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978
마탄의 사수 외전 (627)
이하와 김 반장은 전방 탐색용이자 동시에 간단한 원거리 무기를 사용할 정도의 공간을 마련한 ‘메인 마스트’ 위에 올라가 르뤼에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스트 높이가 대략 20m 정도 되던가?”
“아마 그럴 겁니다. 자세한 내용은 선장한테 확인해 봐야 하지만―.”
“그럼 은 쓰지 마라. 네 가 아무리 사거리가 길다고 해 봤자 당장은 먹힐 거리가 아닐 테니까.”
김 반장은 곧장 이하에게 조언했다.
무분별한 탄환 낭비는 과거 그가 ‘교관’이던 시절부터 강조했던 면, 그 시절의 ‘저격수 교육’이었으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탄환 한 발을 더 쏠 때마다 저격수의 생존률은 기하급수로 감소하니까.
“벌써 거리 계산을 끝내신 겁니까? 제 사거리도 정확히 모르시면서―.”
“그래 봤자지. 어차피 미들 어스는 지구를 토대로 한 행성에 가까운 거 아니냐. 그럼 대략 20m 높이 정도의 마스트에서 수평선 위의 르뤼에가 아슬아슬하게 보인다는 건…… 상호 간 거리를 대략 15km 전후로 잡을 수 있지.”
그리고 생존을 위해서라도 목표물과 자신과의 거리 그리고 자신의 무기로 최대의 효용을 낼 수 있는 환경 정도는 ‘눈 깜빡할 새’에 계산을 끝내야만 하니까.
김 반장이 먼저 운을 떼긴 했지만 이하 또한 김 반장과 같은 결론을 낸 상태였다.
물론 ‘저도 압니다’ 따위의 건방진 답변이 아닌 또 하나의 변수를 언급하는 것으로 이하는 전투를 준비하는 셈이었다.
“흐흐, 하지만 감염체 놈들의 비행 속도가 제법 빠르니까요. 이 선박에 비한다면 최소 다섯 배는 될 것 같던데.”
크라벤 왕국으로부터 빌려 온 쾌속선에 가까운 선박이라지만, 현대 선박에 비교한다면 턱없이 느린 속도라고 봐도 좋을 터.
추진력을 낼 수 있는 보조 장치까지 달고, 파도와 바람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보조 스킬용 아이템도 부착되어 있다지만 그것을 24시간 항행 내내 지속할 수 없다. 결국 최고 속도가 아닌 평균 속도로 따지자면 느릴 수밖에 없는 것.
“감염체 놈들이 다가와도 마찬가지야. 설령 놈들이 시속 60km가 넘는 속도로 비행한다 할지라도 볼트 액션 총기의 유효 사거리―. 아니, 네 녀석 것은 사실상 ‘대물 저격총’이니 그 유효 사거리의 2배를 한다 해도 지금 당장은 먹히지 않을 거다.”
분명 이하를 위해 주기에 말할 수 있는 충고였지만, 그런 면에서 오히려 이하는 신선한 즐거움을 느꼈다.
붉게 물든 하늘을 새까맣게 수놓으며 점차 그 세를 확장하고 있는 감염체들의 앞에서 한 발의 탄환이라도 아끼라고 말하는 건, 앞으로의 전투가 얼마나 치열할지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한 것.
“언데드 엘리자베스……. 분명 반장님과 제가―. 거의 유일하게 두 사람만의 협업으로 싸웠을 때를 기준으로 생각하신 거겠죠?”
“그, 그거야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이하가 숱한 몬스터들 또는 당시 어떤 활약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김 반장도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듣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하물며 ‘함께했던 적’이 있다면, 사람은 그때를 기준으로 모든 데이터를 산출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하가 즐거워할 수 있었던 부분은 바로 그것이었다.
언데드 엘리자베스와 싸울 때를 기준으로 이하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면, 앞으로 김 반장이 보일 반응이 어떠할지는 너무나 자명한 일이었으니까.
“우선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가 바하무트의 허물을 흡수한 이후로…… 기본 사거리가 대충 11km 조금 넘게 됐거든요. 아, 물론 유효 사거리가 아니고 최대 사거리 기준으로 말씀드린 겁니다.”
이하는 ‘혹시라도 오해할까’ 친절한 부연 설명을 곁들였지만 김 반장은 그 눈을 껌뻑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응? 뭐라고?”
“그리고 놀랍게도 ‘최대 사거리’에서 이제 최고의 공격을 할 수 있는 스킬도 있어서 말이죠. 이 아니더라도…… 블라우그룬 씨한테 받아 온 게―. 여기 있다.”
칙―!
이하는 작은 부싯돌과 같은 것을 자신의 왼쪽 팔뚝에 긁었다.
갑작스레 튀어 오른 작은 불똥은 곧 이하의 팔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야, 야 인마! 뭐 하는 거야? 얼른―.”
“아, 아! 끄지 마세요. [발동 조건]만큼은 지켜야 하는 터라……. 하핫, 그리고 혹시 모르니 이 스킬까지 써 주면~! .”
화르르르륵……. 작은 불꽃은 이하의 왼쪽 팔뚝을 벗어나지 않은 채, 오직 그 범위 안에서만 불길을 일렁이고 있었다.
블라우그룬이 만들어 준 특제 아이템 중 하나, 최소한의 마나만으로 그 불의 화력은 물론 발생 범위마저 제한할 수 있는 아이템을 사용한 후 이하는 사거리 증대 스킬을 한 번 더 사용했다.
이하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이즈음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되었으리라.
“그럼 선빵 먼저 가겠습니다, 반장님. 만약 감염체들이 죽었을 때 ‘위대한 옛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면 즉각 수정구 발동시켜 주세요.”
“어…… 어응.”
르뤼에 안에 있는 3개체는 이하 자신의 정보를 읽어 낼 수 있다.
여기까지 접근해 온 것을 이미 다 파악했을 터. 그럼에도 아직은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다.
그들이 어떤 자극에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몇 단계의 고비 중 그 첫 번째를 바로 지금 시험할 순간이었다.
“.”
투콰아아아───────……!
바하무트의 허물을 흡수하고 가 적용된 현재의 에게, 20km 미만의 사거리 따위는 조차 필요하지 않으리라.
───────────……!!!!
김 반장은 13km 전방의 하늘에서 폭발하는 탄환을 보았다.
노을의 붉은빛 따위는 삽시간에 삼켜 버리는 잔혹하고도 밝은 열기가 번쩍하기도 잠시.
[제한]이 없어진 은 광구 반경만 500m다.500m 안의 광구 안의 생명체들이 녹아 버리기까지는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방사능에 의한 피해만 없을 뿐이지 폭발 자체로는 작은 규모의 원자 폭탄, 사실상 15킬로톤급 폭발에 가까워.’
그 이후 열이 뻗어 나가는 열복사 반경은 3.5km.
설령 열기에 당하지 않았어도 ‘후폭풍’이라는 단어로는 위력을 전부 표현하기 힘든 에너지의 돌풍이 뒤이어 휘몰아친다.
그곳에 휩쓸린 감염체들은 중심을 잃은 하루살이처럼 바다로 추락하거나 터무니없는 거리로 튕겨 나가 그 모습을 감추어야 했다.
“이하야…… 너…….”
그리고 버섯 모양의 구름이 치솟을 즈음엔, 더 이상 하늘을 수놓던 감염체 무리는 지우개로 지운 듯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에서 몇 번 모습을 보였던, 데베베치가 사용한 반경 60m 범위의 폭발과는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차이를 드러내는 이하의 필살 스킬 중 하나를 보며, 김 반장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물론 그런 김 반장의 반응도 예상하고 있었으므로 또한 감염체들을 처리한 후의 ‘계획’도 있었으므로 이하는 곧장 움직여야 했다.
“반장님, 저는 먼저 내려갑니다! 특이 사항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아 참, [제한]이 없어진 덕에 은 쿨타임이 5분이거든요? 르뤼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주 그냥 조져 버릴 거니까, 시간 체크 좀 해 주세요! 15킬로톤급 폭탄이라고 생각하고 폭발 반경이랑 계산도 좀 부탁드릴게요!”
“5분……? 저걸…… 저런 스킬을 5분마다……?”
또한 김 반장을 한 번 더 놀라게 만드는 것까지가 이하의 계획이었으니까.
20m 높이의 메인 마스트에서도 젤라퐁을 이용해 한달음에 갑판으로 내려간 것으로도 모자라 이하는 곧장 바다로 뛰었다.
“가자, 젤라퐁! 난간 잡아 줘!”
[묘오오오옹―!]선박의 뒤에서 ‘수상스키’를 타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잠시, 이하는 다시금 스킬들을 발동시켰다.
“, , , …….”
감염체들이 일거에 사라지며 ‘위대한 옛 존재’는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설령 반응을 한다면 그들의 시선을 잠시라도 돌릴 수 있는 것인가.
바꿔 말하면 를 통해 만든 ‘분신체’에 ‘위대한 옛 존재’는 속을 것인가.
쿨타임도 없는 이하의 분신들 10기가 생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몇 초 남짓이었다.
* * *
메인 마스트 위에 있던 김 반장은 무어라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저게…… 전투? 저게 하이하 저놈아의 전투인가?’
김 반장도 레벨 100 미만의 ‘초보 유저’ 따위가 아니다.
압도적이고 능숙한 사격 실력 및 총기 지식, 정보를 인정받아 의 부단장 자리까지, 사실상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직 본인의 힘만으로 올라온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봐도 좋다.
당연히 그 바탕이 되는 것은 미들 어스의, 전 세계 어느 국가의 군인 출신 유저보다도 많은 경험과 지식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내 입으로 말하기 부끄럽지만……. 외국의 특수부대 출신 놈들한테도―. 폭발물 처리나 화학물 처리 외의 일반 군 상식으로는 결코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하의 전투는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들 어스는 중세 판타지 게임 아니었나? 15킬로톤? 15킬로톤급 폭발을 5분마다?’
15kt의 폭발물은 현대전에서도 실제로 사용된 예시가 드물다.
그럼에도 군인이 아니라 일반인들마저 그 예시를 알고 있을 정도로 파괴적이고 강력하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리틀보이……. 방사능 피폭과 관련된 영향을 제외한다면―. 순수 폭발물로 그 정도 급이라는 건가. TNT로 따지면 무려 1.5만 톤의 파괴력을 지닌 스킬을, 그것도 5분마다 쓸 수 있다니……. 그런 건 들어 본 적도 없어. 당시 저놈아가 쓴 스킬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핵분열이나 방사능이 빠져 있을 뿐, 순수 파괴력만큼은 원자폭탄에 육박하는 스킬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쓸 수 있다는 것.
김 반장이 놀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적어도 미들 어스에서 [제한]이 풀려버린 이 실제로 사용된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이하가 해당 스킬을 사용한 것은 티아마트와 관련된 내부였을 뿐이다.
즉, 타 유저가 플레이하고 있는 타임 라인에서는 [하이하의 진정한 ]은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게다가 ……. 저건 카르카노 자식이 사용하는 걸 봤었지. 그 분신을 가려 내는 데에도 애를 먹었어. 무릇 저격수에게 ‘완벽히 적을 속일 수 있는 하나의 디코이’가 갖는 가치가 얼마냐는 말이야.’
미끼Decoy 하나만 제대로 활용해 적의 눈을 속일 수 있으면 그것으로 목숨 하나를 버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와중에 이하와 똑 닮은 열 개의 디코이라니?!
심지어 그 열 개를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고 있다?
‘배를 타진 않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적들로 하여금 신경 쓰이게 만든다는 거겠지. 어차피 ‘위대한 옛 존재’ 놈들이 신경 쓰는 건 하이하 저놈아밖에 없을 테니까. 이 선박 자체를 미끼라고 믿게끔 만들고 ‘진짜 하이하’는 다른 방면에서부터 접근해 새로운 작전을 펼치려 한다, 라고 생각을 유도하는 거라면…….’
적어도 1회 이상의 혼란 효과는 반드시 적용될 것이며, 그게 아니더라도, 물 위를 걷다시피 달려가는 하이하의 ‘분신’ 덕분에 감염체들을 분산하는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전략적 안목은 물론이고 전술적 판단까지 저렇게 빠르게 된다……. 그리고―. 읏!?”
김 반장의 귀에 총성이 다시금 울릴 즈음, 먼 바다에서 또 한 번의 빛의 공球이 발생했다 사라지는 중이었다.
───────────……!!!!
어느덧 5분이 지나 버려 또 한 번 작렬한 은, 오히려 조금 전 감염체들을 한 무더기 지워 버린 공간보다 더 먼 바다 위에서 그 무시무시한 구름을 퍼 올리는 중이었다.
르뤼에에서 감염체들이 다시금 뿜어져 나오는 도중이건만, 이번에는 그들이 제대로 된 대형조차 갖추기 전에 몰살시켜 버리겠다는 뜻인가.
“푸하하핫! 하이하, 이 셰끼야! 일본도 두 방밖에 안 맞았는데 도대체 몇 방이나 맞히려는 거야!?”
“놈들이 제 의도를 이해할 때까지죠! 여기 온 것은 몇 명 되지 않는 소규모 전력이고! 위대한 옛 존재, 네 녀석들과는 싸우기 싫으니! 우리를 건드리지 말고 순순히 받아들이기만 해라! 만약 그게 아니라면!”
휘이이이이이─────…….
김 반장은 갑작스레 찬 바람이 불어닥친다고 생각했다.
르뤼에의 윗부분에서 폭발해 버린 또 하나의 ‘리틀보이’ 때문인가, 라고 생각했지만 아직까지 그 후폭풍에 의한 파도나 바람은 도달하지 않은 상태. 그렇다면 지금 느껴진 찬 공기는?
“……허…… 허허헛.”
김 반장은 고개를 들어 보았다.
이제 완전히 해가 져 버린, 어두컴컴해지는 바다의 위로 눈이 내리는 중이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감염체고 뭐고, 저 혼자서 다 상대해 주겠다는 각오니까요. 나오지 마라, 과타노차, 보크루그, 다곤. 난 지금 너희들과 싸우기 싫다.”
.
그 한 번의 스킬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하의 패기覇氣는 얼어붙은 눈송이가 되어 바다에 흩뿌려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