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71
371화
쐐애애액!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비도들로 인해서 시야가 빼곡하게 채워졌다.
삽시간이었다.
하나 날카로운 칼날이 코앞까지 와 있는 와중에도 천휘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주시할 뿐이었다.
그러다 불현듯.
화아악―
천휘의 전신에서 투명한 기류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허공을 채운 비도들도, 천휘에게 집중되던 살의도 순식간에 희미해졌다.
오직 천휘 존재감만이 가득해졌다.
그와 동시에 그를 중심으로 원형의 기파가 폭발하듯이 터져 나갔다.
일순간 대기가 파도처럼 출렁거리며, 기파가 날아들던 비도를 덮쳤다.
그에 짓쳐 들던 비도들이 크게 흔들리더니 곧 힘을 잃고, 아래로 떨어졌다.
“……!”
무영문주와 동소장이 입을 쩍 벌렸다.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쏘아지던 비도들은 하나같이 매서운 공력이 실린 것들이었다. 공격의 대상이 아닌 건지 어느 정도 궤적에서 벗어난 그들조차 치명상만 당하지 않기를 빌었을 정도였다.
한데 앞의 청년은 고작 기파를 터트리는 것만으로 그 모든 공격을 막아 낸 것이다.
초월적인 경지였다.
둘이 몸을 떨며 소리 없는 경악을 담은 눈으로 천휘를 바라볼 즈음.
‘제대로 훈련받은 놈들이야.’
천휘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의 대응에 비도를 날렸던 자들이 짧게 동요를 하긴 했으나, 벌써 수습을 한 뒤였다.
매우 빠른 감정 수습이었다.
보통의 무인들이 감정을 저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통제할 리는 없었다.
즉 저들은 살수이거나, 무언가 목적을 위해 키워진 자들이란 뜻이었다.
‘처음에는 저놈들의 수하들이 따로 불러온 놈들인 줄 알았는데.’
천휘가 무영문주와 동소장에게 눈길을 주자, 둘의 안색이 새하얘졌다.
겁에 질린 듯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고.’
둘과 저놈들은 관계가 없어 보였다. 그들이 펼친 비도술의 목표물은 명확히 천휘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둘의 안전을 염두에 둔 건 아니었다.
‘비동을 노리는 건가?’
생각하던 천휘가 눈을 굳혔다.
하지만, 비동을 노린다기에는 그들은 내내 숨어서 다가왔고, 지금껏 움직이지 않았다.
숨죽인 채 기다린 것이다.
마치 지금 순간을 위한 것처럼.
‘그렇다면 비동과 상관없이 날 노린다는 거지?’
곧 천휘의 눈초리가 휘어졌다.
그들의 목적이 자신이라는 것을 확인한 천휘의 눈동자에서 살기가 묻어나며, 서늘한 안광을 발했다.
“더 안 와?”
천휘가 그들을 향해서 물었지만.
“…….”
암중에 숨어들어서 기회를 노리는 그들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그에 천휘가 피식 웃었다.
“한 놈씩 처리하긴 귀찮…… 아!”
말을 하던 중 문득 무언가를 떠올린 천휘는 가만히 눈을 내리깔았다.
“이렇게 하면 되겠어.”
주변에 추락한 비도들이 쌓인 것을 눈에 담은 천휘가 입매를 비틀었다.
즉흥적으로 재밌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스윽―
이내, 오른 소매가 펄럭인다 싶은 순간에 우수가 그의 가슴께까지 들려졌다.
그것은 꽤나 기이한 일이었다.
마치 들어 올리는 중간 과정을 생략한 듯, 어느 순간 이미 손이 들린 것이다.
휙―
암중에서 기회를 엿보던 이들은 천휘의 손짓에 서둘러서 흩어졌다.
기이할 뿐, 아주 단순한 움직임이었으나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이다.
천휘는 뿔뿔이 흩어져서 대열을 갖추는 그들을 보며 내공을 흘렸다.
그 순간, 경이로운 일이 벌어졌다.
그의 주변에 떨어져 있던 수십의 비도가 천천히 솟구치기 시작한 것이다.
허공섭물 혹은 능공섭물(凌空攝物)이라고 불리는 고절한 경지가 천휘의 손에서 현현한 순간이었다.
허공에 떠오른 비도들을 보던 천휘는 하나의 구결을 떠올리며, 장심에 모여 있던 내공을 두 갈래로 나눴다.
일순간 상하로 나뉜 내공이 허공에 떠오른 비도들을 밀어내듯 압박했다.
서로를 밀어내려는, 척력의 방식.
상하에서 압박하는 두 내력에 비도들이 허공에서 부들부들 떨더니, 하얀 번갯불이 사방에 튀기 시작했다.
뇌전이었다.
빠지지지직!
잠시 후 공중에 뜬 수십의 비도를 뇌기(雷氣)가 감싼 순간, 비동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그로 인해 암중에 숨어서 흩어져 있던 자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약 수십에 달하는 무인들.
온통 새까만 무복을 입은 채 비도를 쥔 그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쿠르르릉!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수십의 벼락 줄기가 사방으로 터졌다.
비뢰도(飛雷刀).
떠올라 있던 수십의 비도가 불을 튀기면서, 섬광처럼 쏘아진 것이다.
번쩍!
새하얀 뇌기를 품은 비도술이 천휘의 손에서 수십 개의 비도로 펼쳐지며, 비동의 모든 이들을 휩쓸었다.
사천당가의 절세무공. 만천화우(滿天花雨)와도 같이!
그런 비뢰도를 마주한 적들은 순간 헛숨을 들이켜며,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어 버린 때였다.
비도가 날아온다고 인지했을 무렵 뇌기를 품은 비도는 그들의 머리를 파고들어서, 관통한 후였으니까.
쾅!
그들의 머리를 뚫은 비도는 그것으로 모자라, 비동의 벽에 박혔다.
“컥!”
뒤늦은 짧은 단말마와 함께 적들의 대부분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쿵!
둔중한 소리가 연이어서 울렸다.
수십을 헤아리던 적들이 바닥에 쓰러지기까지, 겨우 한 호흡이었다.
“…….”
비동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곳곳에 새까만 무복을 입은 자들이 바닥에 고꾸라져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의외로 깔끔했다.
하나 자세히 본다면 누구라도 헛숨을 들이켤 수밖에 없는 광경이기도 했다.
이마에 뚫린 하나의 구멍.
그곳은 마치 불에 지진 것처럼 새까맣게 타 있었고, 피가 끓는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으니까.
“조금만 더 다듬으면 이런 잔챙이들 정리할 때 꽤 쓸 만하겠어.”
천휘가 주변을 보며, 흡족해했다.
비뢰도에 칠절매화검 칠초식 낙매천우화의 묘리를 섞어 만든 방금의 초식은 지금 막 떠올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신의 생각보다 더욱 좋은 효과를 가져왔다.
“안 그래?”
말과 함께 천휘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 사내가 무표정한 얼굴로 천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만 일부러 살려 둔 것인가?”
숨는 것을 관두고, 앞으로 걸어 나온 사내의 말에 천휘가 씩 웃었다.
“눈치가 좋은걸.”
사내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동시에 그가 입안을 오물거리며 어금니를 깨물려던 찰나.
덥석!
양 뺨을 잡는 악력이 느껴지더니, 그의 시야에 천휘가 가득 들어찼다.
“어딜 죽으려고?”
시야를 채운 천휘가 서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어, 언제……!’
사내의 동공이 흔들렸다.
어금니 안에 있는 독약을 깨물려고 하는 찰나의 순간보다 더욱 빠르게 다가와서, 자신의 뺨을 잡은 것이다.
‘아니, 아직은…….’
순간 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뭔가 결심한 듯한 표정이었다.
이내 그는 하단전의 내공을 단숨에 끌어올려서는, 세맥에 퍼트렸다.
혈맥과 심장을 파괴하는 자결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시전 중 참혹한 고통이 잇따를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방법을 택했다.
이 상태로 임무를 실패한 채 살아남는 것이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윽고 그가 마음먹은 대로 내공이 전신세맥을 파고들려 할 때.
“이 짓거리 하는 놈을 또 보네.”
조소가 담긴 음성이 마치 가시처럼 그의 귀를 뚫고 뇌리에 박혔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꽈악!
순간 양 뺨을 짓누르는 악력이 무서울 만큼 강해졌다.
직후 몸이 ‘휙’하고, 떠올랐다.
“날 봐.”
귀를 두드리는 심유한 음성에 그는 홀린 듯이 눈을 굴려, 천휘를 봤다.
그리고 그 상태로 굳어 버렸다.
뱀처럼 반들거리는 두 눈동자.
마치 포식자와 같은 그 눈빛을 마주 본 사내의 눈동자에 초점이 흐릿해지더니 곧 얼굴의 근육이 풀어졌다.
섭혼마령술(攝魂魔令術)이었다.
사내의 얼굴에 점점 공포가 드리워지더니, 이내 겁에 질려 덜덜 떨기 시작했다.
어느새 내공은 다시 원래대로 순환하는 중이었다.
자결하려던 것도 잊어버린 것이다.
그런 그를 보던 천휘가 양 뺨을 잡았던 손을 놓으며, 입을 달싹였다.
“너는 누구지?”
“소…… 소칠(素漆).”
‘제대로 됐어.’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천휘가 바로 물었다.
“소속은?”
“살막(殺幕)…….”
천휘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제야 그들의 철저하게 훈련된 모습이 왜 그런 것인지 이해가 갔다.
살막은 살수들의 문파로 그 이름을 천하에서 떨치는 자들이었다.
“살막이 왜 날 노린 거지?”
“그, 그것은…… 으아악!”
말하려던 사내, 소칠이 돌연 머리를 움켜쥐며 괴로워했다.
‘쯧, 벌써 깨지려고 하네.’
천휘는 혀를 찼다.
‘꼴에 살수라고 정신력은 좋아.’
섭혼마령술은 상대의 몸이 아닌 정신을 제압하는 술법이었다. 그렇기에 상대방의 정신력이 강하면 풀리기 쉬웠다.
‘그렇다면…….’
눈에 핏줄이 선 소칠을 보던 천휘가 눈을 반개하며, 내공을 흘렸다.
스르륵―
직후 두 눈동자에 심유한 공력이 맺히며, 푸르게 변했다.
새파란 안광 속에 실린 극강의 기운.
섭혼마령술의 제약을 풀어헤친 천휘는 그 상태로 소칠을 바라봤다.
“으, 으으…….”
머리를 움켜쥐던 소칠의 눈이 순간 흐리멍덩해지더니, 그가 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지를 상실한 것이다.
뒤이어서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매…… 화신…… 협을 처리하란 명을 수…… 행하기 위해서…….”
천휘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매화신협을 처리한다고?
그렇단 말은…….
“나를 알고 있었단 거네.”
“그러…… 습니다.”
소칠의 발음이 어눌해졌다.
발음만이 아니었다.
얼굴도 엉망이었다.
초점이 흐릿한 눈동자는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고, 입에서 흐르는 침은 줄줄 흘러서 옷섶을 적시고 있었다.
극한의 섭혼마령술에 당한 영향이었다.
이대로면 끝내 정신이 부서져서 죽을 테지만, 천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자결하려 한 인물이었다.
이리 죽나, 저리 죽나 뭔 상관인가.
“누가 명령을 내렸지?”
“마…… 막주님께서 직접…… 으으, 막주님! 저는……!”
말하던 소칠이 갑자기 발작했다.
이어 칠공에서 피를 흘리더니, 곧 ‘컥’하는 소리와 함께 절명했다.
“……이것 봐라?”
고개를 떨구며 절명한 소칠의 사체를 본 천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섭혼마령술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마지막에 섭혼마령술을 벗어났고, 하단전에서 일어난 사이한 기운에 잠식되어 바로 절명했다.
금제(禁制)였다.
천휘는 소칠을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힘없이 무너진 소칠은 털썩 쓰러지며 주변에 피 웅덩이를 생성했다.
내리깔아 보던 천휘의 눈이 깊어졌다.
섭혼마령술은 섭혼제령술보다 상위의 술법이었다.
그런데 이 금제는 그 섭혼마령술을 벗어나게 할 정도로 강렬했다.
그리고 아마 이 금제를 펼친 자는.
“살막주란 놈이겠지.”
천휘의 입술이 가로로 길게 찢어졌다.
이 정도의 금제를 펼칠 정도면 살막주란 놈의 무위는 적잖이 뛰어날 터였다.
그런 그가 자신을 노리는 것이다.
“재밌겠는걸.”
천휘의 미소가 더욱 짙어져 갈 때.
타다닥!
밖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은초빈이 노련한 기운을 풍기는 노인과 같이 비동에 들어왔다.
그들을 본 천휘가 섭혼마령술을 펼칠 때 퍼트렸었던 기막을 거두었다.
비동에 들어선 그녀는 사방에 있는 시체를 슬쩍 보기를 잠시.
“일은 끝나셨나 보군요, 대협.”
말과 함께 천휘에게 다가왔다.
주변에 수많은 시체가 있었으나,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어조였다.
그리고 그녀를 보던 천휘 또한 역시나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정보가 하나 더 필요해졌어.”
은초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하지만 곧 그녀는 찌푸렸던 미간을 펴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무엇에 관한 정보입니까?”
“살막.”
간단한 대꾸에 은초빈이 고개를 갸웃했다.
“살막은 왜 갑자기……?”
“살막주가 날 노린다는데?”
순간 은초빈은 물론이고 그 옆에 있던 노인의 눈 역시 부릅떠졌다.
꽤나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사, 살막주가……? 하나 그가 모습을 감춘 지도 벌써 사십 년이 흘렀는데, 갑자기…….”
은초빈이 작은 목소리로 계속 중얼거렸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천휘는 구천금마로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평정을 가장하던 그녀가 보이는 의외의 모습에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누군지 알아?”
물음에 은초빈이 흠칫했다.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설마 대협께서는 모르십니까?”
“모르니까 물어보지.”
“…….”
은초빈이 순간 입을 다물었다.
그러기를 잠시 고개를 살짝 흔들더니 천휘를 직시하며 입을 달싹였다.
“암제(暗帝)라고 불리는 자입니다.”
“암제? 거창한 별호네.”
“그럴 만한 자입니다. 그는 천하에 있는 수많은 살문을 하나로 통합해서 살막으로 만든 자이며…….”
살막주에 대해 말하던 그녀가 말을 잠깐 멈추더니, 이내 딱딱하게 굳은 눈빛으로 하던 말을 다시 내뱉었다.
“팔무신 중 한 명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