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138
138. 좋아하는 것.
아이들을 이끌고 처음으로 도착한 장소.
그곳은 빛나는 수정으로 가득한 동굴이었다.
형체는 차갑고 날카로우나 뿜는 빛은 조금 따뜻하게 느껴지는 수정이 사방에서 솟아난 아름다운 동굴이다.
환상적인 풍경을 자랑하는 장소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무심코 탄성을 내뱉었을 장소다.
그런데 아이들은 죄다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 평온함이 언제까지 갈 수 있는지 보자고.
아이들에게 작은 곡괭이를 나눠줬다.
“캐서 먹어라.”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게 느껴졌다.
교단에서 들어온 비상식적인 명령을 들어봤겠지만, 돌을 캐서 먹으라는 명령은 들어본 적이 없겠지.
“무엇들 하지? 캐서 먹어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겠지.
하지만 순종하도록 개조당한 아이들은 곡괭이를 들고 솟아오른 수정에 다가갔다.
쨍.
작은 조각을 캐서 입에 넣었다.
전부는 아니나 몇 명이 움찔 반응했다.
그렇겠지.
맛있을 테니까.
달콤하고 시원할 테니까.
아, 저 아이는 조금 찌릿찌릿한 게 걸린 것 같네.
이곳은 케이크 구역과 마찬가지
이 동굴 안에 있는 모든 게 식용이다.
“계속 먹어라. 무엇을 먹을지는 알아서 정해라. 한 가지 말해두자면 바닥에서 천장까지 전부 먹을 수 있으며 각기 맛도 다르다.”
순종적인 아이들은 이에 따라서 돌을 캐서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엇을 먹을지는 저 아이들에게 정하게 시켰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선택지를 빼앗긴 채 따르기만 해야 했던 아이들은 선택해야 했다.
눈앞에 있는 것만 기계적으로 먹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약간 다른 행동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색깔별로 먹어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 호기심을 갖는 건 금지된 일이 아니야. 혼날 일도 아니고.
가끔 같은 수정을 두 번 이상 먹는 모습도 보여줬다.
무언가를 다른 것보다 더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감정이고.
“너는 왜 가만히 있지?”
“보라고 한 것만 보라고 하셨으니까요.”
“그걸 쓰고 있으라는 뜻이었다.”
아이는 눈 위에 쓴 을 만졌다.
“그것을 통해 보고 행동하는 것까지 막을 생각은 없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보석의 눈을 지닌 아이가 조금 독특한 행동에 나섰다.
수정 동굴 내부에 숨겨놨던 보석들을 캐기 시작했다.
저 보석들 역시 식용이다. 평범한 수정보다 훨씬 맛있다.
그렇게 모은 것들을 보석의 눈을 지닌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줬다.
아이들은 보석을 받기 전에 내 눈치를 봤다.
내가 고개를 끄떡이자, 보석을 받아 입에 넣었다.
한 단계 위의 자극이 맛봉오리 위에서 춤을 추자, 맛에 흥미를 느낀 아이가 늘어났다.
보석을 전부 나눠주고 본체 옆으로 돌아온 아이에게 물었다.
“왜 나눠줬지?”
“그걸 바라셨으니까요.”
아이들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특별 취급을 받은 죄책감에서 나온 행동도 아니었다.
맛있는 음식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흔들려는 계획을 세운 못된 어른인 내 생각을 읽어내고 그 의도를 따른 것이었다.
직감했다.
무덤덤한 이 아이의 감정을 흔들기는 매우 어렵겠구나.
“올리버, 루카, 아밋, 마리는 여기에 남는다.”
몇몇은 즉시. 나머지 아이들도 한발 늦게 반응하여 나를 봤다.
왜, 내가 너희를 본명으로 부른 게 그렇게 신기하냐?
교단에서는 이 아이들을 이름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불려 왔다.
과거로부터 단절시키기 위해 이름을 빼앗는 것은 고전적인 수법이다.
그래도 기록은 남아 있었다.
출신지를 확인할 수 있는 아이들도 있기는 했는데.
여기에 있는 전원에게 돌아갈 곳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이 끝났다.
“나머지는 따라오도록.”
식용 수정 동굴에 강한 흥미를 느낀 아이들을 분신에게 맡기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어느 섬.
다양한 색의 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들에는 특이한 점이 있었다. 머리에는 한 가닥의 촉수가 솟아나 있고 거기에는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열매가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저 열매를 뺏어서 마셔라.”
이번 명령은 쉬웠던 것일까.
아이들은 각자의 능력을 사용해 들을 휘몰아쳤다.
꾸물꾸물.
통통통.
들은 ‘오늘은 바람이 조금 세네?’라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해서 돌아다녔다.
조기 각성자이며 전투 훈련까지 받은 아이들이지만.
저 은 우리 은퇴 헌터들과도 술래잡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사이비 교단 따위가 가르친 능력의 사용법으로 저 들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게 고난도로 설정한 이유?
야생동물에게 접근할 때와 같다.
강압적으로 나설수록 잡기 힘들어지는 구조다.
온화하고 상냥하게 접근하면 된다.
눈에 보석을 품은 아이가 차분한 발걸음으로 에 다가갔다.
은 도망치지 않았다.
아이는 느리게 손을 뻗어 열매를 잡고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간단하게 떨어진 열매를 입에 대고 조금씩 빨아 마셨다.
다른 아이들은 보석의 아이를 따라 했다.
하지만 한 아이는 자기 능력으로 어떻게든 잡아보겠다며 능력 사용을 고집했다.
고집을 피우는 것.
주로 나쁜 의미로 사용되지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가슴 속에 지키고 싶은 것을 품고 있다는 뜻이니까.
“레오는 여기에 남는다. 나머지는 따라오도록.”
먹고 마셨으니까, 다음에는 노래를 불러야지.
다음에 도착한 장소는 인형이 가득 전시된 집.
벽은 여러 칸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 안에는 각각 악기를 든 채로 정지해 있는 들이 있었다.
“원하는 곳에 서라.‘
아이들이 다가가자, 인형들이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이쪽으로 오라고 유혹하듯이.
모두 같은 곳에 들어갈 수는 없다. 각각의 칸은 일인용이니까.
한 아이가 인형에 다가가려고 했다.
정확히는 악기에 손을 뻗었다.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재빨리 손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먼저 인형이 촉수를 뻗어 그 아이를 끌어들였다.
인형은 아이에게 악기를 들려주고 자세를 잡아줬다.
아이는 훅 바람을 불어넣었고 부드럽고 온화한 소리가 울렸다.
“벤저민은 여기에 남는다. 나머지는 따라오도록.”
계속해서 이동했다.
어떤 때는 누구도 남기지 않고.
어떤 때는 한 아이를 남기고.
어떤 때는 여러 아이를 남기고.
그렇게 일행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눈에 세상을 품은 아이만이 남았다.
교주가 집착한 이유를 알겠다.
공략집이냐? 라고 묻고 싶은 수준이었으니까.
진짜 말도 안 되는 눈을 가진 아이다.
[결계☆] 스킬이 적용된 과 편법을 막으려고 내가 설치해 둔 보안조차 꿰뚫어 봤다.이라고 해봐야 차단율 높은 선글라스를 낀 느낌 아닐까.
보는 것에 한정한다면 나는 물론이고 애쉬조차 넘어설지도 모르겠다.
내가 슬라임이라는 사실은 진작에 눈치챘겠지.
눈치챘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 따위 없기에 아무래도 좋지만.
사이비 교단에 속했던 아이가 “연금슬라임은 사실 인간이 아니라 슬라임으로 이뤄진 괴물이다!”라고 아무리 외쳐도 귀를 기울여줄 사람은 없다.
애초에 그런 행동을 할 것 같지도 않지만.
무엇을 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느니 별수 있나.
조금 더 자극적인 것을 시험해 볼까.
우리는 대포 안으로 들어갔다.
펑.
우리는 하늘을 날았다.
바다의 소용돌이에 골인.
빙글빙글 돌다가 중앙으로 쑥 들어갔다.
그대로 만물을 빨아들이는 해저의 구멍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몸이 옆으로 쏠리고, 위로 쏠리고, 아래로 떨어졌다가 위로 솟는다.
구조는 매우 복잡한 워터슬라이드와 마찬가지.
일반적인 워터슬라이드와 차이라면 회전이 멈추지 않는다.
세탁기를 타고 워터슬라이드를 타는 기분이다.
평범한 워터슬라이드에서 이딴 구조로 만들었다면 익사할 테지.
얼굴을 물에 처박으니까.
슬라임랜드에서는 괜찮다.
물이 평범한 물이 아니라 입과 코에 들어가도 괴로움이 없는 이니까.
폐에 들어가도 기침이 나오지 않고 말끔하게 흡수될 뿐만이 아니라 폐에 공기도 공급해 준다.
슬라이드가 끝나고 우리는 사방이 막힌 방에 갇혔다.
인간은 발이 닿는 냇가에서도 빠져 죽는다. 그게 다 공황을 일으키기 때문.
이 놀이기구는 그러한 공포를 이용한다.
지금까지는 정신이 없어서 몇 번이고 무심코 숨을 들이마셨겠지.
하지만 갑자기 정적이 찾아오고 주변에 물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반사적으로 숨을 참게 된다.
그리고 위쪽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 방은 꽉 막혔기에 위쪽으로 올라가도 공기는 없다.
인간이 숨을 참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기껏해야 1분.
공포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상황이라면 훨씬 짧아진다.
숨을 필사적으로 참다가 결국 못 참고 숨을 쉬게 된다.
문제 없이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머쓱해지는 것까지가 하나의 세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놀이기구는 이도아가 만든 「절규 코스」 가운데서도 위험도가 높다.
아무나 이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건 아니다.
트라우마가 생기거나 사람이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는 잘못된 지식을 심어줄 수 있다. 그래서 탑승하기 전에 일정한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이상증세를 일으키면 즉시 이송할 준비도 돼 있고.
보석눈의 아이는 평온한 표정으로 물속을 둥둥 떠다녔다.
숨을 참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퐁.
마개를 뽑은 욕조처럼 주변이 또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익사의 공포가 사라진 대신 놀이기구는 한층 더 격렬해졌다.
상하좌우 정신없게 이동한 끝에 도착한 곳은 바로 어느 거대한 생물의 입 안쪽이었다.
이 격류는 이 괴수가 물을 빨아들이며 생성된 것이었다.
리리의 안쪽은 마치 보물창고 같았으나 이쪽은 달랐다.
마치 거대한 생물에게 잡아먹힌 것처럼 벽은 내장처럼 물컹물컹하고 시뻘겋다. 그 벽에서 뻗어 나온 검붉은 촉수들이 함께 쓸려온 괴수들을 가차 없이 찢었다. 이곳에 들어온 자들은 급류에 휩쓸린 채 그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혹시나 저 촉수가 자기를 노리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때로는 휩쓸린 괴수가 노려서 공격해 오기도 했다.
뭐, 그런 괴수는 체험자에게 닿기 전에 촉수에 꿰뚫려 찢기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내장의 주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면으로 향하는 게 느껴졌다.
그사이 우리는 자잘한 파편들과 함께 물주머니에 담겼다.
그리고 얼마 뒤 하늘 높게 쏘아졌다.
하늘에서 내려봤다.
아래에는 귀엽게 생긴 고래가 물을 뿜고 있었다.
여기서 코스가 나뉜다.
「절규 코스」의 네버엔딩 풀오토를 선택했다면 다른 절규 머신으로 이어진다.
중단을 선택했다면 이렇게.
나와 보석눈의 아이는 구름 위에 떨어졌다.
우리를 태운 구름은 느긋하게 하늘 위를 노닐었다.
“안 무서운가?”
“안전하니까요.”
그야 안전하다.
안전 안심의 슬라임랜드니까.
하지만 던전에서 구를 대로 굴러 무서운 게 없다는 면상을 한 헌터들도 우는 소리를 내는 게 이도아가 설계한 「절규 코스」다.
무서워하는 건 정상이다. 몸이 마구 흔들리면 뇌가 비상 사이렌을 울리며 즉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게 정상적인 반응이니까.
그래도 세상에는 이런 공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이 아이도 그런 부류인가 싶어서 시험해 봤는데 이번에도 꽝인가.
싫어하는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다.
피하려는 것도 없고 원하는 것도 없다.
현재 슬라임랜드에는 이 아이를 기쁘게 할만한 게 없다.
슬라임랜드의 주인으로서 패배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 분하네.
“인정하지. 네 부동심을 깰 방법은 생각나지 않아.”
“거짓말이네요.”
“그런 것도 알아?”
“네.”
교주가 집착할 만도 하네.
내비게이션에만 의존하던 사람이 내비게이션이 없어지면 길을 찾을 수 없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
언제나 상대가 말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게 된 지금.
그 교주는 불안해서 미칠 것 같을 거다.
불신과 질투의 저주에 지독하게 괴롭혀진 경험이 있는 내가 장담한다.
“그래 맞아. 네 트라우마를 찾아내 파헤치는 방식이라면 네 부동심을 깰 수 있을지도 모르지.”
조금 무섭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에도 보석 같은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건지 아니면 무섭지 않은 건지 알 수가 없네.
외계인 2호냐.
“하지만 그래서는 의미가 없어. 이곳은 내가 만든 꿈과 촉수와 희망과 슬라임의 나라. 공포는 즐거움과 행복으로 이어지는 조미료이어야 해. 네 트라우마를 찾아내 파헤치는 게 대체 어떻게 너를 즐겁게 하고 행복하게 하지?”
트라우마를 찾아내고 그것을 직시하는 것은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것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단계에서 행할 일은 아니다.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건 이 아이를 흔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아이를 괴롭히는 것일 뿐이다.
지금은 마음을 돌릴 무언가를 찾아내 그것에 집중하여 쉴 때다.
다른 것은 필요 없다.
트라우마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은 [치유☆] 스킬이 섞인 [정화+]의 불길이 대신해 줄 테니까.
“너는 대체 뭐가 좋은 거냐.”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보석 같은 눈으로 계속 나를 볼 뿐.
“됐다. 시간은 많으니까 천천히 알아보자. 슬라임랜드는 나날이 발전하는 장소. 베로니카 네가 좋아할 법한 것도 머지않아 생겨나겠지.”
***
“잠시 이야기를 나눌까요?”
소녀는 고개를 끄떡이고 따라갔다.
떨어진 보랏빛은 금세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