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정보전의 귀재
“허, 허허허. 나를 이 정도로 물 먹이다니…….”
진우의 농장에서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가는 길.
그래도 명색이 하나의 국가.
그것도 아시아에서는 강대국으로 손꼽히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공무원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으로 재직 중인 강진태다.
“날 이렇게 대한 농부는 처음이야.”
강진태에게 있어서 ‘농부’란 일종의 이미지를 만드는 쇼를 하기 위한 용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대통령인 자신이 등장만 하는 것만으로도 굽실거리며 영광으로 생각하는 농부들만 한 트럭이지 않던가?
하지만 김진우.
20대 중반의 애송이인 녀석은 달랐다.
“매국노도 어찌 저런 매국노가 또 있을까.”
자신의 앞에서 굽실거리고 주눅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대놓고 무시하는 데다가 자국인 한국보다도 미국에 물건을 판매하는 태도라니.
물론 제대로 된 약속도 하지 않을뿐더러 인맥으로서의 접점도 없는 강진태였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면 어디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후우…….”
이 정도로 격렬한 분노를 느껴 본 적 없었던 강진태.
어차피 귀화에 대한 의사도 없겠다.
분노의 한숨을 몰아쉰 그는 잠깐의 고민 끝에 핸드폰을 손에 쥔다.
“어, 날세. 요즘 잘 지내고 있나? 다름이 아니라 부탁할 것이 있어서 말일세.”
대통령.
정치인이 가장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아이템화되는 농작물을 수확해 봤자 어차피 농부에 불과할 뿐이요,
중국의 사태는 미국의 힘으로 극복했으리라 지레짐작한 강진태는 선한 얼굴로 히죽 웃어 보였다.
* * *
– 인간. 그냥 넘어가도 괜찮겠어?
– 그놈 눈깔 돌아갔던데.
“신경 안 써도 돼. 선동 한두 번 당해 본 것도 아닌데 뭘.”
– 그래도 사전에 처리할 수 있으면 해 두는 편이 좋지 않아?
“음, 그건 그렇지.”
귀찮은 일은 무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지만 미리 선수를 칠 수 있다면 굳이 그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법.
무엇보다도 진우에게는 지구상에서 누구랑 비벼도 결코 지지 않을 최고의 정보원들이 존재한다.
“어차피 구경은 공짜니까.”
뭐, 사실 공짜라고 볼 수는 없다.
요정 찻집에서 검색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요정의 가루를 통해 요정을 불러내야만 하는 법.
허나 한 번 부르는데 10만 원이라는 나름 무시 못 할.
눈물 젖은 국밥을 몇 그릇은 먹을 수 있는 금액이 든다는 점.
방금 테일 로렌트와의 거래로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돈이 생겼다지만 쓸데없는 지출을 반기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
……괜히 있는 놈이 더하다라는 말이 존재하겠는가?
아무튼 진우는 이제 요정의 가루와는 빠이빠이다 이 말씀이야.
그도 그럴 것이,
– 저 불렀어요? 채널 관리는 잘되고 있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으실까요, 사장님?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검색 좀 부탁하려고.”
– 아아, 그런 거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진우의 부름에 날아온 하급 요정.
아니, 채널을 맡게 된 영향인지 이제는 중급 요정으로 격이 상승한 몰리.
날개도 한 쌍 추가된 데다가 크기도 조금 커진 듯 싶다.
거기에다가 중급 요정이 되면서 검색 기능 또한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지. 국적을 떠나서 정치인들은 다 왜 이렇게 뻔할까.”
그렇게 확인한 정보.
그중 하나를 본 진우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자국보다 타국에 물품을 먼저 판매하는 매국노 농부에 대한 기사 의뢰자 – 목표물 김진우(하급 요정 로엔)] – 구매 비용 5,000만 원척하면 척이라고.
중국과 마찬가지로 이런 식으로 선빵을 치시겠다 이건가?
“해 준 거 하나도 없으면서 이런 짓거리를 하는 건지 원.”
그래도 한국이 몇몇 타국에 비해서 치안이 좋다는 것은 인정하는 바이다.
허나 그것은 세금을 내면서 의무를 다한 국민이라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권리 중 하나일 뿐.
상인이라면 더 비싸게 구매한다는 쪽에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한 본능이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야 없지.”
그간 많은 일.
특히 중국과 엮이면서 한 가지 얻은 교훈이 있다면 그건 바로 은원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혜는 10배, 원한은 100배로 갚아 준다는 자이스 가문처럼 말이다.
허나, 각자의 방식이 있듯.
진우는 조금 다르게 은원을 해석했으니,
“먼저 시비 턴 건 그쪽입니다. 대통령님.”
아예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짓밟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그래도 한국의 국민으로서 국가적 망신을 겪고 싶진 않을뿐더러 어차피 여당이나 야당이나 도찐개찐이다.
강진태가 나락을 가 봤자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어차피 똑같거나 최소 비슷한 놈이라는 뜻.
그렇기에 진우는 철저하게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이용하고 굴릴 것이다.
‘무엇으로?’ 라고 한다면 뻔한 것이,
[한국 대통령 강진태의 뇌물수수(중급 요정 디르)] – 구매 비용 30억 원“누가 정치인 아니랄까 봐. 참 많이도 해 먹으셨네.”
세상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는 법이라고 했던가?
시작부터 개 같이 멸망한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게 아닐까 싶다.
* * *
강진태.
현재 여당을 있게 한 그는 수많은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는 굴지의 대통령이다.
비록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천조국이나 대륙급 강대국과 비교한다면 어쩔 수 없이 밀린다지만 그래도 나름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만큼 쇼와 정치질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인물.
특히나 그의 이미지라 할 수 있는 사람 좋은 미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푸근함을 안겨 준다.
가족에게도 늘 최선을 다하는 이 시대의 아버지.
물론 반대편인 야당과 그 지지자들에게는 토악질 나오는 미소일 테지만.
뭐, 원래 정치라는 게 그런 것 아니겠나?
“다음 일정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네, 고생 좀 해 주세요.”
오늘도 다음의 일을 위해서 떠나가는 차량.
노곤노곤한 몸을 뉘인 채 쉬고 있는 그의 핸드폰이 대뜸 울리기 시작한다.
“음? 누구지?”
완전히 처음 보는 번호.
보통 고위 공무원들에게는 업무용 핸드폰과 개인 핸드폰이 따로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강진태 개인 핸드폰의 번호를 알고 있는 이들은 가족 정도 밖에 없을 정도로 굉장히 적다.
그런데 그런 자신에게 연락을 해 오다니?
보통이라면 둘 중 하나다.
실수로 번호를 잘못 눌러서 우연찮게 걸었거나, 그도 아니라면 어딘가에서 정보가 샜거나.
“흐음…….”
전자라면 상관없지만, 후자라면 분명 무언가 속셈이 있을 확률이 거진 99%다.
미치지 않고서야 팬심 같은 것으로 그러지는 않을 터.
받을까 말까.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을 끝마친 강진태는 고민 끝에 통화를 수락했다.
그리고,
– 어차피 대중들은 개돼지 아니겠나? 크하하핫!
“자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거짓 합성 짜집기에 국민이 속을 거라고 생각하면 곤란…….”
– 설마 이것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이것저것 뇌물로 참 많이도 챙기셨더군요. 그러게 좀 자중 좀 하지 그러셨어요.
“……원하는 게 뭔가?”
– 언론사에 의뢰한 김진우에 대한 선동건 다 취소하시고. 음, 어디 보자. 뇌물수수로 벌어들인 돈은 전부 다 고아원이랑 독도에 기부 좀 하세요. 더럽게 벌었어도 돈은 돈이니까. 조금이라도 올바른 데 써야죠. 인증 샷도 꼭 잊지 말고요.
“자, 자네 설마!?”
– 허튼 수작질하다가 걸리면 녹취록이랑 정보 다 풀어 버릴 겁니다.
“…….”
통화를 수락한 지 1초도 걸리지 않아서 후회하는 강진태였다.
* * *
“어느 정도 머리가 돌아간다면 이 정도 경고로 알아들었겠지.”
대통령을 비롯.
모든 공무원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비리를 저지른 것이 탄로 나는 것이다.
사실상 밥줄이나 다름없는 정치계에서 영원히 퇴출당하는 것은 물론이요, 신나서 떠들 반대 측의 야당까지 있으니 더욱 두려울 터.
비리를 저지르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싶겠지만 원래 사람이라는 게 그렇다.
눈앞에 돈다발이 놓이면 뒷일이고 뭐고 나중으로 미루게 되는 끝없는 욕심이 생긴다.
그렇게 한 번 저지르고 나면, 두 번째부터는 더욱 쉽게 저지르는 게 비리라는 것일 테지.
“무슨 이상 생기면 언제든지 알려 줘. 정보 비용은 치를 테니까.”
– 넵! 그 부분은 제가 알고 있는 하급 요정들에게 시킬 테니 걱정 말고 맡겨만 주세요! 그럼 저는 채널 관리에 힘쓰고 있을게요!
“그래, 부탁할게.”
실력 있는 정보원인 요정들에게 실시간 모니터링도 맡겨 두었겠다.
진우는 곧장 전화를 끊고 밖으로 나섰다.
그러자 들려오는 재잘거리는 소리.
다름이 아니라 진우에게서 작물의 납품을 받으러 온 전성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늘 그러하듯.
부하 직원들과 함께 도착한 정수아.
그녀는 농장에서 오리와 놀고 있던 유리를 발견하고는 한껏 삐진 표정을 지어 보인다.
“유리 언니도 참. 한국에 왔으면 나부터 찾아와야 하는 거 아니야? 이제 나는 관심도 없다 이거지?”
“어머, 얘 좀 봐. 중급 정령사되더니 완전 능구렁이 다 됐네?”
“다 언니한테 배운 거지 뭐.”
“귀여워 죽겠어. 내 동생.”
“아, 어린애 취급하지 마!”
“꺄르르륵!”
예로부터 여자 둘이 모이면 그 안의 사운드를 책임진다고 했던가?
두 여성만으로 한순간에 시끌벅적해진 진우의 농장.
아니, 사실 인원을 따지고 본다면 두 여성이 아닌, 세 여성이다.
“그래서 넌 이름이 뭐니?”
“나? 김유진!”
“어머, 이름도 이쁜데 말도 잘하네. 어? 그런데 김 씨?”
“응? 그러고 보니 진우 씨랑 똑같은 김 씨네.”
“김진우? 우리 아빠! 아빠인 거예요!”
“…….”
어, 방금 엄청 싸늘한 시선 2개가 등골을 스친 것 같은데.
“지, 진우 씨 결혼하셨었어요?”
“아뇨, 오해하지 마십쇼. 조카 같은 겁니다.”
“아, 그렇구나.”
“배우자가 있으신 걸 못 봤는데. 실례되는 걸 질문해 버렸네요.”
오해가 풀리자마자 순식간에 변하는 표정.
이래서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이 있는 걸까?
아무튼 세 여자의 행보로 시끌벅적해진 농장이 싫냐고 묻는다면야 전혀 아니다.
“유진이는요!”
새 친구를 사귀었다는 사실 때문인지 기쁜 표정으로 재잘거리는 유진을 비롯하여,
꾸왁, 꾸와아악!
삐삐! 삐삐삐삐!
꺄꺄! 꺄꺄꺄!
조용한 성격인 진우와는 색다른 광경에 신이 난 오리들과 약초맨들.
참, 이런 것엔 어른 아이 할 것 없다니까.
“힘드실 텐데 음료라도 드시고 하세요.”
“어이쿠, 감사합니다.”
“힘들다니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한편 그 와중에도 열심히 납품 물자를 나르고 있는 전성의 직원들.
이들은 전성에서도 신뢰하고 키우고 있는 인재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전성의 후원으로 성장한 탓에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남다른 인물들.
그렇기에 정보라던가 그런 것이 새어 나갈 확률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이들 중에는 A등급 수준의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는 각성자도 있을 정도.
그렇기 때문일까?
“어……. 그런데 이거 아이템 아닌가요?”
“짐 옮기시느라 고생하시는 분들한테 푸대접할 정도로 못된 농장주 아닙니다. 솔직히 이 맛에 찾아오시는 거 아닙니까?”
“하하, 이거 정곡을 찔렸군요.”
진우가 만든 생과일 주스에 눈을 휘둥그레 뜨는 직원들.
그 모습에 시끄럽게 재잘거리던 두 소녀의 눈이 생과일 주스로 향한다.
“진우 씨! 그건 뭐예요?”
“저한테는 술만 주시더니! 그런 게 있으면 알려 주셨어야죠!”
“안 그래도 만들어 두었죠.”
“어머, 센스쟁이.”
“직원들 것까지 포함해서 비용은 치르도록 할게요.”
“아뇨, 그냥 감사해서 드리는 거니 드셔도 괜찮아요.”
“그럼 유통비에서 저희도 서비스를 해 드릴게요. 이 정도는 괜찮죠?”
“그 정도야 뭐. 사양하지 않도록 하죠.”
자고로 드워프들이 술에 환장한다면, 직접 갈아 낸 생과일 주스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