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34
34. 티키타카
W튜브에 너무 집착하면 안 된다고 예전에 생각했었는데.
빠지면 머지않아 생방송을 하겠다고 나서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이렇게 생방송 일정이 잡혀 버리네.
곰탱이가 한국에 날아온단다.
당첨돼서 주소를 달라고 했더니 한국에 날아온단다.
그것도 촬영 장비를 전부 챙겨서.
누가 펭귄 먹으러 북극에서 남극까지 가는 곰 아니라고 할까 봐 행동력이 장난이 아니다.
추첨에 조작은 없었다.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었는지 내 모든 영상에 댓글을 하나씩 남겨 놨더라.
댓글 수가 많으면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게 당연. 꽝에 당첨 당하는 일 없이 에 당첨되는 것에 성공했다.
주소를 알려달라는 메일을 보내자 그녀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내게 합방 제안을 했다.
당연히 거절했다.
할 리가 없잖아.
그런데도 한국에 온다고 한다.
와서 오픈런에도 참가해보겠다고 한다.
나와 합방하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을 홍보해주겠다는 거다.
돈을 받기는커녕 자기 돈을 왕창 사용하면서까지.
상대가 악의를 내보이면 웃는 가면을 쓰고 훅을 날릴 준비라도 하지.
호의를 전면에 내세우면 대처하기가 어렵다.
괜히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됐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다.
멀리서 오는 손님을 홀대하는 것은 그 어떤 문화권에서도 죄악.
직접 만나는 건 NO! 마음껏 제품을 홍보하는 대신 폴라걸의 스트리밍에 출현하기로 했다.
내가 아무리 슬라임 탈을 쓰고 있다지만, 버츄얼 캐릭터와 현실의 크리에이터가 뒤섞이면 위화감이 꽤 크다.
워낙 갑작스럽게 정해진 일이라 내 캐릭터를 준비할 시간은 없다.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세상에는 안 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니 뒤로 미룰 수도 없다.
적당한 그림을 띄워놓고 방송하는 방법도 있기는 한데.
나라는 슬라임이 그 정도로 만족할 리가 없잖아?
진정한 코스프레를 보여주마.
새로운 슬라임 탈(버츄얼 ver)을 뒤집어썼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내가 찍히는 모습을 살펴봤다.
좋아.
말도 안 되게 반응성이 좋은 버츄얼 캐릭터처럼 보인다.
이 옷을 만들 때 3d 특유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카메라 세팅도 최대한 버츄얼 느낌이 나도록 했고.
새로 산 카메라에 여러 가지 기능이 많아서 세팅하기 편했다.
비싼 값은 하는걸.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팩 슬라임 공장 공장장이 공돌이 공장장이고 모기 슬라임 공장 공장장이 연슬 공장장이다.
녹음도 문제없음.
조명도 OK.
시험 삼아 먹방을 찍어봤다.
좋았어. 괜찮게 나온다.
총합 2,000만 원의 값어치는 하는 것 같네.
***
“Hey, soldogs. 내가 지금 어디에 있게? 그건 바로~~~! 한국! 여기에 왜 왔냐고? 그야 맛있는 게 있다고 해서 바로 바다를 건너서 왔지. 불닭? 그건 맛있는 게 아니야.”
―
“여기에 누가 있는지 봐.”
“안녕한가. 인간. 나는. SLimelove. 세계를. 정복하러. 왔다.”
“Oh~ So cute! 이 슬라임 먹고 싶냐고? Yes! 먹어 치우고 싶어. 크앙.”
“이거 놔라. 곰. 슬라임. 식용 아니다. 곰.”
“폴라라고 불러.”
“슬라임.”
“계속 그런 식으로 말할 거야?”
“봐서.”
“무엇을?”
“와이파이 연결.”
“Wi what? 네 뇌랑 입은 와이파이로 연결됐어?”
“내 머리. 빈 거. 안 보여? 무선 당연.”
“푸하하하하하! Hey, 그 파란색 막대기 뭐야?”
“블루투스”
–
“입에서 어떻게 그런 게 나오는 거야?”
“나는 슬라임이야.”
“Oh, come on. 내게 말해. 내게 사실을 말해.”
“알았어, 알았어. 이건 비밀인데.”
“내게만 말해. 다른 사람에게는 말 안 할 테니까.”
“버츄얼 캐릭터를 만들 때는 레이어라는 게 있는데. 그걸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어.”
“알아! 그런데 너는 버츄얼 캐릭터가 아니잖아! 실제 슬라임 안에 있잖아!”
“안에 사람 없거든? 나는 사람을 먹지 않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어?”
“미안.”
―
“응? 아, 우리 귀염둥이가 버츄얼 캐릭터가 아니냐고? 아냐, 아냐. 현실에서 슬라임 옷을 입고 방송하고 있어.”
“이 방송은 연금슬라임의 협찬으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광고 맞아. SLimelove가 내 방송에 출연해주는 조건이 그거였거든. 아니, 저 슬라임 탈 광고는 아니야.”
“이 슬라임 탈은 비매품입니다. 무엇을 광고할 거냐고? 당연히 앞으로 연금슬라임이 팔 물건이지. 그딴 것은 됐으니까 슬라임 탈이나 팔라고? OK. 너는 앞으로 연금슬라임이 파는 거 사지 마.”
―
“내 입 속에 뭐가 들어 있냐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생필품을 넣고 다니는데?”
“슬라임. 평범한 사람은 입에 생필품을 넣고 다니지 않아.”
“어디 보자···. 아, 이건 아니네.”
“잠깐! 방금 권총이 나오지 않았어?”
“물총이야. 푸슉.”
“대체 왜 입 속에 물총을 넣고 다니는데?”
“여름이니까. Hey, 북극 촌곰. 너희 집에 여름 없지?”
“있거든!”
“32도 이하가 무슨 여름이라고.”
“그 기준이라면 없네. 아, 맞아! 한국에 와서 느낀 건데 여기 진짜 더워! 습하고!”
“여름의 더움과 습함이 괴로우시다고요? 여기에 과 이 있습니다. 을 발에 깔고 을 겨드랑이에 끼고 여름을 이겨내세요.”
“푸하하하하하. 억양 뭔데.”
“그 밖에도 이랑 어이쿠. 이건 꺼내면 안 되는 건데.”
“뭔데, 뭔데.”
“하나 던져두면 개미와 바퀴벌레 무리를 몰살하는 약.”
“바퀴벌레 킬러? 나 그거 필요해.”
“목소리가 무서운데?”
“나 진짜 진짜 진짜 그거 필요해.”
“눈의 광기 꺼. 지금 연금슬라임은 식품 시장을 개척하려고 하고 있거든? 하나 던져두면 무리 하나를 몰살하는 극독을 홍보하라고? 미친 연금술사 같은 이미지가 되잖아!”
“그거 안 주면 널 잡아먹겠어.”
“북극곰. 쓴맛에 사망이라는 기사라도 뜨고 싶어?”
―
“오늘 산 있잖아? 살짝 깨물어 봐.”
“? 오늘 오픈런이라는 거 참가했어. 새로운 사과 전화가 나오면 매장 앞에서 줄 서는 그거. 연금슬라임이 만든 제품을 몇 개 사서 왔거든. Oh, fuxx! What the hell? 이거 뭐야?”
“자꾸 먹으려는 사람이 있어서 연금슬라임이 인생의 쓴맛 좀 첨가했지. 연금슬라임이 만든 연금 제품은 식용이 아니라고. 하나 먹어도 된다고 해서 파는 물건이 있기는 한데.”
“너?”
“이거 놔라. 곰. 슬라임. 식용 아니다. 곰.”
“어떤 거?”
“초록 속 구슬 모인 거 있잖아. 하나 입에 넣어.”
“찐~뿜! 풉. 소리 어쩔 거야. Oh, chewy~ 껌이랑 비슷하네. 잠깐! 이거 민트초코야? Yuk! Yuk? 왜 맛있는데! 어? 입 안에서 부풀어 오른다.”
“모든 치아로 골고루 씹어. 양치질을 대신해주는 물건이야. 치약에 적힌 효과들 있지? 그 모든 효과가 거기에 깃들었다고 생각하면 돼.”
“치약? 이거 삼켜도 되는 거야?”
“원래는 뱉는 건데 먹으면 부수적인 효과가 있어.”
“꿀꺽. 뭔데.”
“속닥속닥.
”진짜로? 진짜?”
“속닥속닥으로 뭘 알았는데? 악! 곰이 슬라임을 친다!”
“무슨 효과가 있는데?”
“변비 끝. 행복 시작.”
“···진짜? 진짜?”
“아까 바퀴벌레약 나왔을 때의 톤인데?”
“진짜 진짜 진짜?”
“내가 예언 하나 하는데 지금부터 24시간 뒤에는 화장실에 가까운 곳에 있어. 안 그러면 매우 후회할 거야.”
“만약 진짜면 나는 너를 찾아내서 너를 납치할 거야.”
“거짓이면?”
“너를 찾아내서 너를 먹을 거야.”
“100% 배드 엔딩이냐.”
“베드 엔딩일 수도 있어?”
“순수한 슬라임은 곰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몰라요.”
―
“Koo ha···. 너무 많이 웃어서 땀이 다 나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오늘 즐거웠습니다. 입금은 이쪽 계좌로 부탁드립니다.”
“또 만나.”
“싫은데?”
“또 만나.”
“블루투스 끈다. 아아아아~”
“Oh~ So cute! 이 슬라임 먹고 싶냐고? Yes! 먹어 치우고 싶어. 크앙.”
“이거 놔라. 곰. 슬라임. 식용 아니다. 곰.”
***
24시간 뒤.
“Oh~ fuxx!!! Fuxx!!! This, this is fuxxing insane!!! 평소의 나는 로댕의 의자에 앉아서 지옥의 문을 감상하거든? 그런데! 그런데! Oh my god. 오늘의 나는 천사들과 함께 천국을 날았어. 이건. 이건 진짜 미쳤어.”
***
마키나 : 즐거워 보이더라?
마키나 : 농담.
나 : 깜짝이야.
나 : 농담 맞지?
마키나 : 농담 아닐지도.
나 : 어느 쪽인데.
마키나 : 영역 침범을 당한 기분?
마키나 : 갑자기 거대 곰 인형이 앞마당에 눌러앉은 기분?
나 : 거대 곰 인형이 앞마당에 눌러앉은 기분이 뭐냨ㅋㅋㅋㅋ.
나 : 생각해 보니까 온라인 친구 가운데 너만큼 친한 상대가 없구나.
나 : 지금도 마찬가지이기는 한데.
나 : K.
나 : 놀자.
나 : 내 몸에서 곰 털이 전부 떨어질 때까지.
나 : 네가 질려서 제발 놔달라고 빌 때까지.
나 : 안 놔줄 거니까?
마키나 : 나는 여기서 나가겠어.
나 :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라도 나갈 때는 아니란다.]
***
우물우물.
다닥다닥.
시간이 흘러 어느덧 9월.
다른 대학생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대학교에 갈 때.
전공 서적의 가격과 무게에 눈물을 흘릴 때.
나는 이렇게 집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들긴다.
이게 인생이지.
[패배]이것도 인생인가.
“팀 운 실화냐? 어떻게 3인분을 해도 져?”
눈을 세 쌍. 팔을 네 개, 촉수를 두 개 동원해서 게임 했으니까 3인분 맞잖아.
눈 3은 미니맵 담당.
눈 2는 메인 화면 담당.
눈 1은 입과 함께 먹는 담당.
손 4는 마우스.
손 3은 숫자 패드.
손 2는 스킬.
손 1은 젓가락질.
촉수 둘은 응원이다.
노는 거 아니다.
이것도 스킬 단련이라고.
딜량 좀 볼까.
“···.”
뭐 재밌는 뉴스 없나?
[양건우, 한국 테니스 역사상 최초로 US오픈 8강 진출.]스포츠에 조금의 관심도 없는 내가 이 뉴스를 접한 이유.
양건우가 인터뷰에서 승리의 숨은 공신으로 을 뽑았으니까.
세상에. 을 깔창으로 쓴다고?
아, 보통 깔창으로 쓰는 거 맞네.
잠깐 착각했다.
“음···.”
폴라걸과의 합방은 성공적이었다.
구독자 275만.
저번 3천만 W튜버가 리뷰해 준 것보다도 강력한 화력을 보여주며 구독자를 뻥튀기시켰다.
폴라걸이 자꾸 귀찮게 한다는 점만 제외하면 꽤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뭐, 그쪽은 머지않아 이웃조차 아닌 먼 나라로 돌아갈 테니까 신경 쓸 필요 없고.
SLimelove와 연금슬라임의 이름은 해외에 꽤 강하게 각인된 상태다.
만약 양건우가 US오픈에서 우승하고.
인터뷰에서 을 다시 언급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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