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24
24화 : [제8장] 금전방 3
초웅의 집에 새롭게 나타난 사람은 바로 백리사초였다.
그는 초웅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고 험상궂은 사내 세 명이 마당에 있는 것을 보고 한눈에 사태를 파악했다.
평소 초웅으로부터 어머니 치료 때문에 부친이 빚을 많이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네놈은 누구기에 겁도 없이 끼어드는 것이냐? 새파랗게 어린놈이 네놈도 이 집 아들이냐?”
“금전방 놈들이냐?”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돈을 빌린 곳이 금전방이라는 사실 또한 초웅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후후후! 그렇다. 우리는 금전삼웅이라고 한다. 빌려준 돈을 정당하게 회수하려는데 네놈이 무슨 권한으로 훼방을 놓는 것이냐? 이 집과는 무슨 관계냐?”
칼자국 사내가 백리사초의 허리에 달린 무명검을 보며 물었다.
“저기 쓰러져 있는 사람이 바로 내 동기 연습제자다.”
“너도 화산파 연습제자냐?”
“그렇다. 아무리 빚 회수가 급하다고 하나 집에 위급한 환자가 있는데 이 무슨 무도한 짓거리냐?”
백리사초가 언성을 조금 높였다.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자 금전삼웅이 흠칫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화산파라고는 하나 연습제자 주제에 이렇게 금전방에 대놓고 적대감을 표하는 것은 의외이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금전삼웅이 약속이나 한 듯이 주위를 둘러봤다.
백리사초 외에 새롭게 나타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칼자국 사내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실전 경험도 없는 연습제자 주제에 화산파를 믿고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는구나. 우리가 지금 네놈을 죽인다고 해서 화산파에서 눈 하나 깜짝할 줄 아느냐? 나이도 어린놈이 어른들에게 반말이나 하고 어디 팔다리 하나 정도 부러져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연장자면 나이를 존중받을 짓을 해야 하는 것이지. 좋은 말 할 때 물러가라. 내 검은 한번 겁집에서 나오면 반드시 피를 보게 되어있으니까.”
백리사초가 다시 예의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성을 높였을 때보다 더 묵직한 울림이 있었다.
이는 절대 내공 덕분으로 금전삼웅이 곧바로 공격을 가해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했다.
금전삼웅 중 대형인 금일(金一)이 말했다.
“막내야. 일단 이 녀석부터 제압해야겠다. 조그만 녀석이 검까지 차고 있으니 연습제자 중에서도 제법 실력이 있는 것 같구나.”
“네. 대형.”
칼자국 사내가 몽둥이를 여전히 든 채 백리사초에게 다가갔다.
“나는 금전방 소속 금삼(金三)이라고 한다. 네 이름을 밝혀라.”
“나는 백리사초라고 한다.”
“백리사초?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금삼이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몰라 이름까지 물어본 것이었는데 어딘가 귀에 익었다.
금전삼웅 중 둘째인 금이(金二)가 말했다.
“혹시 삼 년 연속 평가시험에서 꼴찌를 차지했다는 화산파 꼴통 연습제자가 아니냐?”
“······.”
백리사초가 처음으로 안색을 굳혔다.
수치스러운 그 성적이 이곳 화음현에까지 알려졌을 줄은 생각도 못 한 그였다.
“후후후! 말을 못 하는 것을 보니 맞는 것 같구나. 감히 만년 꼴찌 연습제자 주제에 우리와 맞서? 네놈도 저기 쓰러진 곰 같은 녀석과 같은 부류구나. 억지로 몸에 힘을 주고 무공이 고강한 척한다고 우리가 두려워할 것 같으냐? 어리석은 녀석.”
칼자국 사내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쓰러진 초웅을 돌보고 있던 초덕이 말했다.
“사초라고 했느냐? 네 이야기는 웅이에게 여러 번 들었다. 우리는 너까지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어서 돌아가도록 해라.”
“아닙니다. 아저씨. 이런 못된 놈들은 이 화음현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이놈들이 분명 무리한 요구를 했지요?”
“그렇긴 하다. 은자 이십 냥을 빌렸는데 갑자기 이자까지 합쳐 백 냥을 달라고 하고, 지금 당장 갚지 않으면 딸아이를 기루에 팔아넘긴다고까지 협박을 하는구나. 실제 사초 네가 오지 않았다면 벌써 우리 영이를 데려갔을 것이다.”
초덕이 분노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 안에 있던 초화영이 소리쳤다.
“오라버니에게 말씀 많이 들었어요. 저를 좀 구해주세요.”
“그래. 어머님은 어떠시냐?”
“엄마는 지금 놀라셨는지 다시 잠드셨어요. 엄마도 살려주실 수 있나요?”
“물론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백리사초가 눈을 빛내며 자세를 바로 했다.
초웅의 어머니가 위독한 상황을 생각한다면 어서 이들 금전삼웅을 제압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싸움에 경험이 거의 없는 그였다.
비록 내상은 회복되었지만 어떤 실전 무공을 사용할지부터 확정하지 못했다.
그를 더욱더 고민하게 하는 것은 어느 정도로 상대를 제압할지 여부였다.
금전방이 비록 흑도로 분류되나 그렇다고 무작정 죽일 수도 없었다.
특히 화산파 연습제자의 경우 외부인과의 싸움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이는 연습제자가 죽거나 다쳐도 화산파 차원에서 대응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아무리 대응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화산파 소속 연습제자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 화산파 본산에서도 좋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아예 사전에 이런 싸움을 금지한 것이었다.
하지만 예외도 있었다.
바로 지금과 같은 경우로 불의를 보고 무조건 모르는 척하는 것 역시 지탄을 받을 일이었다. 이런 경우는 화산파 지부 같은 곳에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
백리사초의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칼자국 사내, 즉 금삼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스스슷.
초웅을 상대했을 때보다 더 빠른 신법이었다.
금삼은 원래 경신술 연마에 주력했기 때문에 보법과 경공술이 뛰어난 편이었다.
지금은 보법에 그 속도를 가한 것으로 백리사초가 보기에는 그 형상이 중첩되어 보일 정도로 빨랐다.
초웅의 경우는 여기서 매우 당황하다가 피하지도 못하고 몽둥이를 얻어맞은 바 있었다.
휘익.
백리사초 역시 망부석처럼 서 있기만 하자, 금삼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몽둥이 역시 보통 몽둥이가 아니었다.
특수 제조한 몽둥이로 검과 부딪혀도 잘리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다.
수금 임무를 맡은 그들로서는 매번 검을 휘두를 수 없어 고안한 무기이기도 했다.
백리사초는 몽둥이가 자신의 목에 닿기 직전 신형을 조금 비틀었다.
동시에 가볍게 삼재보를 밟았다. 한 치의 차이를 두고 몽둥이가 비켜나갔다.
금삼이 몽둥이 무게 때문에 잠시 신형을 비틀거린 순간.
백리사초가 주먹을 뻗어 금삼의 턱을 가격했다.
바로 삼재권이었다.
금삼이 매우 놀라며 옆으로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눈에 백리사초의 주먹이 순간적으로 수십 배가 커지는 바람에 피할 공간이 없었다.
이는 백리사초가 삼재검법과 마찬가지로 삼재권에도 무형검의 묘리를 담은 것으로, 상대를 마치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처럼 만드는 위력이 있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금삼의 턱이 돌아가며 그대로 쓰러졌다.
“막내야.”
금일이 매우 놀라 금삼을 부축했으나 이미 정신을 잃은 후였다.
“네놈이!”
금일이 백리사초를 노려봤다.
옆에 있던 금이가 검을 뽑아 들고 백리사초를 향해 다가간 것은 그 직후였다.
이들 금전삼웅은 의형제 사이로 한 사람이라도 공격을 받아 다치게 되면 물불 안 가리고 상대를 공격하는 습관이 있었다.
특히 정신을 잃을 정도로 중상을 입은 경우 그들의 대응 방식은 상대를 죽이는 것이었다.
금이가 검을 들었다는 것은 이미 백리사초를 죽일 결심을 했다는 증거였다.
금이뿐만 아니었다.
금일 역시 검을 뽑은 후 금이 뒤를 따라갔다.
약간의 시차를 둔 합공으로 금전삼웅이 지금까지 숱한 고수들을 만나면서 살아남은 진정한 이유이기도 했다.
비록 금삼이 빠져 있었으나 한낱 연습제자인 백리사초를 상대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 거라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연습제자 중에서도 꼴찌 제자가 아닌가.
금삼이 순간적으로 실수를 해서 당했지만, 백리사초가 자신들의 합공을 당해내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불쌍한 놈! 네놈이 스스로 명을 재촉했다. 막내를 다치게 했으니 무림 관례로 봐도 화산파에서 아무 말도 못 할 것이다.”
금일이 소리쳤다.
연습제자에 불과하다고 애써 무시했지만 실은 화산파의 개입을 은근히 꺼리던 그였다.
하지만 명분을 얻었는지 그 손속에 전혀 사정을 두지 않았다.
휙휙.
두 자루의 검이 순차적으로 각각 백리사초의 가슴과 목을 노렸다.
금전삼웅은 원래 살인과 강간을 서슴지 않는 악독한 낭인무사들이었다.
그들의 짐승 같은 본능을 지금 백리사초가 깨운 셈이었다.
백리사초는 두 자루의 검이 자신의 가슴과 목에 닿기 직전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늦게 검초를 날린 금일의 검이 금이의 검과 거의 동시에 도달한 것이었다.
백리사초가 다시 오른 주먹을 내뻗었다.
순간 그의 주먹이 금일과 금이의 눈에 거대한 암석처럼 보이며 검들을 막아냈다.
까까깡.
분명 주먹으로 막아낼 공간이 없었지만, 검들이 퉁겨나갈 정도로 백리사초의 주먹에 기이한 힘이 담겨있었다.
이는 백리사초가 처음으로 매화공력을 담아 삼재권을 펼쳤기 때문으로, 그 변화는 백리사초 본인조차 처음 겪는 것이었다.
하기야 그가 삼재권에 가미한 변화는 누가 가르쳐준 것이 아니라 백리사초 스스로 깨우친 것이었다.
매화검선조차 시도하지 않은 것이었다.
퍼퍼퍽.
금일과 금이의 턱이 금삼과 마찬가지로 돌아가며 썩은 짚단처럼 쓰러졌다.
쿵쿵.
“우와! 정말 대단해요!”
싸움을 지켜보던 초화영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백리사초의 안위를 걱정하던 초덕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론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백리사초가 그저 주먹을 내뻗었을 뿐이었지만, 금전삼웅이 쓰러졌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백리사초가 금전삼웅의 혈도를 찍은 후 먼저 초웅의 상태부터 봤다.
다행히 워낙 신체가 튼튼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웅이는 괜찮을 겁니다. 어머님 치료를 제가 시도해봐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다. 어서 들어가 보아라.”
“네. 죄송하지만 모두 마당에서 기다려주십시오. 집중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 그리고 저놈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수 점혈이라 제가 아니면 아무도 풀 수 없을 겁니다. 혹시라도 급한 일이 생기면 불러주십시오.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알겠다. 영아. 너는 어서 나오너라.”
“네.”
초화영이 방에서 나오자 백리사초가 방 안으로 들어갔다.
* * *
소씨부인의 치료는 순조로웠다.
매화심공으로 내공 치료를 시작하자 즉각적인 반응이 온 것이었다.
이는 매화공력에 치유력이 있기 때문으로, 삼갑자에 달하는 절대 내공이 혈도를 타고 들어오자 그동안 막혀 있던 부분이 깨끗하게 뚫렸다.
지금까지 그 원인을 몰랐던 병의 원인이 바로 막힌 혈맥 때문이었던 것이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만일 백리사초의 치료가 일각이라도 늦었다면 대라신선이 와도 살릴 수 없었던 상태였다.
백리사초가 그 사실을 알고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물론이었다.
‘웅이 역시 아주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 같구나. 나중에 혈맥을 뚫어줘야겠다.’
치료를 마친 백리사초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실 매화검보 상의 의료 지식이 전부인 그라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내공 치료는 어찌 보면 매우 단순한 방법이었다.
다만 이 또한 백리사초의 내상이 완전히 회복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소씨부인의 안색이 점점 돌아오자, 백리사초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치료를 시작한 지도 벌써 한시진 째.
이웃 사람들이 초웅의 집에 온 것인지 시끄러웠으나 다행히 백리사초를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백리사초 역시 처음 시도하는 내공 치료라 밖의 사정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다만 뭔가를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가 계속 들려와 의아하긴 했다.
하지만 비명은 전혀 없었다. 특별한 일이 있으면 자신을 불러 달라고 했기 때문에 확인하지 않았다.
방문이 열리자 드러난 광경은 매우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