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115
115. 케이크 구역.
오늘 안에 탑의 정상에 도달할 사람은 없다.
그렇게 여겼는데 무시무시한 속도로 올라오는 사람이 있다.
치터인가 싶어서 확인해보니 비터였다.
비터가 무슨 뜻이냐면 어이가 없어서 절로 쓴웃음이 나오는 상대라는 뜻이다.
도전자는 품위 없게 뛰지 않았다.
그저 멈춰서는 일이 거의 없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함정은 전부 간파됐고.
비밀 통로는 전부 발견됐고.
문지기들은 순식간에 무력화됐다.
옥좌에 앉아 기다리자 도전자는 당당하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잘 왔다.라고 하고 싶은데···. 애쉬. 할 일 없어?”
세계 최고의 연금 기업 Sole Alchemy의 회장이자.
세상에 7명밖에 없는 S급 연금술사이자.
학문적 교류를 이어가는 친구.
애쉬 프라멜이 내 앞에 섰다.
“너무 간단하군.”
“그야 너를 기준으로 잡으면 누구도 못 깰 테니까.”
내 정체마저 간파하는 인간을 기준으로 삼으면 2주는커녕 20년을 줘도 여기에 도달하는 사람이 없을 거다.
애초에 애쉬가 오겠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너라면 난이도를 가변형으로 만들기 어렵지 않을 텐데?”
“설계는 내 직원들이 했어.”
“그런가.”
애쉬의 표정은 거의 변하지 않았으나 내 눈에는 변화가 보였다.
기대에 못 미쳤다는 표정이다.
“자.”
즉석에서 을 하나 만들어 애쉬에게 던졌다.
애쉬의 시선은 그것을 따라 움직였고.
그 틈에 애쉬의 발밑에 구멍을 뚫어 아래층으로 떨어뜨렸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애쉬가 다시 위로 올라왔다.
“즉석에서 만든 것치고 나쁘지 않군.”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네.”
내가 던진 이랑 아래층을 연동해서 미로를 만들었는데 마음에 든 모양이다.
“일이라면 전부 끝냈다.”
“응? 아, 아까 한 질문의 답인가. 이벤트 일정을 갑작스럽게 공개했는데 잘도 시간 안에 끝냈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서둘러 가며 온 이유가 있어?”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네가 파티에 초대했으니 와야지.”
“기간은 2주나 있으니까 천천히 와도 됐는데.”
“해야 할 일은 미루는 게 아니다.”
“그냥 가장 먼저 여기에 오르고 싶었던 건 아니고?”
애쉬는 드물게도 즉각 대답하지 않았다.
본인이 자각하지 못한 감정을 내가 지적한 것 같다.
“생각보다 더 슬라임랜드가 마음에 들었나 보네.”
“흥미가 가는 장소다.”
“상품이 있는데 줄까?”
“내가 만족할만한 물건인가?”
“아니.”
“그러면 이것을 상품으로 삼겠다.”
애쉬는 내가 던졌던 을 안주머니에 넣었다.
에 사용한 기술을 응용한 주머니인지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다.
“받아라.”
애쉬는 내게 무언가를 던진 뒤 등을 돌렸다.
팔찌를 조작하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향한 장소는···. 「절규 코스」?
저번에도 그러더니 또?
진짜 마음에 들었나 보네.
S 등급 연금술사가 세우고 S 등급 연금술사가 좋아하는 슬라임랜드라고 하면 인기가 늘어나려나?
받은 물건을 확인했다.
전에 애쉬와 개인적인 연구를 함께하기로 했다.
회사 차원에서의 교류는 고려하겠다고만 했었다.
그쪽은 그다지 바라지 않았다.
하청업체처럼 보일 수 있었으니까.
그 이야기가 나왔을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나도 S 등급 연금술사.
회사 차원에서 협업해도 크게 밀리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서로 잘나가고 있는데 굳이 협업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래서 개인적인 연구만 주고받고 있다.
연금술 실력은 애쉬가 나보다 위다.
하지만 재료 가공은 내가 위다.
특기 분야가 달라서 함께 연구하면 꽤 시너지가 나온다.
애쉬가 내게 던진 이 물건도 그런 연구의 결과물이다.
“오늘 문제는 무엇이려나.”
나와 애쉬의 관계는 서로에게 문제를 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랬던 게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주고받는 물건에는 자물쇠를 걸어둔다.
지금 이대로도 대략적으로는 알 수 있으나 제대로 확인하려면 이 자물쇠를 풀어야 한다.
“됐다.”
공간 퍼즐을 풀고 물건을 확인했다.
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재료 하나를 내 방식으로 가공하고 이거 괜찮지 않으냐고 보냈었다.
그 방식으로 만든 물건.
맛을 봤다.
균형이 어긋났네.
부작용은 적어졌고 효과는 강해졌으나 사용자를 상당히 가리는 물건이 됐다.
시속 200km로 달리는 자동차 위에서 칼 10개로 저글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루기 어려울지도.
물건에 달려 있었던 쪽지를 확인했다.
오케이. 그 방향으로 가공해보자.
가공한 몬스터 소재를 애쉬 머리 위에 떨어뜨렸다.
달리는 카트 위에서도 애쉬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은근히 신체 능력도 대단하다니까.
애쉬가 준 시계를 꺼냈다.
잠시 기다리자 12시가 됐다.
생일 끝.
내 예상대로 일반인 가운데 탑의 정상에 도달한 사람은 없다.
애쉬는 자연재해나 마찬가지니까 예외로 쳐야지.
이 시계는 아직도 분석이 안 끝났다.
이런 신비를 창조해내는 인간을 무슨 수로 막아.
***
D 등급 헌터는 달콤한 냄새를 쫓았다.
이벤트가 열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케이크에는 관심이 없어서 첫날은 무시했다.
그랬는데 누구도 탑의 정상에 도달했다는 사람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그렇게 어렵다면 첫 번째 공략자는 상당한 명성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헌터는 명성이 고팠다.
헌터에게는 실력이 중요하지, 명성 따위 아무 의미도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틀렸다.
헌터에게 명성은 실력만큼이나 중요하다.
명성은 돈이 되고 돈은 실력이 되니까.
더 좋은 장비.
체계적인 훈련.
실력 있는 파티원.
그 모든 것은 돈이 있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명성이 올라가면 돈을 사용하지 않아도 주어지기도 하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명성은 중요했다.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이벤트에 헌터가 끼어드는 건 눈총을 사는 일이다.
헌터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왔다.
설령 흰 눈으로 보더라도 이름값을 올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이름값이 충분히 커지면 자잘한 잘못들은 옹호해주는 목소리에 묻힐 테니까.
헌터는 작은 구멍 앞에서 멈춰 섰다.
그것을 잡고 쭉 늘리자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안으로 들어가자 달콤한 냄새가 한층 강해졌다.
헌터는 주변을 둘러봤다.
높게 솟은 나무들로 가득했다.
투명한 나뭇잎을 통해 빛이 통과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위에서라면 탑이 보이겠지.’
헌터는 옆에 있는 나무를 기어 올라갔다.
기둥을 올라가 나뭇가지를 잡는데 나뭇가지가 뚝 부러졌다.
헌터는 반사적으로 충격에 대비했다.
흙이 그의 몸을 부드럽게 받아줬다.
“뭐가 이렇게 쉽게 부러져?”
헌터는 손에 든 가지를 봤다.
가지에는 나이테 같은 문양이 있었고 버터의 냄새가 섞인 달콤한 향기가 났다.
슬쩍 씹어보자 간단하게 끊어졌고 초콜릿 바른 카스텔라 같은 맛이 났다.
헌터는 황당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설마 이것들 전부 케이크야?”
헌터의 생각대로 주변의 모든 것은 식용이었다.
나무껍질에서는 초콜릿 맛이 나고, 나뭇잎은 민트초코 맛이 나고, 줄기는 케이크였다.
“제정신이 아니네.”
헌터는 연금슬라임의 광기에 살짝 주눅이 들었으나 포기하기에는 명성이 고팠다.
나무를 오를 수 없음을 알아낸 헌터는 케이크 맛이 나는 나뭇가지를 우물거리며 숲을 걸었다.
‘곰?’
그러다가 곰과 닮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곰을 귀엽게 바꾼 형상의 슬라임이었는데 머리에는 몽블랑이 달려 있었다.
그것은 매우 느린 동작으로 땅을 파먹고 있었다.
귀를 까딱거리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해치우자.’
적은 무척 컸으나 헌터는 겁먹지 않았다.
헌터는 도 맨손으로 찢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의 소유자.
저렇게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적 따위 맨손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헌터는 나뭇가지를 내던지려다가 멈칫했다.
남은 것을 전부 입에 쑤셔 넣은 뒤 몽블랑을 쓴 곰에게 달려들었다.
헌터가 자신만만하게 내지른 주먹은 곰의 가슴에 정확히 파고들었다.
‘좋았어!’
좋지 않았다.
“어? 왜 안 빠져!”
곰 슬라임은 어떠한 타격이 없다는 듯 양팔을 벌렸고 박힌 주먹은 매우 느린 속도로 빠져나왔다.
“으아악!”
헌터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친 끝에 어떻게든 주먹을 빼냈다.
도망치려고 등을 돌렸으나 이미 늦었다.
곰은 그대로 헌터를 위에서부터 덮쳤다.
곰에 눌려 바닥에 깔린 헌터는 흙의 맛을 보게 됐다.
팥앙금 가루였다.
곰이 왜 파먹고 있었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쓸데없이 맛있었다.
***
자기 힘에 자만한 헌터들이 팥앙금 맛을 보는 동안.
일반인들 가운데 활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등산이라는 매우 드문 데이트 코스를 즐기는 한 커플.
이 둘은 손을 꼭 잡고 케이크의 숲속을 걷다가 곰 슬라임과 마주쳤다.
순간 도망쳐야 하나 고민한 둘은 곰이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는 도망칠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빠. 시선을 끌어줘.”
“응. 알았어.”
남자는 곰 앞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이쪽이다!”
곰 슬라임은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남자에게 다가왔다.
두 발로 섰다가 천천히 남자를 덮쳤다.
남자는 재빠르게 피했고 곰 슬라임은 바닥에 쓰러졌다.
머리 위에 있는 몽블랑이 충분히 손에 닿는 높이로 내려왔다.
대기하고 있던 여자는 재빨리 그것을 낚아챘다.
몽블랑을 빼앗긴 곰 슬라임은 그대로 지면에 녹아 사라졌다.
“앙~.”
여자는 남자에게 몽블랑을 내밀었다.
반을 베어 문 남자는 몽블랑을 받아 여자에게 내밀었다.
“앙~.”
여자는 남은 반을 입에 넣었다.
“맛있지?”
“응. 맛있네.”
“역시 연슬은 간식을 맛있게 잘 만든다니까.”
“응. 특히―.”
여자는 웃었고 남자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말했다.
“크림이 맛있네.” “빵이 맛있네.”
평소에도 을 이니 이니 하고 싸우는 사이답게 이번에도 취향이 갈렸다.
“크림은 시중에서 파는 다른 크림이랑 크게 안 다르잖아?”
”이렇게 딱 적당히 부드러우면서 매끄럽고 달콤한 크림이 흔한 줄 알아?“
“이렇게 촉촉하고 매끈매끈한 빵은 다른 곳에서 먹을 수 없어.”
한동안 설전이 계속됐다.
“맛을 모르는 오빠를 위해 내가 진짜 맛있는 크림을 찾아올게.”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뒤를 쫓아갔다.
앞서가던 여자는 주변에서 작은 공터로 나왔다. 그 공터의 중앙에는 홀로 높게 솟은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에는 몽실몽실해 보이는 열매가 달려 있었다.
안에 부드럽고 맛있는 게 가득해 보였다.
여자는 나무에 다가가 주먹으로 톡톡 두들겨봤다.
다른 나무들과 다르게 단단한 소리가 돌아왔다.
또 나무 기둥 여기저기 밟거나 잡기 쉬운 턱이 나 있었다.
누가 봐도 기어오르라는 형태였다.
“저거 따올게.”
“내가 갈게.”
“나무는 내가 오빠보다 훨씬 잘 타.”
여자가 클라이밍을 즐긴다는 사실을 알기에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여자는 마치 다람쥐처럼 빠르게 나무를 기어 올라갔다.
열매 근처에 도달한 여자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민희야···헙!”
남자는 허둥지둥 입을 막았으나 이미 말은 빠져나간 뒤였다.
“동생 좀 그만 찾아! 이 바보야!”
여자는 남자의 머리를 향해 딴 열매를 던졌다.
팡 터진 열매 안에서 크림이 터져 나왔다.
얻기 힘든 곳에 있는 열매는 특별히 더 맛있었다.
“오빠.”
“미안해! 앞으로는 정말, 정말로 이름을 틀리지 않을 테니까!”
”탑이 보여.“
***
탑을 감싸는 숲을 탐험하는 게 너무 즐거운 걸까.
탑에 도착하는 사람이 없다.
발견한 사람은 있는데 도착한 사람은 없다.
자기 능력을 과신한 사람들은 도중에 설치해둔 함정들에 리타이어.
세이브도 하지 않았기에 태초 마을, 케이크 구역 밖으로 퇴출당했다.
복귀해도 슬라임에 패배한 게 충격이었는지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케이크 구역을 즐기는 사람은 탑에 도달하기보다 숲을 탐험하는 사람이 많고.
탑을 발견해도 바로 안 가고 숲을 돌아다니기도 한다.
뭐, 아직은 2일 차니까.
아직 시간은 많다.
“이것도 오랜만이네.”
오랜만에 신제품을 구상했다.
슬라임랜드에서만 파는 게 아니라 연금상점을 비롯하여 여기저기서 팔 예정인 을 만들었다.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치료하는 슬라임. 치유 효과는 있으나 시원한 맛은 없다.
어깨나 종아리에 붙이는 용도로 별로 크지 않은 이다.
[치유☆] 스킬로 아픔을 가시게 하는 정도로 두드리는 기능은 없다.그러니까 사용해도 고통이 조금도 없다.
고통도 적당하다면 시원하다고 느끼니까 사람에 따라서는 부족하다고 느낄 거다.
더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다.
본가에는 강함을 마음껏 조절할 수 있는 이 있다.
마사지는 물론이고 촉수가 관절을 꺾어 몸을 풀어주는 기능까지 있다.
그런 것을 만들어 팔까 했는데.
‘다 보여주고 다 내어주면 안 돼. 불만은 없지만, 약간 아쉬움은 남는 정도가 적당하단다. 그래야 더 좋은 경험을 찾아 다가오거든.’
가볍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어서 팔기로 했다.
정말 좋은 물건을 체험하고 싶다면 슬라임랜드로 오면 된다.
안마 의자가 있는 휴게실을 만들어뒀으니까.
이것 말고도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러 가지 편의 기능을 넣어뒀고 속도 제한 기능도 있으니까 아이들이 탈 때는 꽤 적당한 물건이라고 본다.
대여 가격은 꽤 비싸다.
한스가 설정한 가격을 보고 의문을 표했는데 적당하단다.
약간의 보조 기능은 있으나 자동 자전거는 아니다.
페달을 밟아야 한다.
자기 발로 이동해야 하는 자전거가 버스보다 비싼데 과연 얼마나 사용할까.
더 싸게 풀었으면 의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가격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게 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