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만드라고라의 씨앗
“와아, 이거 너무 맛있어요! 혼자 먹기 아까울 정도로!”
“확실히 이 정도 퀄리티면 경매장 통해서 팔기에는 너무 아까운 맛인데요?”
갓 딴 과일을 그대로 갈아 넣은 100% 생과일 주스.
그 맛과 신선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아이템화가 적용되어 바로바로 흡수되는 비타민의 효능까지 갖춘 상태.
“쩝…….”
“한 잔 더 드릴까요?”
“어, 괜찮으세요?”
“과일은 많이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순식간에 비운 컵을 보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는 그들의 모습에 진우는 빠르게 주스를 리필해 주었다.
핑크 인시리움이나 벌꿀이 ‘유니크’ 등급인 데다가 사정상 소량씩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과일 종류의 농작물은 땅만 넓다면야 마음먹기에 따라서 대량으로 수확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씀.
허나 그러한 특성 탓일까?
아니면 명색이 대기업의 부회장.
추후에는 전성의 오너가 될 몸이기 때문일까?
정수아는 그저 먹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거 괜찮으시면 저희가 직접 팔아 봐도 괜찮을까요?”
“네? 원래도 유통해 주셔서 팔아 주시지 않았나요?”
“아, 경매장에 유통한다는 뜻이 아니에요. 이건 직접 매장을 차려서 팔아 봐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생과일 주스면 신선도도 중요할 테니까요.”
“그건 그렇지만 가격이 비쌀 텐데요?”
보편적인 카페에서 판매하는 생과일 주스라면 모를까.
아이템화된 과일로 가공한 주스다.
유니크 등급의 보석 벌꿀주처럼 몇백억 원씩은 하지 않더라도 주스 한 잔에 만 원대를 훌쩍 넘어 버리면 일반인들에게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비쳐질 수밖에 없을 터.
그러나 그런 것도 고려하지 않았을 정수아가 아니다.
“대부분 고객층은 어차피 헌터가 주류가 될 테니 상관없을 거예요. 일반적으로 수입이 많기도 한데다가 능력치 상승 효과에 맛까지 좋으니 비싸더라도 이용할 수밖에 없을걸요? 또 일반인 중에서도 능력치가 상승하는 것을 즐겨 먹는 이들이 적지 않고요.”
일종의 각성자를 겨냥한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
확실히 아이템화된 농작물은 오로지 진우, 자신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었으니 경쟁자도 없겠다.
이보다 좋은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물량이야 충분하니 나쁘지 않아 보이네요. 시도해서 손해 볼 것도 없으니 한번 해 보죠. 언제쯤 괜찮으시죠?”
“원하신다면 지금 당장도 가능해요. 땅이라면 이미 확보 중인 곳이 있으니 건물만 지으면 되니까요.”
거침없는 행동력까지 겸비한 그녀.
허나 거기에 흥미를 가진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으니,
– 재밌겠다. 인간. 건축은 우리들에게 맡겨라.
– 우리 땅의 조각가들이 최고의 건축물을 조각해 주지!
– 흐흐, 설령 몬스터가 두들기더라도 부서질 일은 없을 거다.
– 바위처럼, 단단하게!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견줄 대상이 없는 최고의 건축가.
진우의 곁에서 이야기를 듣던 땅의 중급 정령 노에르와 노움들까지.
“생과일 주스말고도 카페하면 커피도 빼놓을 수 없을테니 커피나무도 심어 봐야겠네요.”
“오오! 완전히 환영이죠.”
“일단 첫 단골은 제가 예약할 거예요.”
“언니도 참.”
착실하게 준비된 카페 창업의 계획은 곧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 * *
“아니, 어떻게 된 게 커피 씨앗만 없냐?”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에는 매번 다양한 씨앗이 입고된다.
진우가 처음으로 심었던 켈틱 볍씨부터 그 밖에도 다양한 곡물, 과일류의 씨앗들까지.
하지만 머피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막상 커피나무의 씨앗을 찾으려고 하니 그것만 없는 상황.
뭐, 시중에서 판매하는 커피나무의 씨앗을 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테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기왕이면 더욱 효과가 좋은 씨앗을 심고자 하는 것이 사람 마음인 법.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다만, 진우의 고민거리를 한 번에 해소해줄 인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상점에 물품이 없다면 직접 상인을 찾아가면 되는 것 아니겠나?
“그런고로, 체르님. 혹시 부탁드려도 될까요?”
[키힛, 안 그래도 슬슬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지.]“하하.”
[오랜만인데 신참. 세계수의 숲으로 넘어와서 대화를 나눠 보는 게 어때?]“직접 만나자고요?”
[왜? 늙은 고블린이라 만나기 싫어?]“아뇨, 지금 찾아뵙겠습니다.”
진우의 설명을 듣고 웃어 보이는 체르.
거상인 그가 직접 만나자는 말.
체르는 브락시온과는 다른 의미로 큰 도움을 준 선배다.
앞으로도 도움이 되면 되었지, 유지해서 나쁠 것이 전혀 없는 인맥.
[지금 있는 위치만 알려 줘. 내가 찾아갈 테니까. 아, 설마 세계수에 있는 건 아니지?]“아뇨, 숲 쪽에 있어요.”
[그건 다행이군. 위치는 도착하면 알아서 파악될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그의 말대로 세계수의 숲에 들어선 뒤 얼마나 지났을까?
다그닥- 다그닥-
숲이 흔들릴 정도로 흔들리는 말발굽 소리.
히히힝-!
푸흐- 푸르르르-
라타토스크 수준의 속도는 아니더라도 순식간에 거대한 황금 마차가 진우의 앞에 도착했다.
황금 상단의 거상에 걸맞게 그 마차를 움직이는 말들도 여간 심상치 않다.
뿔 달린 유니콘부터 날개가 달려 있는 페가수스까지.
척 보기에도 강해 보이는 동물들을 보유하고 있는 체르.
뒤이어 흥분한 말들을 진정시킨 마부가 마차의 문을 열자 그곳에서는 수많은 황금 고블린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체르가 한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손을 흔들었다.
“여어, 신참. 그동안 얼굴색도 참 좋아졌구만?”
“체르 님도요.”
“키히힛, 늙은 고블린이 뭘.”
자그마한 황금빛 피부를 지닌 귀염뽀짝하시다.
반면에 체르 주변에서 보필하고 있는 또 다른 황금 고블린들의 모습은 귀여움과는 거리가 멀다.
“아, 이 녀석들은 신경 쓰지 말아. 내 상단의 직원들이니까.”
“키힛, 반갑다 인간.”
“맛있는 인간 고기. 쩝. 체르 님이 아끼는 인간이라 아쉽다.”
“…….”
고블린의 상위종인 홉 고블린처럼 거대한 키를 가진 녀석들부터, 이전에 진우가 상대했던 고블린 백부장을 아득히 넘어가는 거대한 키를 자랑하는 황금 고블린까지.
전혀 귀엽지 않은 외형들이다.
이런 이들보다 체르가 가장 최상위종이라.
……이거 어쩌면 고블린들은 귀여워질수록 강해진다는 걸까?
쓸데없는 생각도 잠시.
진우에게로 다가온 체르가 씨앗 몇 개를 건네준다.
[레슬리라 커피나무 씨앗(희귀)]* 분류 :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레슬리라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커피나무 씨앗입니다. 무척 특이한 향을 품고 있기로 유명합니다.
“일단 여기. 신참이 요청했던 커피나무 씨앗이야. 레슬리라 차원의 것이라서 품질은 그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거라고 보증한다고.”
“벌써 구하셨어요?”
“황금 상단을 뭘로 보는 거야? 이런 것쯤의 재고는 언제나 있다고.”
요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금세 구해 온 황금 상단의 저력.
허나 이러한 이유만으로 체르가 진우에게 만남을 청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리고 신참이 요청했던 거. 힘들게 구해 왔다고.”
“제가 요청했던 거라니요?”
“에엑? 얼마나 됐다고 벌써 까먹은 거냐? 네가 주문했던 만드라고라 씨앗! 설마 안 산다는 건 아니겠지?”
“아뇨, 얼마가 되었든 무조건 전량 구매하겠습니다.”
“오호라? 돈 좀 있나 봐, 신참?”
머나먼 과거.
체르에게 주문했었던 만드라고라의 씨앗.
엔코를 통해 오직 한 달에 한 번 채취 할 수 있는 만드라고라의 정기.
한정된 채취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농부는 세상에 없었다.
* * *
솔직히 말해서 현재 진우의 농장에는 꽤나 적지 않은 숫자의 만드라고라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상태다.
꺄꺄! 꺄꺄꺄꺄!
끼잉, 끼이이잉!
천묵이와 천노묵이.
두 약초맨의 뒤를 이어서 졸졸 따라다니는 얀드라고라에 이어서 농장 한 켠.
그늘진 곳에서 땅에 박힌 채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수많은 만드라고라가 있다.
허나 지금 당장 정기를 채취할 수 있는 개체는 얀드라고라 오직 단 하나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끼! 회복이 최우선이다. 아무리 인간의 요청이라도 만드라고라를 위험하게 하는 건 용서치 않는다!”
“나 그렇게 돈에 미친 인간은 아니거든?”
하나같이 대부분의 만드라고라들은 연금 협회에서 착취당하던 것을 구해 온 입장.
당연히 체력을 많이 소모할 수 밖에 없는 정기 채취는 불가능하다.
엔코의 말에 의하면 적어도 반년은 요양해야 몸에 쌓인 나쁜 약 기운들을 제거할 수 있다고 했던가?
다만 언제나 예외 사항은 있는 법.
“그럼 쟤는 괜찮은 거야?”
“우끼이- 저 아이는 특이하게 벌써 회복이 끝났다. 우끼, 원래 특수한 경우는 가끔씩 존재한다고 했으니까.”
얀드라고라 또한 연금 협회에서 착취당하던 것을 구해 온 개체 중 하나였으나 구해 온 지 반년은커녕.
한 달 만에 정기 채취가 가능해진 만드라고라가 되었다.
끼잉, 끼이이잉……!
꺄꺄꺄꺄!
아마 모르긴 몰라도 천묵이에게 찰싹 붙어 있는 모습으로 보건대, 천묵이로 인해 그랬을 확률이 높다.
끼이이잉!(천묵이는 나만의 친구야!)
조금 비틀린 회복 방법이긴 했으나 유니크 등급에 달하는 만드라고라의 정기가 지닌 가치를 생각하면 진우로서도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고정 수익으로는 짭짤한 수입원 중 하나니까.”
하나만 섭취해도 영구적으로 능력치가 상승하는.
진우가 수확하는 작물 중에서도 몇 종류 안 되는 희귀한 물품인 만큼 언제나 수요는 꾸준히 있는 상태.
심지어 정기를 섭취한 각성자는 지금도 두 자릿수를 넘어가지 않을 정도니 오히려 공급이 부족한 마당이다.
오로지 잔나비 일족만이 얻을 수 있기에 사실상 지구상에서는 오직 진우만이 얻을 수 있는 물품이기도 했다.
“이제 그 공급을 대량으로 얻을 수 있게 된다, 이 말이지.”
그러한 찰나에 확보하게 된 만드라고라의 씨앗.
천묵이나 천노묵이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하게 살아 움직이는 약초인 만드라고라의 씨앗.
하지만 그 생김새는 꽤나 평범했다.
어디서나 볼 수 있을법한 평범한 작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
그러나 평범한 생김새와는 달리 품고 있는 효과는 예사롭지 않다.
* 분류 :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짙은 마력을 품은 만드라고라의 씨앗입니다. 심어진 곳에서 많은 양의 양분을 빨아들입니다.
※ 곁에 잔나비 일족이 위치할 경우 만드라고라의 씨앗이 좀 더 건강한 생육 환경을 갖추게 됩니다. 또한 빨아들이는 양분의 양도 줄어듭니다.
무려 유니크 등급의 씨앗.
핑크 인시리움 이후 사실상 두 번째로 심게 된 유니크 등급의 작물인 셈.
그나마 다행이라면 핑크 인시리움의 씨앗처럼 인정받지 않은 대상이 심었을 때 땅을 썩혀서 죽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정도?
더군다나,
“우끼! 설마 그건 만드라고라의 씨앗인 거냐, 인간? 괜찮다면 내가 관리 할 수 있는 영역 내에 심어다오!”
“응? 그거야 어렵지 않지. 솔직히 내가 부탁하고 싶을 정도인걸.”
만드라고라 씨앗의 설명에 포함되어 있는 ‘잔나비 일족’이 있을 경우의 추가 효과.
잔나비 일족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이들에게는 써먹지 못하는 옵션일 테지만 진우는 이미 잔나비의 친구인 몸.
엔코라는 믿음직스러운 잔나비 전사도 있고, 확보한 수많은 숲의 땅들도 있겠다.
“음, 이곳의 환경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럼 잘 부탁할게. 엔코.”
“우끼! 맡겨만 달라고!”
조금의 문제도 없이 진행되는 만드라고라의 생육.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의 효과와 유진 공주님의 ‘태초의 기적’을 적용한 후 엔코에게 나머지 일을 맡긴 진우로서는 체르에게 구매한 또 다른 상품인 레슬리라 커피나무만 기르면 그만일 뿐.
“어째 돈을 벌어들일 수단이 자꾸자꾸 늘어나네.”
농부로서는 나쁘지 않은 일.
새로운 작물과 가공품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진우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