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 [제53장] 생사대회 1
둥둥둥.
“지금부터 생사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
생사광장에 모인 생사도 수도자 만여 명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대회 참가자가 생사여의주 숫자인 만 개보다 조금 더 늘어나게 된 것은 예외가 인정된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 한 예로 생사도에서 삼백 년 이상 수련한 수도자는 생사여의주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했을 때도 생사도 출입 자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그 외 생사도 수도자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생사회(生死會) 지휘부에서 인정한 수도자 역시 생사여의주 없이 생사도에 출입할 수 있었다.
이번에 생사대회를 주최하기 위해 온 천계 지휘부 고수들이 바로 그러한 경우였다.
참고로 백 년에 한 번씩 열리는 생사대회는 관례로 천계 지휘부 고수들이 와서 주최하고 있었다.
이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로 아무래도 생사도에 거주하는 수도자들은 서로를 경쟁상대로 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생사동에 들어갈 생각이 없는 천계 고수들이 대회를 주최하고 심사까지 맡아왔다.
여기서 심사란 수도자들의 도력 대결에서 그 승패를 가리기 힘들 경우 판정을 내리는 절차로, 이미 심사위원으로 다섯 명이 배정되어 있었다.
판정은 다수결로 이루어지며 그 심사위원 중 한 명이 바로 천상옥녀였다.
본격적인 대회에 앞서 천계 지휘부 소개가 있을 때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바 있는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심사위원석에 자리해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만여 명의 수도자 중에는 백리사초도 있었다.
그는 눈을 빛내며 잠시 지난 사흘간 그녀와 보냈던 시간을 떠올렸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사흘간 생사객잔 객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믿기 어렵지만 거의 잠도 자지 않고 천상옥녀가 백리사초의 수련을 도와주었다.
목표는 단 하나.
바로 생사대회의 우승이었다.
가장 중요한 천상심법을 익힌 백리사초는 천상심법을 기반으로 해서 백여 가지나 되는 천계 무공과 신선술을 배웠다.
그 결과 사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전에 백리사초가 익힌 무공과 신선술이 탄탄히 자리 잡은 상태였기에 가능했던 일로서, 무엇보다 무한대에 가까운 내공이 큰 도움을 주었다.
‘천상옥녀의 도력은 실로 대단했다. 그녀가 괜히 옥황천제님의 유일한 제자가 아니었다. 다만 여자의 몸이라 직접 생사동에 들어갈 수 없어 내게 기대를 거는 것 같은데 과연 내가 우승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백리사초가 안색을 굳혔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천계 고수들과 싸워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그였다.
천상옥녀와도 구결 전수만 받았을뿐 대련을 한 적이 없었다.
다만 천계 무공과 신선술이 왠지 이전에 한 번 연마한 느낌이 든다는 점은 긍정 요소였다.
이는 완전히 새롭게 배우는 것과 이전에 익혔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의 연마 속도 차이는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백리사초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생사대회 사회를 맡은 노인 한 명이 대회 규칙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는 안내소에서 바둑을 두던 노인 중 한 명으로 생사선인(生死仙人)이라 했다.
생사선인은 생사회의 회주 신분이기도 했다.
이는 백리사초도 방금 안 사실이었다.
“먼저 다들 아시겠지만, 참가 자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남자 수도자에 한정해 참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생사동 자체 결계에 남자만 들어갈 수 있도록 금제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지성자를 이루신 분의 성별 역시 남자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생사선인의 말에 수도자들이 술렁였다.
특히 여자 수도자 중에는 사전에 이러한 정보를 몰랐던 사람도 있어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극소수였고 대회 진행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다만 그녀들을 자격이 없다고 해서 쫓아낼 수는 없었다.
그녀들 역시 생사여의주를 소지하고 있어 대회 참가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하기야 수도자들의 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력 상승에 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었다.
한편 남자 수도자의 경우도 전원이 시합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었다.
도력이 약한 자가 굳이 부상을 무릅쓰고 실제 시합에 참여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도력을 키워 백 년 후를 바라보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때문일까.
실제 시합에 참여하는 수도자는 전체 생사도 수도자 중 십분의 일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일할이라 해도 천명이 훌쩍 넘는 숫자였다.
다만 현장 신청이 원칙이라 이번 대회에 과연 얼마나 많은 수도자가 도전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천계와 마계의 전면전이 임박해 있어 이번 생사대회가 실질적으로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기야 이곳 생사도 역시 천계의 지배권이 미치는 지역이라, 마계가 전쟁에서 최종 승리를 거두면 생사대회가 지속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했다.
오히려 마계 고수들이 기연을 얻기 위해 섬 곳곳을 파헤쳐 폐허로 만들 가능성이 더 컸다.
생사선인이 말했다.
“대회 시합 규칙 설명에 앞서 천상옥녀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현 시국 상황과 관련해 여러분께 부탁 말씀이 있을 예정이니 다들 경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와아아.
함성과 함께 천상옥녀가 단상 앞으로 나왔다.
그녀가 마계와의 전쟁에 생사도 수도자들의 참전을 독려하리라는 소문은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 관련 없이 그녀의 얼굴을 처음 보는 수도자들도 무척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천계에는 생사도처럼 이렇게 한데 모여 수도를 하는 곳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오히려 신선계와 마찬가지로 혼자만의 장소에서 페관 수련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천계 고수들이 대거 모여 있는 곳도 있긴 했었다.
그곳은 바로 천계 총단으로 바로 천계의 지배자인 옥황천제가 있는 곳이었다.
천상옥녀는 옥황천제의 유일한 제자로 평소 천계 총단에 머물지만 사부의 명을 받아 여러 곳을 다니고 있었다.
다시 말해 천계와 신선계는 물론이고 무림과 마계까지 종횡무진했다.
참고로 사흘 전 백리사초는 천상옥녀와 첫 만남 후 곧바로 낙양 무림을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그녀는 단지 사부님의 명을 혈우마제에게 전달했을 뿐이라며 겸양했다.
그 외 백반선회가 흑반선회의 공격을 받은 일도 이야기했는데, 천상옥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백반선들의 피해가 커 자신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백리사초의 조기 은둔봉 행은 권유하지 않았다.
자신이 백리사초를 천계로 데려가 다시 은둔봉으로 이동시켜줄 수도 있지만 이 역시 생사도 규칙을 위배하는 것이라 했다.
그보다 생사동에 들어가 지성자가 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 했으며, 백리사초 역시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반선들이 걱정된다고 하자, 이미 천계 고수 일부가 은둔봉에 지원을 나간 사실을 알려주었다.
백리사초가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한 것은 물론이었다.
마계의 지원이 없는 한 흑반선회 단독의 힘으로 천계 고수들을 당해내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신선강시 부대가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천계에서 그 정도 대비를 하지 않고 지원하였을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아무튼 이후 백리사초는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이번 생사대회에 집중하려는 마음을 굳힌 것이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함성이 어느 정도 잦아들자, 화산옥녀가 맑은 음성으로 말했다.
“반갑습니다. 천상옥녀입니다. 오늘 이렇게 생사대회를 통해 생사도 수도자분들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비상시국이라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는 제 사부님이자 천계의 지배자이신 옥황천제님의 뜻이기도 합니다.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혈우마제를 필두로 한 마계 고수들이 지금 우리 천계를 노리고 있습니다. 전면전이 발발하기 직전입니다. 놈들은 오랫동안 전쟁을 준비했고, 그에 비해는 제대로 된 대비를 하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이에 생사도 수도자분들께 마계와의 전쟁 참전을 부탁드립니다. 조만간 옥황천제님의 공식적인 발표가 있을 겁니다. 그때 모두 천계 총단에 집결해 힘을 보태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와아아.
짝짝짝.
다소 원론적이긴 하나 목소리 때문인지 호소력 짙은 그녀의 말에 엄청난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천상옥녀가 미소와 함께 포권으로 답례했다.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천상옥녀의 위상이 대단하구나. 천계 수도자들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인 것 같다.’
천상옥녀가 물러나 자기 자리로 돌아가자, 생사선인이 말했다.
“그럼 시합 규칙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규칙은 간단합니다. 시합에 참여할 수도자분들이 생사광장 중앙에 마련된 비무대에 올라오면 도력을 평가하는 진법이 가동될 겁니다. 진법 속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는 수도자들은 곧바로 탈락이 되며 자동으로 진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이러한 단체 진법 평가는 결승에 오를 최후의 팔 인이 남을 때까지 계속될 겁니다. 예상 소요 시간은 세시진으로, 그때까지 여덟 명이 추려지지 않으면 부득이 법보를 진 속에 넣어 공격을 배가할 계획이니 그렇게 알고 잘 대처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북이 울리는 즉시 참가자들은 비무대 위로 올라와 주십시오. 제한 시간은 단 일각입니다.”
둥둥둥.
생사북이 울리자, 생사도 수도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한데 그 수가 무려 삼천여 명이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숫자였다. 단체 진법에 부담이 줄어든 수도자들이 대거 참여하였기 때문으로 보였다.
하기야 이번에 도입된 단체 진법은 일종의 환영진으로 실패하더라도 중상을 입을 가능성이 매우 작았다.
이 모두가 마계와의 전면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동안 실력에 자신이 없어 주저하던 수도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라 할 수 있었다.
백리사초는 거의 마지막에 비무대 위로 올라갔다.
시합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셈이었다.
‘이제 시작인가.’
* * *
제한 시간 일각이 흐르자 삼천여 명이나 올라온 거대한 비무대 주위에 금빛 안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바로 진법이 가동되는 증거였다.
비무대 위에 있던 백리사초 또한 진의 가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곧바로 다른 장소로 이동되는 것은 아니고 금빛 안개가 서서히 수도자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였다.
안개 때문에 시야에서 사라졌던 생사선인의 목소리가 진 밖에서 들렸다.
“생사진(生死陣)을 본격적으로 가동합니다. 진은 수도자 개별적으로 적용되며 서로를 도울 수도 없고 해칠 수도 없습니다. 무운을 빌겠습니다.”
둥둥둥.
다시 북소리가 들리며 삼천여 수도자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비무대 위에는 짙은 안개만 가득할 뿐이었다.
백리사초의 경우 예상대로 주위 환경이 변하는 것을 목도했다.
이전에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에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천상옥녀로부터 천하심법을 비롯한 천계 최고의 무공과 신선술들을 섭렵한 상태가 아닌가.
물론 방심은 하지 않았지만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묵묵히 걸어갔다.
십중팔구 험난한 관문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난 사흘간 배운 천계의 무공과 신선술을 실전을 통해 숙달하는 계기로 삼아야겠군. 세시진이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