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33
33. 홍보.
안녕하십니까. 비상식량입니다.
생물이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을 먹는 미친놈이 인간인가 미심쩍습니다만, 언젠가 저도 처먹겠다고 하는 게 아닐까 살짝 무섭습니다만, 제 이름을 보면 매우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주인은 주인이니까 계속 지켜보려고 합니다.
사실 지켜보는 것을 제외하면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악령이었다면 주인의 목을 조르고, 성령이었다면 주인의 머리에 반짝이라도 뿌려주겠는데 저는 이도 저도 아닌 집의 정령.
빛과 어둠이 합쳐져 최강이 아니라 그냥 빛도 어둠도 되지 못한 잡종입니다.
무력한 집의 정령이 되었지만, 큰 불만은 없습니다. 꽤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주인입니다.
전의 거주자들과는 다릅니다. 전의 거주자들이 살 때는 명확한 의식이 없었기에 이미지만 남았지만, 떠올리면 벽이 검게 물드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주인은 보고 있으면 벽이 말랑말랑해집니다.
얼마 전 주인이 자기와 꼭 닮은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봤는데.
그때 보인 표정은 잘 저장해뒀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주인이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하나 했습니다.
TV를 하루 종일 켜놓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요즘은 드라마도 챙겨 봅니다.
여주인공이 의붓아버지의 전처의 의붓아들이랑 사랑에 빠졌습니다.
남매의 남매의 남매와 사랑에 빠진 겁니다!
과연 어떤 전개가 이어질까요?
***
마이크로 LED 110인치 TV.
가격은 대략 1억 7천만.
내가 산 물건은 아니다.
전 주인의 자식들은 집에서 쫓겨나기 전, 집에 있는 물건을 열심히 처분했다.
명품 가방이나 시계, 귀금속, 미술품처럼 가벼운 물건은 빠르게 팔아치우거나 어디 꿍쳐둘 수 있었겠지. 하지만 TV, 냉장고, 원목 가구처럼 무거운 물건은 빠르게 처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버려두고 갔다.
그냥 버려두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이 1.7억 TV.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다.
새로운 TV를 갖고 싶으면 이걸 먹지 않고 그냥 새 걸 사면 된다. 집이 워낙 넓어서 TV를 둘 자리야 넘쳐난다.
문제는 이 1.7억 TV의 상태. 천인공노 패륜아들이 못 가져가는 물건에 패악질해놓았다.
주먹질, 발길질, 골프채, 재떨이, 술병 등의 흔적이 사방에 남았다.
이 TV 역시 무사하지 못해 LED가 잔뜩 깨졌다.
화면 분할 기능으로 50인치 TV로 활용할 수 있기는 한데.
박살이 난 부분이 볼 때마다 거슬린다.
이거 수리할 돈이면 그냥 최신형 TV를 살 수 있을 테고.
그래서 먹기로 했다.
이 TV를 박살 내는 영상을 찍어서 올리면 1천만 조회수는 가볍게 찍을 것 같지만, 그건 내 채널의 성격에 맞지 않으니까.
아, 먹는 영상을 올릴까? 그건 3천만 조회수는 가볍게 찍을 것 같은데.
아서라. 슬라임이 됐다고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잘 먹겠습니다.
냠.
“상태창.”
[특성 : 슬라임☆ Lv. 19+용기
스킬:
분해 Lv. 22.
흡수 Lv. 22.
분석 Lv. 23.
분열 Lv. 18.
조종 Lv. 18.
변질 Lv. 18.
저장 Lv. 21.
변환 Lv. 17.]
이건 또 새로운 발견이네.
[분석] 스킬이 단숨에 2개나 올랐다.디자인 값은 안 쳐줘도 기술 값은 쳐준다는 건가.
봉지에 담긴 흰색 설탕을 먹나 봉황 설탕 공예를 먹어 치우나 얻는 경험치는 같다.
현대 과학 기술의 결정체는 보너스가 붙는구나.
레벨이 낮을 때는 [분해] [흡수] [분석] 스킬은 함께 레벨이 올랐다. 하지만 레벨이 오를수록 [분석] 스킬의 성장 속도가 나머지 둘과 비교해서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
[분열], [조종], [변질], [변환] 스킬도 함께 오르는데, 이 네 가지는 [분해] [흡수] [분석] 스킬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다. 18까지 올린 것도 [특성 : 슬라임☆]의 레벨이 5, 10, 15에 도달했을 때 얻은 스킬 경험치 보너스도 덕분이었고. [같은 동작을 일정 회수 이상 반복하였습니다. 습득하는 경험치가 줄어듭니다.]시리즈를 만드는데 이런 알림이 떠오르더라고.
그 뒤로 성장 속도가 느려졌다.
공돌이☆에게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쪽도 어떻게든 하긴 해야 하는데.
갑자기 과 생산을 그만두겠다고 할 수도 없고.
뭐, 그건 나중에 고민하기로 하고.
이제 곧 레벨 20이다.
내가 을 토해낸 [특성 : 슬라임] Lv. 20.
레벨 15 때 [특수 분열]을 통해서 공돌이를 얻었다. 레벨이 1로 초기화된 뒤 다시 레벨 15에 도달했을 때는 [특수 분열] 스킬이 선택지에서 사라지고 바로 [변환] 스킬을 얻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되려나.
철 젓가락을 두 개 들고 금속 막대기를 넣으면 안 되는 곳에 넣었다.
*주의 따라 하지 마세요.*
[변환 스킬의 레벨이 18로 올랐습니다.] [특성 : 슬라임☆의 레벨이 20으로 올랐습니다.] [새로운 스킬이 생성됐습니다.]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다.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설마 [변신]은 아니겠지.
[특성 : 슬라임☆ Lv. 20―
변환 Lv. 19.
증식 Lv. 1.]
“휴···.”
[변신] 스킬 아니다. [증식]이라.밀폐용기를 가져다가 그 안에 을 제작해 쏟아냈다.
“오호?”
내가 물건을 만드는 공정을 대략 살피면 우선 [분해]하고 [흡수]하여 질량을 늘리고 [저장]으로 압축해둔다. 몸의 일부를 [조종] 스킬로 모양 잡고 [변질] 스킬로 바꾸고 [분열] 스킬로 떼어낸다. [저장]으로 압축해둔 슬라임의 압축을 풀며 떼어낸 부분을 보충한다.
세세하게 들어가면 훨씬 복잡하다. 특히 [변질] 부분이 가장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런데 [증식] 스킬을 사용하면 [변질]한 슬라임의 양을 늘릴 수 있다.
이게 어느 정도의 차이냐고?
괄호 없이 계산하다가 괄호를 사용해서 계산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5×3+7×2+5×3+7×2+5×3+7×2를 (5×3+7×2)x3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
나의 [변질] 스킬은 (5×3+7×2)처럼 간단하지도 않고 생산량은 만 단위. x3이 아니라 하루에 최소 x20,000이다.
[증식 스킬의 레벨이 2로 올랐습니다.]지금 당장은 스킬의 레벨이 낮고 스킬 사용이 미숙해 획기적인 변화는 없다.
훗날 스킬 레벨이 높아지고 스킬 사용에 숙련되면 TV를 보면서 한 시간에 만 개도 찍어내겠는걸?
집에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해야 하나?
슬라임 공장을 만들면 어디에 만드는 게 가장 좋을지 집 안쪽을 둘러본 뒤.
바닥에 드러누워 W튜브를 돌아다녔다.
예전처럼 강박적으로 찾아보지는 않아도 상품 반응은 확인해야 하니까.
그러다가 이런 걸 발견했다.
[소화기관을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연금슬라임의 신제품 리뷰.]음, 음.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좋아.
여기서는 이 명언을 해야겠지.
“왜 치약을 먹어?”
구강 건강 챙기라고 만든 물건으로 장 건강을 챙기는 인간들.
대체 왜 현실에서 게이머의 도전 정신을 발휘하는 것일까.
진짜 예상 밖의 활용법을 보여주네.
내 창의력이 저들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건 그냥 피지컬의 차이다.
이게 다 내 슬라임 보디가 너무 뛰어나서 그렇다.
내 발바닥은 무좀균이 서식하기는커녕 “나는 여기서 나가겠어!”라고 말하자마자 슬라임 늪에 빠져 죽는다. 이 무좀에 효과가 있는 걸 어떻게 알아.
이 거기에 생긴 피부병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아. 설탕 15kg을 퍼먹고, 통닭 20kg을 씹어먹고, 콜라 15L를 들이켜도 뾰루지 하나 나지 않는 무적의 피부를 지녔는데!
그리고 정력? 내 거기는···. 내 거기는!
이번 도 마찬가지. 입에 들어간 모든 것을 순식간에 분해 흡수해버리는 최첨단 소화 시스템을 갖춘 슬라임이기에 먹은 게 아래에 도달하지도 않는다.
당당하게 “화장실이요? 거울 보러 가는 곳 아닌가요?”라고 말할 수 있는 꿈의 청순 아이돌 슬라임이라고!
나쁜 일은 아니다.
나쁘기는커녕 꽤 좋은 일이다.
문제가 될 요소라면 다른 도 식용이라고 착각하고 먹다가 탈이 나는 경우.
저번에 을 회를 쳐서 먹은 사람이 있어 대비는 됐다.
을 제외한 연금 제품은 전부 매우 쓰다.
입에 넣는 순간 영혼이 화산재에서 목욕하고 돌아왔나 싶도록 쓰다.
을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을 먹는 상식인은 없을 거다.
[세상에서 가장 쓴 슬라임 먹어보기!]그런데 이걸 또 챌린지로 써먹는 건 대체 어떻게 돼 먹은 정신이냐.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구하기 조금 쉬워졌다고 진짜 별짓을 다 하네.
상식이 없는 건지 아니면 인간이 아닌 건지.
역시 W튜버는 인간이 아닌 걸까.
변비약···. 이라고 하면 조금 그러니까.
쾌변 확정 슬라임이라면 개당 2,000원이라는 가격은 비싼 게 아니다.
쾌변을 내세우는 요구르트는 1,000원을 넘는 것은 물론이고 7,000원이 넘는 것까지 있으니까.
살짝 공격적인 가격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성비 갑 슬라임이 돼버렸잖아.
미래에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 옆에 있는 슬라임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화장실에 가서 꿀꺽 삼키고 황금 해방!
그렇게 위도 아래도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도 적지 않게 될 것 같은데.
아니지. 이건 예상으로 끝내기 아깝다.
그런 식으로 마케팅하면 되잖아?
적당히 나이가 있는 남자 연예인의 관찰 예능에서 이 장면을 보여주면 된다.
건강 노하우를 알려주는 TV 프로그램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거에 내보내도 괜찮겠고.
어떻게 내보내느냐고?
그건 박태양 상담사가 생각해야지.
따르릉.
[박태양 상담사]이 사람도 양반은 못 되겠네.
전화는 또 오랜만이다.
저번에 을 토해낸 뒤에는 재고 타령이 줄었는데.
설마 의 판매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인가?
응할 생각이라면 있다.
지금 실력의 5할을 숨기고 있으니까.
“연금슬라임입니다.”
-연금슬라임 님. 안녕하십니까. 박태양 상담사입니다. 혹시 지금 시간이 되십니까?
“네. 무슨 일로 전화하셨나요?”
-제안하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네, 네.”
-현재 해외 스트리머들 사이에서 SLimelove의 사진과 영상이 퍼지고 있습니다. 혹시 알고 계십니까?
“네.”
-그들에게 선물을 보내 제품을 홍보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진짜 해외 시장 개척에 진심이네.
국내 시장은 이미 점령한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이해는 가는데.
“또 수출하려는 건 아니죠?”
-아닙니다. 한국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이 되리라 예상돼 드리는 제안입니다.
내 얼굴이 많이 돌아다니는 지금이 홍보하기에 적절한 때이기는 하지.
“연금 제품의 해외 배송은 어려움이 많다고 아는데요?”
-판매가 아니라 선물이라면 제한이 적습니다.
나라마다 연금법에 차이가 있어서 선물로 보내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그래서 저번에 경품 이벤트에서 해외는 제외했고.
선물도 그러한데 돈과 물건을 주고 광고 계약을 맺으려면 더 까다로울 텐데?
“뒷광고인가요?”
-협의 없이 선물만 보내고자 합니다.
광고해달라는 이야기 없이 그냥 선물로 보내자는 건가.
선물을 받은 스트리머가 자진하여 영상을 찍기를 바라면서.
돈이 개입되지 않으면 규제가 약해지는 법이지.
하지만 나중에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막으려면 진짜 단순히 선물 느낌으로 보내야 할 텐데?
그러려면 SLimelove의 명의로 보내야 한다.
연금센터 이름으로 보내는 건 너무 노골적이니까.
내 이름으로 보내면 선물을 받은 사람이 사용하다가 이상을 겪었을 때 내가 국제 소송에 휩싸일 위험이 있다.
뭐, 이상 없으리라고 자신하니까 문제는 없네.
을 귓구멍이나 콧구멍에 넣어도 괜찮으리라고 확신한다.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고?
세상에는 상식이 부족한 이상한 사람이 정말 많다.
을 코에 넣으면 콧속이 깨끗해질 같고, 귀에 넣으면 귀가 깨끗해질 것 같잖아.
“아무리 선물이라고 해도 , , 시리즈, 을 보내는 건 너무 노골적 아닌가요? 설마 제가 선물로 나눠준 이랑 을 보내라는 건 아니겠죠?”
-···아닙니다.
“앞의 침묵이 수상쩍은데요.”
-···안 됩니까?
“와···. 실망이에요.”
-죄송합니다.
“SLimelove 팬들에게 나눠준 물건인데. 그걸 유명한 스트리머라는 이유만을 받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SLimelove 팬들이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겠어요.”
-죄송합니다.
“차라리 해외 팬을 상대로 경품 이벤트를 한 번 더 하는 게 낫죠. 저번에는 제외했었으니까요. 지금 그런 이벤트를 한다고 하면 방송 각을 보는 스트리머들이 대규모로 응모할 것 같으니 바라시는 바를 이룰 확률은 꽤 높네요.”
-해주실 수 있습니까?
“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조작은 안 할 거예요? 정말로 무작위로 뽑아서 보낼 거예요. 추첨하는 과정도 생방송으로 찍어서 보내는 게 좋겠네요.”
지금처럼 주목이 모인 상태에서 하는 행동은 평소보다 논란이 일어날 여지가 크다.
깔끔하게 가자고. 깔끔하게.
***
“여기에 누가 있는지 봐.”
“안녕한가. 인간. 나는. SLimelove. 세계를. 정복하러. 왔다.”
“Oh~ So cute! 이 슬라임 먹고 싶냐고? Yes! 먹어 치우고 싶어. 크앙.”
“이거 놔라. 곰. 슬라임. 식용 아니다. 곰”
“폴라라고 불러.”
“슬라임.”
“계속 그런 식으로 말할 거야?”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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