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7
17화 요정들이 머무는 숲속의 찻집
진우의 직업 드루이드.
특성들이 의외의 효과로 쓸만한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진면모를 뽐내는 것은 단연코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다.
[드루이드의 특성,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가 활성화됩니다.]일단 진우의 손길이 닿기만 하면 거리에 상관없이 적용되는 편의성도 그렇고,
자연과 관련된 것이면 무엇이든 빠르고 건강하게 자라게 만들어 주는 특성.
그 혜택을 톡톡히 누리는 것에는 대표적으로는 농작물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 그 수혜자가 바뀌었다.
꾸왁, 꾸와아악!
꽈아악! 꽈악!
이제는 새끼 오리의 ‘삐삐’가 아닌 오리 특유의 ‘꽈악’을 우렁차게 내뱉는 팜오리들.
날개 또한 뽀얀 노란빛 솜털에서 부드럽고 고운 흰색으로 바뀌었다.
팜오리들은 깃털을 활짝 피며 늠름하게 걸음을 옮겼다.
당연한 말이지만 오리들의 종착지는 농지다.
꽈악! 꽈아아악(만찬의 시간이다!)
꾸와아아악!(놀자아아!)
더욱 먹성이 올라간 오리들로 인해 비명을 내지르는 해충들.
이제는 오히려 해충들이 불쌍하게 보일 지경.
“쪼꼬미 시절도 좋긴 하지만…….”
귀염뽀짝한 모습으로 뽈뽈거리던 것도 그리웠지만 원래 어린 시절은 금방 지나간다고 하지 않던가?
무럭무럭 성장하는 애완동물을 보며 차오르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만족감.
더군다나 그저 마음만 풍족해지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오리털이랑 알도 꽤나 중요한 부수입이 되어 주겠지.”
친환경 농법이라 할 수 있을 오리 농법의 백미인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오리고기나 오리털, 오리알과 같은 부산물들.
이제는 자식 같은 녀석들이기에 도축 같은 건 전혀 할 생각이 없지만, 암컷 팜오리들이 낳을 무정란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
각성한 오리님들답게 오리알도 아이템화 되어서 나올 확률이 높을 터.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되는 것은 돈도 돈이지만 역시 유정란이다.
자고로 가축이란 새끼를 치면서 계속해서 숫자를 늘려 나가야 하는 법.
물론 그 과정에서 부화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진우에게는 ‘특성’의 힘이 있지 않던가?
“그걸 생각해서라도 앞으로 잘 부탁할게.”
– 바위들에게 맡겨만 달라고.
– 날짐승들이 지내는 건물 쌓아 올리는 것쯤이야 누워서 흙 먹기보다도 쉽지.
하나하나가 실력 있는 장인들이라 할 수 있는 구릿빛의 난쟁이 노움들.
퇴보 없이 오로지 발전만이 있는 진우의 농장.
또한 오리들의 넓어질 행동반경만큼 진우의 땅을 활용하는 비율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남은 문제는 이거 하나뿐인데 말이지.”
꺄아아 꺄아!
진우의 다리에 찰떡처럼 붙어 있는 한 뿌리의 약초.
핑크 인시리움의 씨앗도 손에 넣었겠다.
기세 좋게 약초 재배를 소리쳤지만 말이 쉽지.
막상 시도하려고 해도 약초에 대해서는 작물보다도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걸 그냥 심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새삼스럽지만 약초 재배와 작물의 재배는 기초 틀을 다듬는 것부터가 다르다.
작물 심듯이 약초를 심었다가는 발아율 5%는커녕 몇 개 건지기도 힘들 터.
심지어 핑크 인시리움이라는 약초는 지구에도 존재하지 않는.
게이트에서도 아직 1번도 발견된 적이 없는 종류의 식생이다.
제아무리 진우의 특성이 만능이라고 해도 이것 하나만 믿고 맨몸으로 들이박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수준.
“그래도 전혀 방법이 없는 건 아니긴 해.”
보통 사람들이라면 스마트폰을 뒤적거리거나 앞서 약초 재배를 성공한 달인을 수소문해서 찾아가 정보를 얻었겠지만, 진우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신용도 13] [당신이 현재까지 누적한 신용도는 36입니다.]이번 인내의 숲을 통해 어느덧 36에 도달한 신용도.
그뿐만이 아니다.
[달성한 신용도가 30을 넘어섰기에 요정들이 머무는 숲속의 찻집을 이용할 자격이 충족되었습니다.]신용도 30을 넘어서면서 충족된 요정들이 머무는 숲속의 찻집.
힐끗 확인해 본 그것은 일종의 인터넷 카페 같은 공간이다.
일종의 대화방 같은 것으로서 각종 공략이나 팁, 다양한 드루이드들 간의 교류 등.
쉽게 구할 수 없는 정보가 범람하고 있는 곳이었다.
물론 몇몇 정보들의 경우에는 유료 서비스 대금으로 원화를 지불하거나 신용도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급 정보에나 통용되는 것.
다행히 대부분이 이곳에서 얻은 정보는 꽤나 다양하다.
우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직업이 다 같은 드루이드라고 해도 타고난 특성이나 힘, 체질 같은 건 다르다는 건가?”
드루이드라고 해서 다 같은 드루이드가 아니라는 점.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전사도 각각 검이나 창, 도끼, 망치에 특화된 이들이 있고, 마법사만 해도 불, 독, 번개, 얼음 등.
나누어지는 갈래만 해도 셀 수 없을 지경.
드루이드도 마찬가지다.
어떤 드루이드는 점성술을 다루었고, 어떤 이는 자연을 길들여서 함께 전투에 임하기도 했다.
길들인 종류만 해도 동물부터 시작해서 식물, 벌레, 정령, 요정 등.
가히 셀 수 없을 정도.
어디 그뿐만이겠는가?
이미 죽어서 떠도는 자연의 영혼을 몸에 강신시키거나 직접 동물의 형상을 취하는 등.
수없이 많은 드루이드의 종류.
“아,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그렇게 파고들던 진우는 순간적으로 정신줄을 붙잡았다.
하여튼 정보의 바다가 이래서 무섭다.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오지 못한다니까.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긴 해도 어디까지나 진우의 주목적은 약초 재배의 방법을 알아보는 것.
때마침 상세 검색 기능도 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라면…….
[상세 검색을 돕기 위한 요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검색을 하기 위해서는 요정을 불러야 가능하고,
[일일이 어느 세월에 찾을 생각이시죠? 준비된 심부름꾼. 요정을 불러내어 원하는 내용들을 검색해 보세요!]※ 상품명 : 요정의 가루(노말) 3개 – 구매 비용 30만 원
* 위치에 상관없이 요정을 3분 동안 소환합니다.
* 요정은 딱 1번의 부탁만 들어주고 돌아가니 유의하세요! 과한 부탁을 할 경우 요정 사회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첫 구매자에 한해 2개의 요정의 가루가 추가로 증정됩니다.
요정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쩐’을 사용해야 한다는 거다.
“……요정도 자본주의에 아주 푹 물들었군.”
보통 요정이라고 하면 동화 속에 나오는 요정님이라던가, 피터X에 나오는 팅커벨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거늘 이건 완전히 속세에 찌든 이미지가 아닌가.
“쩝.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하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어느 업체든, 카페가 되었든 간에 운영을 위해서는 자금 조달이 필요한 법.
허나 아무리 그래도 가격에 정도라는 게 있지 않은가?
솔직한 말로 3개에 30만 원.
1번 부르는 데 10만 원 꼴의 가히 양심 없는 가격에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10만 원이면 국밥이랑 칼국수가 몇 그릇인데!”
예전에 짐꾼 생활을 하면서 하루에 8만 원씩 벌던 때였더라면 아까워서라도 발품 팔아서 찾았겠지만 본래 시간의 중요성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던가?
찻집의 정보는 오랜 세월 동안 쌓여 오면서 그 양이 많아져 하나하나 찾기에는 거의 사막에서 바늘 찾기 수준.
“급한 건 이쪽이니까 어쩔 수 없지.”
[요정들이 머무는 숲속의 찻집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객님!] [30만 원이 출금되었습니다.] [첫 구매자로 요정의 가루(노말) 2개를 추가 획득합니다.]결국 눈을 꼭 감고 요정의 가루를 결제했다.
억대의 돈이 있다고 해도 그저 검색 용도로 쓰기에는 너무나도 큰돈.
그래도 기왕 산 것.
진우는 아낌없이 써먹어 주기로 했다.
– 무엇을 검색하시겠습니까? 3분 동안 답변이 없을 경우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요정의 가루 한 줌을 사용하자 훅- 하고 가루가 흩날리며 녹색 빛깔의 조그마한 점에 날개가 달린 자그마한 요정이 나타났다.
지극히 사무적인 물음을 하는 녀석을 향해 진우는 약초에 관련된 검색어를 요청했다.
– 해당 키워드 검색 결과 총 6,153,882건의 내용이 올라와 있는 상태입니다.
뭐야, 그 보는 것만으로도 멀미가 날 것 같은 숫자는.
제대로 검색한 거 맞아?
그걸 어느 세월에 일일이 추려 내라고?
“좀 더 세세하게 추려 낼 수는 없을까? 공략이랑 재배, 어, 그리고 영물 핑크 인시리움도 같이.”
– 그렇게 복잡한 검색은 3분 내로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부탁 좀 할게요.”
– ……이번 한 번만입니다.
세상만사에 뇌물로 안 되는 건 없는 법.
요정 사회에 김영란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겠는가?
3분 서비스 추가의 요정의 가루 1개에다가 감자까지 얹어 주자 스리슬쩍 넘어가 주는 요정.
그리고 뇌물의 힘은 실로 굉장했다.
– 검색 결과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1건의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해 놓고선 1분도 걸리지 않고 해결해 버린 요정의 솜씨.
어째 속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만큼 요정이 유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 ……이건?
“잘해 주셔서요.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요.”
– 좋아합니다. 그럼 다음에도 이용해 주세요. 하급 요정 몰리였습니다.
실력 있는 인재는 언제나 환영이야.
슬쩍 하나 더 찔러주는 감자에 히죽거리며 웃는 요정 몰리.
어쨌든 요정과의 인연은 다음으로 넘어가고.
진우는 찾은 1건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영험한 약초와 영물들을 재배하는 법(약초학 드루이드 펠기르브)] – 구매 비용 3,550만 원※ 해당 글은 요정 여왕 티타니아로부터 공식 인증받은 베스트 공략입니다.
“쯧. 돈이 안 들어가는 곳이 없네.”
그냥 알려 주면 덧나나, 싶은 마음도 있지만 본래 지식이나 공략 같은 것은 가치를 매기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법.
어떻게 보면 돈 주고도 구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진우는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그래도 돈 낸 값은 하는데?”
정보료가 3,550만 원이라고는 해도 거기에 담긴 정보는 핑크 인시리움과 관련된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진우가 짐꾼이던 시절 게이트에서 몇 번 본 적 있던 가시독 비단풀이라던가 폭발 화염초.
잉거 마른풀같이 경매장에서도 유통 가능한 종류의 약초부터 시작해서 뽑으면 죽어 버리는 지랄맞은 성격 탓에 아직 그 누구도 재배하는 것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만드라고라를 손상 없이 수확하는 방법까지.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과정이 적힌, 가히 인증된 베스트 공략다운 글.
그러나 진우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이런 자잘한 것들의 재배법이 아니다.
“핑크 인시리움이나 알려 달라고.”
우선은 주어진 씨앗부터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기 마련.
– 핑크 인시리움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인내의 숲에서만 생장이 가능한 영물로서 내 오랜 친우인 비로스에게 정보를……(중략)
그렇게 마침내 찾아낸 핑크 인시리움에 관련된 내용.
인내의 숲에서만 생장 가능한 점을 제외하는 ‘특별한 경우’는 이미 조건을 충족한 지 오래였기에 희희낙락하는 것도 잠시.
“이, 이게 맞아?”
끝까지 빠짐없이 다 읽어 본 진우였지만, 그는 몇 번이고 눈을 비비면서 다시 확인했다.
– 핑크 인시리움의 원활한 성장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프로그맨의 혈액이며, 더 신선할수록, 더욱 상위 종에 속한 프로그맨의 혈액일수록 효과가 훨씬 더 좋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프로그맨이라니…….”
3년 짐꾼 생활을 하면서 별의별 몬스터를 다 만나 봤지만, 프로그맨은 상당히 보기 드문 개체로 알려져 있다.
그렇게 강력한 개체는 아니나 고블린보다 한 단계 더 강한 수준인 E등급 게이트에서 볼 수 있는 놈.
문제라면 한국보다는 해외 쪽에 출현 빈도가 높은 개체라는 점이다.
뭐, 어쨌든 그런 것은 차치하더라도,
“약초 재배의 시작을 위해서 사냥을 해야 한다니. 나 참.”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약초 재배.
그걸 위해서는 몬스터부터 사냥하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