조금 전이었다.
“뭐…… 크라벤 선단들도 다 떠났고, 그에 따라 선원들도 뿔뿔이 흩어졌으니 어차피 이렇게 될 줄이야 알았지만―.”
가장 먼저 한 일은 캐슬 말티제의 세입, 세출표 확인 및 도시 관리였다.
르뤼에의 부상을 막은 것은 물론, 르뤼에가 현재 해수면 아래에 고정된 상태라는 것까지 확인한 이후, 드레이크가 선장을 맡았던 크라벤 남부 해역 탐사 선박들은 모두 자국으로 복귀한 상태.
〈국가전〉이 끝난 직후부터 캐슬 말티제의 항구는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복작거렸던 것에 비한다면 지금은 말 그대로 파리만 날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동안 거둔 수입이 어마어마해서 당분간은 문제가 없긴 한데…… 고정 수입원이 사라지게 된 건 아쉽군.’
아직 캐슬 말티제의 금고에는 1만 골드 이상의 잔고가 있다.
당장 들어오는 세금이 줄었다 해도, 지출이 그리 많지 않은 도시이므로 1만 골드가 0으로 떨어질 때까지 몇 년 이상을 버티는 데에는 무리가 없을 터.
‘하지만 아쉽단 말이지. 1만 골드면 거의 11억 원인데.’
이걸 벌기까지 걸린 시간이 미들 어스 시간으로 고작 몇 달, 현실의 시간으로는 한 달 남짓한 수준이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람화연은 문자 그대로 ‘대박이 터질 수 있는 도시’를 이하에게 선택하게끔 만들어 준 셈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람화연조차도 캐슬 말티제가 이렇게 빨리 시들어 버릴 줄 몰랐다는 것.
그 원인은 당연히 르뤼에의 부상을 막아 냈기 때문이므로 그것에 대해 불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르뤼에를 좀 천천히 발견하고…… 떠오르는 걸 좀 천천히 막았으면 괜찮았으려나. 이럴 줄 알았으면 미니스 쪽에서 캐슬 말티제 말고 다른 도시로 달라고 하는 게 나았을지도― 아, 이제 와서 교환해 달라고 하면 당연히 화내겠지?”
화내는 정도가 아니라 〈미니스와 퓌비엘 간 전쟁〉이 다시금 발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일반적인 상점에서 산 물건도 교환 및 환불이 어렵거늘, 전쟁 배상금 대신 받은 도시를 바꿔 달라고 하는 뻔뻔한 발상을 떠올린단 말인가.
“차라리 르뤼에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으면 한몫 잡으려는 유저들이…… 아?”
이하는 한숨을 내쉬다 말고 무언가 깨달았다.
캐슬 말티제가 인기가 좋았던 이유가 무엇인가.
크라벤 남부 해역 탐사를 본격적으로 하려는 로페 대륙 전역의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레이크’로 대표되는 공식 탐사 선박들만이 이곳에 들른 게 아니다.
일반 유저들도 르뤼에와 유사한 것이라도 찾는다면 그 제보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그로 인하여 선박을 보유했거나 빌린 유저들 상당수가 이곳에 온 게 아니었던가.
‘르뤼에를 멈춰 세우긴 했지만…… 대다수의 유저들은 결국 르뤼에를 본 적조차 없는 거지. 그게 실존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거야.’
그렇다면 적어도 궁금하지 않을까.
호기심이라도 갖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르뤼에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유저들은 물론, 그저 로페 대륙에 이런 사달을 낸 ‘장본인 격’의 물체를 구경이라도 하고 싶어 하지 않을까.
“저기, 르뤼에 해역은 잘 표기되어 있죠?”
“그렇습니다, 성주님.”
“그럼…… 여기서 르뤼에 해역까지― 어, 그러니까 육안으로 딱 확인할 수 있을 정도만? 너무 가까이는 가지 않되, 볼 수는 있는. 그런 지점까지 최단거리 왕복으로 기간 한번 계산해 주실래요?”
“예? 그것을 어디에 쓰시려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집사 NPC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이하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이하가 할 말은 하나뿐이었다.
“관광 상품으로 만들려고요. 그것도 오래가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한두 달은 또 이곳을 북적북적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캐슬 말티제의 공식적인 상품이 되어도 좋다.
또는 눈치 빠른 몇몇 유저들이 자신들만의 관광 상품으로 만들려 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출항하는 장소가 여기인 이상…….’
사업자들이 많아지고 그 고객들이 늘어날수록, 전체 ‘플랫폼’의 효과를 가진 캐슬 말티제의 수입은 늘어날 테니까.
“으흐흐, 이 정도면 화연이도 인정할 법한― 아 혹시 연계해서 또 무슨 사업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우선 그거 계산 끝나면 연락 주세요! 저는 시티 가즈아에 있겠습니다.”
“그, 그것이― 예! 알겠습니다, 성주님!”
캐슬 말티제의 도시 총괄 보조 NPC는 당황한 가운데에서도 이하의 명령을 제대로 입력받아 행동을 개시했다.
슈와아아────!
이하도 거기까지의 일을 마치고서야 시티 가즈아로 이동할 수 있었다.
물론 로그인할 때부터 마음먹었던 [티아마트 메모리얼 던전]을 겪어 보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역시 람화연을 불러 이러저러한 대화를 나눈 다음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 전에 스탯도 정리를 한 번 하긴 해야겠지? 우선 관찰판으로 움직이긴 하겠지만…….”
람화연과 대화를 하고 [티아마트 메모리얼 던전]에 들어가기 전 할 일도 있다.
[영계]까지 가면서 획득했던 수많은 업적은 물론, 블라우그룬을 원시룡으로 만들며 획득한 업적들도 있다.〈블랙 베스〉를 깨우며 레벨 두 개가 오른 시점에서도 이하 자신은 딱히 스탯조차 건드리지 않았던 걸 고려한다면 현재 쌓여 있는 포인트는 도대체 몇 개나 될 것인가.
‘으음…… 복잡하구만. 우선 화연이랑 얘기부터 끝내고, 메모리얼 던전 가면서 정리해야겠다.’
당장 부족한 스탯이 없다 보니 쌓아 놓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 이하로서는, 추가 스탯 포인트란 그저 귀찮기만 한 일일 뿐.
미들 어스 유저 중 가장 사치스러운 생각을 하며, 그는 람화연을 불렀다.
―화연아! 있네? 푹 쉬었어?
―오빠! 이제 접속한 거야? 어디야?
―접속? 접속은 아까 했지. 오자마자 캐슬 말티제 들러서 관리하고 지금 시티 가즈아 가는 길에―.
―내성 집무실에서 만나. 바로 갈게.
―으, 응? 알았어.
그리고 람화연의 답변을 들으며 이하는 어쩐지 불길함을 느꼈다.
‘목소리가…… 뭔가…….’
날카롭다. 날이 서 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것일까.
‘딱히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왜 화가 났지?’
[영계]에서 복귀하는 게 다소 늦은 감은 있었지만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었는지에 대해서는 람화연에게도 개략적으로 말을 하지 않았던가.람화연은 그런 이하를 십분 이해하고 그 이야기는 사실상 종결된 상태다.
그렇다면 로그아웃 이후 첫 로그인을 한 이제 와서 새롭게 꺼낼 이야기는 없어야 정상이 아닌가.
끼이이이익──────…….
집무실에 들어선 이하의 앞에, 이미 도착한 람화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티 가즈아의 성주보다 더욱 성주다운 면모를 풍기는 그녀는, 이하를 향해 날카로운 눈초리를 빛내며 물었다.
“이제 한 달 보름 정도 남았어. 준비는 잘 되고 있는 거야? 왜 말이 없어?”
약 45일에 대한 이야기를 그녀가 꺼내는 와중에도 이하는 깨닫지 못했다.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한 달 보름? 그―.”
르뤼에? 절망의 미래?
원시룡? 티아마트?
에고 웨폰? 샤즈라시안 북부?
어퍼 어스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 탐색? 태초의 무언가?
미들 어스 내의 온갖 콘텐츠에 대하여 생각하다 문득, 마침내 이하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람화연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직전’의, 이하의 머릿속에서 0.03초 만에 떠오른 번개 같은 생각이었다.
“결혼―! 은 당연히 준비 중이지, 화연아! 그걸 말이라고―.”
미들 어스 콘텐츠보다 뒤이어 생각난 사건은 바로 이하 자신의 결혼이었다.
물론 지금 이 순간까지 이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