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255
255화
모두의 시선이 공터에 집중되었다.
정확히는 공터의 중앙에 서서 마주 보고 있는 천휘와 종현을 응시하고 있었다.
특히나 협위대원들은 검집을 들고 있는 천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름 아닌 매화신협이었다.
화산이 낳은 불세출의 기재.
섬서를 사파의 마수에서 구해 내고, 녹림대제를 패퇴시킨 대협객.
그의 명성은 이제 후기지수라는 틀을 벗어나, 천하에 이름을 알린 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매화신협의 무공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저 나이에 진짜 그 무위일까?”
“그건 보면 알겠지.”
소문으로만 접했던 천휘의 무위를 직접 볼 수 있는 상황이 되자, 협위대원들은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꼈다.
기대로 인해 협위대원들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도 잔뜩 반짝일 무렵.
스윽―
종현이 검을 절도 있게 들어 상단세를 취했다.
작은 신장과 보통 검보다 작은 검.
모습만을 본다면 앙증맞다고 할 수 있었으나, 그 기세가 범상치 않았다.
지켜보던 현도가 감탄을 토했다.
“현천건강기(玄天健剛氣)를 저 나이에 벌써부터 다룰 줄 알다니.”
현천건강기는 제대로 익히기 까다로운 절기로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실제로 하우진조차 이립이 되어서야 기운을 제대로 다룰 수 있었었다.
한데 지금 앞의 종현은 저렇게 어린 나이에 기운을 다스리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재능이었다.
감탄을 금치 못하던 현도는 긴장하며 종현을 바라보는 하우진을 향해 말했다.
“제자가 뛰어난 자질을 지녔구나.”
“하하하, 아닙니다. 선배.”
말과 다르게 하우진은 숨길 수 없는 기쁨에 함박웃음을 내비쳤다.
제자를 향한 칭찬이 어찌 안 기쁘랴.
그때 천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기세는 확실히 달라졌는걸.”
예전 천방지축처럼 날뛰던 때와 그 기세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차분하고, 무거웠다.
마치 뿌리가 깊게 박힌 거목처럼.
‘하체가 많이 튼튼해졌는걸.’
짧게 보는 것만으로 무엇을 중점적으로 수련했는지 단숨에 파악한 천휘는 검지를 까딱이며, 말했다.
“먼저 와.”
자칫 무례하다 느낄 수 있는 손짓에 천휘에 대해 모르는 이들은 하나같이 놀라며 움찔했다.
설마 대협이라고 불리고 있는 매화신협이 저런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종현은 기분이 상하기보단 감회가 새로웠다.
처음 천휘와의 만남 때 보았던 행동이지 않나.
‘달라진 모습을 보이란 거구나.’
종현의 눈이 한없이 깊어졌다.
처음 대련했을 때와 같은 행동.
그것은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후우.”
천휘와 눈을 지그시 맞추던 종현은 폐 속 깊이 찬 숨을 천천히 토했다.
그러자 현천건강기가 순환하기 시작했다.
하단전에서부터 시작된 내공 순환은 폐, 가슴, 어깨를 지나쳐 온 전신을 휩쓸어 가다가 이내 발에 도달했다.
‘무겁고, 강하게. 그리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종현이 현천건강기의 내력을 발가락 끝에 실었다.
발끝에 닿은 땅이 짓이겨져 갔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가죽신이 땅 밑으로 파묻힌다 싶은 순간.
‘빠르게!’
파앗!
종현의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상체를 최대한 낮게 숙이며 전진하던 종현이 검이 바닥에 닿을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밑으로 내리긋더니.
후욱!
단숨에 위로 올려 쳤다.
북두천강보(北斗天剛步)의 반동을 이용한 대천강검법의 활용이었다.
중(重)과 강(强)의 대천강검법.
쾌(快)의 북두천강보.
두 무공이 합쳐진 결과물이 종현의 손에서 현현했다.
‘오호라.’
천휘는 바닥에 먼지를 일으키며 솟구쳐 오는 검신을 보며 이죽거렸다.
‘보법은 이제 좀 나아졌는데?’
종현의 문제는 두 가지였다.
보법과 검을 다루는 실력.
그중에서 보법은 그나마 낫다고 할 수준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검을 다루는 건 아직 모르겠고.’
천휘가 생각하는 순간에도 검신은 계속 짓쳐들어오고 있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는 것도 잠시.
스윽―
천휘는 이내 몸을 옆으로 돌리며, 검을 피해 냈다.
묵직한 바람이 뒤늦게 따라오며, 천휘의 도복이 위로 솟구쳤다.
천휘는 바로 눈앞을 스쳐 지나간 검신을 힐끗 보다가, 눈을 내리깔았다.
허공을 가른 검을 허망하게 바라보는 종현을 향해 천휘가 씩 웃었다.
“멍 때리면 안 되지.”
말과 함께 천휘는 중지를 튕겨 넋을 놓는 종현의 이마를 때렸다.
따악!
“악!”
종현이 고통에 이마를 매만졌다.
“설마 그게 끝은 아니지?”
이어지는 천휘의 말에 종현은 이마를 만지던 것을 관두고, 울먹거리는 얼굴로 늘어트린 검을 다시 들었다.
“아, 아직이에요!”
종현이 검을 꼭 쥐며, 외쳤다.
동시에 현천건강기를 끌어올리자.
스으으―
검신에 백연(白煙)이 피어났다.
“검기?!”
“저 어린 나이에!”
여기저기서 경악성이 흘러나왔다.
제대로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옅은 백연이었지만, 그것은 분명하게 검기였다.
“이립도 안 된 나이에 일류의 경지에 올랐다는 건가?”
“언제 저런 후기지수를…….”
협위대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대련에서 천휘만 신경을 썼지, 그 누가 어린 종현에 대해 신경 썼으랴.
그저 비연검군 하우진의 제자니, 막연하게 어느 정도 재능이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을 뿐이었다.
한데 지금 그의 실력은 일개 후기지수라고 하기에는 너무 뛰어났다.
당장은 눈앞에 천휘가 있어서 빛이 바랠 수밖에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 강호에 큰 이름을 떨치게 되리라.
그때 종현이 다시 달려들었다.
“하압!”
힘찬 기합 소리와 함께 종현은 천휘를 향해서 갖가지 무공을 펼쳤다.
대천강검법을 시작으로 천하삼십육검, 천성검(天星劍)과 같은 검공들은 물론이고 회심퇴(懷心腿)를 비롯한 가지각색의 무공까지.
종현은 하우진에게 사사한 무공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펼쳤으나.
휘익―
천휘는 그냥 발을 놀리는 것만으로 모조리 회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씩 종현이 빈틈을 보인다 싶으면, 이마에 딱밤을 때렸다.
“악!”
종현의 이마가 점점 새빨개졌다.
이미 욱신거리는 것을 넘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이었지만, 종현은 멈칫하기만 할 뿐 다시 검을 휘둘렀다.
‘……소문이 과한 것은 아니란 말인가.’
추계광이 천휘의 발밑을 주시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대련이 시작된 이후 그의 왼발은 마치 고목나무의 뿌리처럼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오른발과 상체만 움직이며 저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추계광의 눈빛이 점차 가라앉았다.
‘내가 저럴 수 있을까?’
자문에 대한 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종현을 제압하거나, 쓰러트리는 것이라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회피하며 딱밤만 때리는 것은 그 결이 전혀 달랐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것은 물론이고, 뛰어난 보법과 내공 조절이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 번 검을 나누고 싶다.’
무의식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저리 강한 상대를 보게 되니, 무인으로서의 피가 끓어오른 탓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아쉽군.’
그는 투기를 꾹 눌러, 삼켰다.
지금 천휘는 무림맹주의 귀객.
어찌 그런 요청을 하겠는가.
한편 협위대원들도 난리였다.
종현이 펼치는 무공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욱 놀라운 천휘의 움직임에 자신도 모르게 눈길을 빼앗긴 것이다.
“저 검식을 회피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뒤를 점한다고?!”
“저, 저럴 수가 있는 건가?”
괜히 협위대원이겠는가.
그들 한 명, 한 명이 모두 일류의 경지에 도달한 고수였기에 지금 벌어지는 대련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 대략적이나마 눈치를 챈 상태였다.
“……저렇게 흘릴 수 있는 건가.”
“과연 매화신협인가.”
대련을 하는 천휘를 보던 협위대원들이 동경의 눈빛을 띠었다.
사실 지금만이 아니었다.
천휘를 처음 보았을 때부터 협위대원들의 눈에는 동경이 담겨 있었다.
강호는 오랫동안 나이가 있는 고수들의 손에서 좌지우지되어 왔다.
그도 그럴 것이 구주삼패세가 일구어 낸 오랜 평화의 시대로 인해 젊은 무인들이 활약할 기회라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한데 천휘가 나타남으로써 현재 강호의 판도가 뒤엎어져 버렸다.
이립도 되지 않은, 후기지수라 칭할 자가 섬서에서 사파를 쫓아내고, 녹림대제를 쓰러트리지 않았는가.
그런 상황이다 보니, 젊은 무인들이라면 누구나 천휘에게 환호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이 고이고, 고인 평화의 시대를 바꿀 수 있는 인물이었기에.
한편 종현은 숨을 헐떡거렸다.
“헥, 헥.”
긴장한 탓일까.
아무리 짧은 순간 수십 번의 공방을 나누었다지만, 피로감이 빠르게 몰려왔다.
그런 종현을 본 천휘가 피식 웃었다.
“지쳤나 보네. 그러면…….”
코앞을 스쳐 지나가는 검신을 슬쩍 바라보며 속닥이던 천휘가 검지를 들어서는 검신을 가볍게 툭 쳤다.
쩌엉!
하나 가벼운 행동과 다르게 검신은 크게 요동쳤고, 그 여파를 고스란히 받게 된 종현이 헛숨을 들이켰다.
“이익!”
종현의 얼굴이 일그러지던 찰나.
“쉬어.”
고즈넉한 천휘의 목소리가 종현의 귀를 가시처럼 파고들었다.
놀란 종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 즉시 무심한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천휘가 시야를 사로잡았다.
그러기를 잠시.
따악!
이마에 지독한 통증과 함께 종현의 의식이 뚝 하고 끊겼다.
하우진이 얼른 나타났다.
“조금 쓰라리겠구나.”
쓰러지려는 종현을 부축한 하우진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마를 보며 웃었다. 제대로 종현을 안은 하우진이 천휘에게 물었다.
“어떻더냐?”
“전보다 낫던데요.”
“다행이구나.”
간단한 답이었지만, 하우진은 미소를 지었다.
그 대답만으로 충분했다.
“음?”
그때 천휘가 고개를 돌렸다.
자기에게 집중된 시선에 천휘는 머리를 긁적이며, 바로 자리를 옮겼다.
뚫어지게 쳐다보네.
노숙할 곳으로 가는 와중에도 느껴지는 시선들을 흘리며, 이내 자리에 도착한 천휘가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쉴 게냐?”
어느새 다가온 현도의 물음에 천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야죠. 이제.”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이튿날 아침.
“여기 있습니다! 대협!”
천휘는 간단한 부탁에 유독 우렁차게 대답하며 그릇을 건네는 협위대원을 의아하게 봤다.
그런데 그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는 협위대원들이 모두 눈을 반짝이면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낯설면서, 생소한 시선이었다.
“왜 저래요?”
천휘가 현도에게 묻자.
“허허, 호의의 표현이라고 생각해라.”
현도는 껄껄 웃으며 대꾸했다.
“……흠, 썩 좋지는 않은데.”
천휘가 눈을 찌푸리며 말할 때.
“아야야.”
이마에 금창약을 바르던 종현이 앓는 소리를 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허허, 참거라.”
웃음이 섞였으나 단호한 하우진의 말에 종현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렇게 준비를 위한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말고삐를 낚아채는 추계광의 말과 함께 다시 여정이 시작되었다.
* * *
“무림대회의라…….”
무림맹의 부군사 설검은 책상에 높게 쌓여 있는 수많은 종이를 보면서,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무슨 꿍꿍이지?”
오랫동안 심처에 박혀서 움직이지 않던 무림맹주와 군사가 갑자기 벌인 일에 머리가 복잡했다.
“화산파의 복수를 위해서라기엔 너무 과해. 그렇다고 사흑련과 전쟁을 원하는 것은 분명 아닐 테고.”
그는 군사와 무림맹주를 잘 알았다.
뭔 일이 있어도 오랫동안 무림맹의 안전과 균형을 우선하던 둘이었다.
한데 이제 와서, 이깟 일로 무림맹의 존속이 걸린 일을 벌일 리가.
“혹시 알아챈 건가……?”
설검의 눈썹이 찌푸려지던 그때.
“끌끌, 우리 부군사께서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으실까.”
위에서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제 온 거지? 흑오(黑烏).”
“방금 왔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지껄이는군.”
싸늘하게 말한 설검이 책상에 올려 둔 섭선을 잡아, 위로 휙 내던졌다.
콰직!
지붕에 섭선이 박혔다.
“성미가 급하군.”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지붕에 박힌 섭선이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이내 작게 뚫린 구멍으로 뱀과 같은 섬뜩한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눈동자를 노려보던 설검이 코웃음을 치며, 입을 달싹였다.
“지금 안 급하게 생겼나?”
“흐음, 그것도 그렇군.”
구멍 속 눈동자가 모습을 감추고, 이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한데 이거야말로 기회지 않나? 위험하기는 하지만 잘만 하면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비웃음이 사라진 딱딱한 흑오의 목소리에 설검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말은 쉽군.”
말하는 설검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제갈공은 제갈세가의 기나긴 역사 내에서도 지략으로는 한 손에 꼽히는 천재다. 그런 그를 상대로 내 뜻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나?”
“그래서? 위험하니까 포기하겠다고?”
“그럴 리가.”
설검이 고개를 홱 돌렸다.
맹주와 군사가 머물고 있는 심처를 바라보던 그가 입술을 비틀었다.
“이렇게 쉽게 포기할 거면 네놈들과 손을 잡지도 않았겠지.”
그가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도 잘 알잖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버렸다는 걸 말이야. 나도, 너희들도, 모두 다. 안 그래?”
“…….”
침묵하는 흑오를 보던 설검이 책상을 한차례 쓸어내리며, 입을 뗐다.
“그렇다면 군사가 세운 계획에 이겨야 하지 않겠어?”
그제야 설검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챈 흑오가 눈살을 찌푸렸다.
“……원하는 게 뭐지?”
“정보.”
“……정보? 무슨 정보를 말하는 건가?”
“무림대회의에 참석하는 이들 중 네놈들과 손을 잡은 자가 누구지?”
흑오가 순간 움찔했다.
“그건 기밀…….”
“이기고 싶지 않나?”
거절하려는 흑오의 말을 설검이 딱 끊으며, 날카로운 안광을 발했다.
“알려 주면 이긴다는 건가?”
“확신은 못 한다. 하나 승산은 높아지겠지.”
“…….”
흑오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좋다. 알려 주마.”
이윽고 흑오는 기밀 정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이자도 손을 잡았다고?’
그리고 흑오의 말을 들으며 설검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생각보다 무림맹의 깊은 곳까지 뿌리를 박은 세력에 놀란 설검은 차가운 눈빛을 발했다.
‘내가 군사가 된다면 이놈들을 싹 뽑아내야 해.’
흑오가 알았다면 살수를 펼쳤을 생각을 한 설검이 모든 얘기가 끝나자 미소를 지었다.
“꽤나 거물들이 많군.”
“오래전부터 준비했으니, 당연한 일이지. 이 정도면 충분한가?”
“충분하고 말고.”
설검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만 하면 무림맹주와 군사, 그 둘이 오랫동안 쌓아 온 견고한 입지를 무너트릴 수도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