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20
120화 분조장을 치료하는 법
아이템화된 농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일까?
사람들에게 진우의 직업은 드루이드보다는 농부로 알려진 편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생산직의 경우 전투직보다는 기척을 감지해 내는 실력이 한 수 떨어진다는 평이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힘과 민첩 쪽은 최소한으로만 찍은 채 직업에 따라 체력이나 마력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니까.
아마 그래서 그럴 거다.
“아니, 창혁 대장. 어쩌자고 그렇게 도발을 했어요?”
“내가 뭘?”
“김진우요. 가뜩이나 요즘 한국에서 어떻게든 연줄 만들어야 하는 1순위인데!”
“매국노 새끼가 기분 나쁘잖아. 그리고 내가 뭐가 부족해서 빌빌대야 하냐? S등급인 내가 말이야.”
그리고, 진우와 어느 정도 거리를 멀찍이 떨어트린 채 들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대장 목소리 좀 줄여요. 들리겠어요!”
“아, 들으라고 해. 오히려 좋지. 리샤오링 어르신한테 점수도 따고.”
아니, 혈석 길드의 대장 측은 어쩌면 그냥 들리든 말든 상관없나 보다.
‘그건 그렇고. 혈석 길드가 중국과 손을 잡았다 이건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과거 질풍 길드의 김장혁만 하더라도 일본과 손을 잡았었으니 다른 대형 길드라고 해서 친화 노선을 밟으려고 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아무래도 나라 한 곳에서 뽑아먹는 것보다는 두루두루 챙기는 편이 이득일 테니까.
‘그러면 이해가 되지.’
그리고 현재 진우는 중국과 사이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다.
중국과 정반대라 할 수 있을 미국과 가장 먼저 거래를 틈으로써 타국에 비해 나름 돈독한 사이가 된 상태기도 하고, 중국의 중요한 자금줄인 연금 협회에 괴멸적인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일본 또한 총리의 태도로 보건대 그다지 관계가 좋다고는 할 수 없으나, 무분별한 게이트 소멸 사건을 해결하느라 진우에게 신경 쓸 여유는 없을 터.
무엇보다도 일왕의 딸인 나가모리 카나에가 달의 아이로 각성함으로써 진우의 아군이 되었으니 사실상 현재 진우가 조심해야 할 것은 여섯 마리의 뱀과 중국뿐이다.
하여튼 간에 이래서 입 가벼운 놈들이 문제다.
‘대놓고 말해 준 덕분에 정보비 굳었네.’
진우로서는 개꿀인 상황.
다만 막말에 대한 대가는 치르게 만들 예정이다.
어떻게? 라고 한다면야 간단한 일 아닌가.
‘어쨌든 지금은 나도 손님이라고.’
그는 물품을 납품한 판매자임과 동시에 언제든지 경매장에 출품되는 물건을 구매 가능한 신분이다.
최근 정보료로 지출하는 돈이 많아지며 꽤 출혈이 생겼지만 그럼에도 보유한 자산은 웬만한 길드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다.
예컨대, 자본주의의 돈지랄이라는 말씀!
뭐, 그렇다고 해서 쓸데없는 곳에 돈을 펑펑 쓸 정도는 아니지만, 자신을 무시한 놈을 괴롭히는 것에 쓰인다면 그것으로 만족이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후우-
잠시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사용한 요정의 가루.
보통이었더라면 몰리를 불렀을 테지만 편집 일로 한창 바쁠 녀석을 지금 부르는 건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그다음으로 아는 요정을 부르는 게 정석 일터.
“티타니아로.”
지명 소환이 거절되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지만 그래도 명색이 여왕이다.
따라서 혹시나 싶었지만 다행히 소환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 이봐, 너. 내가 여왕님이라는 걸 잊은 거야? 심심하면 날 부르네.
“정보는 여왕님이 제일이잖아요?”
– 그건 그렇지만 가격이 세다는 건 알고 있을 텐데?
“요번에 벌꿀주 하나 만들었는데 말이죠.”
– 끄응. 좋아. 원래는 안 되지만, 너에 한정해서 물품도 받도록 하지. 그래서 뭘 원하는 건데?
“혈석 길드장 이창혁의 구매 리스트요.”
– 그 정도면 어렵지 않지.
모르는 게 없는 요정답게 곧장 떠오르는 정보 내역.
– 음, 인간. 그대도 제법 선견지명이 있는 듯하군. 그대가 의뢰했던 뱀들과 협력 관계에 있는 놈이로군.
“그렇단 말이죠?”
내로남불도 적당히 해야지.
남에겐 매국노라고 손가락질한 주제에 정작 본인은 암암리에 중국의 힘으로 쿠데타를 일으킬 꿍꿍이를 지니고 있었다.
‘전력 증강? 어림도 없는 소리.’
그 모든 것을 확인한 진우는 악동 같은 사악한 미소를 머금었다.
* * *
굳이 중국과 엮여 있는 사정이 아니더라도 이창혁이 진우를 업신여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자본이 많다 한들 그래 봤자 개인. 무서워할 이유는 없지.”
일개 개인과 대형 길드의 차이.
그것은 결코 쉽게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에 그가 속한 혈석 길드만 해도 구성원의 숫자가 무려 3천 명이다.
물론 대부분은 C등급 헌터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벌어들이는 금액만 해도 가히 천문학적일 정도!
더군다나 경매가 제아무리 자본의 싸움이라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사울 경매는 VIP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는 수많은 물품의 입찰을 동시 진행하며, 익명이 보장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이창혁이 돈을 넣었다는 사실은 상품이 낙찰되기 전까지는 사울 경매장의 운영진도 모른다는 뜻.
그렇기에 창혁은 자신이 구매하고자 미리 계획했던 상품들에 돈을 집어넣었다.
“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정확히 아이템의 시세에서 아주 조금 올린 입찰.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계획대로 이창혁의 품으로 안겨질 물품들이다.
– 낙찰까지 10초 남았습니다.
– 낙찰까지 9초…….
몇몇 물품들은 채 10초도 안 되는 낙찰 예정 시간만 남은 상태기도 했다.
‘멍청한 것들. 이 물품들의 가치도 몰라보고 말이지.’
연금 협회의 몰락과 함께 값어치가 확 떨어진 물품들이지만 중국 주석인 리샤오링과 돈독한 사이인 이창혁은 알고 있다.
최근 엄청나게 강력한 3명의 합류로 인해서 해당 물품들은 곧 전력 증강의 핵심이 된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투자한 금액도 한국을 박살 내고 난 다음 챙기면 그만이야.’
은신을 비롯해 몸을 숨기는 다양한 스킬의 존재로 암살에도 특화된 각성자들이 즐비한 게 현실이다.
굳이 많은 피를 보지 않더라도 나라의 대통령이나 대형 길드, 대기업의 수뇌부들만 조지면 실질적으로 한국을 중국의 속국으로 만드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은 일.
리샤오링에게 약속한 물품들을 전부 문제없이 챙겨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이장혁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허나 세상을 살다 보면 계획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이 터지기 마련인 법이라고 했던가?
– 상위 입찰자로 인해 입찰이 취소되었습니다.
“뭐, 뭣? 이게 무슨!?”
사울 경매장 어플에 떠오른 청천벽력 같은 소식.
뭐, 경매장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상위 입찰자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고려했던 창혁이다.
하지만…….
“씨발! 이게 뭔데!”
– 상위 입찰자로 인해 입찰이 취소되었습니다.
– 상위 입찰자로 인해 입찰이 취소되었습니다.
– 상위 입찰자로 인해 입찰이 취소되었습니다.
…….
대처가 가능한 부분.
그건 어디까지나 1, 2개의 물품이 상위 입찰 되었을 경우다.
이번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마치 누군가가 정보를 빼돌리기라도 한 듯.
혈석 길드 측이 입찰 진행한 모든 물품에 적용된 상위 입찰.
심지어 가격도 약 오르게 최저 단위의 금액만 올렸다.
“어떤 빌어먹을 새끼가!”
“깜짝이야.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창혁 대장?”
“모든 물품이 상위 입찰 되었어. 이거 정보 털린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구매하는 리스트 정보도 대장 외에는 잘 모르잖아요.”
“그럼 대체……!”
“그런데 지금 이럴 때가 아니잖아요. 빨리 상위 입찰해야죠!”
“그, 그렇지!”
아무리 시간이 적게 남았더라도 상위 입찰이 적용되면 다음 입찰자를 위해서 약간의 여유 시간이 주어진다.
비록 물품 전부가 상위 입찰 되었다고 한들 다시 자신이 상위 입찰자가 되면 그만이라는 뜻.
그렇지만 혈석 길드는.
창혁은 한 가지 깜빡한 것이 존재했으니,
– 해당 물품은 이미 낙찰되었습니다.
– 해당 물품은 이미 낙찰되었습니다.
– 해당 물품은 이미 낙찰되었습니다.
“……?”
자본력과 함께 쌍두마차 격의 힘을 자랑하는 인맥의 힘.
더군다나 그 인맥이 사울 경매장의 실세인 유석영이라면 어떠할까?
“이래서 인맥, 인맥하는 거 아니겠어?”
유석영과의 만남 당시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납품하면서 진우가 얻은 혜택 중에는 딱 한 개.
사울 경매장을 이용하는 이들과는 차별화된 기능이 있다.
‘즉시 구매’라는 사기적인 효과.
물론 상위 입찰자여야 하며, 입찰 시간이 1분 내라는 조건 등.
다소 귀찮은 부분이 있긴 했지만, 상관할 필요는 없다.
조건이야 진우가 맞추면 그만일 뿐.
한마디로 말해서.
“게임 오버라 이 말이지.”
입가에 절로 맺히는 미소.
때마침 타이밍 좋게 허공을 노려보며 공황 상태를 보이던 이창혁의 시선은 진우에게로 꽂혔고,
“넌 이거나 먹어라.”
왼손에는 주먹 감자를, 오른손엔 중지를 치켜세운 진우는 혈석 길드를 향해 빅 엿을 선사해 주었다.
* * *
사울 경매장의 특등석은 웬만한 헌터들은 물론이요,
내로라하는 A등급의 각성자도 인맥이 없어서는 쉽게 찾아갈 수 없는 장소다.
S등급의 헌터이거나 대형 길드, 혹은 대기업 정도는 되어야 겨우 접근이 가능한. 어떻게 보면 VIP경매장의 공간보다도 닿기 어려운 곳.
적을 늘리는 것은 하책이지만, 강력한 적을 늘리는 것은 더더욱 하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등석에 모인 대부분은 굳이 쓸데없는 마찰을 빚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런 만큼 자존심이 긁혔을 때의 반발도 크기 마련이다.
“너, 너 이 새끼! 네 녀석이지? 네 놈이 수작질한 거야! 그렇지?”
“대장 왜 이래요?”
눈에 핏발을 세운 채 금방이라도 무기를 꺼낼 듯한 기세를 풀풀 풍기는 이창혁.
그야 그렇지 않겠는가?
심혈을 기울여 계획을 짜고 진행했던 일이 누군가의 방해로 인해서 죄다 뭉개졌다.
심지어 단 한 개의 물품도 구매하지 못한 상황에서 빅 엿까지 먹는다?
‘역시 주먹 감자야. 성능 확실하구만.’
보통의 사람도 참기 힘든데 혈기왕성한 S등급 헌터라면 말할 필요도 없다.
“아니 좀! 대장, 진정 좀 해! 거, 거기 수호 길드랑 현악 길드님들도 좀 말려 봐요!”
“글쎄? 말려서 피 볼 이유는 없잖아.”
“싸움 재밌겠는데?”
덧붙여 이곳에 모인 이들도 마찬가지로 혈기가 넘치다 못해 폭발하는 이들.
싸움 구경을 싫어하는 사람 없듯, 헌터들이 말릴 이유가 있을까?
“젠장 틀렸어. 이봐요.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사과하면 안 될까요?”
“내가 왜? 뭘 잘못했다고?”
“아니, 이봐! 당신 농부잖아! 우리 길마는 광전사라고! 한 번 피 보면 죽을 수도 있어!”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혈석 길드원들은 마지막 남은 희망인 진우를 향해 사과를 요구했다.
부탁에다가 협박까지.
아주 가지가지 입맛대로 골라서 한다.
“이런 걸 보고 또라이의 법칙이라고 하는 건가?”
한국의 또라이로 취급받던 질풍 길드가 사라지니 이제는 그 뒤를 잇는 혈석 길드라.
좋게 좋게 넘어갈 것이라면 여기서 쿨하게 사과하는 것이 좋겠지만 어차피 잘 보일 필요가 없는 적이다.
언젠가는 중국에 붙어서 뱀들과 함께 농장을 습격할지도 모르는.
지금 제거해둬서 나쁠 것 없는 인물.
덧붙여서 혈기왕성한 것으로는 20대 중반의 나이인 진우도 꿀리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진우가 누구인가?
“드루와, ‘분노 조절 잘해’로 성심성의껏 치료해 줄게.”
쿠릉- 쿠르르릉-!
모욕을 참지 않는 뒤끝 작렬 소인배 중의 소인배.
분조 조절 장애에는 모름지기 전기 치료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