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37)
올 힘 마법사 1부 외전 014화
Ep 5. 너, 내 ‘룸메’가 되어라(2)
“••••••뭐야?”
미켈 게리힐은, 갑자기 끼어든 불 청객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 역시도, 이 ‘제이슨’이라는 학생 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있는 듯 없는 듯 생활하며, 그저
맨 뒷자리에서 수업시간마다 엎드려 잠만 퍼질러 자던 녀석이었으니까.
조금 당황한 점은…….
‘이 자식, 원래 이렇게 키가 컸던 가?’
잠을 하도 많이 잤기 때문인지, 제 이슨의 키가 상당히 컸다는 점이다.
모르긴 몰라도, 150cm는 될 것 같 았다.
그에 반해, 미켈의 키는 130cm 초 반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편에 속했 으니, 이 신장 차이는 풍기는 분위 기부터가 달랐다.
미켈은 퉁명스럽게 물었다.
“너, 너는 뭔데 갑자기 끼어들어?”
“응, 원래는 끼어들 생각이 없었거 든? 근데, 자꾸 너희가 시끄럽게 내 낮잠을 방해해서 말이야.”
“이제 방해 안 할 테니, 가서 자던 잠이나 계속 자라.”
“그럼 그럴래? 생각보다 말이 통하 는 녀석이었잖아.”
“음? 아니지, 이게 아니지. 하마터 면 그냥 넘어갈 뻔했네. 그럼, 이 친구도 가만히 내버려 둘 거냐?”
“네가 무슨 상관이야!”
“상관있어. 오늘부터 난, 이 녀석이 랑 친구 할 거라서 말이야.”
“……친구는 무슨. 너, 소문도 못 들었냐?”
“무슨 소문?”
“루인 아르델이랑 친하게 지내면, 똑같은 취급을 당할 거라는 소문.”
“아, 네 이름이 루인 아르델이었구 나.”
“야! 너도 똑같이 따돌림당하고 싶 냐?”
“뭐야, 그게 유치하게. 너희들이 애 냐?”
“아, 애는 애지. 10살이니까.”
제이슨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 덕였고, 미켈은 짜증 난다는 듯 소 리 쳤다.
“야! 너! 내가 누군지 몰라? 미켈 게리힐이라고! 게리힐 가문의 삼남! 미켈!”
“나는 제이슨 데이먼이라고 한다. 데이먼 가문의 외동아들이지.”
“우리 아빠 얘기 못 들었냐? 게리 힐이라고 게리힐! 이 나라 마탑 최 고위원이자 수호자인 게리힐!”
“우리 아빠 얘기는 못 들었냐? 데 이먼 양조장이라면, 라이나크 제국 에서도 먹어주는 최고의 양조장인 데. 모르긴 몰라도, 우리 아빠가 내 는 세금이 왕국 제일일걸?”
“이 무식한 자식이 자꾸 뭐라고 하 는 거야?”
“아빠 자랑하길래 나도 아빠 자랑 해줬는데, 왜? 무슨 문제라도?”
“뭐가 어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조금도 예상치 못한 인물이 끼어들 었고, 이들의 말싸움은 전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래 봐야 술 만드는 술집 아들 주제에!”
“응, 그래 봐야 마법사 나부랭이 주제에.”
“그 나부랭이 짓을 하려고 여기 입 학한 게 너거든!”
“이제는 모르겠다. 이딴 놈을 자식 이라고 키우고 있는 마법사가 이 나 라 수호자라니……. 그냥 자퇴하고 아빠 밑에서 돈이나 벌까? 아무래도 이 나라에는 미래가 없는 것 같은 데. 네 생각은 어때?”
“마음에 안 들면 닥치고 자퇴하시 던지!”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네 맘대로 말하지 마!”
“••••••뭐?”
“큭큭, 멋있지 않냐? 나 진짜 루인 한테 반해버렸다. 그래서 나도 포기 안 하려고. 진짜 제대로 된 마법사 가 되어주마.”
“홍! 이 나라에서 마법사가 되려면 우리 아빠 힘이 필요한 건 모르나 보지?”
“이야, 마법사 나부랭이도 나부랭 이 나름인데, 너는 진짜 나부랭이다. 어쩜 아빠만 그렇게 찾냐? 파파보이 냐?”
“너, 지금 말 다 했냐?”
“아니, 아직 멀었다. 하루 종일 하 는 일이라고는 앵앵거리면서 아빠만 찾아대는 너보다, 지금은 비록 약하 지만 자기 힘으로 모든 것을 증명하 려는 이 녀석이 훨씬 더 멋있다. 알 아?”
제이슨은, 이 상황을 방관하고 있 던 동기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도 마찬가지야! 너희들도 알 고 있잖아. 누가 더 진짜 멋있는 놈 인지. 이놈 아빠가 그렇게 무서워? 그래서 그래? 같이 따돌리면 너희를 마법사로 키워 준데? 한심하다, 한
심해. 이런 놈한테 잔뜩 쫄아서
제이슨 데이먼.
어쩌면, 세상 물정 모르는 꼬마일 수도 있다.
어려서부터 부족함을 모르고 자란 부잣집 도련님이라, 쉽게 뱉는 이야 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진심이었 다.
“야, 너 루인이라고 했냐?”
“우리 친구 하자. 난 네가 마음에
들었거든.”
그의 눈에는, 루인이 정말로 멋있 어 보인다는 것.
제이슨이 이렇게까지 나오자, 미켈 은 잔뜩 열 받은 얼굴로 소리쳤다.
“야! 이 새끼도 같이 밟아버려!”
“어, 어?”
“얼른!”
미켈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이들 은, 루인과는 다르게 쉽사리 덤벼들 지 못했다.
제이슨의 키가 무척이나 크다는 점
도 있었지만, 이 녀석은 루인과 결 정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루인이야, 아무도 모르는 시골 귀 족 출신이지만…….
데이먼 가문은, 왕국 중부 지역을 쥐락펴락하는 대부호다.
검술이나 마법 같은 분야에서 명가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데이먼 가문이 양조장으로 한 해에 벌어들 이는 금화는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이런 데이먼 가문과 금전적으로 연 결되어 있는 가문도 적지 않았고, 돈 을 받아 기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수인들이야 어차피, 강한 귀족
밑에 빌붙어 사는 좀 벌레 같은 녀 석들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제이슨도 강한 귀 족이라 할 수가 있었다.
“뭐해? 저 뚫린 주둥이 실컷 패버 리지 않고!”
“그, 그게…… 미켈.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하는 게 좋을 것 같
“뭐야‘?”
“점심시간도 거의 끝나가고……. 곧 수업도 시작할 테니……
때마침, 오후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미켈의
얼굴이 더욱 구겨졌다.
“……너희들 두고 봐라.”
의기양양한 제이슨의 표정도 그렇 고, 표독스러운 루인의 눈빛도 그렇 고.
자신을 바라보는 동기들의 온도가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자신이 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야, 너는?”
“응? 뭐가?”
“왜 갑자기 날 도와준 거야?”
“말했잖아. 네가 진짜 멋있는 놈 같아서 그렇다고.”
“나를 도와주면 어떻게 될지도 알 잖아? 안 무서워?”
“무섭긴 개뿔. 게리힐이 나를 견제 할 만큼 내가 공부를 잘 하지도 않 고. 설령, 방해한다고 해도…… 그냥 마법사 때려치우고 술이나 만들지 뭐.”
“무슨 말을 그렇게 쉽게 하냐. 때 려치운다니.”
“에라, 나도 모르겠다!”
제이슨은, 기지개를 켜며 덜렁 벤 치에 드러누워 버렸다.
그리고 푸르른 하늘을 바라보며 아 주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쪽팔리잖아.”
“ 뭐가?”
“진짜 멋진 놈은 따로 있는데. 괜 히 친해지지도 못하고. 놈들한테 살 랑살랑 꼬리나 흔들어야 하고.”
“저게 아니라는 건 아는데, 보고도 못 본 척만 하는 게 쪽팔려서 그렇
다. 왜‘?”
“제이슨. 너 내 이름 알고 있었 지?”
루인의 질문에 제이슨이 입을 꾹 다물었다.
보고도 못 본 척한다는 말에서, 왠 지 모르게 아주 오랫동안 자신을 지 켜봐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아무래도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제이슨은 루인에게서 보이지 않는 각도로 고개를 돌리고는, 한참이나 머뭇거리더니 헛기침하며 말했다.
“흠흠, 미안. 그게…… 쑥스럽더라 고……. 그동안 못 본 척만 하다가 갑자기 나서기가.”
“그게 쪽팔리고 싫었던 거야. 잘못 을 방관하는 것도. 내 방관으로 인 해, 놈들 말에 놀아나는 것도.”
루인은, 제이슨을 보며 마음의 위 안을 얻었다.
‘나도 나를 포기하지 않았는데, 왜 마음대로 말하냐!’라고 소리칠 때도.
루인은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정말, 모두가 아니라고 생각할 정
도로 형편없는 상황인 걸까?’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누구 하나쯤은, 그걸 멋있다고 말 해주었고…….
이런 제이슨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 해서라도, 포기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 고맙다.”
“고맙긴.”
그때, 제이슨이 벌떡 몸을 일으키 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제부터 우리 친구 하는 거다?”
“ 친구?”
“너, 은근슬쩍 자꾸 대답 안 하는 데. 확실히 말해. 우리 오늘부터 친 구지?”
“……그걸 말해야만 하냐? 그냥 친 구면 친구인 거지.”
“나는 네 입으로 듣고 싶다니까.”
친구.
처음 사귄, 친구…….
루인은 그 단어가 마음에 들어, 아 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친구 하자.”
“좋았어.”
제이슨은 흡족하게 웃으며 엉덩이 를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루인. 먼저 일어날게.”
“응? 어디 가려고?”
루인은, 제이슨과 조금 더 이야기 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제이슨은 저만치 걸어가고 있 었다.
“기숙사. 이제 들어가야지.”
“아•…”
기숙사라는 단어에 생각이 났다.
사감 피에르의 제안으로, 새로운 룸메이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순간, 제이슨에게 같이 방을 쓰면 어떻겠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 딘지 모르게 바빠 보이는 제이슨을 붙잡지는 못했다.
“루인! 조금 이따 보자!”
“••••••응, 안녕.”
루인은, 저 멀리 기숙사 방향으로 멀어지는 제이슨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보통 ‘내일’ 보자고 하지 않나?
왜, 조금 이따 보자고 한 거지?
♦ * ♦
3동 기숙사 사감인 피에르 여사는, 눈을 가늘게 뜨며 눈앞의 학생에게 물었다.
“방을 바꿔 달라고?”
“ 네.”
그녀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또, 또, 또……!
요즘 들어 왜 이렇게 방을 바꿔 달라는 학생이 많은 것일까.
“학생은 무슨 이유지?”
“그게••••••
“지독한 방귀 냄새? 아니면 룸메이 트가 청소를 하지 않나? 아니면 코 를 심하고 곯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성격 차이?”
“모두 아닌데요.”
자신이 흥분했음을 깨달은 사감은, 흥분을 가라앉히며 차분하게 물었 다.
“미안해, 조금 흥분해서. 이제 말해 봐. 무슨 이유로 방을 바꾸고 싶은 지.”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요?”
“……웅?”
“지금 룸메이트 애들도 나쁘지는 않아요. 뭐랄까, 조금 재미없는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그런데 왜 바꾸고 싶은데?”
“정확히는 바꾸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제 친구 방으로 옮기고 싶은 거지.”
“그러니까, 학생의 사적인 친분 때 문에 친구 방으로 옮기고 싶다?”
“……안 되나요?”
“그걸 말이라고!”
사감은 또 한 번 흥분해 버렸다.
하지만, 상대는 고작 10살짜리 신 입생이지 않은가.
가까스로 흥분을 가라앉힌 사감은, 최대한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 했다.
“당연히 불가능해. 그런 사적인 이 유로 방을 옮겨달라는 학생은 처음 이라 내가 더 당황스러울 지경이야. 차라리 다른 핑계라도 대지 그랬 어?”
“그럼 거짓말하는 게 되는데요.”
“솔직한 건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친한 친구와 같은 방을 쓰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기숙사를 배정해 줄 수
는 없어. 기숙사에도 규정이라는 게 있거든. 무슨 말인지 이해했지?”
“아쉽네요.”
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사감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다음에는 다른 핑곗거리라도 찾아 서 오겠습니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네. 얼 른 가봐.”
“네.”
사감실을 나서려던 학생은 무언가 떠올랐는지 등을 돌렸다.
“그런데요, 사감님……
“또 왜?”
“그게……. 방금 다른 핑곗거리가 생각났거든요. 하하……
사감 피에르 여사는 할 말을 잃어 버린 듯 입술을 꼼지락거렸고, 학생 은 최대한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혼자 방을 쓰고 있는, 외로운 친 구의 룸메이트가 되고 싶다.”
“..
“이런 이유는 안 될까요?”
사감 피에르 여사의 시선이, 처음
으로 학생의 명찰로 향했다.
「제이슨 데이먼.」
“잠시만! 너 혹시, 311호로 옮기고 싶다고 한 거니? 루인 아르델이 있 는 방?”
“네.”
제이슨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제 친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