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소인배의 모욕감
각성자.
특히나 헌터가 뉴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 불만을 가진 이들은 생각 외로 많다.
– 헌터가 사냥만 잘하면 그만이지. 영상은 뭐하러 올리냐?
– 어머머. 이거 너무 잔인한 거 아니야? 우리 애가 보면 어떡하라고?
– 생명을 앗아 가는 걸 자랑스럽다는 듯이 올리고 있네.
기본적으로 게이트에서의 사냥 영상은 생명을 죽이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게 대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화려하지만 잔인한 면도 없지 않아 있을 터.
물론 반박 댓글을 다는 이들도 만만치 않았다.
– 이러면 고기 먹방 영상은 어떻게 보냐? 고기는 다져지기 전에 생명 아니었음?
–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으면 되지 않을까.
– 헌터가 사냥 영상 아니면 뭘 올리라고 ㅋㅋㅋ
헌터가 게이트를 공략하는 시원한 영상을 보고 싶어 했던 이들과 폭력성에 대한 반발하는 이들은 그렇게 매번 대립했다.
하지만 진우는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 어떻게 된 게 이 헌터는 사냥이 아니라 농사짓는 영상만 올리냐?
– 농부잖아. 농부 헌터가 농사를 지어야지 사냥 가면 큰일 나지.
– 김진우는 솔직히 힘이 없어서 사냥을 안 가는 게 아니지. 연금 협회 와장창 만든 거 못 봄?
– 그건 그냥 원숭이 펫이 강한 거 아님?
– 펫도 헌터의 힘 중 하나거든. 하여튼 헌알못들.
– 딴 건 모르겠고 오리 졸귀엽다는 건 인정.
– ㄹㅇ ㅋㅋ 아, 얼굴 치우라고! 귀여운 오리들 영상 봐야 해!
진우의 계정에 업로드 된 대부분이 영상은 농사를 짓는 과정만 담겨 있어 힐링 영상으로 기능하고 있다.
물론 어그로를 끌기 위해서 엔코가 연금 협회를 습격했던 장면을 올렸을 땐 꽤 폭력성이 다분했지만, 논란은 금세 가라앉기 마련이다.
애시당초 진우가 공격한 대상은 인체 실험을 하는 미치광이 과학자.
거기에다가 인간도 아닌 리치.
즉,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언데드이지 않던가?
여하튼 온종일 땡볕에서 농사짓는 것이 무슨 재미인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알고리즘의 유혹과 오리들의 매력 넘치는 귀여움은 저절로 영상을 보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 솔직히 팜오리들이 전부 다 하긴 했죠. 고용주님의 외모가 그렇게 뛰어난 건 아니니까요?
“팩트로 때리지 마라. 그래도 돈 주는 건 나라고?”
– 그래도 인간 중에서는 제법 매력적이신 편이세요.
“아부가 많이 늘었다?”
– ‘하급’ 요정이니까요. 그래도 외모가 괜찮다는 것은 사실이에요.
채널의 주인이 ‘주’가 되지 않는, 다소 주객전도된 상황은 애석하지만 썩 나쁘지 않다.
“그만큼 팜오리들이 귀여운 거라니까.”
진우가 농장 시작과 함께 처음으로 얻었던 가축이자 지금 이 순간에도 활약 중인 팜오리들은 이미 본전 그 이상을 뽑아 버린 지 오래다.
또, 진우가 뉴튜브 채널을 개설한 것은 그저 귀농하는 과정만 담으려던 목적만이 있던 게 아니었으니,
“준비는 잘 되어 가고 있겠지?”
– 물론이에요. 말만 하시면 지금 당장 올릴 수도 있을걸요?
“그래. 잘 부탁할게.”
채널을 개설한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는 홍보 효과.
미국의 경매로 누렸던 그 혜택을 이번에는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챙길 차례였다.
* * *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사울 경매장의 존재는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이루어지기에 하루에도 적지 않은 숫자의 부산물이 융통되는 헌터들의 메카.
당연한 말이지만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오고 가는 부의 크기도 상상 이상이다.
특히나 VIP경매장에서 나오는 수익은 가히 천문학적일 정도!
그렇기에 사울 경매장 대부분의 지분을 지니고 있는 유석영은 전성으로부터 전해 들은 소식에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전설 등급의 약초? 그것도 핑크 인시리움의 상위 격 버전이라고?”
유석영은 아직 잊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VIP경매라고 한들 쉽게 볼 수 없는, 천억 원을 넘어가는 거래가를 자랑했었던 유니크 등급의 약초이자 영약인 핑크 인시리움을?
헌데 이번에 납품되는 물건은 유니크보다 한 단계의 급이 더 높은 전설 등급의 약초란다.
출품으로 벌어들일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울 경매장으로서도 대단히 명예로운 순간일 수밖에 없었다.
그야 그렇지 않겠는가?
이미 해외에서도 유명한.
뉴욕에서 대 히트를 친 벌꿀주의 생산자로 알려진 김진우가 직접 수확해 낸 전설 등급의 약초라니?
이쯤 되면 사실상 수수료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울 경매장에서 김진우에게 로열티를 지급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사울 경매장을 운영하는 실세답게 유석영은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보게 국진. 내 부탁 좀 함세. 김진우 군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 좀 마련해 줄 수 없겠나?”
전성을 통한 김진우와의 만남 주선.
물론 유석영 정도 되는 재력이라면야 주소를 알아내는 것쯤이야 쉬웠지만 다짜고짜 찾아가는 것도 실례일 터.
그나마 인맥이 있는 정국진 회장을 통해서 어떻게든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
허나 유석영은 상상도 못 했을 거다.
이 만남은 오히려 진우가 더 노리고 있었다.
“그게 사실인가? 저, 전설 등급을 하나 더 출품하겠다고? 그, 그게 정말로 사실인가?”
“네. 사장님께서 원하신다면 말이죠.”
“원하지! 원한다네! 원하는 게 뭔가? 무엇이 되었든 들어주겠네!”
‘거름을 먹어 치운 핑크 인시리움’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전설 등급을 출품하기 위해.
그러니 유석영이 놀라는 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런 게 또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릴리안느의 벌꿀주(전설)]*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온전히 섭취할 시 랜덤한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7만큼 상승합니다. (1회 한정)
※ 발효(숙성 중) : 완성된 이후 200일이 지날 경우 효과가 3배가 됩니다. (현재 남은 기한 197일)
– 꿀의 여왕 릴리안느의 벌꿀을 발효시킨 양조주입니다. 오랜 발효 시간을 요구하지만 그런 만큼 발효가 완전히 끝났을 때 막대한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꿀벌 동산에서 마주한 수많은 꿀벌.
그중에서도 전설 등급의 벌꿀을 성공적으로 가공해 낸 결과, 완성한 벌꿀주는 상상 그 이상의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 * *
“유석영. 그 양반이 귀찮게는 안 했나?”
“괜찮습니다. 사회 생활하면서 이 정도야 각오했던 부분이니까요.”
“흠흠. 그 정도 부를 축적하고도 이 정도의 겸손함이라니. 역시 자네는 보면 볼수록 내 젊은 모습을 보는 것 같다니까?”
“하하하…….”
짐꾼 생활을 하며 쌓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겸손이라고 칭해도 될지 의문이긴 하지만.
어쨌든 유석영.
사울 경매장의 실세와 이루어진 친목 도모는 진우로서도 그다지 나쁜 수확이 아니다.
‘얻은 게 많긴 하니까.’
앞으로 사울 경매장에서 치루는 모든 거래에 있어서 그는 수수료를 면제받을 수 있는.
예컨대, 제로 수수료의 혜택을 받게 되었고.
사울 경매장에서는 늘 특등석에서 거래를 치를 수 있게 된 덕분에 진우는 최고로 좋은 자리에서 경매 상황을 지켜볼 수도 있게 되었다.
“흐음, 그래도 로열티는 받아 볼 만하지 않았나?”
“욕심도 과하면 좋지 않으니까요.”
“하긴, 로열티가 어떻게 보면 족쇄이기도 하니.”
덧붙여 유니크 등급 이상의 물품을 출품할 때는 오히려 로열티를 지급해 주겠다는 의사까지 보여 주었지만, 진우는 쿨하게 거절했다.
비록 서면으로 남지 않았다고는 해도 돈을 받는다면 그 순간부터 한 경매장의 실세와 구두 계약을 맺게 되는 꼴이다.
그렇게 되면 추후 유니크 등급 이상의 물품들을 해외로 납품하는 것에 다소 눈치를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
어차피 많은 이득을 취하고 있는 입장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돈이라지만 농부로서의 자유도 중요한 법.
세상에 이유 없는 공짜는 없다고들 하지 않던가?
더군다나 이번 VIP 경매장에서는 그 밖에도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많았다.
“오, 마침 도착한 것 같군.”
정국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특등석에 입장하는 사람들.
그들 대부분은 진우도 잘 알고 있는 얼굴들이다.
진우의 농장에서 체류 중이었던 전 질풍 길드장 김장혁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의 대형 길드장들.
개중에서는 진우가 직접 만났던 인물도 존재했다.
“오랜만에 뵙네요, 회장님.”
“그때 산소통 지원해 주신 덕분에 살았었다니까요, 진짜.”
“오오, 이거 한국을 지키는 기둥을 만나니 반갑군그래.”
“……그런 표현은 부끄럽다고 이전에도 말씀드렸잖아요.”
“껄껄. 사실인 것을 뭘 부끄러워하나.”
“부끄러워할 만하죠. 수호 길드면서 칼날엄니 숲 게이트의 핵도 못 지켰으니까.”
“너 이 새끼 뚫린 입이라고!”
“틀린 말도 아니잖아? 우리 혈석 길드였으면 핵이 부서지진 않았을걸?”
“…….”
같은 길드장에게 신랄하게 까이면서도 입을 꾹 닫고 있는 여인.
‘진아영.’
그녀는 수호 길드의 장이자 S등급의 헌터이기도 했다.
그러나 땅의 정령들과 비슷한.
탱커의 동질감이라고 해야 할까?
‘큼큼, 그때는 미안하게 됐네.’
뭐, 정확히는 칼날엄니 숲에서 저지른 트롤링에 대한 죄책감 때문일 것이다.
숲의 주인을 위한 정복 과정이었다고는 해도 핵을 부숨으로써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만든 인물이기도 했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진우가 나서서 도와줄 수는 없다.
그때는 가면을 쓰고 있기도 했고, 도둑이 제 발 저리는 법이라고. 괜히 나섰다가 찍힐 일을 만들고 싶진 않았다.
그렇다고 한들 진우가 흔히 ‘인맥 쌓기’로 불리는 행동을 대형 길드장과 해 두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친구는 알고 있나? 요즘 우리 전성의 큰 힘이 되어 주는 청년인데.”
“모를 리가 없죠. 반가워요, 김진우 씨.”
“이렇게 뵙게 될 줄이야. 이번에 엄청난 걸 경매장에 출품하셨다면서요?”
“아뇨,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닌데요, 뭘.”
“전설 등급이 어떻게 대단한 게 아닙니까. 엄청난 건데!”
“맞아요, 맞아! 1년에 한두 개 보기도 어려운 거잖아요?”
흥분한 기색이 여실히 보이는 길드장들의 모습.
이거, 출품된 전설 등급 물품이 한 개가 아니라 두 개란 걸 알게 되면 얼마나 기겁하려나?
‘이렇게 보면 유석영 이 사람도 괜히 경매장의 실세가 아니구만.’
지닌 패를 한 번에 전부 보여 주며 홍보하는 것이 아닌, ‘전설’ 등급의 출품이라는 타이틀로 다소 어정쩡하게 홍보하는 것.
이런 부분은 배워 둬서 나쁠 것 없다.
그렇지만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다양한 감정이 존재하는 법이라고.
모든 이들이 진우를 향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그나저나 의외인데요? 전설 등급이라서 미국에 납품할 줄 알았는데 사울 경매장에 보내 주실 줄이야. 그래도 자국이라고 챙겨 주신 건가요? 애국심이 참 대단하십니다.”
“이봐, 너 말이 좀 심한 거 아니야?”
“뭐가? 사실인 걸 말하는 게 잘못된 건가?”
“아뇨. 괜찮습니다. 저분 말씀이 사실인데요, 뭘.”
“그런 마음가짐 아주 좋습니다.”
진아영을 신랄하게 비판했을 때도 그랬지만.
어디까지나 ‘사실’을 말하는 것이라면 별도로 상대방을 배려할 필요 없이 그냥 내뱉어도 된다는 논리를 당연하게 여기는 혈석 길드장 이창혁이었다.
하긴, S등급 헌터이니 힘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디 가서 꿀리는 일은 없을 초인이었다.
콧대가 높은 만큼 배려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법할 터.
그러나 그가 한 가지 잊은 것이 있었으니,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진우는 뒤끝을 상당히 많이 긴 사람이며,
대인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