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haebol's Youngest son RAW - Chapter (315)
316화. 코로나 팬데믹.
한남동.
한도영은 홀로 서재에 앉아 구글로 중국, 우한, 폐렴에 대해 검색했다.
중국과 홍콩발 단문기사가 전부였고, 이것도 열심히 찾으려고 노력해야 보일 만큼 대중의 관심에서 매우 멀어진 기사였다.
“뭘 그렇게 인상을 쓰고 봐?”
이희연은 따뜻한 차를 가져와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한 손으로 한도영의 어깨를 짚고는 시선을 노트북으로 돌렸다.
“우한? 폐렴?”
“응. 좀 심각해보이네.”
“세계적인 전염병이 될 거라 생각해?”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기에 한도영은 고개를 돌려 이희연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생각해?”
“당신이 예전에 말했잖아. 엄청난 질병이 유행할지도 모른다고. 그런데 심각한 당신의 표정을 보니까 문득 이게 당신이 말한 그 질병이 아닌가 해서.”
술술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한도영은 너무 많이 떠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이제 더 떠들 것도 없다.
알고 있는 지식도 거의 바닥이 났으니까.
“그런데 폐렴의 전염성이 그렇게 강력한가? 그렇진 않은 거 같은데.”
“폐렴이 아니라면?”
“설마 사스 같은 그런 병인가?”
“그럴지도. 일단 지켜봐야지. 난 어째 많이 불안하네.”
한도영은 더는 검색하기 싫어서 노트북을 종료했다.
지긋지긋한 코로나19가 이제 시작될 것이다.
***
2020년 1월 20일.
단순히 폐렴으로 알려졌던 병은 세계 곳곳으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이때만 해도 ‘우한폐렴’, ‘신종코로나’ 등으로 알려졌고,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크게 대비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최초로 신종코로나 환자가 나왔다.
백산그룹.
계열사 대표들은 한도영이 주관하는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간 한도영은 전략기획실을 통해 그룹을 지배했고, 정기적인 사장단 회의만 주관했었지만, 오늘은 긴급 임시 사장단 회의였기에 그들은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대표들이 회의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는 가운데서도 한도영은 왼손으로 턱을 괸 채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
“다 모이셨나요?”
“네.”
한도영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이크를 on으로 놓고는 입술을 뗐다.
“오늘은 조금 안 좋은 소식을 전하려고 여러분들을 불렀습니다. 혹시 들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오늘 중국에서 온 여성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진판정을 받았습니다. 우한 폐렴이라고도 부르죠.”
대표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한도영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이 부분에 대해 미리 대비했던 김혁수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김혁수는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심각하게 전염되리라 확신했다.
지금까지 큰 일이 터졌을 때 한도영의 표정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모르시는 분이 많은 거 같군요. 이해합니다. 우리가 중국의 전염병까지 자세히 알 필요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그간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인 사스, 메르스에 의해 국가가 마비될 정도로 심각하게 고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중국의 상황을 보면 많은 통제와 검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기사가 꽤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이 병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는 증거이며, 아직 중국당국은 그 위험성을 모른다는 것이죠.”
한도영이 마이크에서 입을 떼고 잠시 생각에 잠겼을 때, 대표들은 시선을 흩트리지 않고 계속 한도영에게 집중했다.
“잘 들으세요. 아마 이렇게 공개적으로 여러분들께 경고하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입니다. 내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역대 어느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매우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악독한 질병균입니다. 또 계속해서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내 생각에는···. 박멸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도영의 단언에 사장단은 비로소 술렁거렸다.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데 박멸이 불가능한 바이러스.
영화에서나 보았던 내용이었기에 믿어지지 않았다.
“전염성이 강하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BF Motor 대표 김길중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가까이서 대화만 하거나 한 공간에 30분 정도 머무르면 전염이 될 만큼 강합니다. 실제 중국에서 일어나 사례이니, 곧 뉴스를 통해 알려지겠죠. 우리는 이것에 대비해야 합니다. 첫째.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을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둘째 확진자는 즉각 격리조치하며, 셋째 필요할 경우 재택근무를 확대하세요. 그리고 마스크는 전략기획실에서 각 회사별로 배분할 겁니다.”
“백산그룹 임직원인 30만이 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이미 물량은 충분하게 확보해놓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 손소독제도 비치할 테니 사용하시고요.”
한도영은 코로나19로 인한 백산그룹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했다.
계열사 대표들은 그동안 한도영과 손발을 맞춰왔기에 빠르게 지시를 받아들였다.
“저, 그럼 언론을 통해 외부에도 이런 사실을 알려야하지 않을까요?”
백산전자 이영현이 조심스럽게 질문하자, 한도영은 고개를 흔들었다.
“여러분들은 저와 오랫동안 일했으니 제 말을 믿겠지만, 과연 국민들이 믿을까요? 오히려 괴담에 시달리고 조롱거리가 되겠죠. 그리고 그 일은 내가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요.”
한도영은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좋은 일 하겠다고 나서봐야 안될 게 뻔했다.
그저 미리 대규모 마스크 및 손소독제 생산시설을 확보해놓았기에 그걸 통해 공급에 주력하여 정부를 도울 생각이었다.
한도영은 다시 한 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자신의 지시에 기반하여 전략기획실의 통제를 받아 이 위기에 잘 대처할 것을 주문하고는 회의를 끝냈다.
계열사 대표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회의실을 벗어났다.
***
1월 3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1월 31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였다.
코로나 이슈에 반일불매운동과 일본정부의 수출규제는 완전히 묻혀버렸다.
점차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증가하자, 정부는 강력한 격리정책을 시행했다.
또 마스크, 손소독제가 불티나듯 팔려나가면서 이를 생산하는 (주)백산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초반에는 사재기가 일었지만, (주)백산은 하루에 일반용 마스크 2천만 장, 의료용 마스크 250만 장을 생산할 시설을 갖췄다고 공표했고 원하는 만큼 수량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중에서 마스크 구입이 원활해지면서 초반에 일어났던 사재기는 쑥 들어가 버렸다.
점차 잡혀가던 신종코로나는 특정 종교단체 집회를 통해 크게 확산되면서 정부를 크게 긴장시켰다.
백산그룹 계열사 대표들은 한도영이 1월 초에 강조했던 내용이 현실화되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략기획실에서 작년부터 준비했고, 각 계열사는 올해 초 준비에 들어갔기에 타 그룹에 비해 빠르게 그룹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2월 11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우한폐렴 등 다양하게 불리는 명칭은 공식적으로 COVID-19로 통일되었다.
2월 내내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코로나19는 빠르게 확산되어 갔다.
3월 11일.
WHO는 결국 팬데믹을 선언했다.
이로 인해 전세계는 공황상태로 빠져들었다.
전 세계의 주가는 대폭락했다.
투매가 일어나는 가운데 미리 대비하고 있던 일부세력은 적극적인 매집에 나섰는데, 그 선두에는 BS FUND가 있었다.
백산그룹.
한도영은 권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영아, 네가 예상했던 게 이거였어?
“뭔가가 터질 거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난리가 아니네. WHO에서 팬데믹을 선언했으니 이거 꽤 골치 아플 거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지금까지 WHO에서 여러 번 팬데믹을 선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는 달라요. 몇 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 테고, 결국 불편한 공존을 이어가면 함께 살아가야 할 겁니다.”
-그 정도로 심각해? 불치의 병이야? 결국 백신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원래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가 많은 종인데, 이번 코로나19는 특히 변이가 심하고 빠르게 전파되는 특이한 종이라고 하더라고요. 계속 변이되면 백신도 소용없어 집니다. 물론 백신을 접종하면 접종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완전한 박멸은 불가능하겠죠.”
한도영의 단언에 권지훈은 잠시 침묵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투자방식이 많이 바뀌겠구나. 난 미국정부가 금리를 올려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통제할 거라 생각했는데. 네 말대로 이렇게 심각하다면 다시 금리가 내리고 양적완화를 계속 이어나갈 거야. 그리고 주식과 부동산이 다시 오르겠어.
“네. 정확해요. 양적완화도 지속될 테고, 정부에서도 많은 자금을 뿌릴 겁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업자가 늘어날 테니까요. 그리고 몇 년 후에는 이게 경기침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겠죠.”
-물론이지. 지금까지 양적완화로 뿌린 돈이 얼만데. 그것도 감당이 안 되는데, 이번에 또 뿌리면? 휴우. 하긴 이렇게 난리인데 정부가 경제를 들먹이며 돈을 뿌리지 않으면 시민들이 난리를 치겠지. 더군다나 민주당이 집권했으니 엄청나게 뿌릴 거야. 공화당이면 좀 나을 텐데. 쯧쯧.
권지훈은 몇 년 뒤에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박살나는 그림이 훤히 그려졌다.
그가 특별한 경제적 혜안을 갖고 있어서 이런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었다.
너무 많은 돈을 풀었으니 그걸 회수하려고 할 테고, 그 과정에서 금리가 폭등하면 난리가 날 것이다.
이제까지 미국은 이런 시스템으로 움직였다.
-BS FUND는 이번 기회를 통해 몸집을 두 배로 불릴 수 있을 거다. 정부에서 돈을 푼다면 깔끔하게 먹어야지.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잖아.
“그렇죠. 차분하게 시장을 관망하면서 매집하세요. 그리고 지난번에 요구한 의료기업 주식도 이번에 매집할 수 있으면 더 매입하시고요.”
-알았다. 이 회사들이 백신을 만들겠지?
“그렇지 않을까요? 누가 만들겠어요?”
-이거 너무 땅 짚고 헤엄치기인데.
권지훈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한도영과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의 나눴던 대화를 되새겨보고는 중얼거렸다.
-정말 놀랍군.
놀랍다는 표현으로 부족할 만큼 한도영의 예측력은 이번에 또 빛을 발했다.
덕분에 권지훈은 자루에 돈을 쓸어 담는다는 표현을 쓸 만큼 많은 돈을 벌었고, 앞으로 많이 벌 것이라 생각했다.
“뭐가요?”
-아, 미안. 혼자 중얼거린 말이야. 정말 도영이 덕분에 펀드를 너무 수월하게 운영하는 거 같아. 한편으로 걱정되네. 나중에 네가 알려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말이야.
“이제 혼자 운영하셔야 해요. 저 이제 예측놀이 그만하려고요.”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야야, 좀 더 생각해봐. 돈을 더 벌 수 있는데 왜 그만둬.
“이제 그만 할 때도 되었어요. 돈도 많이 벌었고, 이모부 혼자서도 잘하시고 계시고요. 아무튼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한도영은 통화를 종료하고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