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35
35. 신제품 구상.
내 게임 실력이 부족한 게 아니다.
3인분의 실력을 커버하기에 컴퓨터 스펙이 부족한 거였다.
그래서 컴퓨터를 장만했다.
현존하는 최고 스펙으로.
높은 가격으로 정렬하고 비싼 순으로 싹 사···지는 않았다.
나도 그런 식으로 사면 서버용 컴퓨터가 된다는 사실 정도는 안다.
그냥 전문가에게 맡겼다.
그렇게 도착한 컴퓨터 2대.
초대할 친구도 없으면서 컴퓨터를 2대 산 이유?
하나는 지뢰찾기용이고 다른 하나는 W튜브 시청용이다.
농담이고.
“잘 먹겠습니다.”
컴퓨터 한 대를 통째로 삼켰다.
[분석 스킬의 레벨이 25로 올랐습니다.]다음에 할 일은 남은 컴퓨터의 전원을 꼽고 열심히 인터넷 서핑을 하는 건 아니고.
껍데기를 벗겨서 먹었다.
껍데기 쪽을.
내 감성에 맞는 케이스가 없더라고.
그래서 먹기로 했다.
의뢰한 곳에서 이거 조립하는 영상을 보내줬는데 꽤 고생하더라.
그런데 미안해서 어쩌나.
속살만 있으면 되는데.
케이스가 필요 없으니 케이스 없이 조립해서 보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껍데기는 없어지고 속살만 남았다.
팬이 세 개나 되는 수냉 쿨러를 떼어내자 CPU가 까꿍 고개를 내밀었다.
가성비가 좋은 CPU만 써왔기에 8+16코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정확히 어느 정도의 성능을 지녔는지 모른다.
최대 클럭이나 L3 캐시가 높으면 좋다는 사실은 알아도 정확히 무슨 뜻인지 잘 모르고.
그냥 제일 비싸니까 좋겠거니 해서 샀다.
아는 거라고는 이거 하나.
CPU는 온도를 낮게 유지할수록 좋다.
CPU 위에 슬라임을 뿌렸다.
앞으로 CPU가 발산하는 모든 열은 슬라임이 [흡수]하여 [변환]할 거다.
비싼 쿨러는 필요 없다.
그런데도 산 이유?
갬성.
쿨러를 다시 장착하고 그래픽 카드로 시선을 돌렸다.
혼자 3백만을 넘는 가격을 자랑하는 녀석.
분해하고 기판에 직접 슬라임을 덮었다.
껍데기를 그냥 없애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작동 안 할 수도 있으니까.
어? 나사 어디 갔지?
그냥 슬라임으로 붙이자.
마지막으로 1,600W를 자랑하는 파워에 슬라임을 흘려 넣었다.
이것으로 모든 쿨러에 슬라임 장착 완료.
각종 선을 연결하고 커다란 슬라임 안에 컴퓨터 본체를 넣으면 끝!
전원 콘센트를 연결한 뒤 전원을 켜고 F2를 연타했다.
모든 부품에 전압을 듬뿍 먹여주도록 세팅.
온도가 일정 이하면 팬이 멈추도록 설정하고 부팅.
익숙하기 짝이 없는 화면이 지나가고 사용할 준비가 끝났다.
성능 테스트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실행했다.
온도는. 안정적인 20도. 나이스.
-외부의 열을 흡수하여 전기를 생성하는 슬라임. 실내 온도가 기준 온도보다 낮으면 충전 기능 사용 불가. I’m So COOL~~~! 하지만 때때로 짜릿하지.
이거 팔아도 될 것 같은데?
디자인도 괜찮고, 화재의 걱정도 없고, 온도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소음이 조금도 없으며, [흡수]한 열을 전기로 [변환]하여 스마트폰 충전할 때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정도 냉각 시스템을 갖추려면 최소 50만은 써야 할 거다. 슬라임의 성능을 생각하면 개당 70만 원에 팔아도 팔리지 않을까?
“아.”
좋은 생각이 났다.
에 슬라임을 추가해서 크기를 키웠다. 에서 촉수를 한 가닥 뽑아 넓적하게 펴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올려놓은 테이블을 만들고, 또 다른 촉수를 뽑아내 모니터를 올려놨다.
그 사이로 쏙 들어가 슬라임에 몸을 파묻었다.
슬라임이 부드럽게 내 몸을 받아준다.
딱 편한 곳에 마우스와 키보드가 있고 눈앞에는 모니터가 있다.
이게 진정한 게임용 의자지.
비즈 소파라고 하나? 수많은 작은 구슬로 이뤄진 소파로 누우면 모양이 몸에 맞춰서 변한다고 한다. 듣기로는 엄청 편하다고 하는데 내 이 더 편할 거다.
저체온증이 올 수 있으니까 에 온도 조절 기능까지 넣어두면 게임 끝 아닐까. 화장실 갈 때와 배달 음식을 받으러 갈 때만 자리에서 벗어나는 슬라임족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판매 여부는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고.
마우스, 키보드, 모니터까지 더하면 보급형 컴퓨터 30대는 살 수 있는 돈을 쏟아부었다.
3인분의 육체에 30배 비싼 컴퓨터까지.
오늘 나는 전장의 전설이 된다.
따르릉.
에이, 기운 빠지게.
“연금슬라임입니다.”
-박태양 상담사입니다. 혹시 지금 시간 되십니까?
“네, 네.”
-알려드려야 할 일이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듣고 있어요.” -곧 법 개정이 이뤄집니다.
“갑작스럽네요.”
현재 나는 D 등급 연금술사.
C 등급 연금술사 면허는 대면 시험을 봐야 딸 수 있다.
[+용기] 버프를 받고 있다고 해도 C 등급 연금술사 면허를 따러 갈 생각이 없다.얼굴을 확인할 테니까.
내부는 속일 수 있어도 슬라임 피부를 속일 방법이 없다.
가족을 제외한 사람에게 그 꼴을 보일 생각은 없다.
그 이전에 지금의 나는 C 등급 연금술사 면허 시험을 볼 자격 자체가 없다.
연금술사로 3년 이상 활동한 경력이 필요한데 나는 아직 반년도 안 됐으니까.
저번에 을 토해냈을 때. 서울중앙연금센터는 나를 C 등급 연금술사로 만들어주기로 약속했다.
판매 물품의 수가 기준을 넘어가면 경력으로 인정하겠다는 조항.
연금기술훈장을 받으면 연금술사 시험을 면제하겠다는 조항.
이 두 가지를 연금법에 추가하고 내게 훈장을 줘서 내게 C 등급 연금술사 면허를 주기로 했다.
법 개정은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게 아니다. 빨라도 올해가 끝나갈 무렵에 법 개정이 공표되고 내년은 돼야 면허를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된다고?
-양건우 테니스 선수를 아십니까?
“16강전에서 이긴 뒤 이야기를 했다는 것만 알아요.”
-양건우 선수의 움직임과 상대의 컨디션을 보면 최소 4강은 가리라 예상합니다.
양건우 선수가 활약하는 것과 나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양건우 선수에게 훈장을 줄 생각인가요?”
-그렇습니다.
“본인이 직접 의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으니 그의 활약에 제 지분이 있기는 하네요. 제게 훈장을 주기 적합한 타이밍이군요.”
-그렇습니다.
정부가 하는 일은 언제나 명분이 중요하다.
연금슬라임이 만든 에 의해 한국 관광객이 20% 늘었느니 항공권 예약이 부쩍 많아졌느니 하는 이야기는 직관적이지 않다. 관광객은 다른 원인으로 늘어났을 수도 있으니까.
반면 세계에서 활약한 선수가 직접 을 승리 요인으로 뽑는 일은 매우 알기 쉽다.
“훈장을 주고 법을 개정하는 것과 법을 고친 뒤 훈장을 주는 것. 느낌이 다르기는 하네요.”
둘 다 특정인을 편애하는 느낌을 주기는 하는데 어느 쪽이 주도권을 쥔 느낌이 나느냐가 다르다.
전자는 훈장을 받은 나를 위해 허겁지겁 법을 바꾼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내 쪽이 주도권을 잡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후자는 법을 바꾼 뒤 내게 훈장을 베푼 느낌이라 정부 쪽이 주도권을 쥔 것 같고.
주도권을 조금 넘겨주는 대가로 일 처리가 빨라진다면 나야 좋지.
“C 등급 연금술사. 분명히 안전성 검사가 10%로 줄어들었죠?”
-네.
D 등급 연금술사가 보낸 물건은 15%가 안전성 검사를 받고 처분된다. 그게 10%로 줄어드니까 판매할 수 있는 재고가 5% 늘어나는 셈.
5%는 너무 쩨쩨하지 않아?
“생산량을 50% 더 늘려도 되겠네요.”
-···네?
“안전성 검사원들의 일이 3분의 2로 줄어든 거잖아요? 생산량을 50% 늘리면 지금 하는 일만큼 그대로 하게 되겠네요.”
-지금 일정이 지속되면 쓰러집니다.
“더 고용하면 되잖아요. 일자리 창출. 좋은 말이잖아요?”
안전성 검사를 아무나 할 수 없다고 해도 괜찮다.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고학력자들이야 많으니 검사원 채용 공고만 내면 우르르 몰려들 텐데.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은 어림도 없다.
내가 하루에 버는 돈이 하루에 3.7억 정도 된다. 하루에 수수료로 내는 돈만 2.4억 정도 된다는 뜻. 연 매출이 876억 기업이나 마찬가지이니 순전히 나만을 위한 인력이 250명은 넘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무나 고용할 수는 없어서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게 어렵습니다.
“아, 그건 그렇죠.”
다섯 명이 모이면 적어도 한 명 쓰레기가 있다고.
이걸 경계해서 네 명씩 모아놔도 팀이 다섯 개가 넘으면 적어도 한 팀은 쓰레기다.
사람의 숫자가 많아지면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섞인다.
애초에 악의를 품고 고용될 수도 있지.
산업 스파이라든가.
이 인력난을 해소하는 기적의 방법이 있으니 그건 바로 내가 A 등급 연금술사가 되는 거다.
B 등급 연금술사만 해도 안전성 검사가 5%. C 등급과 비교하면 일거리가 반이 된다.
그리고 A 등급 연금술사? 안전성 검사가 0%다.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물건이라면 하나. 첫 번째 하나만 통과하면 된다. 대량 생산할 수 없는 물건이라면 검사 자체가 면제된다.
당연히 면허 따기 어렵겠지?
얼마나 어렵냐면 한국은 면허를 발행할 권리가 없다.
“대충 한 달 이내 C 등급 면허가 나오는 거네요. 알겠어요.”
-연금슬라임 님.
“싫어요.”
-「20xx년 연금술의 날」 기념식에 참가해주실 수 있습니까?
“싫어요.”
-얼굴을 가리고 나오시는 분도 많습니다.
“그래요?”
-연금술사의 신원은 기밀입니다.
“그러면 아예 부르지 않으면 좋은데.”
-···.
“무슨 일이 있어도 사진은 찍어야겠다는 사람이 많나 보네요.”
-이해해주십시오.
“얼굴을 가려도 된다면 나가도 괜찮기는 해요.”
-정말입니까?
“뒤에서 인사를 나눌 때는 벗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지는 않고요?”
-···규칙은 없습니다만, 예의에 까다로운 분들이 계십니다.
“안 가요.”
전화를 끊었다.
박태양 상담사도 그냥 찔러본 건지 전화를 걸어오지 않았다.
전년도 행사의 영상을 찾아왔다.
실제로 얼굴을 가리고 나오는 사람이 꽤 있다.
아예 나오지 않는 사람도 많고.
조금 아깝네. 얼굴을 드러내라는 요구만 없으면 나가는 건데.
“스톱.”
얼굴을 드러내라는 요구만 없으면 나가?
아까워?
“이게 공명심이라는 건가?”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치고자 하는 마음.
매우 위험한 감정이다.
역사서에 이름을 각인하겠다고 날뛰다가 나라를 말아먹는 왕이 한둘이 아니다.
“명예니, 공명심이니 관심이 없었는데.”
유명해지니까 이런 감정도 갖게 되네.
조심하자.
책상 위에 올려놓은 과자 봉지를 뜯어 통째로 입에 털어 넣었다.
자, 그럼 다시 기분을 내서 게임을 해볼까.
―
“캐뤼~”
역시 컴퓨터 스펙이 부족한 거였다니까?
딜량이 그래프를 뚫겠네. 뚫겠어.
그런데 왜 명예 안 줌?
***
[나 : 뭐 먹고 싶은 거 없어?마키나 : ?
나 : 식용 슬라임 구상 중인데 적당한 게 안 떠올라.]
이 너무 강하다. 맛도 좋은데 효과까지 무지막지하니까.
충치에 변비를 한꺼번에 해결해주는 슬라임이라고?
이걸 이기려면 살이 쭉쭉 빠지거나, 키가 자라거나, 탈모가 치료 돼야 하는 수준 아니야?
이런 효과가 있는 것들을 구상해보기는 했는데 용도·용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만 같은 이 완성됐다. 그리고 나는 내 을 용도·용법을 준수하며 사용하는 경우를 못 봤다.
그렇다고 적당한 효과만 있는 식용 슬라임을 만들면 처럼 그냥 묻힐 것 같다.
효과가 어설프면 최소한 맛이라도 좋아야 한다. 둘이 먹으면 한 명 죽이고 독차지하려고 들 수준이 돼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울 리가 없고.
나 : 졸려?
마키나 : 그냥.
나 : 커피라.
나 : 각성 효과가 있는 슬라임?]
-먹으면 잠이 확 달아나는 슬라임. 그 레벨, 성적, 실력, 랭크에 잠이 오니?
이것도 과량 복용하면 문제가 될 것 같은데.
[마키나 : 아니면 재밌는 음식.나 : 재미가 있는 음식이라니?
마키나 : (사진)
마키나 : 너는 다른 수단으로는 재현할 수 없는 간식을 만들 수 있잖아.
마키나 : 고유 특색은 강력한 무기.
나 : 아하. 이해했어.
나 : 좋은 아이디어 감사감사.
나 : 역시 마키나야.]
아이들의 흥미를 끌려고 식품 회사들은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다.
주사위 사탕처럼 모양을 독특하거나, 팝핑캔디처럼 먹는 식감을 특이하게 하거나, 풍선껌처럼 가지고 놀 수 있게 만들거나, 아예 장난감 안에 사탕을 넣기도 한다.
아, 하나 더 있다.
빵에 랜덤 스티커 넣기.
아차. 제품 구상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게임에 집중해야지.
[나 : 저기. 노크 그만하지 않을래?나 : 아니, 그렇다고 일꾼 털라는 건 아니고!
나 : 한 번만 빼줘.
나 : 10분 뒤에 다시 와주면 안 될까?
마키나 : noob.
마키나 : ㅋㅋㅋㅋㅋㅋ
나 : 다시 해.
나 : 이번에는 진심으로 한다.
나 : 살려줘.
마키나 : 스펙 업?
마키나 : ㅋㅋㅋㅋㅋㅋㅋ.
나 : 이번에는 진짜 진심.
나 : 아수라 모드로 간다.
나 : 머리가 10개라도 되냐!
나 : 도대체 동시에 몇 ㄱㄴ데ㄹㄱㅇ곃하아!!!
마키나 : ㅋㅋㅋㅋ
나 : gg.
마키나 : ㅎㅎ.
나 : 일부러지.
미카나 : zzz.]
***
마키나와 실컷 논 뒤 상품 구상에 나섰다.
맛과 재미. 그중에서도 재미에 특히 집중한 결과 나온 상품이 바로 이것.
-입에 넣기 전까지 맛을 알 수 없는 슬라임. 순한 맛이기에 절반은 달콤함으로 채워졌다.
애매한 효과를 넣느니 아예 효과 넣기를 포기한다!
연금약이 아니라 그냥 간식이다.
크기는 금박 초콜릿과 비슷하고 식감은 자두와 비슷하다.
처음 내는 식품이니까 순한 맛으로. 역하거나 괴로운 맛은 나지 않고 기본적으로 달콤하다.
사탕이 좋을까, 젤리가 좋을까 고민 좀 했는데 연금슬라임의 제품이니까 젤리로 했다.
가격은 개당 500원 정도로 생각한다. 가격 설정은 서울중앙연금센터에서 하지만, 내가 500원을 바라면 아마 들어줄 거다. 약효가 있는 물건은 아니니까.
피부에 좋은 것도.
변비가 낫는 것도.
정력에 좋은 것도 아닌!
진짜 평범한 이다.
너무 평범해서 조금 실망스러울지도 모를 정도로 심심하다.
대신 가격이 착하니까.
그런대로 팔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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