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인맥의 중요성
직장이 있는 회사원이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출근을 하고, 자영업자가 가게를 여는 것처럼.
농부들의 시작은 언제나 작물과 함께한다.
엊그제 심은 씨앗의 상태가 어떻게 되었는지, 꿀벌과 누에들은 잘 활동 중인지 확인하는 작업의 시작.
무릇 싫은 일을 할 때는 출근과 함께 퇴근부터 생각한다지만, 귀농을 한 이래 진우에게는 농사만큼 편한 작업이 또 없다.
– 일어났냐, 인간?
– 잠은 잘 잤나 그대여.
“네, 덕분에요.”
– 계약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고마워할 필요 없다.
각성한 이후 개방된 능력치 덕분인지, 아니면 굳건한 체력 덕분인지 여간해서는 지치지 않기는 해도 진우는 인간이다.
언데드가 아닌 이상에야 피로는 축적되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숙면을 필요로 하는 법.
단지 일반인들과의 차이점이라면 며칠 밤낮을 새더라도 금방 회복된다는 점이랄까?
뭐, 정령왕들과의 계약으로 만약을 위한 경호를 지원해 주는 정령들도 있고.
거기에 덧붙여,
위잉~ 위에에엥~
“그래. 나도 반가워, 꼬마 친구들.”
꾸왁, 꾸와아악!
삐삐! 삐삐삐삐!
“하하, 물론 너희들도 반갑지. 귀여운 녀석들.”
진우의 곁을 들러붙는 꿀벌과 팜오리들의 향연.
이게 바로 힐링 아니겠는가?
알아서 꿀을 모아 주면서 작물의 자연 수정과 충매화 활동을 해 주는 꿀벌. 그리고 해충을 잡아먹고 작물의 생육을 도와주는 팜오리들.
“…근데 어째 더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꾸와아아아앙!
“하, 하하…….”
잘 먹고 잘살아 갈 수 있는 환경인 만큼 번식 활동이 왕성해지는 게 따로 없다고 했던가?
하룻밤 지날 때마다 나날이 숫자가 늘어나는 팜오리들의 군세.
게다가.
위이이잉~
“……너희들 또 왔냐?”
위이이잉!(눈썰미가 좋군. 역시 여왕님의 말씀대로야!)
위에에에엥~(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왕님께서 내리신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니. 인명 피해는 발생시키지 않을 것이야.)
위잉!(그러니까 그때 나눠 줬던 꿀 남은 거 없냐?)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은근슬쩍 보석 꿀벌들과 함께 어울리며 활동하는 다른 꿀벌 개체들.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의 출처는 꿀벌 동산이다.
꿀의 어머니 릴리안느의 명령을 받고 진우의 농장에 파견을 나온 녀석들.
인간들의 상식으로 따진다면 해외 출장이라고 봐야 하려나?
하여튼 간에 꿀벌 동산.
오로지 릴리안느가 호의로 보내온 꿀벌들이라지만 명색이 ‘게이트’로 취급되는 곳에서 나온 개체들이다.
대부분은 괜찮지만 일부.
특히 ‘군단장’급으로 취급되는 놈들은 종족명만 꿀벌이지.
육안상으로는 장수말벌도 한 수 접어 줄 정도였다.
위이이잉?(왜 그런가?)
“그걸 몰라서 묻고 있는 거야?”
웬만한 성인 머리 정도 되는 크기를 가진 꿀벌이라니.
윙윙거리는 귀여운 날갯짓 소리가 아니라 헬기가 착륙할 것 같은 소름 끼치는 소리.
이 모습을 어르신들이 안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당장 이리로 들어가 있어!”
위이잉?(그럼 꿀은?)
“줄게! 준다고! 그러니까 군단장들은 여기 들어가 있어!”
위에에에엥~(차별은 나쁘지만 이런 차별은 좋다!)
풍선보다도 가벼운 입을 지니고 있는 이장님에게 발각되기 전에 게이트로 서둘러 보내 둔다.
“휴우.”
진우 혹은 허락한 존재만 입장 할 수 있으니 문제도 만사 해결.
짧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작물을 돌보는 진우.
온종일.
24시간 내내 전부 농사에 투자해도 지치지 않을 체력을 탑재하게 된 진우라지만 계속 같은 일만 반복하면 지루하기 마련인 법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필멸자 네트워크에 입장합니다.]언제든 비용 지불 없이 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
그곳에 입장하면 동시에 선배 드루이드들이 가장 먼저 반겨 준다.
【체르 : 낄낄, 나의 애제자가 왔구나!】
【티리에나 : 우리 진우 왔니?】
【브락시온 : 이봐. 가장 먼저 진우랑 알고 지낸 건 나라고?】
【티리에나 : 그래서 진우예요, 나예요?】
【브락시온 : 그런 선택지는…… 너무해.】
【체르 : 킥킥. 조류 성애자는 마나님이나 챙기라고!】
언제 봐도 유쾌한 선배님들과의 재회는 즐겁지만 필멸자 네트워크의 입장한 목적은 이 셋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펠기르브 : 음? 그때 이후로 오랜만에 접속한 듯하군요. 저번에는 괜찮은 건가요?】
【비로스 :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녔으면 인간이면서 초월자에게 찍힌 건지 원. 하긴, 인내의 숲 지붕에 구멍을 뚫은 걸 생각하면 특이 케이스로는 대단한 편에 속하긴 하지.】
타 차원에 존재하는 수많은 드루이드.
인맥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입 아픈 수준이다.
전성그룹부터 미국의 대통령과 자이스 가문 등.
좋게 얽히면 이래저래 출발점부터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것쯤은 사회 초년생도 아는 상식이다.
그러한 것을 지구의 S등급 헌터.
아니, SS등급 헌터와도 비교할 수 없는 힘을 지닌 드루이드들이라면 어떻겠는가?
‘친해져서 나쁠 것 없다는 거지.’
모든 드루이드와 친해질 수는 없을 거다.
성격, 이해타산 등.
추구하는 것이 모두 다 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
【김진우 : 네. 안녕하세요. 펠기르브 님 공략집은 잘 사용했습니다.】
【펠기르브 : 오호! 내 공략집을 참고하다니. 약초학 쪽으로 나아가 볼 생각인가?】
【카터르 : 아니, 사내라면 약초만 만질 게 아니라 전투에 집중을 해야지! 야생의 혼을 강신시켜 보는 건 어때?】
【펠기르브 : 에잉! 자네는 그래서 문제야. 드루이드란 자연과 하나되는 법이거늘. 어찌 그렇게 싸움에만 몰두하는 건지 원.】
【카터르 : 우리 쪽 환경에서 생활해 보면 약초도 그냥 치료제의 일환일 뿐이지 뭘. 쩝. 그런 건 됐고. 저번에 제안했던 건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
실제로 몇몇 드루이드들은 대화 내용만 봐도 으르렁대는 것이 사이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은 글만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허나 아군은 될 수 없을지언정 적을 늘릴 필요는 없지 않겠나?
【김진우 : 아, 지금 당장은 힘들 것 같네요. 그래도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카터르 : 그래, 부담 가지지 말고~】
드루이드와의 인맥과 더불어 타차원의 사냥감 등.
일타 쌍피를 노리는 것은 농부이자 헌터로서의 기본 소양일 터.
【브락시온 : 어허, 우리 신참이야 이것들아. 뉴비 시절에는 관심도 없다가 어딜 이제 와서 접근을 하고 난리인지. 속이 훤히 보인다니까 쯧!】
【체르 : 킬킬킬, 누가 아니래?】
【비로스 : 황금 고블린 주제에……!】
【체르 : 응, 이제 너 없어도 아쉬울 것 없어. 인시리움은 이제 황금 상단에서도 문제없이 구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뭐, 앞에서 말한 것처럼 모든 드루이드가 친하지 않은 탓에 자주 티격태격하는 모습이긴 해도 어디까지나 ‘네트워크’.
익명성만 없다 뿐이지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이들이 알고 지낸 세월은 족히 백 년을 거뜬히 넘어간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아예 무관심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김진우 : 두 분 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한테는 다들 중요한 선배시고, 시험을 관리해 준 감독관이셨으니까.】
【체르 : 흐음, 진우가 그리 말한다면야 뭐. 쩝. 그래. 물건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라고. 돈만 있다면 상인은 손님을 가려 받지 않으니까.】
【비로스 : 참 너답군.】
드루이드 간의 소통으로 피어나는 관계 개선.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비로스는 물론이요, 약초학에 정통한 펠기르브 등.
말 몇 마디로 걸출한 인맥들이 생겨났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지금 당장 써먹을 수는 없다는 정도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친해지는 것을 멈출 생각은 없다.
‘잘만 하면 떡이 나올 수도 있으니까.’
진우의 왼손 검지에 있는 다소 야만스러운 모양새의 손톱 장식.
하지만 헌터 세상에서 겉모습만으로 아이템의 급을 판단하는 건 실로 어리석은 행동이다.
[티리에나의 손톱 장식(신화)]* 민첩+50
※ 달빛을 머금은 흑표범의 강신 : 3분 동안 모든 오감이 활성화되며, 이동속도와 마나의 회복 속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달빛을 받을 때 해당 효과는 2배가 됩니다. (쿨타임 6시간)
무려 신화 등급.
이런 귀한 아이템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선물로 받았다.
사실상 인맥의 덕을 본 셈.
거기에다가 추후 요긴하게 쓰일 황금 상단 코인과 더불어 아직까지도 부화할 낌새를 보이지는 않으나 짙은 생명을 보여 주고 있는 기가스 흐렘의 유정란까지.
아, 참고로 기가스 흐렘의 알의 경우에는 대지모신 님의 조언을 통해 위그 주변에 자그마한 축사를 지어 조심스럽게 올려 둔 상태다.
듣자 하니 세계수의 양분만큼 태어날 태아에게 좋은 게 또 없다고 하던가?
그동안 여신님 말 들어서 손해 본 것 하나 없었으니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김진우 : 그럼 전 잠시 수확에 집중할게요.】
【브락시온 : 그래, 고생해라.】
필멸자 네트워크에서의 볼 일은 충분히 봤으니 이제는 농작물에 집중해야 할 터.
허나 그러기도 전에 진우의 곁으로 몰리가 삐죽 튀어나온다.
– 대박이에요! 고용주님! 조회수, 구독자! 전부 다 대박! 역대급이라니까요!
“그, 그래? 그것참 다행이네.”
그러고 보니 한동안 뉴튜브 채널 쪽은 몰리에게 전부 다 맡겨 두고 있었지 참.
채널의 주인으로서는 실격이라고 봐야 하려나?
그래도 악덕업주는 아니다.
……돈은 많이 주니까. 암.
“확실히 반응은 상당한데? 이건 네가 촬영한 거야?”
– 네. 틈틈이 녹화해 두고 괜찮은 분량으로 짜깁기해 봤어요.
“역시 몰리야. 든든하다니까.”
– 헤헤헷!
확실히 농부라고 해서 농사만 지을 거라는 생각은 고정 관념에 불과하다.
당장에 직장인 브이로그 같은 것도 있는 판국에 농사라고 없겠는가?
특히나 ‘요정 편집자’라는 고오급 인재가 있는 진우로서는 귀농 브이로그는 빼놓을 수가 없는 요소다.
“반복돼서 단조롭긴 해도 힐링은 어딜 가나 먹히기 마련이라는 건가.”
– 그렇죠, 그렇죠!
“물론 몰리가 유능한 점도 있고. 보너스는 넉넉하게 챙겨 줄 테니 기대해도 좋아.”
– 에헤헤헤. 믿고만 있을게요!
연금 협회를 박살 내거나 러시아 원정 등.
압도적인 파워를 선보여 준 영상 쪽이 조회수는 폭발적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한순간의 어그로 끌기에 불과하다.
뉴튜브 채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채널만의 매력이 있어야 하는 법.
뭐, 농사 장면을 찍은 귀농 브이로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우에게는 ‘아이템화’가 적용된 작물이라는 점과 응애 오리.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이 요정 편집자라는 밸붕급 사기 캐릭터가 있지 않던가?
요정들만의 비밀 경로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밝혀지지 않은 뉴튜브의 알고리즘을 파악해 낸 기적의 정보꾼들.
– 아! 그리고 꽤 많은 곳에서 광고 요청을 해 왔어요. 몇몇 껄끄러운 곳 제외하고, 제법 괜찮은 곳들의 리스트를 추려 봤는데 확인해 보실래요?
심지어 그 유능함은 편집자로 고용한 이후로 여실히 느끼고 있다.
거, 요정들이 자본주의에 물들었으면 어떠한가.
받아 가는 만큼.
아니, 어떻게 보면 그 이상으로 열심히 돌아오게 만드는 자본주의 요정들은 진우에게 있어서 득이면 득이 되었지 결코 손해가 아닌 것을.
그리고 그것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
– 어? 고, 고용주님.
“응? 무슨 일 있어?”
– 그게…….
자신만만하게 광고 리스트가 담긴 스마트폰을 보여 주려던 것을 멈춘 몰리.
녀석이 뜸을 들이는 이유는 금방 알게 되었다.
– 진우! 요청했던 자료들. 전부 다 가져왔다.
하급 요정 몰리와는 격이 다른. 요정 여왕 티타니아.
요정 찻집의 끝판왕답게 그녀가 가져오는 정보는 진우가 상당히 기다려 왔던 종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