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513
마탄의 사수 (513)
“정령왕을 제외한 다른 정령들조차 정령계로 갈 수 없다는 뜻인가요?”
“그렇지. 육체를 버리면 갈 수 있겠지만…….”
그것은 죽음을 뜻한다.
즉, 정령왕을 제외한다면 한 번 태어난 이상 죽어야만 정령계로 갈 수 있다는 의미다.
용궁의 보물 창고에도 딱 하나밖에 없다는 설명에 이하는 잠시 웃음이 나올 뻔 했으나 겨우 참아 냈다.
‘뭐야, 이거? 뜻하지 않은 곳에서 잭팟이 터졌잖아!’
정령계로 간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으나 그 희귀성 하나만으로도 일단 ‘대박’인 것은 확실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음. 갈수록 성취가 뛰어난 게 느껴져서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군.”
“네?”
“젤라퐁의 상태만 봐도 알 수 있네.”
드레이크가 손을 내밀자 이하의 조끼로 변해 있던 젤라퐁이 스르륵, 또 하나의 팔을 뻗었다.
[묭묭묭―!]반가움의 웃음처럼 소리를 내며 드레이크의 팔에 감기는 젤라퐁의 팔.
드레이크는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처럼 웃었다. 드레이크는 처음부터 젤라퐁의 ‘강함’을 측정할 수 있었다.
젤라퐁의 강함이 이하의 강함과 연동되기에, 젤라퐁의 상태만 봐도 이하의 상태를 추측할 수 있는 셈이었다.
“용궁 생활이 지루하신가 봐요?”
“지루하다? 아니, 그렇진 않아. 하지만…….”
이하는 드레이크의 마음을 살필 수 있었다. 확실히 크라벤 왕국에서의 생활에 비하면 다소 밋밋할 수밖에 없으리라.
“언젠가 다시 물 밖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군.”
“저도 그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아, 근데 쇼어 님이랑 잉어 팔레오 친구들을 다시 데려다주려면―”
“그것은 아버지께서 알아서 하실 테니 걱정 말게. 방금 전 그 ‘정령계’를 활용한다면 금방이니까.”
“음, 음. 알겠습니다. 블라우그룬 씨한테는 비밀로 해야겠네요. 흐흐, 그럼 드레이크 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무운을 빌지.”
이하는 고개를 끄덕이곤 수정구를 발동시켰다.
드레이크가 ‘같이 가도 되겠나’ 라고 말할 것만 같은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물 밖으로 나온 드레이크라…… 그러면 또 크라벤 왕국 소속이 되려나?’
그렇다면 국가적 관계상으론 또 [적] 취급이 되어 버리는 거 아닌가?
이하는 그것만큼은 사절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이하와 블라우그룬 그리고 젤라퐁은 바하무트의 레어에 도착해 있었다.
* * *
[묘― 묭묭?!]“아차차, 이제 물이 아니라서― 블라우그룬 씨! 일어나요!”
“으음……. 더 잘래…….”
바하무트의 레어로 이동하자마자 젤라퐁이 당황한 소리를 내었다.
물속에서야 블라우그룬을 매달고(?) 다닐 수 있었지만 육지에선 중력이 그대로 작용받기 때문이다.
물론 마나 중계탑용 자재 수 개를 거침없이 들던 젤라퐁에게 별다른 어려움은 없겠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가 꾸물꾸물거리느라 균형 잡기는 힘들어 보였다.
“으음……?”
그리고 자신의 레어에 갑자기 나타나 허둥대는 세 개의 생명체를 바하무트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블라우그룬의 상태를 곧장 파악했고, 자신의 마나 일부를 불어넣어 주었다.
“로, 로드. 면목 없습니다. 쥬브나일급인 제가 이렇게 무방비하게―”
“껄껄, 어차피 어린이 아니더냐. 하트는 어덜트에 가깝지만 아직 어덜트가 아니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거라.”
잠시 후, 잠에서 깨어난 블라우그룬은 귀까지 새빨개져선 허리가 꺾이도록 상체를 숙였다.
바하무트가 괜찮다고 해도 블라우그룬은 일어나지 않았다.
바하무트는 휴우, 하며 완고한 브론즈 드래곤에게 눈길을 거두곤 이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왔다는 것은…….”
“물론 구해 왔습니다. 해신― 아니, 물의 정령왕 엘라임에게 허락을 받고, 정당하게 추출한 세계의 정수를 말이죠.”
당신의 옛날이야기도 들었다! 라는 뜻을 돌려 말함과 동시에, 이하는 세계의 정수를 내밀었다.
스스로 빛을 발하는 주먹만 한 구슬을 보며 바하무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엘라임이 이것을 정말 내주었는가? 실피드, 노아스와 같이 날 협박하던 그 녀석이…….”
“휴, 보통이 아니었다고요. 정말…… 그야말로 운이 좋았다, 라는 말밖에 표현할 길이 없네요.”
수중 생명체를 구해 오라는 것은 블라우그룬이 말했던 것처럼 3일 만에 해결할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하는 해냈다.
신대륙에서 고집스럽게 팔레오들을 찾아 돌아다니며 친밀도를 올려놓았던 행동과 그저 업적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차곡차곡 쌓인 지식과 정보, 그리고 인맥이 자산으로 형성되었었기 때문이다.
“그렇군. 그러나 운이나 우연 따위는 아니었을 거야.”
바하무트의 말대로였다.
자신이 걸었던 발자국 하나, 하나가 언젠가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하는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제 한 고비 넘었군.”
바하무트의 말에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이하의 눈앞에 홀로그램 창이 생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급진적 생장의 명암]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설명: “엘라임을 설득한 방법은 다음에 듣기로 하지. 나도 써먹고 싶을 정도니까. 허헛, 이제 50%는 만들었다고 보아도 되네. 남은 것은 하나, 세계의 정수와 함께 넣을, 세계수의 열매. 그것을 구해 오게. 미리 말해 두지만 현 대륙에 세계수는 없네. 전부 오염되어 버렸지. 내 마나로 탐색이 되지 않는 것이니 굳이 돌아다니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될 걸세. 다만 [세계의 정수]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혼탁해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구해 와야 할 걸세.”
성장 촉진제는 세계의 정수와 세계수의 열매의 배합으로 만드는 것!
‘세계수’라는 것은 한 그루의 나무를 뜻하는 게 아니다. 대지의 에너지를 듬뿍 먹으며 자라는 수목의 종種을 한 단어로 일컬을 뿐. 흐름의 ‘물’ 그리고 고정의 ‘땅.’ 두 가지 에너지를 동시에 조합할 때 급진적 생장을 이룰 수 있으리니…….
내용: 150일 내 재료 아이템 ‘세계수의 열매’ 획득 후 바하무트에게 전달
보상: 사용 아이템 [성장 촉진제]
실패 조건: 기간 초과 시
실패 시: 재료 아이템 ‘세계의 정수’ 소멸
수락하시겠습니까?
‘젠장…… 가려져 있을 때부터 연계 퀘스트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분명히 어려운 뭔가가 있을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본 퀘스트의 난이도는 이하로선 감히 추측기도 어려운 정도였다.
“로페 구대륙에는…… 확실히 없다는 거죠?”
“그렇지.”
“으음, 근데 세계의 정수가 시간제한이 있는 아이템이라는 건 왜 진작 말씀해 주시지 않으셨죠?”
“자네가 구해 올 줄 몰랐으니까.”
“…….”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줄이야!
이제 와서 시간제한이 있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이하는 따지고 싶었으나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보상이 확실히 드러난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미들 어스 시간으로 150일. 현실 시간으로는 정확히 한 달.
그 안에 ‘신대륙’을 샅샅이 뒤져 세계수라는 것을 찾고 그 열매를 따 와야만 한다.
이하의 머릿속에선 현실적으로 가능한 많은 방법들이 떠올랐다.
어차피 지금 당장 퀘스트 클리어 여부는 알 수 없다. 모험이라는 것은 확신 없는 도박이니까.
“알겠습니다. 구해 오죠. 세계수라는 게 그, 뭐냐. 커다란 나무 맞죠?!”
“응, 응, 알고 있지 않나.”
“네. 오염된 세계수라면 저도 상대해 봤으니 알고 있죠.”
구대륙의 미개척지에서 언젠가 징겅겅과 함께 발견했던 나무.
주변의 몬스터들을 자신의 향기로 매혹시켜 조종하던 악랄한 몬스터(?). 그것이 ‘오염된 세계수’였다.
‘적어도 힌트는 많은 셈이야.’
세계수의 생김새를 알고 있다. 세계수의 능력 또한 알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주의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면? 찾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단순히 ‘찾기’가 문제라면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다녀오겠습니다.”
“150일이네.”
“알고 있다고요. 블라우그룬 씨는 여기 잠깐 있어요! 가서 소환해 줄 테니까!”
“그런 것 없이도 따라갈 수 있어요. 제가 잠깐 약한 모습 보였다고 해서 그렇게 무시하실 정도는 아닌―”
“시끄럽고! 고고!”
이하는 즉각 수정구를 발동시켰다.
물론 그 잠깐의 사이에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페르낭 씨! 신대륙 탐험은 잘하고 계시죠?!
세계수?
이 남자는 이미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슈와아아──────!
이하와 블라우그룬 그리고 젤라퐁의 몸이 사라졌다.
바하무트는 이하가 사라진 자리와 ‘세계의 정수’를 번갈아 보며 웃고 있었다.
“세계의 정수를 구한 지금, 세계수의 열매까지 얻어 온다면……. 엘라임이야 어떻게든 구워삶았다지만 노아스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지 걱정되는군. 왜 이런 얘기 안 해 줬냐고 따지면 뭐라고 답해 줘야 할까나, 흥흥~ 이거, 이거 오랜만에 회의를 소집해야 할지도 모르겠는걸.”
할아버지의 괴팍한 미소를 이하가 보았다면, 이하는 아마도 퀘스트를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 * *
“레드 우드 아무 데나 사냥터 가실 딜러님 급구~ 렙제 240이용~”
“라이노딜로 서식지 가시는 팟 없나요? 266렙 탱커 놀아요!”
“위빙―스파이더 사냥 갑시다! 힐러 환영 버퍼 환영!”
주변의 시끌벅적함도 이하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순 없었다.
페르낭에게 반가운 마음으로 귓속말을 했으나, 돌아온 답변이 썩 시원찮았기 때문이다.
―으악, 그 귀찮은 몬스터요? 신대륙 탐험 도중엔 한 번도 못 봤…… 아! 세계수는 아닌데 그거랑 유사하게 생긴 나무는 봤어요.
―세계수 아닌 거 확실해요?
―으음, 이런 말씀 드리기 그렇지만 제가 하이하 씨보다 오염된 세계수를 100그루는 더 봤을 테니까 확실해요. 모양새는 확실히 달랐지만…… 주변에 비해 우뚝 솟은 자태는 비슷했어요.
‘페르낭 씨가 아니라고 하면 정말 아닌 거겠지. 확실히 로페 구대륙의 미개척지 곳곳을 개척하며 발견한 오염된 세계수가 100그루도 넘을 테니.’
그렇다면 이곳 신대륙에도 아직까지 세계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아마 페르낭이 보지 못했다면 그 어떤 유저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믿어 볼 건 그 ‘유사한 나무’라는 것인가…….’
오염된 세계수와 오염되지 않은 세계수의 형태 차이가 있을 가능성. 이하가 생각할 것은 그것뿐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정말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부터 찾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근데 그것도 만만치 않단 말이지.’
페르낭이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단순히 거리가 멀어서가 아니다.
오염된 세계수와 비슷한 모양새의 커다란 나무?
모험가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치 않은가. 그런데 페르낭이 그곳에 가지 못한 이유는?
“으아으으! 마魔의 근원지 중 하나라니! 게다가 멀어서 아무도 정리하지 못한 곳이라니!”
페르낭의 추측으로는 그곳이 바로 마魔의 근원지 중 하나였기 때문.
[공통 퀘스트]로 주어진 마魔의 근원지 확인은 해당 근원지의 몬스터를 완벽하게 정리해야만 숫자가 올라간다.즉, 그곳이 근원지인지 아닌지도 아직은 확실치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글거리는 몬스터들의 수와 강함을 보자면, 그곳이 틀림없이 7군데의 근원지 중 한 곳이라 페르낭은 확신하고 있었다.
“여기 사람들을 데려가자니…….”
이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팔레오들의 부락이 아니다.
치요의 계략을 엎어 버리고 로트작의 계략으로 덧씌워져 급조된 인간들의 마을.
마나 중계탑 인근에 있어 제법 넓은 부지를 확보하긴 했으나, 로트작의 생각대로 각국의 관리들이 굳이 관여하기엔 턱없이 작은 땅이었다.
시티 가즈아의 1/4 가량밖에 되지 않는 작은 마을이건만 퓌비엘, 미니스, 크라벤, 샤즈라시안의 고위급 관료들이 전부 파견을 나오다니.
‘크기는 작지만 확실히 ‘투자 가치’는 엄청난 땅이지. 신대륙에 처음 생긴 인간들의 마을이다. 게다가 워프 게이트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