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49
149화 : [제48장] 서약사자 3
‘벌써 일 년이 흘렀구나. 이곳에서 이런 긴 시간을 보내다니. 그나마 그동안 고대 신선술을 비롯해 모든 신선술을 익힌 것이 천만다행이다. 이제 더는 익힐 것도 없으니 오랜만에 이동대법을 한번 펼쳐봐야겠군. 느낌이 좋으니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백리사초가 예의 바위 위에 가부좌하고 앉아 이동대법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
지난 일 년간 그야말로 신선술에 미쳐 살았던 그였다.
워낙 익힐 게 많아 세월은 빨리 갔지만 가끔 드는 바깥 상황 걱정에 잠을 못 이룰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라 나름대로 잘 극복해왔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이곳을 떠날 결심을 굳히게 된 것이었다.
사실 지하광장을 가득 채운 특수 기류에 대한 대책은 석 달 전 세운 바 있었다.
하지만 이왕 늦은 것 확실히 성공하기 위해 나머지 신선술마저 모두 익혔다.
그 결과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이었다.
지난 일 년간 그가 깨달은 것 중 하나는 바로 이동대법이야말로 신선술 중 최고봉이라는 사실이었다.
한편 지난 일 년간 그가 익힌 것이 신선술만은 아니었다.
무공 역시 정리했다.
특히 매화검법 중 마지막 초식인 매화지성 역시 초보 수준이지만 실전 사용이 가능해졌다.
아직 지성자가 되지 못했기에 완벽한 매화지성 초식을 펼칠 수는 없지만, 그 흉내는 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기존 매화천하 초식보다 열 배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등선봉.’
백리사초가 목적지를 의념으로 정한 후 이동대법을 펼쳤다.
동시에 신선술을 펼쳐 이동대법을 가로막는 특수 기류를 일시 중단시켰다.
스스슷.
백리사초의 신형이 천천히 사라졌다.
백리사초가 미소를 지었다.
예상은 했지만 마침내 성공한 것이었다.
하루빨리 백화선자를 만나 그간의 상황 변화를 듣고 싶었다.
특히 무림 소식이 암울할까 봐 걱정이 태산이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앞으로가 더 중요했다.
얼마 후 팍 소리와 함께 백리사초의 신형이 완전히 사라졌다.
* * *
“아! 돌아왔구나!”
백리사초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동대법에 성공해 일 년 전 자신이 머물렀던 등선봉 동굴 안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러니 어찌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직 바깥 상황은 모르지만 지금 이곳이 일 년 전 자신이 머물던 동굴임은 확실했다.
백반선회 부회주로 전격 임명되고 푹 쉬기 위해 들어왔던 이곳.
백리사초는 다시 한번 석실을 확인한 후 주위를 둘러봤다.
한데 석실 안은 이전과 큰 변화가 없었다.
아니 거의 똑같았다.
백리사초가 의아해했다.
일 년간 이곳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면 최소한 먼지가 쌓여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동굴이라 탁자와 의자 등 간단한 가구들이 있었는데, 그러한 가구들이 조금의 먼지도 쌓여 있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것인가.’
백리사초가 고개를 다시 한번 갸웃한 후 동굴 입구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일 년 전 자신이 쳐 놓은 보호진이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보호진은 하루만 지나도 사라지게 설치되어 있었는데······ 일단 나가보면 알겠지.’
백리사초가 우수를 들어 보호진을 해체했다.
바로 그때 한 사람이 신선운을 타고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한데 그 사람은 바로 백화선자가 아닌가.
“맹주님. 작전 회의가 곧 시작되니 어서 가도록 해요. 식사는 하셨나요?”
“작전 회의 말씀입니까? 혹시 저를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지요?”
“호호호. 무슨 말씀이세요? 어제 백반선들과 함께 정탐을 마치고 복귀했었잖아요? 혹시 제가 부회주님이라고 부르지 않아서 장난을 치시는 건가요?”
“아! 그럼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겁니까?”
“네. 혹시 꿈이라도 꾸신 건가요?”
“꿈이라.”
백리사초가 애써 안색을 회복하며 생각했다.
‘선자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고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하루밖에 안 지난 게 틀림없는 것 같다. 사부님 말씀에 의하면 특수한 환경에서는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을 수 있다고 하셨지. 주로 신선술 연마에 오랜 시간이 걸릴 때 사용된다고 하시더니,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내가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구나. 이 역시 신선여의주의 효능인가. 아니면 서약사자들 때문인가. 아무튼 내게 해가 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기뻐해야 할 일이군.’
마음을 정리한 백리사초가 미소를 지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느라 혼동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정신을 차렸으니 취의청으로 가시지요.”
“네. 다행이네요.”
* * *
“그럼 지금부터 작전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부회주께서도 오셨군요. 간밤에 잘 주무셨소?”
백반선회주 무생반선의 말에 백리사초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네. 덕분에 푹 쉴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오. 안 그래도 안색이 좋아 보여서 푹 주무신 것으로 생각했소.”
“감사합니다. 모두 회주님 덕분입니다.”
“하하하. 별말씀을.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합시다. 총군사께서 먼저 현 상황을 말씀해주시겠소?”
“네.”
여의반선이 짧게 대답한 후 취의청에 모인 지휘부 반선들을 둘러봤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모두 백여 명이었다.
백반선회 백반선들의 수가 천여 명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숫자였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 상황은 매우 어렵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주적이라 할 수 있는 흑반선회 흑반선들의 병력은 여전히 십만 명에 달하며, 그들의 배후라 할 수 있는 마계 역시 구천마녀를 앞세워 공공연히 우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우리가 지원을 요청한 은둔반선회 역시 여전히 지원 유보 결정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내심 큰 기대를 걸고 있었던 수도자 중 우리 백반선회 가입 인원을 늘리는 문제 역시 답보상태입니다. 반면 흑반선회의 경우 그 병력의 일할이라 할 수 있는 제10당 흑반선 만여 명을 보내 우리에게 일차 공격을 가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 백반선회 소속 백반선의 절반이라 할 수 있는 천여 명이 죽임을 당했습니다. 반면 놈들의 피해는 백여 명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어제 부회주님의 활약으로 흑반선회 제10당 병력 중 오백여 명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으나,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입니다.”
“듣고 보니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소. 무엇보다 중과부적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은데, 수도자들이 우리 백반선회에 들어오지 않으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그야 놈들의 표적이 되지 않으려는 것이지요. 은둔반선회는 세력화가 되어 흑반선들 역시 제거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나, 일반 수도자들은 아직 놈들의 제거 대상에 오르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을 봤나. 우리 백반선회가 무너지면 그다음 차례는 자신들이 될 것을 뻔히 알면서······.”
“그게 다 서로 눈치를 보기 때문이지요. 특히 이번에 우리가 기습 공격을 당해 병력이 반으로 줄어든 것이 컸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일반 수도자들이 보기에 이미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한 것이지요.”
“으음, 사실 그들을 탓하기도 좀 그렇긴 하오. 누가 봐도 지금 우리 백반선회에 가입하는 것은 희망이 없으니까. 결국 남은 것은 은둔반선회 쪽이오?”
“지금으로선 그렇습니다. 하지만 은둔반선회 지휘부 역시 입장이 확고합니다. 자신들이 흑반선회로부터 공격을 받아야 우리와 힘을 합치겠다는 것인데, 그 사실이 흑반선회에 알려지는 바람에 우리 백반선회가 놈들의 우선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그 점은 나 역시 걱정이오. 은둔반선회도 우리를 돕지 않는다면 대체 어떤 세력과 힘을 합칠 수 있단 말이오? 당장 우리를 공격한 흑반선회 제10당 흑반선들에게 복수도 못하고 있지 않소?”
“그 점은 오늘 회의에서 결정이 내려져야 할 겁니다. 아무튼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간략히 말씀드렸으니, 이제 흑반선회 제10당 흑반선들과의 싸움을 어떻게 해나갈지 논의해보도록 하지요.”
“좋소. 어제 정탐까지 갔다 왔으니 수성과 선공 중 한 가지를 택할 수 있을 것 같소. 백화야. 네 생각은 어떠하냐? 우리 병력으로 암흑봉을 공격할 수 있겠느냐?”
“봉우리 내부까지 들어가 보지 못해 뭐라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외곽 경계 흑반선들의 수준을 보니 황금공자가 함께 간다면 승산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총군사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부회주님 혼자서 흑반선 오백여 명을 제거했으니, 이제 남은 제10당 흑반선은 만 명이 채 안 될 겁니다. 부회주께서 회주님과 함께 놈들의 공격력을 무력화할 수만 있다면 몰살은 몰라도 놈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병력 차가 너무 심해 특수 진법을 펼쳐서 방어력을 강화해야 할 겁니다.”
“특수 진법이라 함은?”
“지난번 놈들의 기습 공격 때는 경황이 없어 사용하지 못했지만 제가 알고 있는 고대 방어진이 있습니다. 그 진법을 펼치면 한시진 정도 놈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오! 그런 진법이 있었다니 그것참 잘되었소. 총군사 말대로 방어력이 강하다면 나와 부회주가 백반선들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고 공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이오.”
“바로 그렇습니다. 공격을 결정하신 겁니까?”
“물론이오. 다만 그 전에 부회주의 의견을 듣고 싶소.”
무생반선이 백리사초를 쳐다봤다.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저는 회주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오! 그럼 부회주도 방어보다는 공격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오?”
“그런 건 아닙니다. 방어든 공격이든 그 방법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역시 부회주다운 생각이오. 총군사. 공격은 언제가 좋겠소?”
“그건 회주님의 내상 회복과 관련이 큽니다. 언제 회복이 되실 것 같습니까?”
“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시오. 원래는 며칠 더 있어야 했으나 상황이 급박해 아껴두었던 영단을 복용했소. 내상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봐도 무방하오.”
“아, 잘되었군요. 그럼 내일 아침 백반선들이 총출동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아직 섣부른 이야기지만 이번에 우리가 흑반선회 제10당 흑반선들을 궤멸시키면 관망하던 수도자들을 대거 본회에 가입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역시 동맹을 주저하던 은둔반선회 역시 먼저 우리를 찾아와 힘을 합치자고 할 가능성도 큽니다.”
“그렇게만 되면 오죽 좋겠소? 사실 우리가 가장 지원을 바라는 곳은 천계이지만 그곳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이런 식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것이 최선일 듯하오.”
“천계는 마계가 본격적으로 개입하면 그때 아마도 나설 겁니다. 그런 면에서 존재 자체로 우리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요.”
“동감이오. 자, 그럼 모두 각자 맡은 위치로 돌아가 출정 준비를 해주시오. 내일 아침 등선광장에서 출정식을 거행한 후 곧바로 암흑봉으로 진격하겠소.”
“명을 받들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