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6
16화 약초 재배에 대한 도전
“……환장하겠네.”
사람이란 몸에 좋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먹는 것이 오래 살아남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각성자.
헌터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능력치의 영구적인 상승은 가히 참을 수 없는 유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 부분에 있어서 눈앞의 약초는 그 조건을 아주 완벽하게 충족한다.
[천년 묵은 핑크 인시리움(전설)]* 효과 : 온전히 섭취할 시 모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5씩 상승하며, 마력이 추가로 5만큼 상승합니다. (1회 한정)
– 본래 주어진 수명을 넘어서서 천년의 나이를 먹고 자아를 가지게 된 핑크 인시리움입니다. 자아를 가진 영물로서 마법을 부릴 수도 있으며, 섭취한 이에게 강력한 힘을 선사해 줍니다.
예전에 신용 상점에서 지나가다가 확인했었던 ‘세계수의 정수’와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더욱 뛰어난 효과를 품고 있는 상승량.
그러나 진우도 인생의 쓴맛 단맛을 다 보았다 해도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꺄아아아 꺄아아!(엄마! 좋아!)
자신이 좋다면서 다리에 찰싹 붙어서 비비적거리는 약초.
인간이 아무리 잔인하다지만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녀석을 잡아먹기에는 마음 한켠이 찝찝하다.
무엇보다도,
꺄아아아! 꺄아아아(놀자! 놀자!)
삐삐삐! 삐이이읶!(빠빠! 맘마!)
토도도돗- 토도도도도돗-
파밧! 파바바바밧!
응애들끼리는 서로 통하는 게 있다고 했던가?
어느새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새끼 팜오리들과 약초 한 뿌리.
“……말이 통하긴 하는 거지?”
돈 주고도 못 볼 동물과 식물 간의 화합.
‘야생을 받아들여라’의 통역으로 보건대 소통은 전혀 되지 않았지만, 과정은 중요치 않은 법.
마치 승마를 하듯.
핑크 인시리움이 첫째 팜오리에게 올라타는 것으로 놀이는 순식간에 시작되었다.
꺄아! 꺄아아아!
삐삐삐삐삒! 삐삐!
삐이이이읶!
발이 되어서 빠르게 농지를 누비는 팜오리와 줄기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염력을 다루듯 벌레들을 팜오리의 입으로 배달시키는 핑크 인시리움.
그렇게 독특한 (신)오리 약초 농법이라고 쓰고 신나게 놀기라고 읽는 것을 행한 녀석들은 이내 지친 것인지 숨을 몰아쉬는 것도 잠시.
뽈뽈거리며 진우를 향해 다가온 핑크 인시리움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머리에 달린 열매를 대뜸 뜯어서 건넨다.
“…….”
어, 나 이거 어릴 적에 TV에서 많이 봤는데.
호빵X이라고.
지금 생각하면 동심 파괴지만, 실시간으로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건 그렇고,
“……이거 나 주는 거야?”
꺄아아아! 꺄꺄! 꺄아아아앙!(응! 맛있는 거! 엄마 거!)
“…….”
아이고 이 순진한 약초야, 이래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러니? 응?
지금 이 순간에도 널 먹을지 말지 고민하는 추악한 인간에게 선물이라니.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던 것도 잠시.
“어라? 이거 내 눈에 버그 걸린 건 아니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눈앞의 약초는 전설 등급의 천년 묵은 핑크 인시리움.
당연한 말이지만 녀석이 건네준 열매는 등급뿐만 아니라 성능 또한 그에 못지않게 사기 그 자체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
그런데…….
“이거 실화냐?”
그 상식을 아득히 넘어가는 옵션에 진우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 * *
연금 협회.
한국에서는 대부분 이렇게 알려져 있지만, 헌터 업계에 어느 정도 깊게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연금 협회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여실히 느끼게 된다.
– 벌집도 저런 벌집이 없어. 차라리 대형 길드를 건드리는 게 백번 낫지. 연금 협회는 건드리지 마라.
–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당하는 수가 있다.
– ㄹㅇ로 인체가 신비해지는 마법을 볼 수 있지.
아시아의 거대한 대륙.
중국을 본진으로 두고 전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 운영되는 연금 협회.
그 지부가 몇 개에 달하는지는 아무도 모를 정도.
허나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엄청난 양의 물량 공급과 수요.
그리고 그에 따라 벌어들이는 천문학적인 양의 자금력.
그것을 바탕으로 연금 협회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법이건 룰이건 간에 돈으로 찍어 누르는 공격적인 전략.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으로 안 되는 일은 거의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전부 다 만족스러웠던 것은 결코 아니다.
“빌어먹을 농작물. 별 같잖은 것이 튀어나와 가지고.”
어느 날, 갑작스럽게 전성그룹을 통해 경매장에 출품된 농작물.
몬스터를 사냥하거나 게이트 내부의 군락지에서 캐낸 약초 같은 것이 아닌.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수확한 듯한 작물이 아이템화된 것은 처음이기에 당황스러웠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잠깐의 충격일 뿐이다.
“신경 쓸 가치도 없는 작물. 그저 그뿐이야.”
아무리 접근성이 좋고 가격이 저렴하다 해도 능력치 1~2의 차이가 생명을 판가름 짓기도 하는 헌터들은 결국 가성비보다도 효과가 더 좋은 것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효과 부분에 있어서는 오랜 세월 노하우가 축적된 연금 협회가 압도적으로 좋을 수밖에 없는 일.
또한 이번에 연금 협회 본사에서는 가히 축복할 만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오오오, 이것이 바로…….”
감탄사를 내지르며 도자기 화분을 고이 받아든 한국 지부의 알케미스트 리호루.
실력 있는 장인이 빚어낸 듯한 고풍스러운 도자기도 값비싸지만, 사실 더욱 값진 것은 도자기 안에 있는 내용물이다.
흙더미로 가득 찬 공간 안에 홀연히 피어 있는 세 갈래의 보랏빛 꽃.
그 한 가운데에는 주황색의 영롱한 과실이 맺혀 있다.
심지어 도자기 화분의 주변으로는 소모성 보호 마법 처리까지 되어 있는 상태.
어떻게 보면 고작 하나의 식물을 위해서 별의별 짓을 다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이해할 수밖에 없다.
끼에에에에엑-!!!
조심스러운 손길로 식물을 뽑아내자 울려 퍼지는 식물의 비명 소리.
그 정체는 뽑히는 과정에서 절명에 이른 만드라고라의 비명이다.
면역성이 없는 사람에게는 죽음이요,
웬만한 초인격인 각성자들조차도 혼절시킬 정도의 힘을 지닌 귀중한 식물.
허나 그것을 코앞에서 뽑아낸 리호루는 혼절은커녕 지극히 멀쩡한 상태다.
“이 지독한 만드라고라의 비명을 이 정도로 완벽하게 순화시킬 줄이야! 과연 그분의 솜씨로다. 이 리호루. 감탄, 또 감탄합니다!”
대륙의 연금 협회를 창설시킨.
나이도, 성별에 관해서도, 심지어 사람이 맞는지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존재.
한국 지부를 관리하는 간부직에 앉은 리호루조차도 알고 있는 것이 전무했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분’에 대한 정보를 캐내는 것이 아니다.
[약화된 만드라고라(유니크)]*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마력 혹은 체력 35 이상
* 효과 : 25분 동안 마력+10. 단, 효과가 끝난 이후 2시간 동안 체력이 5만큼 감소합니다.
– 특별한 조치로 인해 절명의 비명 소리에 즉살의 힘이 소멸 처리된 만드라고라입니다. 단, 그로 인해 효과 일부분이 손상되었습니다.
“아아! 이것으로 대륙의 연금술은 한 단계 더 진일보할 수 있게 되겠지!”
게이트의 환경 속에서만 자라던 약초를 직접 순화시켜서 재배할 수 있게끔 만들어 낸 상황.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알케미스트로서의 탐구욕.
그 모든 것을 충족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흐흐, 크흐흐흣!”
리호루의 입가에 만개한 웃음.
그가 입술을 비집고 흘러나오는 광소를 참지 못하고 시원하게 내뱉고 있는 현시점.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거 꿈은 아니겠지?”
[핑크 인시리움의 열매(유니크)]*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3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3, 제한 없이 3회 섭취 시 능력치 포인트 1을 영구적으로 획득합니다. (0 / 3, 1회 한정)
– 천년 묵은 핑크 인시리움에게서 얻을 수 있는 귀중한 열매입니다. 섭취한 자에게 다양한 힘을 선사해 줍니다.
유니크 등급에 달하는 소모품답게 엄청난 효과를 품고 있는 아이템.
그러나 진짜배기는 열매로 끝이 아니다.
농부라면.
작물을 재배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약초나 작물들의 태초라 할 수 있는.
* 분류 : 재료
* 사용 조건 : 천년 묵은 핑크 인시리움이 인정한 대상
– 심으면 꽃과 열매가 맺히는 핑크 인시리움의 씨앗입니다. 본래 인내의 숲에서만 생장이 가능하나 천년 묵은 특별한 존재가 곁에 있을 경우 생육이 가능해집니다. 인정받지 못한 자가 땅에 심을 경우 썩게 되며 땅을 죽게 만듭니다.
※ 해당 설명은 인정받지 못한 자에게는 ‘???’로 표시됩니다.
※ 당신은 인정받았습니다.
시작의 씨앗.
“미쳤다, 미쳤어.”
연금 협회가 만드라고라를 순화시켜 재배하고 있을 때.
어느 한 시골 농가에서는 순화시킨 작물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것을 수확하고 있는 상황.
땅의 어머니.
대지모신의 미소가 누구를 향해 웃어 줄지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는 판이었다.
* * *
[자아가 깃든 핑크 인시리움이라니. 인내의 숲에도 그런 경우는 없지 않았나, 비로스?] [……나도 복잡한 상황이라고.]지구에 있는 진우 못지않게 다양한 종족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드루이드들도 새로운 다크호스의 등장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
[혹시라도 핑크 인시리움 열매나 꽃, 잎. 특히나 뿌리를 수확하면 나한테도 팔아 볼 생각 있나?]그중에서도 가장 진우에게 접근해 오는 드루이드는 다름 아닌 체르라는 이였다.
오리알을 팔았던 브락시온이나 인내의 숲을 시험했던 비로스와는 달리 처음 보는 드루이드.
물론 아예 초면인 사이는 아니다.
[키힛. 이거 내가 소개도 하지 않고 너무 성급했군. 나 나쁜 황금 고블린 아니야. 탐욕의 금괴라고 기억하려나?]“아…….”
진우가 신용 상점에서 가장 처음 보았던 탐욕의 금괴.
고급스러운 세공 문양이 유독 도드라졌던 물품의 주인.
[킬킬킬. 다행히 기억력은 좋은 모양이군. 어쨌든 그게 바로 나 체르 님이다. 이 말씀!]“그런데 저한테서 물건을 구매하신다고요? 파는 게 아니라요?”
“…….”
당연한 것을 물어본다는 양 되묻는 체르의 물음.
하긴, 어떻게 생각하면 그의 말대로 당연한 것이다.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
‘상점’이란 장소는 진우에게 있어서 구매만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니다.
자신 쪽에서 쓸 만한 물품이 생기면 판매함으로써 신용도를 얻든, 자금을 확보하든 할 수 있다는 뜻.
다만 한 가지 궁금한 점이라면 초기 때부터 생각했던 환전 부분이지만…….
‘환전 서비스는 알아서 해 주겠지.’
애초에 다른 차원 간의 거래에 원화를 받고 거래가 진행되었던 판국이다.
저쪽의 화폐가 이곳으로 넘어와서 원화가 되든, 달러가 되든, 유로, 엔화가 되든 무슨 상관인가.
진우로서는 사용할 수만 있으면 그만일 뿐.
게다가 걱정할 필요도 없는 것이,
[걱정 말라고. 황금은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만능이니까.]뭣하면 돈이 아닌 물물 교환으로 받는 방법도 있다.
예컨대, 체르가 출품했었던 탐욕의 금괴 같은 종류라던가 말이다.
뭐, 굳이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에 판매하지 않고 전성에 납품하는 것만으로도 가히 엄청난 가치인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대량으로 확보만 가능하다면 돈방석에 앉는 것도 문제는 아닌 일.
농사일로 작물을 팔던 걸 넘어서서 이제는 약초까지 재배하게 될 판.
물론 유니크 등급의 씨앗 재배가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거나 되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 이거지.”
진우를 보조해 줄 팜오리들과 약초 한 뿌리, 그리고 허수아비가 있는 한 오로지 직진.
방해물이 있다면 K식으로 개척해 주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