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139)
#재능만렙 플레이어 139화
치직- 치지지직-!
갑자기 벌어진 노이즈 현상. 그에 따라 세니아의 몸이 흐릿해졌다가 나타났다가를 반복했다. 몸이 입자처럼 나누어지기도 하고 물 먹은 물감처럼 퍼졌다가 제 모습을 찾기도 했다. 나는 이미 저것을 경험했었다.
수호자를 선택하던 그때 경험했었던 ‘서버 과부하’가 지금 또다시 진행되고 있는 거다.
‘뭐야?’
그때 분명히 투자해서 서버 용량을 늘려놓았을 텐데.
‘그걸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많은 수호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건가.’
그렇게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 내가 물었다.
“넵튠이나 로아는 어때?”
마상현의 BJ 넵튠. 신연서의 BJ 로아. 넵튠은 비가시화 상태를 유지했고 로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버 과부하라니 부럽네요.”
키 약 150cm. 등 뒤에 투명한 날개 4쌍을 가지고 있는 요정족. 요정족답게 날개에서는 신비한 가루가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짠. 거인 요정족. 로아 등! 장! 이시요!”
로아의 손에는, 스스로 요술봉이라고 부르는 막대기 하나를 들고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막대사탕같이 생겼다.
“오! 우리 김혁진 플레이어. 이 몸의 신상 요술봉을 알아차린 모양이네요? 눈썰미 있으셔라.”
손으로 입을 가리고 오호호! 하고 웃는데 굉장히 기쁜 것 같았다.
“어때요? 신상인데?”
“…….”
로아가 신상 요술봉에 집착한다는 말을 들었던 거 같기는 한데.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 그냥 예쁘다고 말해줬다.
“흠흠. 이 신상 요술봉이 있었다면 세니아 씨도 과부하에 걸리지 않았을 텐데.”
“서버 증축 기능이 포함된 요술봉인가?”
“힝! 비밀이지롱.”
“…….”
“궁금하면 나랑 독점계약 맺자. 위약금은 내가 물어줄게! 나 부-자야!”
로아는 반짝이는 가루를 흩날리며 활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요정치고 진짜 거대한 것 같기는 하다. 보통의 요정은 손바닥만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까.
“그게 어려우면 지금 잠깐이라도 나한테 전송권을 넘기는 게 어때? 위약금은 내가 120프로 물어줄게!”
현재 세니아는 ‘서버 과부하‘로 인해 튕기고 있는 상태. 아마 당분간은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거다.
‘어휴.’
답답이 세니아. 많이 성장한 줄 알았는데 아직이구나.
‘투자가 있어야 수익도 있는 거지.’
세니아는 아직 ‘큰 투자’를 하지 못한 모양이다. 서버 과부하로 튕겨 버리다니. 요즘 세니아를 좀 믿고 있었는데, 아직 완전히 믿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오히려 잘 됐나.
‘많은 수호자들이 지금 답답해 미치겠지.’
내 플레이를 보고 싶을 텐데. 그런데 나는 세니아를 통해서만 관찰이 가능하다.
‘가끔은…… 괜찮아.’
자주하면 역효과가 나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애를 태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본의 아니게 ‘절단 신공’을 발휘한 셈이 아니겠는가. 수호자들 입장에서는 ‘절단 마공’에 가깝겠지만.
‘내 잘못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지금의 이 상황은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다. 내가 굳이 나서서 계약을 위반할 필요는 없다.
“미안해. 계약을 어기기가 좀 그러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많은 수호자분들이 너를 보고 싶어해. 잠깐만 내가 너를 중계하면 되는 거야. 위약금은 내가 감당한다니까?”
얼마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위약금을 낸다고 했다.
‘나를 중계하는 짧은 시간 동안 그 위약금을 회수하고도 남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겠지.’
그런 판단에 이렇게 과감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일 터. 역시 유명 BJ가 되는 로아답다.
“안 돼. 나를 보시는 수호자분들께서 신의를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그런 수호자는 몇 없지만, 수호자 핑계를 대는 것이 가장 좋다.
“아니.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해도 안 돼.”
“벗으라면 벗겠어! 나랑 잠깐만 하자니까? 잠깐만 나와 함께 즐기면 모두가 해피해진다고?”
“…….”
뭔가 말이 많이 이상하다. 그래서 무시했다. 파티원들에게 말했다.
“일단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여길 클리어하고 빠져나갈 거야. 계속 클리어하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어. 미리 말했다시피.”
선화가 밝게 웃었다.
“우리 목표는 경회루니까요!”
맞다. 경회루만 계속해서 클리어할 거다. 그게 우리 목표다.
* * *
경회루를 연거푸 세 번이나 클리어하고 빠져나오고를 반복했다. 광화문 근처의 커다란 커피숍. 그 곳에서 우리는 잠시 휴식을 갖기로 했다.
신연서가 눈웃음을 지었다.
“대장아. 거기 진짜 대박스팟이다. 렙업이 너무 안 돼서 미쳐 버리는 줄 알았는데.”
은근슬쩍 내 어깨를 터치했다.
“역시 혁진 대장이를 알게 된 건 내 인생 최대의 행운이야.”
‘검후앓이’의 장본인. 미래의 검후가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랑 그냥 결혼할래?”
“…….”
신연서. 다 좋은데 헛소리를 참 잘 한다. 행운이 왜 갑자기 결혼으로 변질되는 건지 모르겠다.
‘이사벨이 잠들어 있어서 다행이지.’
만약 깨어있었으면 그 폭발하는 질투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곽태운이 작게 말했다.
“형. 저 벌써 레벨 33돌파 했어요.”
“슈밤? 33? 겨우? 나는 34인데? 슈밤? 너 약골이네?”
강상구가 하얀 이를 모두 드러내며, 승리감을 만끽하고 웃었다. 물론 곽태운은 강상구의 도발을 깔끔하게 무시해 버렸다. 내 세계에 너 따위는 없다. 나는 혁진형이랑만 대화를 할 것이다. 약간 이런 느낌이랄까.
‘역시.’
가공할만한 레벨업 속도다. 마상현이 내게 물었다.
“형님. 그런데 이 공략을 정말로 플레이어 협회에 공유하실 생각이십니까?”
“어. 거래하기로 했으니까.”
나는 이 공략을 공유할 거다. 이미 송기영 회장과 얘기가 되어 있다. 이 공략 증명은 충분히 해냈다.
‘어차피 언젠가 알려질 공략.’
그걸 조금 일찍 푼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더더군다나 전체적인 플레이어의 실력이 하향조정된 지금이다. 플레이어들의 평균적인 능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어차피 풀릴 공략으로 이득도 취하고, 플레이어들의 안정적인 레벨업도 도모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데,
‘어차피 재능이 없는 플레이어는 레벨 40돌파가 힘들어.’
왜 그런 건지 과학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플레이에 재능이 없는 이들은 무슨 짓을 해도 레벨 40을 초과하지 못한다. 정말 슬프게도, 그게 현실이다. 과거의 [재능없음] 판정을 받았던 나이기에 그 냉혹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공략을 푼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사람만 할 거고, 성장할 사람만 성장할 거야.”
마상현이 두 손을 모았다. 경건하게 기도하는 모양새. 다만 그 손바닥이 워낙에 거대한 솥뚜껑 같아서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저거 휘두르면 거의 토르의 망치겠는데.
“형님……!”
마상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
상태 : 믿음/신뢰/존경/흠모
──────────
‘갑자기?’
‘감각안’에 마상현의 상태가 너무나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지금 마상현은 진심이라는 뜻.
“이 땅의 무궁한 발전과 플레이어들의 안위와 한국 서버의 무한한 성장을 위하여, 형님께서 내리신 이 위대하고도 숭고한 결단은 세세무궁토록 세간의 칭송과 찬양을 받을 것입니다!”
“…….”
선화가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
“그래도 이런 공략을 나눠주는 건 조금 아깝기는 해요. 오빠가 결정한 거니까 반대는 못 하지만…….”
신연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실 혁진이 정도 되는 대인배 아니면 이런 거 아무나 풀지 않지. 경쟁자들을 양산하는 건데.”
보통, 말을 아끼는 편인 곽태운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연서 누나의 생각은 틀렸어요.”
“웅? 왜?”
“경쟁자들을 양산한다는 그 생각이요.”
곽태운은 늘 그렇듯 진지한 표정이다. 장난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혁진형은 자신 있는 거예요.”
“자신?”
“그 어떤 핵심 공략을 공유하고 풀어도, 그 누구도 혁진형의 뒤를 쫓아올 수 없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바탕으로 약한 이들을 위해 베푸는 것뿐이죠.”
선의가 아닌 강자의 아량. 곽태운은 그렇게 판단한 것 같다. 음. 딱히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닌데. 곽태운이 나를 쳐다봤다.
“그렇죠, 혁진 형?”
“…….”
이거 어차피 풀릴 공략인데. 그래서 조금 빠르게 ‘파는 것’뿐인데. 그런데 곽태운의 저 진지한 눈빛을 차마 거부할 수가 없어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 부담스러운 눈빛을 받아내고 있을 무렵.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죄송합니다. 서버 과부하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알아.”
세니아를 기다렸다. 세니아와 할 얘기가 있다.
“세니아. 잠시 나랑 얘기 좀 하자.”
“……알겠습니다.”
나는 세니아와 함께 조금 떨어진 테이블로 이동했다. 그 사이에도 또 많은 사람들이 세니아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이제 너무나 익숙한 광경이다.
“서버 과부하. 저번에도 겪었던 거잖아.”
“이번 경회루 공략이……. 수호자 분들 사이에서 굉장한 붐을 일으킨 것 같습니다.”
“그거야 당연하잖아. 레벨업이 엄청나게 어려운 구간에서, 이 정도 속도로 레벨업을 하고 있는데. 내가 그럴 거라고 미리 얘기 했잖아.”
“…….”
세니아의 날개가 한 번 파르르 떨렸다. 약간은 당혹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 정도로 많은 수호자가 몰릴 줄 몰랐던 것 같다.
“나는 얼마나 많은 수호자가 네 채널에 몰렸는지까지는 몰라.”
“…….”
“다만, 앞으로 더욱 많은 수호자가 몰려. 그건 확실해.”
광화문 던전. 그 안에서도 겨우 ‘경회루’ 하나를 클리어하고 있을 뿐이다. 중수 구간에 들어서서, 이후에서야 조금씩 진행되는 ‘메인 시나리오’에 들어서면 수호자는 더욱 늘어날 거다.
“현재 1차적으로 서버를 확장한 상태입니다. 2차로 서버를 확장하려면…….”
말끝을 흐렸다.
“엄청나게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단 뜻이겠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투자가, 현재의 너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하지는 않은 수준이겠지. 가능은 할 거야. 힘들겠지만.”
“…….”
세니아의 날개가 계속해서 파르르- 떨렸다. 감정에 동요가 많이 생긴 탓에 세니아의 상태가 읽혔다.
──────────
상태 : 놀라움/약간의 두려움
──────────
아마 내가 제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어서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걱정 마. 안 잡아먹으니까.
“세니아.”
“예.”
“우리 이 정도면 꽤 믿을만한 사이가 된 거 아니냐?”
세니아의 날개가 또 파르르 떨렸다. 아닌가. 내가 너무 벗겨먹기만 했나. 아닌데. 나름 선심도 써주고 했는데.
세니아가 딱 잘라 말했다.
“비즈니스적으로는 충분히 신뢰할만한 것 같습니다.”
“뭐 어쨌든. 너랑 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야. 나 혼자서 만들지도 않고 너 혼자서도 중계하지도 않고.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거지.”
“그렇습니다.”
“나는 내가 생산하는 콘텐츠에 자신이 있어. 그 누구보다도, 수호자들의 니즈를 잘 파악하고 있다고 자신하고, 또 그들의 니즈를 채워줄 수단과 방법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자부해.”
“…….”
“내가 내 콘텐츠에 자신을 갖는 것만큼, 너도 네 콘텐츠에 자신을 가져야지. 내가 내 스스로의 가치에 자신이 없는데, 누가 내 가치를 알아봐 주냐?”
투자가 커야 이익도 큰 법이다.
“네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는 몰라.”
어째서 이렇게 말발도 실력도 센스도 떨어지는 애가, 중간 관리자를 하고 있는 것인지는 나도 모른다. 이 정도로 생겼으면 사실 중간 관리자 말고도 다른 걸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만 너는 서버 확장에 투자해야만 해. 잃는 것 하나 없이, 무언가를 얻을 수는 없는 법이잖아.”
“물론 그건 그렇습니다만…….”
내가 세니아를 잠시 쳐다봤다. 무표정이지만, 조금 난처해하는 것 같았다. 아마 내가 모르는 어떤 상황이 있겠지.
“서버 증축에 투자해. 손실이 나면 내가 메꿔줄게. 계약서도 써준다.”
“……예?”
“그만큼 나는 자신이 있다는 소리야. 나라는 플레이어가 갖는 가치에.”
“…….”
세니아의 날개가 다시 파르르- 떨렸다.
“자신 없으면, 그냥 나 믿고 따라와.”
너보다 부려먹기 좋은 BJ는 찾기 힘들단 말이다. 세니아가 한참이나 생각했다. 한참을 생각하던 세니아가 입을 열었다.
“함께 만드는 콘텐츠라는 말이 크게 와 닿은 것 같습니다.”
“…….”
“함께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 깊이 공감하였습니다. 플레이어로부터 믿고 따라오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초보구간의 플레이어이게.”
구체적으로 표현은 할 수 없지만 세니아의 표정이 변했다. 평소답지 않게 말이 많아졌다.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신기하게도 김혁진 플레이어의 말에 힘이 깃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무표정인데 얼굴에 생기가 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저는 김혁진 플레이어와 함께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할 것입니다.”
뭐랄까. 봄바람이 부는 느낌이랄까. 자신감을 되찾은 것 같다. 지금 상태라면, 과감한 투자도 얼마든지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그때. 갑자기 메시지가 전해졌다.
[‘화살 쏘는 아기천사’가 당신에게 집중하기 시작합니다.]너 설마. 지금 중계중이었냐?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타이밍에 이사벨이 깨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