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70
171화 후린이와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
푹- 푸우욱-!
스걱- 스걱-
땅을 헤집자 쏟아져 나오는 고구마 줄기와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낫으로 걷어지는 줄기 덩어리들.
우수수수수-
꾸와아아앙!
꺄꺄꺄꺄!
쏟아지는 고구마 파티에 팜오리와 약초맨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나르기 바쁘다.
진우가 아무리 능력치가 높다고 한들 혼자 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허나 이제 진우에게는 또 다른 지원군이 생겨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풍요의 낫과 호미’라. 성능 확실한데?”
땅을 헤집은 호미와 고구마 줄기를 걷어 낸 낫은 진우가 직접 손으로 한 게 아니었다.
* 풍요의 낫과 호미 : 사용자가 사용할 수도, 또 스스로 움직이며 수확 활동 및 전투에 임할 수 있는 자아가 깃든 낫과 호미를 소환합니다.
※ 소환된 낫과 호미의 내구력은 무한으로 결코 파괴되지 않으나 유지를 위해서는 마나를 필요로 합니다.
둥실~ 둥실~
허공을 떠다닌 채 진우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풍요의 낫과 호미.
– 주인,
– 명령을.
덧붙여 ‘자아’가 깃들었다는 설명답게 대화도 가능하다.
정령이나 요정들과는 달리 수다쟁이는 아닌 듯한 모양.
뭐, 알고 지내는 모든 이들의 입담이 워낙 소란스럽다 보니 이렇게 무덤덤한 쪽도 나쁘진 않다.
또, 진우가 지닌 특성인 영향일까?
풍요의 낫과 호미가 수확하는 것도 전부 다 진우가 ‘직접’ 수확한 것으로 취급된다.
이 말인즉슨, 경험치는 물론이요.
수확량 증가 특성인 ‘풍요의 수확’ 효과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는 뜻.
심지어 거리가 멀어지면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나무의 정령들과는 달리 ‘풍요의 낫과 호미’는 거리가 아무리 멀어진다고 해도 소멸하지도 않고 명령을 충실히 이행한다.
물론 유지하는 것에 있어 마나가 꾸준히 소모되긴 한다지만, 마력이 늘어난 현재의 진우에게는 그다지 큰 무리가 가지 않았다.
사실상 호미와 낫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육체가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그렇다면 할 일은 뻔하지 않은가?
“지금처럼 수확하는 걸 반복해 줄래?”
– 명령을.
– 따르겠다.
수확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
더 나아가서는 진우가 사정으로 인해 자리를 비우더라도 일정량의 마나만 유지해 주면 경험치와 수확량을 보장받을 수도 있다.
에고가 깃든 농기구라고 해서 그저 그런 특성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상상 이상의 효율을 가진 셈이다.
“역시 겉모습만 봐서는 모른다 이건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괜히 농업이 중요한 게 아니다.
머나먼 신석기 시대 때부터 인류가 살아남는 것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농사였으니까 말이다.
– 인간. 세계수 님께서 부르고 있으시다.
“벌써요?”
– 워낙 기운이 좋은 곳에 두지 않았나?
“그건 그렇죠.”
다만 그렇다고 해서 농사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감자나 옥수수, 고구마와 약초 뿌리 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농작물만 있어도 충분하기야 하겠지만, 그래서야 낭만이 없지 않겠나?
‘고기 없인 못 살지.’
물기 가득한 상추 혹은 향 좋은 깻잎에다가 삼겹살과 마늘을 싸서 소주나 막걸리 한 잔을 마신다면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농사와 함께 빠질 수 없는 목축.
뭐, 진우는 도축을 하는 쪽과는 거리가 멀다 보니 고기를 얻는 편은 아니지만, 그 대신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은 편이다.
일단 아기 오리에서 어른 오리로 진화(?)한, 팜오리들이 낳은 무정란이 그 예다.
덕분에 삶은 오리알이나 프라이도 심심치 않게 챙겨 먹었으며, 전성에 납품되는 인기 품목 중 하나이기도 할 정도니 말 다 했다.
그러나 지금 진우가 기대하고 있는 것은 늘 수확했던 팜오리의 무정란이 아니다.
[기가스 흐렘의 유정란(신화)]* 분류 : 소모품, 재료, 가축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온전히 섭취할 시 랜덤한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30만큼 상승합니다. (1회 한정)
– 영양이 가득 담겨 있는 기가스 흐렘의 알입니다. 모성애가 유독 남다른 기가스 흐렘은 살면서 평생 3개의 알만을 낳습니다.
조류에 살고 조류에 죽는 낭만 드루이드 브락시온이 진우의 성인식을 축하하며 건네준 신화 등급의 알.
솔직히 30의 영구 능력치를 생각하면 섭취하고 싶은 욕심도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선배님께 ‘선물’로 받은 것을 의도에 맞지 않게 쓰는 것은 도리가 아니지 않겠나?
– 왔구나, 인간. 때가 되었으니 어서 와서 얼굴이나 비춰라.
쩌적- 쩌저적-
그리고 현재.
농장 내에서 자연의 기운이 가장 풍부한 위그의 곁에 놓여 있던 기가스 흐렘의 유정란에는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때가 되었다’는 말.
조류에게 있어서 그게 무엇일지는 안 봐도 비디오 아니겠나?
끼이- 끼이이이-!
수탉? 아니, 파충류라고 해야 하나?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비늘로 감싸인 처음 보는 생명체.
애시당초 기가스 흐렘이라는 몬스터나 가축은 지구상에서 본 적이 없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할 터이긴 했다.
– 코카트리스라고 알고 있나?
“아, 그 몬스터라면 알고 있죠.”
직접 대면한 적은 없지만, 해외에서 레이드로 겨우 잡아낸 거물급 몬스터라는 것은 알고있다.
눈을 마주하면 석화시키는 사기적인 힘으로 인해서 일반인들에게도 적지않은 피해가 발생했다고 했던가?
헌데…….
– 기가스 흐렘은 코카트리스의 상위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대로 성장만 시키면 코카트리스보다도 강력한 힘과 완력을 지닌 전투력으로 써먹을 수 있을 거다.
“……?”
이 녀석이 바로 그 코카트리스의 상위 개체라고?
물론 지금은 새끼 상태인지라 조막만 했으며, 알 껍질이 몸에 붙은 채로 삐져 나간 날개를 파닥거리기 바쁘다.
위그의 설명만 없었더라면 당장에 끌어안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건만.
코카트리스가 통제되지 않는 몬스터긴 해도 어렸을 때부터 사람의 손으로 키워 내면 큰 문제는 없을 터.
그리고 무엇보다도,
끼이! 끼이이이!(엄마! 엄마!)
“응, 그래, 그래.”
응애 오리 군단의 참주인이기도 한 진우.
그 선배에 그 후배라고.
진우도 어느덧 조류 낭만 드루이드의 세계에 빠져드는 중이었다.
* * *
가족으로서 키우는 반려동물이든 목축으로서 이득을 위해 키우는 가축이든 간에 일단 키우게 되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 부모의 도리인 법.
또한 완전히 처음 보는 종류의 가축.
아니지, 누가 보기에도 몬스터 쪽에 가까운 기가스 흐렘이다.
지금이야 어린 새끼이기에 문제가 없을 테지만 코카트리스의 상위종이라면 머지않아 금세 쑥쑥 몸집을 키울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진우와 기가스 흐렘을 위해서라도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현 시점, 미리 준비를 해 두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진우에게는 전문가가 있다는 점이었다.
【브락시온 : ……벌써 태어났다고?】
【티리에나 : 말도 안 돼. 아직 우리 알 2개는 움직이지도 않잖아요?】
【브락시온 : 허 참. 이거 두 눈으로 보고 있어도 믿기지가 않는구만.】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품평을 하는 두 드루이드.
그중에서도 브락시온은 진우에게 직접 기가스 흐렘을 준 장본인이다.
모름지기 모든 것에는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라고.
브락시온도 통제되지 않는 위험한 생명체를 대뜸 준 것은 아니지 않겠나?
【김진우 : 그래서 후린이 양육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브락시온 : 후린?】
【김진우 : 이 아이의 이름이에요. 기가스 흐렘은 종족명이니까 계속 그걸로 부를 수는 없잖아요?】
【브락시온 : 호오, 그래. 그건 그렇지. 이름이 있어야 애정도 더욱 생기는 법이니까.】
그리고 진우의 예상대로 브락시온도 다 생각이 있었다.
【브락시온 :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가스 흐렘은 코카트리스의 상위종이다. 엄마로 인식한 너한테는 친숙하게 굴 테지만 본성은 무척이나 난폭한 개체이지.】
【김진우 : 그럼 위험한 거 아닙니까?】
【브락시온 : 걱정할 필요 없어. 내가 직접 특수하게 제작한 먹이를 먹여서 키운다면 난폭한 성정은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니 꽤나 쓸 만한 전투원 겸 이동 수단으로 써먹을 수 있을 거다. 무엇보다도 스피드 하나만큼은 새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종이야.】
제대로 된 이동 수단이라고는 게이트를 통한 이동 말고는 전무하다시피 한 진우에겐 최적의 자가용이다.
추가로 전투에 동원까지 할 수 있으니 이만한 녀석이 또 있을까?
그러나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도 있는 것이 인지상정인 법.
【김진우 : 아, 그런데 그 특수 제작한 먹이는……?】
【브락시온 : 상점에 등록해 뒀다. ‘브락시온의 특제 영양밥’이라고 검색하면 돼.】
【김진우 : …….】
【브락시온 : 뭐, 이 녀석아! 나라고 땅 파서 장사하는 줄 알아? 뒤에서 손톱 들고 돈 벌어 오라고 늘 바가지 긁히는 심정을 아냔 말이야!】
【티리에나 : 어머, 누가 들으면 진짜인 줄 알겠잖아요.】
【김진우 : 아, 알았어요, 알았어. 구매하면 될 거 아니에요. 안 그래도 돈 드리려고 했어요!】
【브락시온 : 감사합니다, 고갱님.】
옛말에 공짜는 없다.
그것은 낭만으로 가득한 조류 낭만 드루이드에게도 통용되는 소리였다.
* * *
와구와구!
“잘 먹네, 후린이. 맛은 괜찮니?”
끼! 끼이이!
역시 전문가가 만든 음식 아니랄까 봐.
조막만 한 날개를 푸드득거리며 정신없이 집어삼킨다.
혹여 목에 걸릴까 봐 걱정이 될 지경.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 녀석, 물도 마셔 가면서 먹어라.
실시간으로 후린이의 입으로 주유되는 물.
새삼스럽지만 물의 정령왕인 엘라인이 직접 생성해 낸 물은 1등급 정제수보다도 상위의 것이었다.
[엘라인의 힘이 깃든 생수(전설)]목 넘김의 시원함부터 청량감까지.
오죽하면 진우도 계약한 이후로 식사를 할 때는 엘라인의 물을 함께 마시겠는가?
하기사 그냥 생수가 전설 등급이니 말은 다한 셈이다.
심지어 엘라인은 이조차도 본신의 힘을 모두 끌어올린 상태가 아니라고 했다.
마력의 크기가 커졌다고는 해도 정령왕의 힘을 100%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뱀을 사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강신화를 했을 때 정도랄까?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그렇게 만들어진 물의 등급과 맛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소모되니 사용해 보기도 애매하다.
“전성을 통해 유통하면 불티나게 팔리겠지?”
당장 납품을 해도 돈 주고 살 사람이 넘쳐날 정도로 맛있는 물.
단, 그렇다고 해서 판매할 생각은 전혀 없다.
“정령왕이랑 계약했다고 동네방네 소문낼 것도 아니니까.”
아이템화.
시스템으로 표기되는 것을 조작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것이 헌터 사회의 현 주소.
물론 엘라인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웬만한 정령사들.
특히 미국의 자이스 가문은 100% 눈치채고도 남을 것이다.
유리 자이스와 피터 아저씨로 인해 사이가 심히 나쁜 것은 아니지만, 키안과의 사례도 그렇고 괜히 책잡힐 짓을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돈이라면 이게 아니더라도 벌 곳이 한가득한 상태였으니.
무엇보다도 진우의 판매처는 지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지금의 진우를 있게 해 준 시작이자 끝.
그리고 앞으로의 촉매제가 되어줄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
“이번에는 물품 등록을 하려고 하는데 상관없지?”
[물론입니다. 성인의 자격을 충족하신 드루이드 고객님!]전성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비밀 유지도 그렇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