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Kim did such a good job? RAW novel - Chapter 5
5화 Chapter 1 – 역시 김 대리! (4)
김성일 부장은 공에 회전을 넣어 바닥에 튕긴 뒤, 드라이브를 넣어 공을 강하게 찼다.
공은 빠른 속도로 네트를 넘어 아웃라인 근처로 날아왔다. 정훈은 뒤로 물러나며 끝까지 공을 바라보았다.
“아웃인가?”
한 대리가 물러서며 자세를 낮추어 공을 노려보았다. 누가 보더라도 애매하게 공이 날아오고 있었다.
인(in)이라면 아슬아슬하게 선에 맞으면서 인, 아웃(out)이라면 상대 팀이 인이라고 우길 만한 정도로 날아오고 있다.
현재 위치는 우측 공격 장 부장, 우측 수비 한 대리, 좌측 공격 이현우 사원, 좌측 수비 김정훈 대리로 자리 배치가 되어 있었다. 공이 날아오는 방향은 우측의 한 대리 방향.
공은 우측으로 날아와 선을 맞추며 튀어 올랐다. 그러나 서브에서 김 부장이 한껏 스핀을 넣은 탓에 공이 좌측으로 튀어 올랐다.
이미 오른쪽 끝으로 가서 공을 기다리는 한 대리가 오기에는 먼 거리였다. 그때, 정훈의 눈빛이 바뀌었다.
‘역시.’
정훈은 재빨리 몸을 날려 왼발을 뻗었다. 역시 군인 시절, 해골 부대의 족구왕 통키라는 별명이 아쉽지 않은 몸놀림이었다.
김정훈이 뻗은 발에 공이 살짝 걸리며 탁! 소리와 함께 공이 안쪽으로 천천히 튀어 올랐다.
“나이스 김 대리!”
멀리서 환호하는 팀원들의 말과 동시에 황급히 달려온 이현우 사원이 공을 높이 튕겨 올렸다. 장 부장의 공격 찬스!
수직으로 떨어지는 공을 장 부장이 발을 높이 들어 올려 강하게 내려찍었다. 공은 그대로 바닥을 강타하고 튀어 올랐다. 김 부장이 발을 갖다 댔지만, 공은 발에 맞고 튀어 나가 그대로 라인 밖으로 떨어졌다.
“부장님 나이스 킥!”
굳었던 장한얼 부장의 표정이 펴지기 시작했다.
“아오, 아깝다.”
김 부장의 아쉬운 소리를 듣고 장 부장은 옅게나마 미소까지 띠었다.
“김 대리, 잘 받는데?”
장 부장은 지그시 정훈을 쳐다본 뒤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정훈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고 공을 들고 선 밖으로 나가 섰다.
“후우.”
숨을 고른 뒤에, 공을 회전시키며 땅에 튕겼다. 그러고는 강하게 오른쪽 구석을 향해 아웃사이드로 공을 뻥 찼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공은 누가 손댈 새도 없이 선을 맞고 밖으로 튕겨 나갔다.
“서브 에이스!”
서브로 들어온 공을 받지도 못하고 점수를 내면 2점이다. 장 부장은 깜짝 놀란 눈으로 다시 정훈을 바라보았다. 김 대리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장 부장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대로 정훈은 네 번이나 더 서브 에이스로 점수를 냈다. 순식간에 17 대 5였던 점수는 17 대 16까지 따라붙었다.
“똑바로 안 해?!”
김 부장은 애꿎은 사원들에게 화를 내었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장 부장은 이렇게 기쁜 표정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정훈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 대리, 최고야! 이렇게 잘하면서 왜 아까 지원 안 했어?”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건 없지. 그대로 가자고!”
장 부장은 씨익 웃으며 김 부장의 화난 얼굴을 감상했다.
이후, 재정부는 수비 선수를 2명 모두 교체하면서까지 투혼을 발휘했지만, 두 번의 듀스를 거친 끝에 결과는 22 대 24. 출판부가 승리를 거두며 세트스코어 1 대 1이 되었다.
“잘한다, 김 대리!”
“선배님 멋져요!”
2세트의 승리에 출판부는 환호했고, 이곳이 핫 플레이스라는 소문에 몰려온 타 부서 직원들도 흥미롭게 경기를 지켜보았다.
3세트 시작 전의 쉬는 시간에 박 과장이 슬쩍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고마워, 김 대리. 졌으면 나 진짜 엄청나게 까였을 거야.”
“아닙니다. 고생하셨어요. 선배님 몫까지 다해서 꼭 이기겠습니다.”
정훈의 파이팅에 박 과장은 미소를 지으며 정훈의 어깨를 토닥여 격려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정훈은 다시 코트 위에 섰다.
“방금 했던 대로만 하자. 김 대리, 할 수 있지?”
“꼭 이기겠습니다.”
“믿는다, 김 대리. 다 같이 파이팅 한번 하자.”
장 부장이 뻗은 손 위로 사원들의 손이 모였다.
“출판부 파이팅!”
“파이팅!”
우렁찬 파이팅 소리에 지지 않겠다는 듯 재정부도 파이팅을 외쳤지만, 2세트의 패배로 풀이 죽어 있던 탓에 힘찬 느낌은 들지 않았다.
“플레이볼!”
세 번째 세트가 시작되었다. 이번엔 장 부장과 정훈이 공격, 나머지가 수비를 맡았다.
어이없게도 재정부는 쉬는 시간에 타 부서에서 용병까지 데려와 3세트에 임했다. 장 부장이 항의를 했지만, 김 부장이 곧 부서 이동을 해서 재정부로 데려올 직원이라고 생떼를 쓰자, 심판은 어쩔 수 없이 오케이를 했다.
마케팅부에서 데려온 용병은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중학생 때까지 축구 선수 생활을 했다고 할 정도니 실력은 말할 것도 없었다.
출판부와 재정부 사이에 치열한 접전이 오간 끝에 김 대리는 상대 팀의 구멍, 김 부장을 노려 꾸역꾸역 점수를 따라붙었고, 결국 듀스까지 왔다.
출판부에서 먼저 한 점을 얻어 내 현재 스코어는 21 대 22. 출판부의 매치포인트였다.
“갑니다!”
이현우는 최대한 강하게 서브를 했지만, 재정부 직원이 가볍게 받아 올렸고, 홍보부에서 온 용병은 아주 강하고 매섭게 구석으로 공을 날렸다.
이 상황을 예상한 이현우는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몸을 날려서 바닥에 넘어지며 겨우 공을 살려 냈다.
그러나 아직은 라인 밖에 있는 상황. 장 부장은 탈모로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선 밖까지 뛰어나가서 안쪽으로 공을 올려 주었다.
“김 대리!”
공은 가볍게 떠서 정훈의 앞으로 날아왔다. 이 정도 속도, 날아오는 각도, 현재의 위치. 이건 정훈이 공중 볼 중에서도 제일 자신 있어 하는 공이었다.
‘해골 부대 족구왕 통키의 실력을 보여 주지!’
정훈은 그대로 뛰어올라 시저스 킥으로 최대한 강하게 내려찼다.
‘왼발은 거들 뿐!’
김 대리의 오른발에 맞고 나아간 공은 그대로 우측의 라인 안쪽을 맞고 밖으로 튕겨 나갔다. 라인의 바로 옆에 있던 김 부장이 반응하기도 힘든 속도였다. 그와 동시에 심판의 호루라기 소리와 짧은 외침이 짜릿하게 들려왔다.
“출판부 승!”
그대로 출판부의 선수들은 양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우와아아아!”
“이겼다!”
***
“잘 먹겠습니다.”
바닥에 펼쳐진 돗자리 위에는 출판부의 직원들이 싸 온 도시락이 푸짐하게 놓여 있었다. 직접 싸 온 도시락을 펼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김밥헤븐에서 사 온 음식들이었다.
“아까 김 부장 표정 봤어? 나는 정말 웃겨서 배꼽 빠지는 줄 알았어. 으하하하핫!”
장한얼 부장은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김밥을 입에 넣었다. 백 차장은 정훈의 옆에서 그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김 대리 투입이 정말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습니다.”
조승훈 팀장이 옆에서 물병 뚜껑을 열어 부장에게 건네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
“그렇지. 김 대리가 이렇게 족구를 잘할 줄은 몰랐어. 정말로 칭찬해!”
“활약이 대단했습니다.”
“저도 김 대리님을 다시 봤다니까요? 하하.”
다른 사원들도 맞장구를 치며 정훈을 띄워 주었다. 정훈은 어깨가 으쓱 올라가려고 했지만, 최대한 겸손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발을 대기만 했는데 부장님이 잘 마무리해 주신 겁니다. 하하핫.”
장 부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조 팀장이 화제를 전환하며 부장에게 질문했다.
“부장님, 오늘 각 부서마다 회식하라고 사장님이 지시하셨지 않습니까?”
“그랬지. 혹시 생각해 둔 곳 있나?”
어차피 오늘 회식하는 건 예정된 사항이었으니 이 사실에 대해 불만은 없었다. 그래도 이왕에 회식하는 거, 장 부장이 기분 좋을 때 한우같이 비싸고 맛있는 메뉴를 정하려는 것이다.
“흐음.”
부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을 했다. 다른 사원들은 부장에게 시선과 귀를 집중했다. 모두들 내심 ‘기왕이면 소고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내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심오한 표정으로 정훈을 쳐다보았다.
“김 대리, 사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회식은 어떤 회식일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정훈은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여러 생각을 조합한 끝에 말을 더듬으며 답했다.
“소, 소고기와 함께하는 회식일까요?”
“아니지!”
장 부장은 나무젓가락으로 김 대리를 가리켰다.
“솔직히 말해 봐. 답을 맞히면 그대로 해 주지.”
장 부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그대로 해 준다고?’
그 메뉴로 정한다는 게 아니라 그대로 해 준다고 했다. 솔직히 사원들이 원하는 회식의 모습은 하나다. 집에서 밥을 먹는 것. 두 글자로 퇴근.
정훈의 머릿속에서도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 말을 했다가는 장 부장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여전히 장 부장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평소 부장님의 화끈한 성격을 생각하면 가능할지도….’
부장의 저 장난스러운 물음에 대한 답을 맞혀서 센스 있는 직원이 되느냐, 띄워 놓은 분위기를 한순간에 망치는 눈치 없는 직원이 되느냐의 갈림길이다.
그러나 정훈은 왠지 모르게 직감이 왔다. 반년 전에 부장이 기분 좋다며 예정된 회식을 모두 취소하고 오후 3시에 조기 퇴근을 시켜 준 적이 있다.
‘그래, 오늘 제대로 한번 부장님께 최고의 직원으로 뽑혀 보자. 모 아니면 도다!’
정훈은 큰 결심을 하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회식을 하지 않는 것일까요?”
장 부장은 잇몸 미소를 드러내며 크게 외쳤다.
“그렇지! 김 대리는 맞힐 수 있을 줄 알았어! 사원들이 제일 원하는 건 회식을 안 하는 거지! 다들 집밥 먹어야 될 것 아니야? 오늘 회식은 없다. 불금이니까 다들 집 가서 푹 쉬어.”
부장의 말에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모두 얼굴에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불만 없지?”
“예!”
마치 군대를 방불케 하는 큰 대답 소리와 함께 그 어느 때보다도 화기애애한 식사 시간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