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게이트 앞 카페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일단 계획이 세워졌다면 최선을 다해서 임한다.
아버지인 정국진에게 어린 나이부터 배워 왔던 전성그룹의 모토에 걸맞게 정수아는 즉각 행동에 나섰다.
이미 정부로부터 전성그룹에게 완전히 소유권이 넘어온 게이트.
그 인근 땅은 이미 전부 매입해 둔 전성이었기에 애시당초 고민할 필요도 없다.
– 여기에다가 건축물을 지으면 된다, 이 말이지?
“네, 부탁드릴게요.”
– 음음, 인간의 부탁이니 확실하게 처리해 주지. 자, 가자 얘들아!
– 노에르 선배님을 따르자!
– 나도 중급 정령인데…….
– 원조 물딩딩이는 시끄럽고. 따라만 오라고!
땅의 중급 정령인 노에르를 중심으로 땅을 다듬기 시작한 정령들.
‘땅의 조각가’라는 이름처럼 말 그대로 땅을 조각해 나간다.
“……진우 씨에게 듣기는 했지만 굉장한데요?”
– 이 정도로 놀라면 곤란하다고.
회복과 각종 버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물의 정령이야 이미 운다이르와 계약한 수아인지라 잘 알고 있었으나 땅의 정령의 유용함은 처음 맛본 그녀.
또, 진우가 지원으로 보내 준 것은 그저 땅의 정령뿐이 아니었다.
– 불꽃처럼 타올라라!
– 불어라 바람이여!
이전에 진우의 농장에 설치했었던 정령의 연못처럼 도자기를 굽듯 차곡차곡. 부실 공사 하나 없이 튼튼하게 쌓아 올려지는 건축물의 모습.
척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듯 정령들만으로도 그럴듯한 건축물이 하루 안에 완성될 터였다.
허나 진우가 보낸 지원군은 그저 정령들 뿐만이 아니었으니,
“이제 나도 돕도록 하지.”
“그, 그룩 님? 언제 이곳에 오신 거예요?”
“엣흠흠, 처음부터 같이 왔었어. 드워프라서 사정상 이래저래 기척을 숨기는 부분은 도가 텄거든.”
“그렇군요. 그런데 어째서?”
“우리 조카가 생각나서 도와주는 거니까 부담 가지지 말어. 잘 도와주면 진우가 술 만들어 준다고 했단 말이야.”
“…….”
사실상 조카는 핑계고 술이 목적인 지원.
하지만 할 때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드워프의 원칙 덕분일까?
“그럼 시작하지.”
깡- 깡-!
자그마한 육체에서 나오는 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그룩의 힘이 더해지자 한층 더 가속화된 건설 작업.
그것은 단 하루.
아니, 반나절은커녕 1시간 안으로 뚝딱 완성되었으며,
[정령의 카페(유니크)]* 분류 : 시설
* 카페에 입장한 대상의 피로를 해소시킵니다.
* 안정감을 주어 카페 내 작업하는 이의 기운을 북돋아 줍니다.
– 정령들이 만들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는 카페입니다. 회복과 안정감을 상승시켜 줍니다. 추가적으로 이름 모를 장인의 도움까지 더해지며 완성도가 굳건해진 상태입니다.
이번에도 정령의 연못 때와 마찬가지로 ‘시설’의 아이템화까지 확실하게 적용되었다.
* * *
대체로 게이트의 소유권은 정부.
헌터 협회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편이기는 해도 중국이나 북한처럼 독재를 하는 공산당이 아니고서야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라가 길드나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는 법이다.
능력자들이 타국으로 귀화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협회에서는 게이트의 소유권을 미끼로서 제공했다.
타국으로 손을 뻗치기엔 토착 세력 때문에 힘들지언정 한국 내에서라면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기만 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
그리고 그 수혜를 받은 기업 중에서는 굴지에 손꼽히는 대기업인 전성도 빠질 수가 없다.
그런데 전성이 담당하게 된 구역의 게이트.
그 공간에는 최근 들어서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저, 저게 뭡니까?”
“형씨는 보면 몰라요? 카페잖아요?”
“아니, 그게 왜 저기 있는 건데요?”
“능력치가 상승하는 주스를 파니까요. 효과도 그렇지만 맛도 끝내줘요. 거머리 포션이랑은 비교가 안 된다니까?”
“미친…….”
땅에서 솟아나기라도 한 듯.
순식간에 떡 하니 생겨난 건축물.
꽤나 그럴듯한 내부 공간도 그렇지만, 진짜배기는 뭐니 뭐니 해도 카페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는 생과일 주스였다.
딸기부터 바나나, 키위 등.
별의별 주스들을 손에 쥔 채 희희낙락하며 빨대로 음료를 마시는 헌터들.
그들은 마치 회사원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동안 카페에 들려 커피를 마시는 것마냥 음료를 홀짝이고는 곧장 게이트 안으로 들어섰다.
“게이트에 카페라니. 이게 대체 뭔 궁합이여?”
도무지 궁합이 맞지 않는 가게의 모습.
그리고 거기에다가 음료를 마시면서 하나같이 웃는 낯을 하고 있는 헌터들의 모습까지.
“얼마나 맛있길래 저러는 거야?”
늘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쓰면서 죽상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헌터는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서던 찰나였다.
[정령의 카페 효과가 적용됩니다.] [피로가 회복되며, 안정감이 대폭 상승합니다.]“……?”
방문과 함께 아이템 효과마냥 떠오른 옵션.
그러나 누가 저주를 거는 것도 아니고.
하나같이 좋은 효과에 태클을 걸 정도로 모난 사람은 없을 터.
게다가 방문한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주문을 위한 곳까지 당도해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아앗, 넵.”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둘러본 공간.
밖에서도 보긴 했지만, 안에 들어서자 확실하게 보이는 풍경은 평범한 카페 그 자체였다.
뭐, 가격이 일반적인 카페에서 판매하는 생과일 주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것은 흠이긴 해도 하루에 버는 돈이 일반인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헌터들이다.
“쩝. 구매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뒤에 0이 하나 더 붙어 있긴 했어도 늘 게이트에서 목숨을 걸고 사냥을 하는 직업이 헌터다.
능력치 1, 2를 추가로 얻고 사냥 속도가 빨라진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은 일.
“주문하신 딸기 주스 나왔습니다.”
그러나 음료를 받아들고 효과를 확인하게 된 각성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이, 이거 효과 맞습니까? 거짓말 아니죠?”
“아이템 효과는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 그건 그렇긴 하죠.”
[딸기 주스(희귀)]* 분류 : 소모품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120분 동안 마력+5
– 100% 딸기만을 전부 갈아 넣은 주스입니다. 새콤한 과즙이 풍부하며 어쩐지 머리가 상쾌해질 것만 같습니다.
※ 딸기 주스 1개를 전부 섭취해야만 효과를 부여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템’으로서 효과를 가진 주스.
2시간이라는 지속 시간 동안 마력이 무려 5나 증가하다니.
하긴, 이런 효과를 품고 있는 음료였으니 각성자들이 아끼면서 먹다가 다 마시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선 것 아니겠나?
“그럼 바나나랑 키위 주스 옆에 붙어 있는 저 능력치 표시는 설마?”
“네. 바나나는 민첩, 키위는 힘과 체력이 각각 증가합니다. 종류가 다른 주스인 만큼 효과도 중첩되고요.”
“허, 허허허…….”
마력뿐만 아니라 그 밖의 능력치도 챙길 수 있다는 이점.
물론 그 혜택들을 온전히 받기 위해서는 하나도 남김없이 섭취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딸려 있긴 해도 활동량이 일반인의 수십 배가 넘는 각성자에게 그 정도 소화쯤은 어려운 일은 아닐 터.
무엇보다도,
“와아, 이게 진짜 영약이라고?”
입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설명 그대로의 새콤달콤한 딸기 과즙의 향.
머리가 상쾌해지는 것이 그동안 사냥으로 쌓여 있던 피로가 다 날아갈 지경이다!
효과와 맛.
2가지 모두를 사로잡은 포션.
아니, 음식이라니!
“드디어 이 X 같은 거머리 포션으로부터 탈출이다!”
그나마 가성비가 좋다는 이유 딱 하나.
그 때문에 오로지 효과만 보고 눈과 코를 막은 채 꾸역꾸역 입에 털어 넣었던 연금 협회의 거머리 포션.
가격이 비슷하지만, 그보다 효과도 좋고, 맛도 좋다?
거머리의 피 맛에 중독된 특이 취향이 아니고서야 120%의 사람들이 선택할 게 무엇인지는 뻔하지 않겠는가?
또, 전성은 대기업답게 카페라고 해서 그저 음료만 파는 걸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혹시 직접 구해 오신 부산물이 있다면 저희 측에서 매입하기도 합니다. 물량에 따라서 음료 할인권도 제공해 드리고요.”
카페의 뒷공간에 따로 마련된 부산물 구입처.
경매장에 직접 출품하는 것보다는 수익이 나지 않으나 귀찮은 일을 전부 대기업이 처리해 주는 것을 감안하면 썩 나쁘지 않은 가격까지.
“이따가 또 올게요.”
도무지 끊이지를 않는 손님의 행렬.
허나 그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진우 씨. 예? 커피를 벌써 구했다고요?”
나날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카페.
그곳의 메뉴들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 * *
“……커피 수확이 이렇게 빨리 될 줄은 몰랐는데.”
진우 앞에 새빨간 체리 같은 열매들을 가득 단 채로 꼿꼿이 서 있는 늠름한 레슬리라 커피나무.
이 종의 성장 속도가 유독 빠른 건지, 아니면 숲의 환경과 딱 알맞은 것인지는 몰라도 다른 이유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것 같다.
“역시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야. 성능 확실하구만.”
진우가 수확하는 모든 작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성장 속도를 가속시켜 주는 최고의 알짜배기 특성.
물론 이것 하나뿐이었다면 이렇게 빨리 성장하지는 못했을 거다.
“내 덕분이야, 아빠?”
“그래, 네 덕도 크지. 우리 유진이.”
“헤헤헤.”
진우의 특성에 이어 유진 공주님의 ‘태초의 기적’ 부여까지.
풍족하게 챙긴 덕분에 생육도 고르게 성장한 커피나무였다.
“은은하니 향도 좋네.”
체르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레슬리라 차원에서만 나고 자란다는 커피의 향.
짐꾼 시절, 돈 때문에 믹스 커피나 자판기 커피만 마셨던 진우였다. 따라서 커피의 ‘커’ 자도 모르지만 적어도 이것만큼은 알 것 같다.
커피나무에서 생기를 가득 품은 새빨간 열매 따 생두를 잘 볶아서 우려냈을 때의 향은 최고일 것이라고.
그렇지만 커피나무가 너무 잘 자란 것도 어찌 보면 문제긴 하다.
“수확하려면 고생 좀 해야겠는데?”
커피 수확의 전문가들을 동원해서 따면 순식간에 일을 마치겠지만, 현재 커피나무가 심어진 곳은 엄연히 과거에 던전이었던 곳.
게이트 소멸의 원인이 자신이라고 홍보하는 것이 아니고서야 전문가나 기계를 들이기도 애매하니 결국 따는 것은 순수하게 진우 혼자의 몫이 될 터였다.
한 그루도 아닌 다수의 커피나무.
그곳에서 하나하나 일일이 따는 것은 ‘굳건한 체력’이 받쳐 주는 진우에게도 꽤나 고된 노동이 될 것이 뻔하다.
허나 진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에르 님. 여기 돌봐야 할 열매들이 잔뜩 맺혔습니다!”
– 어디냐, 내 당장 수확하겠다!
일에 살고 일에 죽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워커홀릭 요정, 에르도 있는 데다가,
“나도! 나도 같이 놀래요!”
“유진이는 여기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도와주는 거예요.”
“네? 그런 게 어딨어요!?”
“여기 있죠.”
자그마한 손과 다리로 폴짝이며 자신도 돕겠다고 나서는 유진 공주님까지.
물론 어린아이를 노동 착취할 정도로 진우가 타락하지는 않았다.
덕분에 놀아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기는 했지만, 그 정도에 무너질 진우가 아니다.
바위처럼, 단단하게 버티는 진우.
다만, 그런 진우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채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우우우우-!!!
우우우-!!!
순간 울려 퍼지는 두 마리 늑대의 울음소리.
갑작스러운 하울링과 함께 유진의 앞에 두 개의 구멍이 생성되었다.
그 공간 속에서 느껴지는 힘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잠깐. 이거 설마?”
잠시 잊고 있었던 신들의 상점에서 구매…… 아니, 강탈했던 스콜과 하티의 구슬.
150의 신용도라는 값을 가졌던 만큼 튀어나온 두 마리의 늑대는 예사롭지 않았으니,
뾰옹-
“……인형?”
공격성이라고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2개의 늑대 인형.
하지만 당연하게도 인형들은 겉모습만 인형일 뿐.
진우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닌 개체들이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하나하나가 네임드.
그 이상의 힘을 지닌 늑대.
150신용도의 값어치를 하는 녀석들이 인형으로 나타난 이유?
그거야 뻔하지 않겠는가?
“유진아. 그건?”
“흥! 아빠가 안 놀아 주면 난 인형이랑 놀면 되지롱! 스우, 하리. 놀자!”
– 크릉, 몇 번이나 말했지만 스우가 아니라 스콜입니다. 태초여.
– 크르릉, 나도 하티다.
“응, 스웅, 하뤼!”
– …….
이제는 포기한 듯.
말을 멈춘 두 인형.
그건 모두 다 강탈의 공주님으로 인한 결과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