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220)
#재능만렙 플레이어 220화
경매 시작 1시간 전. 송진철은 도무지 형을 이해할 수 없었다.
“형님은 도대체 왜 그렇게 김혁진을 감싸고도는 거야?”
송진철은 형에게 존댓말을 할 때도 있고 반말을 할 때도 있다. 제 기분에 따라 오락가락한다. 오늘은 반말이다. 기분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벨라에게 얻어맞고서 반항을 제대로 하지도 못한 이후, 송진철은 계속 날카로운 상태다.
송기열은 막둥이 동생을 쳐다봤다.
동생이 형에게 존댓말을 해야 할 이유도 없고 반말을 하는 것이 이상하지도 않지만, 오늘은 조금 화가 났다.
“그렇게 혼이 나고도 아직도 정신 못 차려?”
“혼이 나는 이유를 납득할 수가 없으니까!”
송진철은 앞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플레이어가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다고. 김혁진이 얼마나 잘났다고. 왜 천하의 성신가의 핏줄이 김혁진의 눈치를 봐야 한단 말인가.
“할아버지께서 우리는 지배계급이라고 하셨어. 근데 왜 형은 피지배계급처럼 굴어?”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지배가, 네가 생각하는 지배는 아닐 텐데.”
송진철은 지금 할아버지가 말한 ‘지배’의 개념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어쨌거나!”
송진철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번 경매에서도 사야 할 리스트를 받았잖아. 쪽 팔리게.”
성신의 장남이, 왜 김혁진 따위의 말을 들어야 하는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왜 김혁진의 명령을 듣는가. 송진철은 그게 불만이었다.
“협업이지.”
“내가 바보인 줄 알아? 김혁진은 지금 자기 투자금은 하나도 안 들이면서, 성신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거라고!”
“그게 왜?”
“그게 왜라니?”
“그게 나쁘냐?”
“…….”
송진철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송기열은 철없는 동생을 조용히 타일렀다.
“김혁진은 내 돈을 이용해서 수수료를 챙길 거야. 그건 분명한 사실. 그리고 나는 김혁진의 정보를 이용해서 돈을 벌 거고. 저 쪽은 정보를 대고, 나는 물자를 대는 거지. 그게 왜?”
“그 놈의 정보따위 없어도 우리는 우리대로 잘 할 수 있잖아.”
“물론. 잘할 수 있겠지.”
송기열 스스로도 자신의 안목이 아주 낮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필요한 아이템. 돈이 되는 아이템. 그리고 이후, 이곳에 모인 ‘세계의 랭커들’ 혹은 ‘세계의 부호들’과 거래를 할 수 있는 키 아이템을 살 수 있을 거다. 그건 자신 있었다.
“그렇지만 나보다 김혁진 길드장이 잘하잖아.”
송기열은 자신의 능력을 비교적 정확하게 인지했다.
“잘하는 걸, 잘하는 사람에게 맡겨서 이득을 취하는 게 왜?”
“그놈은 돈 하나 안 들이잖아. 리스크 없이 리턴만 얻어가는 건데, 형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송기열이 한숨을 푹 내쉬고서 말을 이었다.
“내 스스로 경매에 참여했을 때. 그리고 김혁진 길드장의 정보를 토대로 경매에 참여했을 때. 어떤 것이 내게 이득이 되는지만 생각하면 돼. 과정? 이유? 그게 뭐가 중요해? 결국 결과가 말해주는 거야.”
“나는 형이 말하는 게 비겁한 논리라고 생각해. 나는 형이 틀렸다는 걸 내 스스로 증명해 보일 거야.”
“네가? 어떻게?”
“나도 용돈 모은 거 있어.”
송기열은 대충 안다. 용돈 모아놓은 거. 해봤자 5억도 안 될 텐데.
“내가 가용할 수 있는 돈은 10억이야.”
“…….”
“놀랐지? 할아버지한테 받은 걸로 이만큼 불렸어.”
송진철은 14살이다. 중학교 2학년이 5억을 받아 10억으로 불렸다면 잘한 거다. 물론, 송진철 스스로 한 건 아닐 거다. 할아버지가 붙여준 재무관리사가 도와줬겠지. 그걸 알지만 모른 척해줬다.
“그건 잘 했네.”
“스스로도 이렇게 잘할 수 있어. 그딴 재수 없는 놈의 말을 안 들어도.”
송진철이 자신만만하게 말을 이었다.
“이번에도 나랑 내기해. 누가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지.”
“투자금 대비. 순수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내기하자는 거냐?”
“응. 나는 자신 있거든.”
송기열이 허허- 하고 웃었다.
‘한 번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적어도 플레이에 관한한, 김혁진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 직접 경험해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좋아.”
“형은 김혁진이 말한 것에만 투자하는 거야. 난 그거 말고 다른 걸 투자할게.”
송기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기로는 뭘 걸래?”
“내가 이기면 김혁진과의 파트너십을 끊어. 내가 형 때문에 그 놈을 짓밟을 수가 없단 말이야.”
송기열은 황당해서 웃지도 못했다.
‘나 때문에 못 밟아?’
할아버지께서도 귀히 생각하는 인재를?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세계적인 탑 랭커들도 제 발아래 두고 움직이는 저 괴물 같은 인간을?
‘언제 정신 차릴꼬.’
두들겨 패서라도 정신 차리게 만들어야 할 텐데. 질풍노도의 중2다 보니 그런 극단적인 방법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김혁진 길드장도 그대로 두라고 했고.’
분명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은 그냥 뒀다.
“그래. 대신 내가 이기면 너는 김혁진 길드장을 대할 때 깍듯하게 예를 다해.”
“…….”
“싫어?”
“나는 지배계급이야.”
“근데?”
“지배계급이 어떻게 피지배계급에게 예를 다하겠어?”
“이길 자신 없냐?”
송진철의 몸이 움찔했다.
“아니. 이길 자신 있어. 그래. 좋아. 해. 형이 이기면 내가 김혁진한테 깍듯하게 예를 갖춘다!”
송진철은 말하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고유 능력 ‘감별(鑑別)’이 있다는 것을. 이것을 활용하면 김혁진보다 더 뛰어난 물건들을 싸게 고를 수 있다고 확신했다.
‘두고 보자.’
송진철은, 중2의 진심어린 전쟁에 뛰어들었다.
* * *
김혁진, 송기열, 송진철. 셋이 나란히 앉았다.
미셸이 주관하는 LA 경매장은 뮤지컬 홀처럼 생겼다. 의자에 상당히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저만치 아래. 무대에는 경매 준비가 한창이었다.
사회자는 이후에도 경매장에서 명성을 떨치게 될 한스였다.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
김혁진은 주변을 훑어봤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기 싫은지 가면을 쓴 사람도 있었고, 대놓고 얼굴을 드러낸 이들도 있었다.
굵직한 랭커들도 보였다.
은하수.
묵검(墨劍).
은밀한 학살자.
시체술사(屍體術師)
새벽녘의 물안개.
각양각색의 이명을 가진 미래의 랭커들이 한 자리에 있는 것을 보며, 김혁진은 감회가 새로웠다.
‘TV로만 보던 이들인데.’
미래에, 김혁진이 알고 있던 대부분 최상위 랭커들은 이미 이 시기에도 최상위 랭커였다. 그 사실이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재능의 선택’을 받은 이들이며 이들은 새로운 시대에 너무나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축복받은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 이들이니까.
‘뭐. 세상에 평등한 게 어디 있겠냐마는.’
하다못해 외모도 다 다르게 태어난다. 세상은 평등할 수 없다. 불편하지만 그게 진실이다. 김혁진 자신도 과거로 돌아오기 전까지는 ‘재능의 선택’을 받지 못해 빌빌거리며 살지 않았던가.
그때 문득 옆옆 자리의 송진철이 눈에 들어왔다.
‘저 망나니도 할아버지 잘 만나서 떵떵거리며 사는 것처럼.’
그런데 또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강대한 변수의 요인.’
왜 송진철을 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들까. 알 수 없었다. 경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첫 경매 물품은 ‘피리’ 형태의 아이템이었다.
송기열이 말했다.
“저건 그냥 두겠습니다.”
“네.”
별 쓸모 없는 아이템들도 경매에 출품 되었다. 김혁진이 눈짓으로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 호랑이 무늬가 그려진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남자 보이세요?”
“네. 보입니다. 중국의 쉬신이군요.”
“저 남자와 경매 아이템이 겹치는 경우는 사지 마세요.”
“어째서죠?”
“저 남자. 수집광이니까요.”
중국의 쉬신. 이 자리에 없는 게 더 이상하다. 저 사람은 플레이어는 아니다. ‘부호’의 자격으로 이곳에 초대되었다. 중국 내 부동산 재벌이자 유통 재벌로서, 전 세계 10대 부자 중 한 명이다.
김혁진은 괜스레 기분이 나빠졌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사람을 보고서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은 서주환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러고 보니 세상이 불공평하긴 하네.’
중국의 쉬신은 수집광(蒐集狂)이라는 이명으로 불렸다.
수집광.
귀중한 것만이 아니라 쓸데없는 것까지 무엇이든 찾아 모으려고 하는 병적인 버릇.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플레이어가 아닌데도 그런 이명이 붙어 있었다. 얼마나 수집에 미쳐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아이템을 많이도 사들였지.’
저 놈에게 한 번 들어간 아이템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쉬신 전시소‘라는 곳에 전시된다.
‘베이징 대가뭄 시나리오 때. [인어의 물병]을 대중에 빌려주기만 했어도 30만명은 살았을 텐데.’
뿐이랴.
‘외눈박이 거인을 잡을 때, [달빛으로 빛나는]이 있었으면 10만 명은 살았을 거고.’
사실 자신의 아이템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 나쁜 건 아니다. 그건 그냥 아이템 소유자의 권리다. 빌려줘서 공익을 위해 쓰면 좋은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고. 김혁진도 그걸 안다. 욕할 게 아니고, 당연한 건데, 김혁진은 이유 모를 불쾌감을 느껴야만 했다.
‘왜지?’
나는 왜 불쾌한 거지? 불쾌한 이유를 떠올려봤다. 저도 모르게 이 상황에 집중했다.
‘인어의 물병은……. 가난한 한 소녀를 죽이고 빼앗은 거란 소문이 파다했었어.’
진위여부는 파악할 수 없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던 상태였으니까.
‘[달빛으로 빛나는]은 한 마을을 몰살시키고 빼앗았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지.’
천벌 받을 놈이라고 많이들 손가락질 했지만 현실 속 쉬신은 떵떵거리며 잘만 살았다. 그런데, 그런 소문들 때문에. 기분이 불쾌한 건가? 알 수 없었다.
조금 먼 거리에서. 쉬신을 좀 더 관찰해 봤다.
‘재미있네. 플레이어였잖아?’
송기영 회장과 같은 경우다.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로 각성했다. 플레이어라고 밝힌 적이 없던 쉬신이, 지금은 플레이어로서 자리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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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1) 탐욕에 눈이 먼 수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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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고유능력까지 각성한 상태였다. 대중들에게는 매우 희귀한 고유능력이지만, 랭커들에게는 발에 채이는 게 고유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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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 능력 : 도적색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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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진은 쉬신을 계속해서 쳐다봤다.
‘어라?’
눈이 마주쳤다. 꽤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쉬신이 이쪽을 쳐다봤다. 쉬신과 눈이 똑바로 마주쳤다는 느낌을 받았다.
‘착각은 아냐.’
김혁진 자신의 시선을 느꼈다는 소리다. 뭐랄까.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눈빛과 눈빛이 맞닿아, 심장이 간질거리는 느낌. 이 느낌. 여러 번 느껴본 적 있다.
‘집중.’
저 쪽이 이 쪽의 시선을 느꼈다고해서 위축될 것 없다. 전혀 두렵지 않다. 과거와는 너무나 달라졌다. ‘관찰자의 눈’을 최대한 활성화 시켰다. 이런 경우. 뭔가 보인다. 경험으로 알고 있다.
[‘관찰자의 눈‘이 수많은 ‘성흔(聖痕)’을 인지합니다.]눈이 조금 아파왔다. 그렇지만 참을만 했다.
[‘관찰자의 눈‘이 성흔(聖痕) 인지(認知) 및 해석(解釋)을 시작합니다.] [새로운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관찰자의 눈’의 숙련도가 상승하였습니다.]‘관찰자의 눈’의 숙련도가 [3]으로 상승했다. 그에 따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인다. ‘쉬신’의 몸에 새겨진 ‘성흔’이. 마왕이 말하고 부파파가 말하던 ‘성흔’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평범한 성흔은 아니었다.
[‘관찰자의 눈‘이 ‘타락한 성흔(聖痕)’을 해석합니다.]‘뭐야, 이것들은?’
김혁진의 눈에, 새로운 것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