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824
마탄의 사수 (824)
“끼히힛, 재미있지!? ‘그래, 결심했어!’라는 말이 오빠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거야! 생生은 언제나 한 번의 선택, 하나의 테마만 원하니까! 그래서 비슷한 뜻이라도 언데드不死보다 훨~씬 다채로운 거거든!”
“제기랄, 무슨 옛날 TV 프로그램 같은 소리를…….”
이하의 치아에서 으득, 소리가 났다.
마리오네트를 문양으로 쓰는 마왕의 조각답게 사람을 들고 조종하는 데는 가히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하는 차분히 그러나 빠르게 자신의 상황을 정리했다. 의외로 답은 간단하게 나올 수 있었다.
현재 자신이 받은 퀘스트는 무엇이고, 해당 퀘스트의 클리어 조건은 무엇인가.
‘……최상급 얼음의 정령 게르다에게 이곳의 위치와 정체를 발설해야만 해.’
눈과 얼음의 정령왕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어차피 피로트-코크리의 본체는 깨어나는 게 아닌가?
이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키드와 루거는 새빨간 수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건 또 다른 방향이었다.
“루거, 푸른 수염을 깨울 때…… 아직 수정구에 있는 그를 쐈던 겁니까.”
“그래. 빌어먹을, 깨지지도 않아서 열 받던데 몇 발 더 쏘니까 일어나더군.”
“그렇다면……. 저건 어떻습니까.”
키드는 눈짓했다.
루거의 표정이 일순 변했다.
“크크크……. 좋지 않나. 싸움을 회피하고 있어. 마왕의 조각이 싸움을 회피한다, 냄새가 나.”
루거의 웃음소리에 이하도 정신을 차렸다.
“냄새?”
“모든 걸 지 맘대로 컨트롤하고 싶어 하는 거짓말쟁이의 냄새.”
키드는 머리로, 이하는 상황으로, 루거는 본능으로.
방향은 달랐으나 세 사람의 생각이 도달한 장소는 같았다.
이하가 말했다.
“최초에 공격을 유도한 것 자체가 심리전이야. 일부러 드래곤 운운하며 우리가 행동하지 못하게끔 장치를 걸어 둔 거라고.”
키드가 말했다.
“루거는 당신을 거짓말쟁이라고 했으나 거짓말은 아니었을 겁니다. 다만 ‘진실을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주변을 둘러싼 수없이 많은 언데드가 바로 그 증거 아닙니까.”
루거가 말했다.
“크크크……. 야, 마녀 꼬마. 너……. 네 스스로 수정구를 건드릴 수는 없는 거지? 그래서 우리로 하여금 도망가게 하려는 선택지를 강요하고 있는 거야. 왜냐!”
세 사람이 말했다.
수정구를 건드리지 않은 채, 너만 공격한다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니까!
“〈아흐트―아흐트〉! 나부터 보호해!”
“야 이, 미친놈아! 이렇게 좁은 장소에서 무슨 고사포를―”
“먼저 갑니다.”
루거의 코발트블루 파이톤이 새파랗고 웅대한 빛을 뿜어 대는 순간, 키드의 신영이 사라졌다.
피로트-코크리의 분신이 일그러진 얼굴로 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빵점, 빵점! 오빠들 전부―”
키드는 어느새 피로트-코크리의 뒤에 있었다. 동시에 그의 양손이 불을 뿜었다.
────, ────, ────!
몬스터의 외형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게 설령 자신의 반만 한 크기의 소녀 모습이라도, 키드는 아무런 의식 없이 탄환을 쏟아 넣을 수 있다.
그 결과로 소녀의 모습을 한 피로트-코크리의 머리와 가슴, 배가 키드의 공격에 관통당한 상태였다.
“뭐야, 죽은 거야?”
루거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피로트-코크리의 분신은 뼛가루를 날리며 무너져 내리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이하와 키드는 그 의견에 반대였다.
“아니, 이렇게 쉽게는 아닐 겁니다. 〈에이틴 패닝〉.”
“왼쪽! 수정구 앞이다!”
이하는 〈꿰뚫어 보는 눈〉을 통해 무언가 뭉글거리며 허공을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하의 외침과 동시에 키드가 몸을 돌렸다.
─, ─, ─, ─, ─, ─, ─……
키드는 곧장 탄환을 쏘아 댔다.
예전보다 더 짧고 빨라진 총성의 간격이 성채 내부에 울려 퍼졌다.
“우와악! 키드! 이쪽 방향엔 우리 있잖아! 그리고 수, 수정! 수정 안 맞게 조심해!”
이하가 소리치며 수정을 가리켰다.
홀로 화망火網을 만들 정도로 빠르게 공격하는 건 좋으나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이 있다.
피로트-코크리의 분신과 싸울 절대 조건, 새빨간 수정을 자극하지 말 것.
“크크, 상대가 애라고 간지럽히는 거냐, 키드! 공격은 모름지기 화끈하게!”
“수정 맞추지 말라고 했다!?”
“내가 맞출 것 같나, 하이하! 흐으으으읍!”
고사포高射砲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그는 전혀 각도를 높이지 않았다.
거의 수평에 가깝게 포신을 유지한 채, 대공포의 용도보다는 대전차포라고 봐도 좋은 모습이었다.
그 광경이 이하에게 놀랍게 다가온 건 역시나 〈코발트블루 파이톤〉을 감싸고 있는, 손에 잡힐 것처럼 두터운 마나의 껍질이었다.
‘아흐트―아흐트…… 2차대전사 책에서 본 사진이랑 거의 비슷하잖아!’
기정이 녹화한 동영상을 통해 한 번 봤었긴 하다.
줌―인을 통해 확실히 눈에 넣어 뒀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그때와는 아예 박력부터가 달랐다.
철컥, 치이이───────ㄱ!
‘근데― 저런 무기가 받침이 없어도 되나?’
고사포 중에서도 오직 포신만이 코발트블루 파이톤을 덮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 엄청난 중량과 크기의 포신을, 루거는 오직 양팔로만 들어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이마에 튀어나온 혈관과 힘줄, 바지를 찢어 버릴 듯 팽창한 종아리와 허벅지의 근육만이 루거가 어떤 고생을 하며 이 자세를 만들어 냈는지 알 수 있는 증거였다.
“끄으으으…… 〈카노니어〉의 힘을 푸른 수염에게도 어서 보여 주고 싶을 뿐이라고!”
───────────────!
“우와아아악!”
귀가 울리는 게 아니라 두개골이 떨릴 정도의 엄청난 진동과 포성이 성채 내부를 뒤흔들었다.
[묭묭!]젤라퐁이 이하의 귓구멍을 틀어막을 정도로 그 포성은 진했다.
“키, 키드는―”
“……예고 없이 또 한 번 그딴 걸 남발할 경우, 다음엔 루거 당신의 머리부터 노리겠습니다.”
피로트-코크리의 뒤에서 〈에이틴 패닝18 panning〉 스킬을 사용하던 키드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루거의 뒤로 돌아왔다.
‘빠르다. [속사]는 발로 하는 것, 이라고 했던가. 예전 트롤을 사냥할 때의 브로우리스 소장 이상의 속도야.’
물론 그때의 브로우리스도 100% 힘을 낸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키드가 그 정도 수준은 충분히 뛰어넘은 상태라는 걸 이하는 짐작할 수 있었다.
“흐흐, 예고했으면 저 괴물이 맞았겠냐고. 생각 좀 해라, 키드.”
루거는 가쁘게 숨을 내뱉으며 웃었다.
단발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이하도 즉각 알 수 있었다.
루거가 피로트-코크리를 향해 발포한 것은, 수정구 뒤의 ‘새카만 벽면’이 아니라, 사선으로 비스듬히 기운 방향이었다.
즉, 심연의 아가리가 아닌 일반적인 벽면이 있는, 또는 있었던 장소다.
2차 전직으로 성장한 건 키드만이 아니었다.
휘우우우…….
바람이 불어닥쳤다.
‘폭발이 아니야. 벽면 한쪽이…… [관통]됐어. 그걸 뚫어 버리다니!’
벽면의 반 이상 파괴되어 날아갔다.
구멍을 낸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날려 버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지닌 만큼 연발은 힘든 것일까?
이하는 기정의 동영상에서 봤을 때와 루거와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한 발을 쏘고 난 이후의 텀이 엄청나게 길다. 아무래도 그 차이겠지.’
이하는 노리쇠를 잡아당기며 탄환을 장전했다.
키드와 루거는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피로트-코크리는 어디 갔지?
두 사람이 공통된 생각으로 주변을 경계하고 있을 때.
투콰아아아────────……!
이하가 탄환을 토해 냈다.
“뭐 해, 안 쏘고? 피로트-코크리 안 잡을 거야?”
키드와 루거는 이하가 발포한 방향을 보며 당황을 금치 못했다.
“뭐, 뭐야? 어디다 쏜 거지?”
둘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피로트-코크리의 위치를 알려 준 게 우연이 아니었단 말입니까…… 아니, 그렇게 나와야 할 겁니다. [명중] 또한 성장했을 테니, 당연히 그렇게 나와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키드는 이하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피로트-코크리의 마나 흐름을 완벽하게 포착한 이하의 눈에는 그녀의 움직임이 눈에 잡힐 듯 보이고 있었으니까.
“〈소울 링크〉, 젤라퐁! 꼬마와 합쳐져서 수정을 지켜!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줘!”
“크르르르―묭묭!”
어딘지 힘 빠지는 답변과 함께 일체화된 꼬마와 젤라퐁이 달려 나갔다.
피로트-코크리가 제 스스로 수정을 건드려 본체를 깨울 수 없다는 가정은 적어도 틀리지 않은 모양이다.
‘저 움직임만 봐도 알 수 있어. 수정을 끼고 돌거나, 그 앞에서 얼쩡대고 있지만―’
이하는 횡 이동을 하며 발사각을 바꿨다.
자신이 쏜 탄환이 피로트-코크리를 꿰뚫고 수정에 닿지 않도록 만들기 위하여.
투콰아아아────────……!
‘―결코 스스로 수정을 건드리지 않는다.’
겨우 모습을 갖춰 나가던 피로트-코크리의 가슴 위가 파사삭, 소리를 내며 가루가 되었다.
“오빠들 진짜아아아! 이렇게 할 거지!?”
문제라면 어떻게 죽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키드의 속사에 맞았을 때도, 그 기습에 당황해 황급히 회피하다 루거에 의해 전신이 날아갔을 때도, 이하의 ‘눈’에 걸려 육신을 복구하지도 못한 채 가루가 되는 중임에도…….
“크크, 죽지 않는다는 건가.”
“영체는 아닐 테고, 또 〈바이탈리티 쟈〉야?”
“아니,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저쪽이 ‘분신’임을 자각해야 합니다.”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분신을 소멸시키는 확실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키드는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말했다.
이하와 루거는 삼총사의 ‘머리’가 하는 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좋았어, 앞으로― 3, 2, 1, 〈총검돌격〉의 쿨타임이다!”
“과연. 이해했습니다.”
“무슨― 뭐?”
루거의 알아듣지 못할 외침과 함께 키드의 모습이 다시 한 번 사라졌다.
죽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패 주겠다는 루거와 키드의 각오가 듬뿍 담긴 공격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잠깐만! 뭐가 총검돌격 쿨이야?”
이하만이 그들의 화력에 감탄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저것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 * *
“감히 나한테 그런 식으로 했겠다~? 〈인형―”
타다앙──────……!
“―말은 끝낼 수 있게 해 줘야지! 노는 건 같이 해야 재미있는 거라고!”
타다앙──────……!
“웃기지도 않습니다.”
키드는 다시금 피로트-코크리의 뒤를 잡았다.
아무리 분신이라지만 마왕의 조각의 뒤를 저토록 쉽게 잡을 수 있다니!
‘속도만 두고 보면 나라 씨 이상? 아니, 이제 움직임 자체를 예측할 수가 없어!’
피로트-코크리가 작은 반원을 그리며 돈다.
키드는 그녀의 등 뒤에서 더욱 큰 반원을 그리며 돈다.
그럼에도 이하가 체감하기에, 오히려 키드가 ‘조금 빠르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웃사이드로 도는데 인사이드보다 빠르다? 푸핫, 저 인간, 괜히 아웃사이더가 아니라니까!’
마치 적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하고 상대방의 등 뒤를 잡아 버리는 움직임을 무슨 수로 이길 수 있을까.
이하는 키드의 움직임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을 정도였다.
크림슨 게코즈의 총성이 울릴 때마다 피로트-코크리의 몸은 부위별로 파괴되었다.
파리처럼 달라붙는 키드를 떼어 낼 수가 없다는 듯, 피로트-코크리는 다양한 보법으로 움직여 보았으나 모두 무효화될 뿐이었다.
그렇게 조금만 격하게 움직여도, 수정의 범위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퐈하아아아──────────
루거의 포화가 쏟아지니까.
“크하하핫! 어떠냐, 꼬맹이! 이래도 재미있다고 말할래!?”
몸의 좌측 반쪽이 몽땅 사라져 버린 언데드의 여왕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곤 곧장 루거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마음에 안 들어. 나는 조종하는 쪽이 재미있지, 조종당하는 쪽은 재미―”
투콰아아아────────……!
“어딜 오시나. 그리고 우린 재미있거든.”
물론 그 정도 근접이라면 이하가 막아 내기에도 충분했다.
피로트-코크리의 ‘뒤’를 잡을 순 없지만, 저격수가 뒤를 잡을 필요 따위는 없다.
그저 적의 미간 한가운데를 노릴 뿐.
피로트-코크리의 코 윗부분이 모조리 뼛가루로 변해 흩날렸다.
그 먼지 너머에서 다시금 키드가 나타나 피로트-코크리의 몸에 탄환을 욱여넣었다.
────, ────, ────!
키드는 가루가 되어 날리는 피로트-코크리의 몸을 발로 차 내며 루거와 이하의 곁에 섰다.
그 가루를 향해 또 한 발을 날리는 루거를 보며 이하는 ‘역시 사냥꾼인가.’라는 생각과 ‘저렇게 잔인하게 플레이해야 하는데’라는 반성을 할 정도였다.
전투는 오래지 않았다.
“오빠들…… 두고―”
삼총사의 공격은 피로트-코크리의 공격을 억제하고, 움직임을 통제했으며 마침내 무너뜨리는 데 성공했다.
“후우우…… 할 만한데?”
“몸이 작으니 날려 버리기도 쉽군.”
“방심은 금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