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ster×Monster: Nihilism King Arc RAW novel - Chapter 462
몬스터×몬스터: 허무왕 편 (458)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저 광경을 보면 회오리를 일으켜서, 순전히 바람의 힘으로 주변을 압도하는 것 같잖아. 심지어 땅마저 회오리로 끌어 올리고 출렁거리게 하는 모양이잖냐.
‘……실이잖아, 저거 가늘지만 전부 거미줄이잖아? 아니, 잠깐만! 저놈, 지금 이 주변 수백 미터를 자기 실로 다 엮어 넣고 있는 거야! 뭔 놈이야, 대체! 이건 꼭 역병의 수해 너머 같잖아!’
냉정하게 몬스터가 어떤 식으로 힘을 발휘하는가를 평가하던 투란은 그 규모를 가늠하면서 놀라고 말았다. 이 정도면 거의 산맥의 깊은 곳에서나 볼 정도의 힘이 아닌가. 어떻게 이런 놈이 버젓이 산맥의 바깥쪽에서 멀뚱거리고 있단 말인가.
―너도 나왔잖아? 너 혼자서만 나온 것도 아니고…… 한번 빠져나온 몬스터가 쉽게 잡히지 않은 채로 여기 서식하는 중인가 보지.
‘저거…… 여러 마리 중에 하나라며! 저런 놈이 일고여덟 정도 된다고 했잖아! 그래서 한 곳씩 때려잡기로 한 건데! 처음 만난 놈이 저리 징그럽다니! 너무해!’
―요점은 징그러운 거냐? 저놈이 실 다발을 휘두르는 속도를 모르겠어? 저 정도면 용암이라도 그대로 베고 지나갈 정도라고! 태울 겨를이 없단 말이다!
‘태울 생각도 없지만…… 저 녀석이 하는 짓을 잘 막고 있잖아, 내 거미 떼가 말이야!’
―그래, 두 동강 나고 있군.
‘이런 썩을―!’
주변 전체를 둘러보며 괴물 거미가 일으키는 산사태를 거꾸로 치켜올리는 듯한 광경을 보는 사이, 몰튼노트에 의해 정교하게 ‘생(生)’의 형태를 재현한 다섯 마리 거미가 불타는 실을 뿜어내 방어를 위한 우리를 짓고 버티는 사이에 내리찍힌 굵고 긴 밧줄이었다. 그 밧줄은 불타는 실의 우리를 단숨에 찢었고, 다리를 모으고 다시 엮은 실그물의 방패로 막아서는 몰튼노트의 거미 한 마리를 방패와 함께 두 쪽으로 쪼개 놓고 있었다.
‘어떻게 저렇게 비비 꼬았지?’
대체 몇 가닥으로 꼬았기에 저 가는 실이 저렇게 굵직한 밧줄로…… 투명한 실을 꼰 탓에 눈에는 바람이 뭉쳐 밧줄 모양이 된 것처럼 보일 지경인지 투란은 알 수가 없었다.
―그거 신경 쓸 때냐!
‘거리가 멀잖아.’
드라고니아가 묘하게 울컥한 소리를 지를 때, 투란은 ‘너도 한가한 소리를 떠들었잖냐!’라는 듯이 대꾸하면서 징그러운 괴물 거미과 자신의 간격을 가늠했다. 몰튼노트의 영역은 투란을 중심으로 겨우 30미터 안팎이었고, 괴물 거미가 선 자리는 그보다 두 배는 넘는 저편…… 어림잡아 80미터 정도 저쪽이었다.
이는 분명하게, 괴물 거미가 그 괴상한 몰골만큼이나 괴이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거리였다.
‘간다!’
투란은 전의(戰意)를 가다듬고 두 다리에 힘을 줬다.
‘더 기간틱’의 모습을 빌린 작은 거인의 두 다리가 부풀고 발목에서 무릎을 타고, 허벅지까지 형상이 변했다. 주변을 잠식해 가던 검은 색채가 들떠 오르면서 투란의 발아래로 뭉치는 듯했고 한창 불타는 실을 다루던 주변의 거미가 투란의 허리에 다리를 하나씩 걸쳤다. 두 동강이 난 거미조차도 두 쪽의 몸에서 각각 다리를 뻗어 내서 투란이 내민 팔에 매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콰앙!
―폭음과 함께 투란이 서 있던 자리가 푹 꺼졌다.
거의 4, 5미터의 구덩이가 파인 자리에는 투란도, 거미도 없었다.
그저 하늘거리면서 불타는 실 가닥이 흩어질 뿐이었다.
그렇게 사라진 투란과 매달린 거미 몇 마리의 모습이 보인 곳은 괴물 거미의 몇 미터 앞쪽이었는데…….
―대단하군. 이 녀석의 포효는 마치 격류(激流)처럼 센 바람 같잖아. 단지 시각에 제대로 포착되지 않아서 바람으로 착각하는 저 실 다발 때문에 바람의 군단장이라고 불리는 것은 아닌 모양이야.
‘젠장, 못 때렸잖아!’
아주 빠르게 상황을 둘러보면서 분석하고 쏟아 내는 드라고니아에게 투란은 간단하게 대꾸했다. 조금 전에 카프리곤의 다리를 몰튼노트로 의태시켜 뛴 까닭은 순전히 이 징그러운 거미 머리통을 힘차게 한 대 치려던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괴물 거미는 그 순간에 우렁찬 포효를…… 입도 열지 않고 대체 어디로 내는지 알 수 없는 포효를 질러서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날아드는 투란을 공중에서 막아 내 떨궜다. 덕분에 아직도 7, 8미터의 간격이 있었고 작은 거인의 주먹이 닿질 않는다!
이 거리가 만족스러운가, 아니면 검은 껍질이 날아가 달아오른 숯덩이의 붉은 광채를 비웃고 싶은가…… 괴물 거미가 머리를 뒤로 젖혔다. 거의 목이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확 젖히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엥? 머리가 없어졌어! 입이야!’
투란은 갑자기 활짝 벌어진 채로 날카로운 이빨이 가득한 입이 머리가 있던 자리를 대신 차지한 광경에 놀랐다. 뒤로 젖혀 입을 벌렸기 때문인 듯한데, 머리가 통째로 열리면서 입이 나타난 듯 보인다! 그리고 그 입속에서 굵은 혀가 뾰족한 끝을 불쑥 내밀면서 뻗어 나오는데…… 검붉은 혀에는 하얀 가시가 돋아난 꼴이잖나!
―저건 이빨이다!
드라고니아가 말한 바를 투란은 바로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괴물 거미의 혀가 몰튼노트의 검은 껍질을 뚫고 들어와 불티를 휘날리게 하는 중이니까!
덥석.
뒤늦게 거인의 검은 손아귀가 혀를 잡았다.
우득, 손아귀 안쪽에서 뼈마디가 뒤틀려 끊어지는 소리가 났고, 작은 거인의 몸에 박힌 쪽으로 혀가 늘어지다가 꼬이며 들러붙었다. 그러나 괴물 거미의 입에서 나온 혀는 여전히 손아귀에 잡혀 팽팽해진 채이고, 작은 거인의 굵직한 팔뚝이 살짝 부풀면서 검은 손이 불쑥 튀어나와 길게 뻗은 채인 혀를 움켜잡는다!
‘좋아, 이제 이놈 도망 못 간다!’
투란은 웃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팔에서 가지를 치듯이 팔을 뻗어 내기를 몇 번 하면 그대로 굵고 길면서 끝만 뾰족한 혀를 당겨 괴물 거미를 끌어당겨 한 대 칠 수 있어 보이므로! 그러나…….
콰직!
―입을 다물었군.
팔이 팔뚝에서 두어 번 더 가지를 치며 혀를 잡아당기려 할 때, 괴물 거미가 뒤로 젖혔던 머리를 다시 앞으로 접었다. 입을 다문 셈이었다. 그 날카로운 이빨이 잔뜩 돋은 입을 내민 혀를 상관하지 않고 다문 탓에 혀가 곧바로 끊어졌고!
턱 언저리 아래로 핏물이 좌르르 쏟아지는 꼴로 봐서는 저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닌 듯이 보였다. 더불어 머리에 돋아난 길쭉한 눈알 셋이 노골적으로 꿈틀거리면서 조금 전과는 다른 수준의 적의(敵意)를 드러낸다!
‘과, 과감한데?’
―자주 보던 것 아니냐?
드라고니아는 조금 심드렁하니 말했다.
자신이 몸 일부를 뚝뚝 떼어 내면서 반격을 가하는 몬스터, 역병의 수해에는 아주 많았다는 것을 짚어 주는 듯한 말투였다.
‘젠장, 이젠 안 볼 줄 알았다고!’
끊어진 혀가 꼬이면서 팔에 감기는 와중에 투덜대면서도 투란은 한 걸음 앞으로 내딛고 있었다.
콰앙!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아예 땅에 구덩이를 파겠다고 작정한 듯이 내지르는 거센 발 구르기였고, 그 위세 그대로 몇 미터의 간격이 몇 미터의 깊이로 함몰되면서 투란은 그 중심의 바닥에 선 꼴이 되었다.
괴물 거미가 선 자리에서 기우뚱하며 주춤할 지경이었다.
갑자기 조그마한 언덕에서 비탈을 내려다보는 꼴이 된 것이 어이없다는 듯!
투란은 다시 두 걸음을 크게 벌리면서 세게 내디뎠다.
쾅!
이번에는 확실하게 괴물 거미가 선 자리까지 함몰의 영역이 넓어졌고―…….
―음, 떠 있군.
‘으와, 저 망할 놈이!’
―드라고니아가 살짝 놀란 소리를 냈고, 투란은 기막히다는 듯한 욕을 했다.
괴물 거미의 등 쪽으로 뻗은 네 다리가 바쁘게 움직였고, 등에 짊어진 듯한 타원 통 모양 덩어리를 휘감고 있던 바람결 같은 실 다발이 흐느적거리면서 괴물 거미를 붙들어 매단 광경이었다.
괴력으로 바닥을 디뎌 가라앉히고 기울여서 괴물 거미를 굴러떨어지게 하려던 투란의 의도는 그저 시커먼 재와 불티를 사방으로 넓게 뿌리는 것 말고는 아무 효과도 없게 된 셈이었다. 그리고 위쪽을 차지한 괴물 거미는 본격적으로 앞쪽의 팔다리처럼 보이는 네 가닥 지체(肢體)를 움직여 반격을 시작했다.
다양한 굵기의 실 가닥, 단단히 꼬인 밧줄이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밀고 당기고 후려치고 걸어 당기려 하고…….
여섯 마리의 몰튼노트 거미가 이에 맞서더라도 단숨에 으깰 위력이 훤히 보이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리되지 않았다. 불타는 실이 두꺼운 방패 모양 대신에 날카로운 검처럼, 틈새가 넓은 그물을 만들어서 팽팽하게 펼쳐진 덕분이었다.
날아든 괴물 거미의 밧줄은 그 그물에 박힌 채로 멈춰지고 있었다.
‘응, 한 마리 더 늘어서 그런가 좀 더 여유 있네.’
투란은 동강 났던 거미가 반쪽의 몸을 다시 키워 두 마리가 된 것을 되새기면서, 여섯 마리가 되어 보다 면밀하게 호위 역할을 하는 거미의 움직임에 감탄했다. 물론 괴물 거미는 자신이 선별한 호위가 괴상한 몰골이 되어 적을 지키는 상황에 짜증을 내며 포효하고 있었다.
붉은 숯의 속살이 드러나고 검은 껍질이 시커먼 재가 되어 흩어졌다.
하지만 붉은 숯이 부풀면서 다시 검은색으로 변하며 새로운 껍질이 될 뿐이었다.
거센 공세와 지치지 않는 방어…… 짧은 동안에도 사방에 투명한 바람결이 가득 채워지면서 시커먼 재와 불티가 가득 뿌려지고 수십 미터의 안팎을 물들이는 광경이었다.
이런 상황에 재빠르게 변화를 도입한 쪽은 괴물 거미였다.
패앵, 촤악!
‘으앗?’
열심히 움직이던 거미 여섯 마리가 순식간에 뭔가 꿰이고 낚인 채로 날려졌다. 멀리 가지는 않았다. 그냥 허공으로 홱 채 올라간 다음에 바로 고치 모양으로 휘말리고 감겨 버렸을 뿐이니까. 그렇게 걸리적거리는 여섯 마리를 치운 괴물 거미는 본격적으로 작은 거인을 두들겨 패고 찌르고, 짓이기기 시작했다.
실 다발이 다양한 굵기로 꼬이고, 꼬이는 그 끝을 날카롭게 벼린 창처럼 내지르며 엉거주춤하니 발을 떼서 힘겹게 움직이는 몰튼노트의 작은 거인을 한없이 두들기고 짓이기려는 듯한 광경이었다.
재가 잔뜩 뿌려져 시커멓게 변한 바닥에 시뻘건 숯덩이 거인이 오그라든 채로 웅크린 듯한 모습이 되었고, 괴물 거미는 아직 핏물이 매달린 입을 열면서, 혀를 날름대며 승리의 환호라도 터뜨리듯이 포효했다. 그 포효가 숯덩이 거인을 일그러뜨리고 뭉개는데…….
퍼엉!
펼쳐지며 터져 나가는 숯덩이 속에서 길쭉하고 굵은 창과 같은 장대가 치솟았다. 괴물 거미의 몸이 흔들렸고, 그 옆으로 숯덩이 장대는 부풀면서 스쳐 갔다. 높이, 아주 높이!
투명한 바람결 같은 거미의 실 다발 사이로 붉은 숯이 불티처럼 흩어지며 번져 가는 듯했고, 시커먼 재가 허공을 메우면서 반짝거리는 수정 가루가 섞여 흐르는 듯한 광경까지 보였다.
그런 풍경 속에서 괴물 거미는 높이 치솟은 숯덩이가 빙글빙글 돌며 부풀고, 거대한 주먹이 되어 가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만개(滿開)하는 꽃봉오리처럼, 장대는 정점에 도달했다 싶은 순간에 갈라지고 터져 나가면서 점차 크고 굵어지면서 돌고 돌아 거대한 주먹을 그려 내고, 그 속을 붉게 뜨겁게 달아오른 숯빛으로 채우고 있었다.
거대한 주먹을 매단 탓인지, 혹은 괴물 거미가 자기 몸 가까이 있는 아래쪽을 걷어찬 탓인지 저편으로 기우뚱하면서 휘청거리는 벌건 숯 장대는 어느새 힘줄처럼 꼬이고 휘어지며 주먹의 방향을 틀고 있었다. 아무래도 압도적인 질량을 갖춘 저 주먹이 괴물 거미를 노리고 내리꽂힐 듯한데…….
휘이― 흐으― 카앗!
마치 ‘누가 그딴 것에 맞을까 싶냐!’라고 비꼬는 듯이 들리는 소리를 토해 내면서, 어느새 잘린 흔적이 사라진 혀를 목 아래로 내밀어 날름대면서 괴물 거미가 등 쪽이 다리 하나를 재빠르게 움직였다. 바람결 한 가닥이 굽어진 채로 땅에 닿았고, 땅을 긁어당기면서 괴물 거미의 몸이 한 방향으로 빠르게 당겨지는 듯했다. 하지만 잠시 달랑거리는 듯한 모습과 함께 괴물 거미는 같은 자리에 달랑거리며 매달린 채였다.
휘으―?
의아한 듯한 소리와 함께 괴물 거미의 등 쪽 다리가 좀 더 빠르게 움직였고, 굽어진 바람결 한 가닥이 더욱 힘차게 땅을 당겼다.
땅이 치솟았다.
휘이?
괴물 거미가 전혀 의도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놀라는 듯한 소리를 낼 때, 치솟은 땅은 거대한 기둥 같은 손가락이 되어 굽어지고 있었다. 시커먼 빛깔, 그 자잘한 틈새로 붉게 달아오른 불티를 휘날리며!
괴물 거미의 등 쪽 다리가 한꺼번에 움직였고 여기저기로 휘어진 바람결이 당겨지는 듯했다. 그때마다 땅이 솟구쳐 거대한 기둥처럼 우뚝 서고, 손가락이 되어 굽어지니…… 괴물 거미조차도 어느덧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뭔가의 손바닥, 손가락이 여덟아홉은 가볍게 넘는 괴상한 손바닥 위에 자신이 놓여 있다! 그리고 위에서는 그 손바닥 중심을 향해, 거대한 주먹이 내리꽂힌다!
휘이아아아―!
비명을 지르는 듯, 혹은 무엇인가에 신호를 보내려는 듯한 괴성이 괴물 거미의 온몸에서 터져 나왔다.
거대한 주먹은 그딴 소리에 전혀 관심 없다는 듯이 내리꽂히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