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588)
#재능만렙 플레이어 588화
김혁진은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거대 거북이의 몸이 하나의 게이트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거북이가요?”
“이 몸 바깥과 안이 다른 세계일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갑자기 몬스터들의 기감이 사라지는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
“아까 나타났던 몬스터들은 마법력이 대단히 뛰어난 놈들이 아닙니다. 오로라 펭귄도 마찬가지였고. 그런 놈들이 갑자기 워프를 사용해서 사라졌을 리는 없죠.”
바닷속 어딘가.
그렇다면 그곳은 이 거대한 거북의 몸속밖에 없다.
“그러니까, 저는 저기 숨구멍으로 들어갑니다.”
일정 시간에 한 번씩 바닷물을 뿜어내는 저 거대한 화산.
거대한 봉우리 같은 저곳에서 노란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위험하지 않을까요?”
“위험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까?”
슈르트는 입을 다물었다.
김혁진의 말이 맞았다.
위험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그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이겨냈기에 지금의 거신이 있었다.
“슈르트 씨는 이 바다거북을 따라다니면서 혹시 모를 돌발상황에 대비하세요. 거신길드원들이 지원 왔을 때 안내역할도 해주시고.”
“알겠습니다. 부디 조심하십시오.”
“네.”
김혁진은 섬의 중앙 부근에 있는 산으로 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커다란 화산 같았다.
‘오르는 것도 일이겠는데.’
그래서 용돌이를 소환했다.
마나가 존재하는 곳이면 어디든, 용돌이를 소환할 수 있으니까.
“날자.”
“후후. 용돌이는 하늘을 날 수 있지.”
손가락으로 김다롱을 가리켰다.
“그리고 넌 못 날지.”
용돌이가 마법 시동어인 ‘플라이’를 외치자 김혁진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초고속 엘레베이터를 탄 것처럼 빠르게 상승했다.
순식간에 산꼭대기가 다다랐다.
용돌이가 눈을 크게 떴다.
“오. 화산 같은데?”
거대한 화산 분화구처럼 보였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주인. 설마 저 안으로 들어가게?”
“…….”
김혁진도 순간 고민해야만 했다.
단순히 숨구멍이라고 생각했는데, 용암이 펄펄 끓고 있었다.
“까딱하면 몸이 녹을걸? 주인. 잘 생각해봐.”
“용돌이. 열기(熱氣)와 화기(火氣)가 맞지?”
“딱 보면 그렇잖아?”
열기와 화기가 어우러져 펄펄 끓고 있는 용암.
그런데 저것이 바깥으로 뿜어져 나오면 바닷물이 된다.
“저것들이 갑자기 물로 변할 수 있는 방법은?”
“열기와 화기가 수기(水氣)로 변할 수 있냐고?”
“그래.”
용돌이는 한참을 고민했다.
그런데 그때.
용암의 수위가 갑자기 높아졌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그것이 높이 치솟았다.
기포가 넘치는 냄비 같았다.
일순간에 용암이 끓어 넘쳤다.
“어?”
일정 경계를 지나는 그 순간,
갑자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치이이이익!
수증기가 안개처럼 눈 앞을 가렸다.
순간,
분수가 솟아올랐다.
‘용암이…… 물로 바뀌었다.’
물기둥이 쏘아졌다.
물기둥의 압력이 어마어마했다.
손가락이라도 닿았다가는 통째로 몸이 갈려 나갈 것만 같았다.
용돌이는 엉덩방아를 찧었다.
“오마나, 세상에.”
“…….”
“찐으로 놀라버렸네. 뭔 놈의 물기둥이 이렇게 흉악해?”
김혁진이 물었다.
“뭔가 발견 못했어?”
용암이 갑자기 물로 변했다.
과학이 아니라 마법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였다.
“마법이 걸려 있는 것 같아. 근데 뭔지는 모르겠어.”
“용이 모르는 마법도 있어?”
“용이 창조했거나, 인간이 개발한 마법이 아닌 것 같아.”
“그러면?”
“그냥 이 거대 거북이 자체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마법 설정값인 거 같아. 아득히 높은.”
“그런 건 해석 못 해?”
그러자 다롱이의 머리 위에 [♪♩] 표시가 생성되었다.
용이라며.
잘난 용이라며.
그것도 모르냐?
마치 그렇게 놀리는 것 같은 김다롱의 표정에, 용돌이는 발끈했다.
“나는……!”
그렇지만 용돌이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젠장. 못 해. 얘가 그냥 태어나면서부터 이렇게 생겨 먹었어. 순혈의 검제가 왜 태어나면서부터 극상마법을 부리고 수호자를 사살하는 수호자겠어? 왜 김다롱이 김다롱이겠어? 왜 용돌이가 용돌이겠어?”
김혁진은 용돌이의 투정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지금 중요한 건 용돌이의 투정이 아니었다.
‘어쨌든, 이건.’
김혁진이 말했다.
“일정한 경계가 존재하고, 그 경계를 지나면서 세계가 바뀌는 거야.”
여기까지 왔다.
리스크 없는 리턴은 없다.
“나는 이 세계와 거북의 몸속 세계가 다르다고 생각했고, 이 특수한 설정값 덕택에 그걸 확신할 수 있게 됐어.”
“……그래서?”
“밑으로 간다. 세계와 세계의 경계. 저곳이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
“뛰, 뛰어내린다고?”
용돌이가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주인이래도 그건 좀…….”
“괜찮아.”
이미 결정을 내렸다.
결정의 과정은 길었지만, 결정의 수행은 빨라야 했다.
김혁진은 곧바로 분화구를 향해 몸을 내던졌다.
* * *
‘꿈속의 방랑자’는 황당했다.
-미친놈인가?
저 거북이의 이름은 ‘세계구(世界龜)’라 불리는 초월종이다.
수호자들이 ‘초월종’이라 부르는 존재는 불과 다섯 종밖에 되지 않는다.
하나가 고래일족.
천공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압도적인 힘과 무력을 가지고 살아가는 초월종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세계구’였다.
김혁진의 예측이 맞았다.
세계구는 몸속에 세계를 품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세계구는 몬스터의 형태를 하고 있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였다.
그저 존재하는 몬스터.
세계를 품고 바다를 헤엄치는 종이었다.
‘김혁진, 저놈의 예측은 정확했지만…… 저 입구로 들어갈 수 있는 플레이어는 최소 화신지체를 가지고 있어야 해.’
최소가 화신지체다.
화신지체 없이 저기로 뛰어드는 건 그냥 자살행위였다.
꿈속의 방랑자가 판단하기로는 그랬다.
-초월종의 숨구멍으로 세계에 침투하겠다니. 제정신이 아니군.
세니아는 문득 느낄 수 있었다.
‘비웃지 않고 있다.’
처음 꿈속의 방랑자는 김혁진을 비웃었었다.
그로 인해 다른 수호자들의 질타도 받고 무시도 당했었다.
‘보통은 채널에서 나가 버리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널에서 나가지도 않았고, 심지어 지금은 걱정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세니아는 저도 모르게 빙그레 웃고 말았다.
김혁진과 계약한 이후, 감정을 조금씩 표현하게 됐다.
‘결국 빠지고 계시군요.’
김혁진이라는 콘텐츠가 이래서 무섭다.
그렇게 개무시를 당하고 수모를 당했는데도 결국 채널을 벗어나지 못했고, 더 나아가 콘텐츠의 안위를 걱정까지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콘텐츠는 ‘꿈속의 방랑자’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었다.
“동화.”
김혁진이 동화의 권능을 사용했다.
폭압의 힘. 천공의 마나도 흡수했었고,
정순한 불꽃. 아테네의 힘도 받아들였다.
더 나아가 강선일이 내뿜던 패도적인 검은 기운과 수호자들의 잿빛 투기도 경험했다.
그런 모든 것들을 담았던 제2의 심장이다.
쿵! 쿵!
제2의 심장 이사벨이 격동했다.
‘뜨겁다.’
뜨거웠지만 참을 만했다.
이 느낌.
경험해 본 적이 있었다.
불거인과 만났을 때였다.
“아무튼 좋다. 네 거래를 받아들인다. 나는 돌아가겠다. 단, 선물을 하나 받아라.”
김혁진의 머릿속에 무엇인가가 그려졌다.
지금 느껴지는 이 강대한 화기(火氣)가 이사벨을 거쳐 몸속 구석구석, 혈관을 타고 흐르는 것이 보였다.
제삼자가 되어 자신의 몸을 관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불거인이 내게 준 선물이 이런 거였나.’
불거인이 선물해준 능력.
제2의 심장에 새겨진 마나지도는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체내에 침투한 화기를 동화시켜주었다.
이렇게 강렬한 화기가 침범하고 있는데.
괴로운 통증이나 작열감이 전혀 없었다.
조금 덥다.
조금 힘들다.
이 정도 느낌에 불과했다.
‘꿈속의 방랑자’는 눈을 떼지 못했다.
‘화신지체…… 는 아닌 것 같은데.’
분명했다.
화신지체는 아니었다.
그런데 화신지체 이상의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동화 권능을 저토록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중수구간의 플레이어는 처음 보았다.
-화신지체는 확실히 없는 건가?
-현재 김혁진 플레이어는 ‘정순한 화인’ 칭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꿈속의 방랑자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정순한 화인 칭호와 동화 권능으로 저 정도를 해내고 있었다.
‘왜 나는.’
지구 차원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보기는 했었다.
그래 봤자 중수구간이라는 생각에 그닥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이제야 지구 차원을 접했는가!’
[‘꿈속의 방랑자’가 정기후원을 신청하였습니다.] [‘꿈속의 방랑자’가 매월 7,000 코인을 후원합니다.]맨 처음,
반쯤은 김혁진 안티였던 ‘꿈속의 방랑자’가 팬으로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 * *
김혁진은 눈을 떴다.
‘생각보다 안 힘들었어.’
밖에서 느껴졌던 기운이나 화기는 끔찍할 정도였는데, 막상 접하니 괜찮았다.
여태까지의 모든 경험이 그의 자산이 되어 준 덕분이었다.
‘여긴…….’
중세시대 길거리 같았다.
주변이 물로 가득 차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과거 지구의 모습과 비슷했다.
말이 이끄는 수레 대신 새우가 이끄는 수레가 보였고,
잘 닦인 도로 양옆으로 각종 과일과 물건들을 파는 상점들이 보였다.
[흰 범고래 일족의 해저왕국 ‘넬라’에 도착하였습니다.]‘재미있네.’
붉은 눈을 가진 흰색 범고래들은 마치 인간처럼 대화했고, 인간처럼 살아갔다.
왕국을 이루어서 말이다.
범고래들은 김혁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라…….’
못 느끼는 것 같았다.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는 듯했다.
‘말하자면 나는 이 세계의 유령인가.’
유령체가 되어 이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았다.
알림이 또 이어졌다.
[히든 피스. ‘은밀한 잠행’이 만족되었습니다.] [플레이어가 원할 때까지 잠행이 이어지며, 자유로이 숨을 쉴 수 있습니다.]김혁진은 한동안 주변을 돌아다녔다.
여러 소문을 접할 수 있었다.
“[위대한 힘]을 가진 인간이 나타났대.”
“왕께서 그 인간을 잡아먹기 위하여 전쟁을 준비 중이래.”
김혁진 자신과 관련된 얘기가 많았다.
김혁진은 마음 편하게 정보들을 획득했다.
“[위대한 힘]을 가지면 [영광의 해왕국]을 만들 수 있다고 했어.”
“그 인간이 정말 이곳에 올까?”
“오겠지! 왕자님께서 초대장을 보내셨는데.”
그 인간이 들어오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범 고래들과 각종 해저 지원병력들이 인간을 생포할 것이라고 했다.
“하늘의 힘이 돕는다고 했어.”
“하늘의 힘은 또 뭐야?”
“이번에 포악한 심해생물로부터 왕자님을 구해주셨대.”
들어보니,
포악한 심해생물은 인어군주를 뜻하는 것 같았다.
‘하늘의 힘’이 인어군주로부터 범 고래 일족을 구원해줬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하늘의 힘]이 [위대한 힘]을 잡아먹으라고 신탁을 주셨어.”
“신탁이라니. 3천 년 만에 처음 아니야?”
“맞아. 그래서 왕과 왕자께서 만반의 준비 중이시라고 했어. 사냥할 거래.”
김혁진은 깨달을 수 있었다.
저들이 말하는 ‘하늘의 힘’은 ‘마왕의 힘’일 것이다.
마왕과 결탁하여 ‘위대한 힘을 가진 김혁진’을 사냥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괘씸하네.’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유분수지.
포악한 심해생물(?)인 인어군주로부터 구해준 사람은 ‘하늘의 힘’이 아니라 김혁진이었다.
그 은혜를 원수로 갚는 중이었다.
‘그 이유가…… 영광스러운 해상왕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라.’
김혁진이 피식 웃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김혁진 자신의 힘이 있으면 ‘영광스러운 해상왕국’을 건설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지 않는가.
저들이 탐을 내고 있는 건 ‘테르마의 힘’이었다.
다시 말해, 테르마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 저들의 전설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해보자, 누가 이기나.’
별로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김혁진의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기 시작했다.
굉장히 기대했던 무엇인가를 마주하기 직전의 사람처럼.
그런데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이…… 혹시 하늘의 힘을 가진 분이신가요?”
특수한 설정을 적용받아 유령체가 된 김혁진을 알아보는 누군가가 존재했다.
눈부시게 하얀색으로 빛나는 범고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