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71
172화 위기의 세계수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
초창기, 진우가 다른 헌터에 비해 시작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쫓을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은 바로 이곳에서 얻은 아이템과 만남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값진 씨앗과 무구, 그리고 영약들.
예전에는 ‘구매자’의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판매자’의 입장이 되어 버렸다.
수많은 차원에 존재하는 드루이드들을 대상으로 하는 판매.
이미 예전부터 가능한 일이긴 했으나, 진우가 계속 이를 미루었던 것은 다름 아닌 수수료 문제 때문이다.
[수수료는 현재 고객님의 신용도에 따라 배정됩니다. 현재 김진우 님의 수수료는 12%입니다.]신용도에 따른 수수료 측정.
하긴, 유통을 맡았는데 수수료 정도는 챙겨 받아야 정상이긴 하다.
“맨 처음에는 30%였던가? 날강도가 따로 없었지.”
요정 찻집이 열렸을 쯤 받았던 수수료 통지에 기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12%라니.
예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많이 나아진 편이다.
일단 물품을 등록해 두면 수많은 드루이드에게 선택받을 수도 있다는 소리니까.
덧붙여 ‘지구’에서 굳이 마찰을 빚을 일도 없으니 말이다.
[지룡의 분변토(희귀) 10개 묶음을 500만 원에 등록하시겠습니까? YES / NO] [팜오리 비료(희귀) 30개 묶음을 300만 원에 등록하시겠습니까? YES / NO] [팜오리 비료(희귀) 30개 묶음을 300만 원에 등록하시겠습니까? YES / NO]…….
“YES.”
작물류는 굳이 야생의 드루이드 상점이 아니더라도 잘 팔리니 진우가 이곳에 주로 등록하는 것은 농업에 쓰이는 물품들이다.
전성에 납품해도 잘 팔리지 않을 뿐더러 대체 이런 건 어디서 구해 왔냐는 소리만 들었던 것들.
판매하기 전에 전성을 통해 일반인도 아이템이 된 작물을 구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기도 했지만 결과는 꽝.
작물이 일반적인 속도보다 월등히 빠르게 성장하고 또 풍작을 이루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그 뿐.
결국 아이템이 되지 못하면 헌터들에게는 큰 가치가 없다.
애초에 아이템화된 작물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지구상에서 오로지 진우 뿐이다.
아, 정확히는 ‘선지자를 향한 대지모신의 축복’ 효과를 통해 농부로 각성한 석우도 얻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물품은 다시 진우에게로 돌아오니 사실상 독점이나 마찬가지인 셈.
“이런 건 오히려 장점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시장의 독점이 가져다줄 이익이 얼마나 큰 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연금 협회가 많이 위축한 현 시점.
진우의 농작물은 굳이 영구 능력치 효과가 붙지 않아도 가성비 면에 있어서 탑 클래스에 있으니 말이다.
도핑을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의 차이.
아예 없다면 모를까, 이 격차는 결코 쉽게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미국이나 일본 등.
강대국에서 내로라하는 대통령과 일왕의 딸도 자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기를 쓰는 것 아니겠나?
아무튼 농업 용품은 주로 진우나 석우 정도가 쓰는 것이 고작이었으나, 최근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농업 물품의 폭주였다.
“그 정도로 무한하게 늘어날 줄이야……. 뭐, 예상은 했지만.”
나날이 거대해지며 분신의 수가 늘어나는 지룡과 셀 수 없이 많이 태어난 팜오리들.
어느덧 오리 군대를 창설해도 될 정도로 숫자가 늘어난 상태다.
하기사 물의 정령왕이 제공해 주는 물과 늘 풍족한 영양분을 섭취하다 보니 팜오리 입장에서 노다지도 이런 노다지가 없었겠지만.
호주의 토끼 전쟁이 생각날 정도로 순식간에 불어나는 녀석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골칫거리라는 건 또 아니었다.
“응애 오리는 귀여우니까.”
언제 봐도 귀염뽀짝한 오리들이 늘어나는 걸 싫어하는 인간은 없는 법.
이렇게 얻은 물품들도 돈 받고 팔 수 있으니 어디인가?
문제라면 팔릴지에 대한 여부인데…….
[지룡의 분변토(희귀) 10개 묶음이 판매되었습니다.] [팜오리 비료(희귀) 30개 묶음이 판매되었습니다.]“걱정할 필요는 없겠는데?”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물품들.
몇몇 드루이드는 진우처럼 농사를 짓는 경우도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래도 예상했던 반응보다 빠르게 매진되는 모습에 다음에 등록하는 것의 가격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40%까지 올려서 등록했다.
“일단은 이 정도려나?”
실전 경험이 최고인 법이라고.
서서히 알아보는 적정선의 가격.
처음에 너무 거저먹기로 판 게 아닌가 싶은 아쉬움도 있었지만, 진짜배기는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돈도 좋지만 역시 드루이드에게 필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이거지.”
[엘라인의 힘이 깃든 생수(전설)를 2신용도에 등록하시겠습니까? YES / NO] [테라웰이 빚어낸 흙덩어리(전설)를 2신용도에 등록하시겠습니까? YES / NO] [벼락맞은 세계수 가지(전설)]를 9신용도에 등록하시겠습니까? YES / NO]…….
드루이드에게 있어서 돈으로는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신용도.
[신용도의 경우 10의 신용도를 채울 때마다 1신용도의 수수료를 요구합니다. 현재 거래된 신용도 0 / 10]“YES.”
이제는 돈을 넘어서 신용도를 복사할 때가 도래했다.
* * *
……라는 기대감이 무너지는 것에는 채 하루도 걸리지 않았다.
“흐음, 기대했던 것만큼 쉽게 팔리진 않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노력으로 벌 수 있는 재화와는 달리 신용도는 평범한 ‘노력’으로는 택도 없다.
상당한 노오오오력은 물론이요,
운까지 따라 줘야만 가능한 일.
그렇다 보니 어느 정도 값을 올려도 잘 팔려 나가는 비료와는 달리 신용도로 등록한 것은 판매에 대한 것이 감감무소식이다.
“너무 급하게 생각한 건가?”
상인이든 농부든 조급함은 독이다.
있는 듯 없는 듯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해결해 줄 터.
허나 이 정도로 만족할 진우가 아니다.
“역시 가공이 정답이야.”
진우가 신용도 상점에 등록한 것은 대부분이 ‘재료’ 상태인 것들 뿐이다.
가공하는 것에 따라서 천차만별로 변화하고 등급 상승도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들.
그리고 그것을 다듬을 수 있는 존재들은 농장에 차고 넘치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 정도 재질과 강도면 천둥석 정도는 써야 할 것 같은데?”
“나로서도 잿빛 숲의 깊은 곳에서만 채광할 수 있는 잿빛석이 있는 게 아니면 힘들어.”
“그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응?”
전설 등급의 재료와 어울리는 광물을 얻는 것.
그냥 가지만 써서 제작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등급의 상승 여부가 중요하지 않겠는가?
수제 전설 등급과 수제 신화 등급.
두 등급의 격차는 한 단계의 차이지만 그 가치는 넘사벽일 터.
당연히 그에 대한 대비책도 이미 마련해 둔 진우였다.
“킬킬, 역시 상단주님이 인정하신 VIP.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완성품에 대한 매각에 따로 생각이 없으시면 저희 황금 상단 측에 납품해 보시는 건 어떠신지요? 신용도를 챙겨 드릴 수는 없어도 막대한 부는 안겨 드릴 수 있습니다.”
“더 완성되면 또 부르도록 하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전투에도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 부담 느끼지 말고 불러주시길.”
고블린 특유의 누더기 천 조각이 아닌 정갈한 옷차림의 황금 고블린.
체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라면 ‘백부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거대한 몸집을 지녔다는 점이다.
[황금 상단 코인(신화)]* 효과 : 황금 상단의 일부를 호출합니다.
※ 황금 고블린 백부장(7) : 최대 7개체의 황금 고블린 백부장을 소환합니다. 소환된 백부장들은 VIP의 말만을 듣습니다. 단, 소환 시간과 일하는 노동 강도에 따른 비용이 청구됩니다.
※ 거래 : 황금 상단의 거래 물품에 한해 30%의 할인율을 적용받습니다.
황금 고블린 백부장을 7개체까지 소환할 수 있게 해 주는 ‘황금 상단 코인’.
체르에게 받은 신화 등급의 성인식 선물 아이템다운 효과지만, 그 진면모는 바로 황금 상단을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30% 더 저렴하게.
자신을 신뢰하고 VIP의 자격을 주신 선배님과 거래도 트면서 필요한 물건도 공급받고.
이런 게 일석이조 아니면 무엇일까 싶은 것도 잠시.
“이 정도면 괜찮겠나?”
“네. 완벽합니다. 그룩 님, 만트 님.”
“껄껄! 이 정도야 누워서 드럼통 마시기보다 쉽지.”
“입바른 소리는 그 정도면 됐으니까 만족하는지나 확인해 봐.”
“물론이죠.”
재료를 가져다준 지 얼마나 됐다고 순식간에 뚝딱 무구를 제작해 온 두 드워프들.
듣자 하니 유석의 파편의 제작을 경험해 본 덕이 크다고 했던가?
뭐, 진우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벼락의 잿빛 나무 지팡이(신화)]* 분류 : 무기
* 사용 조건 : 마력 150 이상
* 마력+50
※ 벼락의 조화(패시브) : 마나의 소모량에 따라 스킬의 공격력이 강화됩니다.
※ 세계수의 기운(패시브) : 마나의 회복 속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해당 효과는 땅과 접촉 중일 시 더욱 강화됩니다.
– 벼락을 맞은 귀중한 세계수의 가지와 오로지 잿빛숲에서만 채광할 수 있는 잿빛석으로 제작해 낸 지팡이입니다. 각각 50%의 비율로 조화롭게 제작되었습니다.
[천둥석 세계수의 검(신화)]* 분류 : 무기
* 사용 조건 : 힘 혹은 민첩 150 이상
* 힘+25, 민첩+25
…….
신화와 측정 불가 등급의 사이에 있을 법한 무구.
이러한 신화 등급의 무구를.
그것도 수제품을 찍어 내는 농부라니…….
“……이것도 당분간은 황금 상단에만 팔아야겠지?”
이게 알려진다면 지구상의 온 정부와 헌터들이 가만히 놔두질 않을 것은 안 봐도 비디오.
정령왕에 이어서 비밀로 해야 할 게 점차 늘어나는 진우였다.
* * *
황금 상단의 존재로 인해 상당한 값을 치르긴 해도 얻을 수 있게 된 다양한 광물들의 존재와 언제나 준비 만땅인 포르테라의 낙뢰.
허나 신화 등급을 찍어내다시피 제작할 수 있게 되었다 해도 수백 개씩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 그만! 그놈의 벼락 좀 그만 내려쳐! 가지 다 떨어진 거 안 보여?
“아직 몇 개 남아서 괜찮은 줄 알았지.”
– ……아주 벼룩의 간을 뽑아 먹으려고 작정을 했군. 나도 재생을 하려면 기운이 남아 있어야 되지 않겠나 인간!
“그건 그렇지. 미안해.”
대화가 가능하다고는 해도 세계수는 어디까지나 식물이니까.
게다가 명색이 세계수인데 가지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 털어 버리면 모양도 좀 그렇지 않겠는가?
– 이제라도 알았으면 되었다. 정말이지 태초의 아이만 아니였어도 이런 곳. 진작에 떴다!
“말은 그렇게 해도 대지의 양분은 마음에 들면서.”
– 큼큼. 그래, 추가로 대지모신의 힘까지. 쯧. 이제 좀 만족하냐, 인간?
“난 언제나 만족 상태라고.”
만드라고라에게서 정수를 채취하듯.
세계수에게도 당연하게 회복기는 필요한 법이니까.
“어라? 잠깐만 있어 봐. 정수라고 하면…….”
정수하면 아직 진우도 보기만 하고 섭취하지 못했던 그것.
‘세계수의 정수’가 있지 않던가?
“그러고 보니 너 정수는 언제쯤부터 채집할 수 있는 거야?”
– 그, 그건 지금은 무리야. 세계수의 정수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묵혀야만 얻을 수 있다. 그때가 되면 알려 주겠다.
“근데 왜 그렇게 목소리를 떨어? 누가 잡아먹는대?”
[그야 그럴 거다, 선지자여. 작물의 정령들의 벼락 세례 덕분인지 정수가 채취 가능해진 상태가 되었으니 말이다.]– ……대, 대지모신 너!
눈치 빠른 인간인 진우와 태연하게 배신을 때린 대지모신.
그에 얼마 남지 않은 가지를 부르르 떨어 보이는 위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