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91
91. 무슨 일을 시켜도 할 수 있다고 하셨죠? >
미국에서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
계약금으로 A 클래스 아티팩트에.
장기 계약으로 지속적인 몬스터 소재 제공.
시판용이 아니라 국가사업용으로 수출하는 이나 의 대금은 저품질에서 고품질까지 다양한 몬스터 소재로 받는다.
다양한 몬스터 소재를 받아먹고 효율적으로 스킬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만큼 나도 꽤 좋아하는 거래 방식이다.
한스에 의하면 상대방 측에서도 이러한 물물 교환을 반긴다고 한다.
그 이유는 평소처럼 한스의 보고서에 적혀 있었다.
돈이 되지 않던 몬스터 소재에 가치가 생겨나면서 두 가지 고질병이 해결됐다고.
이주형 던전의 처리를 꺼리던 길드의 수가 줄어들었다.
이주형 던전은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키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어떠한 몬스터가 그 안에 있느냐에 따라 적자를 보기도 한다.
이 때문에 던전 공략이 적자로 이어지겠다고 싶으면 헌터 길드들이 서로 일을 떠넘겼다고 한다.
이 다툼이 던전 브레이크로 이어지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이랬는데 정부에서 몬스터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몬스터 소재를 매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존에는 돈이 되지 않았던 이주형 던전이 돈이 나오는 사냥터이자 광산이 됐다.
수익은 조금 적더라도 공익을 위해 나서는 길드들이 많아지면서 갈등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범죄에 손대는 헌터의 수가 줄었다.
초보 헌터의 수에 비해 돈이 되는 몬스터는 한정됐다. 영향력 있는 길드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그런 몬스터를 사냥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레벨을 올리면 현실이 바뀌리라 믿으며 돈이 안 되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몬스터의 사냥으로는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다른 직업도 가져야 한다.
훈련과 사냥에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자금이 한정되니 성장은 더디었다.
각성이라는 행운을 손에 쥐었는데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여 범죄에 가담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부가 그들이 사냥해온 몬스터를 매입하면서 초보 헌터들의 생활에 여유가 생기게 됐다. 미래에 희망을 품을 수 있기에 범죄에 손을 대는 사람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내가 돈이 아니라 몬스터 소재를 받음으로써 발생한 효과는 다음과 같다.
돈을 타국이 아니라 자국의 시장에 사용했다.
부의 분배가 이뤄지고 시장에 활기가 돌았다.
무력 집단인 길드 사이의 갈등이 줄었으며 범죄율까지 낮아졌다.
당연히 각국의 정부가 좋아하겠지.
나도 좋고 상대도 좋고.
이겨야 말로 상호이익이지.
그런데 계약금으로 A 클래스 아티팩트를 내민 건 조금 의외인데.
은 과 비교해서 뒤떨어지는 점이 없다. 그러니까 은 사실상 A 클래스 아티팩트라고 봐도 된다.
하지만 양산할 기술이 생겨나면 물건의 가치는 대폭 떨어진다.
양식 진주나 인공 다이아몬드가 천연보다 질이 더 좋더라도 가치는 뒤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계약금 없는 계약을 맺으려고 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바로 계약금으로 A 클래스 아티팩트를 내민 건···.
아하.
이거 애쉬가 밑그림을 그려준 거네.
Sole Alchemy에서 10kg의 이 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가격을 매겨버렸다.
의 거래는 그 가격을 기준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타이밍과 일의 흐름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애쉬의 작품이었구나.
지금까지 테스트는 일러야 3월 초에 조촐하게 했다.
제대로 작동하는지 전원만 살짝 넣어보는 수준.
그랬던 게 이번에는 반경 20km에 있던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화려하게 점검했다.
을 태워보라는 애쉬의 사주가 있었겠지.
저번 실험은 만으로 이루기에는 규모가 컸다. 도 꽤 소모됐을 테고.
그렇게 태운 을 애쉬가 보충하겠다고 했을지도.
과 둘 다 먹어본 감상을 말하자면 의 제조가 제조보다 어렵다.
그런데도 내게 의뢰한 이유.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내게 대체품 제작을 의뢰한 거다.
을 먹어보고 의 샘플을 조사하고, 을 실제로 제조해보는 건 하나하나가 전부 귀중한 경험이다.
더 뛰어난 연금술사가 되는데 소중한 기반이 될 지식이다.
지금 당장은 활동 영역이 다르다고 해도 내가 더 성장하면 헌터 시장을 노릴 수 있다.
잠재적인 경쟁자라고 할 수 있다.
Sole Alchemy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이런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내 실력을 키울 계기를 준 이유는 최고 결정자의 의향 때문이었겠지.
애쉬가 이러는 이유는 아마도 게임에서 고인물이 뉴비를 지원해주는 소매 넣기의 일종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나만 해도 돈과 명예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
세계 최대 연금 기업의 회장이자 S 등급 연금술사인 애쉬는 나보다 더하겠지.
게임으로 따지면 이미 최강 장비를 다 갖추고 즐길 콘텐츠를 다 즐긴 상태다.
그런 경지에 도달한 고인물들이 하는 일?
함께 놀 뉴비를 찾는다.
애쉬 입장에서는 내가 그 뉴비지.
어쩌면 요즘 주고받는 연금 제품의 수준을 높이라는 압박일지도?
애쉬는 기준이 높으니까.
지금 수준은 시시해졌을지도.
이번에 보내는 장난감에는 을 잘 먹었다는 표현을 담아야겠다.
덕분에 그것을 먹고 [가속] 스킬이 [가속+] 스킬로 성장했으니까···.
리듬 게임처럼 만들면 되려나?
에 변화하는 우주를 담았다.
별자리가 갖춰질 때마다 적절히 조작하면 조금씩 해금되는 구조다.
이거라면 애쉬도 만족할 거다.
이건 평소의 장난감이고.
다음은 선물이다.
선물을 받았으면 나도 하나 보내야지.
다음에 상대에게 문제가 생기면 도와주겠다는 건 일을 미루는 거다.
받았을 때 되돌려주고 상대가 곤경에 처했을 때는 도와주면 된다.
이러면 주고받음이 두 배가 된다.
누군가는 번거롭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관심도 없는 상대에게 어떤 선물을 할지 고민하는 건 무척 귀찮은 일이지만.
제대로 된 반응을 보여주는 상대에게 할 선물을 고민하는 건 꽤 즐거운 일이니까.
애쉬는 은근히 반응이 찰져서 선물하는 재미가 있다.
음···. 이게 좋겠다.
융합과학이 여러 분야의 학문이 모여 새로운 지식에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애쉬의 연금술과 슬라임이 합쳐지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법이다.
애쉬. 세상은 아직 미지로 가득하다고?
아직 질리기는 일러.
***
오랜 고생 끝에 헌터 생활을 은퇴하고 을 입고 생활하게 된 헌터 레인저들. 슬라임 레인저라고 불러야 할 넷은 마더 내부를 걸었다.
갑자기 아이 형태의 슬라임이 달려와 초록색 펭귄 슬라임 탈을 입은 그린에게 달려들었다.
그린은 아이 형태 슬라임이 몸에 달라붙도록 내버려 뒀다.
“어떠냐.”
반사적으로 공격하던 습관을 억누른 그린은 의기양양하게 말했고.
“위,”
붉은색 펭귄 슬라임 탈을 입은 레드는 위를 가리켰다.
고개를 든 그린은 하늘에서 아이 형태의 슬라임이 전신을 날려오는 모습을 봤다. 반사적으로 팔을 치켜들어 막았다.
실격인 행동이다.
“야. 그린. 대체 언제 적응할 거냐?”
“그러니까요.”
“방금 그건 너무하잖아! 대체 하늘에서 날아오는 아이가 어디에 있다고!”
“각성한 아이가 놀러 올 수도 있지.”
“맞아요.”
레드는 날아온 아이를 받았다.
이어서 뒤쪽에서 날아온 아이가 목에 매달리게 뒀고.
품에 안은 아이를 오른팔만으로 안아 들고 새롭게 날아온 아이를 왼팔로 받았다.
“이렇게 하면 되는 것을.”
그 화려하고 안정적인 대처에 누군가 짝짝짝 손뼉 쳤다.
“아니, 각성한 아이가 이렇게 바글바글하게 날아온다는 게 말이 되냐고!”
“그린. 우리가 있는 곳은 꿈과 희망의 나라 슬라임랜드라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어.”
“맞아요.”
“여기가 아니라면 각성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장소가 얼마나 되겠어. 잔뜩 기대를 품고 여기에 왔는데 네가 방금 한 것처럼 거부해 봐. 얼마나 상처받겠어.”
“그렇지요.”
“야. 옐로. 너 아까부터 왜 그런 이상한 말투를···.”
그린과 레드는 뒤를 돌아봤다.
옐로와 블루는 차려 자세로 완전히 굳어있었고.
“안녕하세요?”
원조 펭귄 슬라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안녕하지 않았다.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십시오!”
“알아차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네, 네. 제가 왔답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왔는데요.”
“무슨 일이든 분부만 하십시오!”
“그 말은 기억해 둘 거예요.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봐온 것과 어딘지 다른 사장님의 태도에 불길한 예감이 레드의 등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은인이자 고용주에게 못 한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네!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정말요?”
“네!”
“하지만 무슨 일을 시킬지는 잠시 접어두고 그린이 지금 하는 훈련에 의문을 가진 것 같으니 설명부터 할게요.”
“아니, 그···. 괜찮습니다.”
“상황 파악이 안 된 상태로 실시하는 훈련은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것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건 일상적으로 일어날 일이거든요.”
바닥이 꿀렁이더니 연금슬라임의 몸이 높게 치솟았다.
어느새 그곳에 있던 발판을 박차고 그린으로부터 왼쪽으로 3m 정도의 떨어진 장소에 잠깐 내려왔다.
거기서 바로 대각선 위로 튕겨 오르더니 그린 위쪽에 있는 발판을 밟고 그린의 등 뒤에 소리도 없이 착지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린은 몸을 돌리며 그 주먹을 막으며 다른 손을 뻗으려고 했다.
“감점이에요.”
“죄송합니다!”
“멈췄으니까 용서할게요.”
연금슬라임은 줄넘기하듯 몸을 가볍게 띄웠다.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마다 점점 올라가는 높이가 높아진다.
“슬라임랜드 내부에는 이러한 트램펄린이 대량으로 설치될 예정이랍니다. 이런 것 말고도 인간 대포, 인간 캐터펄트, 다이빙대 등으로 사람들이 여기저기 날아다닐 거예요. 그러니까 아이들도 날아서 급습해오겠죠?”
“대체 왜 그런 짓을···.”
그린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냥 걸어 다니는 것보다 훨씬 신나고 재밌잖아요?”
연금슬라임은 여기저기 통통 튕겨 다녔다.
“사람에 치여 돌아다니는 기억보다 훨씬 추억으로 남지 않겠어요?”
레드는 사고가 날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리고 싶었으나 즐거워 보인다는 말은 부정할 수는 없었다.
“물론 모든 장소에 이런 것을 설치할 생각은 없어요. 사고가 날 확률이 높으니까요. 하지만 슬라임랜드 전역을 돌아다녀야 하는 여러분은 이런 게 잔뜩 설치된 지역에도 가야 해요. 그래서 적응하는 훈련을 시킨 거예요. 설명됐나요?”
“네! 됐습니다!”
“물론 레드 말처럼 각성한 아이들이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고요. 평소에는 하지 말라는 소리만 들을 그 아이들이 마음껏 뛰고, 날고,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지요. 선배 각성자로서 그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동시에 올바른 힘의 활용법을 알려주는 것도 여러분이 할 일이랍니다.”
주변의 모든 것이 너무 약하다고 느끼게 되는 각성자의 고충.
그것을 마음껏 뛰어놀아야 하는 어린 시절부터 겪는다는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러한 아이들을 배려해주려는 사장님의 마음씨에 네 헌터는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슬라임랜드를 열기 전에 반드시 적응을 끝마치겠습니다.”
“5월 전에 슬라임랜드를 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정말 될까요?”
“가능합니다!”
“여유롭게요?”
“네! 여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레드가 단언한 순간 사장님이 짝 손뼉을 쳤다.
“여유가 있다니 잘됐네요. 일을 더 맡겨도 되겠네요.”
자기들 수준보다 높은 던전에 들어갔을 때 찾아오는 위기감이 네 헌터들에게 엄습해왔다.
탈을 써서 표정이 보이지 않는데도 사장님은 사악한 미소를 띠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아까 무슨 일을 시켜도 할 수 있다고 하셨죠?”
“네, 네!”
“여러분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열정이 넘친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요.”
대체 무슨 일을 시키려고 이렇게까지 밑밥을 까는 것일까.
“하지만 네 분이 맡기에는 슬라임랜드는 너무 넓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을 더 고용하고자 해요.”
틀린 부분이 조금도 없었다.
분명히 사람이 더 필요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레드는 사장님이 다음에 할 말이 너무나도 불안했다.
“은퇴한 헌터 가운데 을 맡아주실 분들을 데려와 주셔요.”
“저희가 말입니까?”
“네. 헌터 일은 헌터가 더 잘 아는 법이잖아요. 이왕이면 성격도 실력도 좋은 사람들로요.”
레드를 제외하면 다들 20년 경력이 있다.
나름 고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은퇴자라면 은퇴를 늦게 했을 거다.
사장님이 데려오라는 사람들은 전원 그들보다 경력이 긴 선배들이라고 보면 된다.
경력이 긴 만큼 자부심과 자존심도 강할 게 분명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테마파크 마스코트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광대 짓을 하라는 거냐면서 귀싸대기를 맞을지도 모른다.
“은퇴한 헌터분들 가운데 일상에 적응 못 하신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여러분처럼 슬라임랜드에서 재활한다면 좋지 않겠어요?”
저런 명분을 내밀면 반대할 수도 없다.
“특히 송태산 헌터님 같은 분은 꽤 고생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몸집이 크시고, 레벨도 높으시고, 고생도 많이 하셨으니까요.”
“컥.”
사장님이 입에 올린 이름에 레드는 피를 토할 것 같았다.
“기대할게요?”
“네, 네! 알겠습니다!”
“아 참. 그리고 한 가지 더. 여러분은 뒤에 들어올 사람들의 상사가 될 거예요.”
“네? 제가 송태산 선생님의 상사가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여러분은 제가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직접 고용한 분들이에요. 더 경력이 길고 더 강한 사람이 들어왔다고 해서 책임자를 교체할 생각 없답니다. 그리고 도망도 허락할 생각 없으니까 열심히 해주세요?”
”사장님! 저희가 무언가 잘못했습니까? 사장님!“
사장님은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레드와 그린은 탈을 벗고 절망이 넘치는 시선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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