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190
191화 불공정거래
“궁금하기야 하죠. 그런데 딱 봐도 함정에 제 발로 들어갈 필요는 없잖아요?”
[그런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그리고 지금은 농사가 최우선이기도 하고 말이죠.”
평상시였더라면 진우가 장기간 밖에서 활동해도 큰 문제가 없었을 거다.
농작물을 돌봐 주는 팜오리라는 믿음직스러운 존재들로 인해서 농작물은 창고에 차곡차곡 쌓여 갔을 터.
하지만 이번에는 전국적인 스케일로 일이 터진 만큼 진우도 최대한으로 병력을 쥐어짜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소모된 농작물의 양도 무시할 수 없는 입장.
돈이야 충분히 있다지만 진우의 농작물이 오로지 판매용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추가로 전투가 생긴다면 팜오리 군단을 동원해야 하기에 그때를 위한 군량미의 비축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바쁜 것은 진우뿐만이 아니었다.
“이, 이게 다 뭐냐…….”
“휴우, 이제 좀 쉴 수 있나 했는데 휴식은 다 글렀군.”
“설마 이걸 지금 바로 하라고? 쉬는 시간은 없는 거냐?”
“쯧. 그럼 일해야지. 어딜 신참 나부랭이가 벌써부터 쉴 궁리를 하고 자빠졌어?”
“으득, 쪼그마한 땅딸보들 따위가…….”
“땅딸보에는 동감이지만 살고 싶으면 살기 거두는 게 좋을걸요?”
1차 생산 라인보다 바쁜 곳이 있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가공 부분을 맡고 있는 제작 장인들이다.
농장에서 자가 수급이 가능한 재료들도 그렇지만 이번 사냥과 빌런들을 털면서 확보하게 된 대량의 부산물 등.
재료가 생겼으면 어찌해야겠는가? 가공을 해야 응당 맞는 일 아니겠나.
그렇게 관심을 완전히 꺼버린 채 일에만 집중한 지 반나절 정도 흘렀을까?
【로키 : 이봐, 내가 보낸 메세지. 본 거 다 알고 있는데 계속 모른척하기야?】
주신격을 지닌 초월자도 결국에는 마음이 존재하는 생명체라고. 인내심은 존재하는 모양인듯 했다.
* * *
“보냈다고 제가 꼭 확인해야 하나요? 그리고 저희 초면 아닙니까?”
【로키 : 하, 이것 참. 골 때리는 놈일세. 어이, 지모신. 네가 말 좀 해 줘. 헬라가 아무리 내 딸이여도 나는 자식 편만 드는 팔불출 아니라는거 잘 알잖아?】
“……그래서 더 못믿겠다는 겁니다.”
진우가 직접 배 아파 낳은 아이는 아니라지만 할짝이를 희생(?)해서 손 아프게 탄생한 태초의 아이, 유진이가 떡하니 존재하는 진우다.
딸바보인 진우에게 있어서 로키는 이해할 수 없는.
아니, 어떻게 보면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부류라고 할 수 있다.
괴짜도 괴짜 나름이지. 딸이 맞고 들어왔는데 선물을 보내다니…….
어지간히도 딸내미와 사이가 좋지 않거나 최상급의 또라이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
아니, 어쩌면 전자와 후자 둘 다 성립될 수도 있고 말이다.
【로키 : 이봐. 작은 아이야. 나는 널 돕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이대로라면 너는 헬라는커녕 가름도 못 이기고 먹이로 전락하게 될걸? 어디 가름이 저기 저 덜떨어진 도마뱀이랑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전혀 아니지. 심지어 가름은 입도 고급이라 저런 치약맛나는 초콜렛 아이스크림 따위는 쳐다보지도 않을걸? 저런 걸 굳이 왜 먹어서 입을 세척하는지 몰라.】
“흐음, 그 부분은 좀 마음에 드네요.”
“…….”
꼬리를 펄럭거리며 민트 초코를 섭취 중이던 니드호그에게 의도치 않은 대미지가 꽂히는 것도 잠시.
[슬슬 거슬리네, 로키.] [초월자(주신)이 입장합니다.]【대지모신 : 내 아이보고 친근하게 굴지 말아 줄래? 언제봤다고 작은 아이라고 하고 난리야. 죽을라고.】
로키가 계속해서 접근하는 것이 거슬렸던 것일까?
로키가 문제인지, 아니면 질투 때문인지 몰라도 입장한 대지모신이 로키를 노려보는 게 느껴진다.
새삼 다시금 느끼는 질투의 여신님의 오오라.
그러거나 말거나 로키는 능글맞게 접근하기 바쁘다.
【로키 : 진짜로 너한테 손해될 일은 없다니까? 한번 구경만이라도 해 봐. 구경은 공짜라고! 아니지, 뭣하면 보상도 얹어 줄 수 있다고. 자, 이것 보라라니까? 흥미롭지 않아?】
【대지모신 : 로키, 이 자식이…….】
익살스러움으로는 영화판에서 자주보던 로키 캐릭터가 떠오를 정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믿을 만한 족속이냐고 묻느냐면 절대로 NO다.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다행이지.’
우리가 어떤 민족이던가?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라는 말이 있듯이 사기꾼들이 판을 친다.
여야 할 것 없이 높으신 양반들도 사기꾼으로 가득하니 말 다했을 정도.
과거 가뜩이나 돈도 없던 짐꾼 시절 중고나라에서 어떻게든 싸게 구매해 보려다가 사기를 당한 경험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을 정도다.
뭐, 그래도 그러한 경험이 손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확인하면 뭘 줄 수 있죠?”
【로키 : 응? 아니, 구경은 공짜…….】
“제 시간은 공짜가 아니거든요? 그에 따른 가치를 지불해 줘야죠.”
【로키 : 큭, 크크큭. 너 정말 재밌는 녀석이구나? 이것 참 아쉽네. 내가 먼저 발견했으면 먼저 침 발랐을 텐데. 쓰읍, 혹시 지금이라도 관심 없니?】
【대지모신 : 로키……. 네가 진정 죽고 싶은가 보군.】
【로키 : 농담이야, 농담. 그러니까 진정하라고 지모신. 나도 너랑 이런 걸로 티격태격하는 건 사양이니 말이지. 좋아. 그럼 깔끔하게 네 시간 10분. 신용도로 한 10정도 챙겨 주면 될까?】
“명색이 신적인 존재이신데 좀 더 낭낭하게 챙겨 주시죠. 100 어떻습니까?”
【로키 : ……어?】
너무나도 당당하게 10배를 부르는 진우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것도 잠깐일 뿐.
【로키 : 지, 진심이야?】
“진심입니다만?”
【로키 : 후우, 그래. 지불한 만큼 네 10분은 내가 사용해도 불만 없겠지?】
“네. 어디까지나 구매할 마음이 없다면 구경만 하는 것이지만요.”
【로키 : 크큭.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고.】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뜻밖의 이득’] [신용도가 5 상승합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장난의 신을 털어먹다’] [신용도가 30 상승합니다.]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가 존재하는 한국.
업적까지 아주 넉넉히 챙겨 가는 진우였다.
* * *
【로키 : 어떤가? 나의 아들이?】
“나쁘지는 않네요. 근데 구매할 이유도 딱히 없다는 점이 있지만요.”
[헬라를 이기는 데에는 형제 자매를 이용하는 게 최고야. 비록 빌어먹을 봉인으로 인해 반쪽의 힘 밖에 사용 못한다 해도 제 오라버니를 죽이려고 들진 않을 것 아니겠어? 나 로키의 아들이자 신을 죽이는 늑대, 펜리르와 이 기회에 친해져 보라고.]※ 상품명 : 봉인된 펜리르의 구슬(측정 불가) – 구매 비용 500신용도
*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근력과 민첩이 각각 30씩 상승합니다.
* 구슬 속에 깃든 글레이프니르에 속박된 펜리르를 깨웁니다.
※ 주의! 자신을 속여 글레이프니르로 속박시킨 존재들을 증오하며, 늘 분노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상대가 누구든 피아식별없이 소환된 즉시 공격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로키가 신들의 티끌 상점에 등록한 아이템.
그것은 과거에 강탈했었던 스콜과 하티의 구슬과는 경우가 완전히 다른 녀석이다.
‘아주 대놓고 사기꾼이라고 홍보를 하는구만.’
※ 주의! 두 늑대는 자신보다 약한 자의 말은 듣지 않습니다. 공격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적어도 그 아이템의 주의에는 ‘약한 자’라는 명확한 이유가 표시되어 있었다.
헌데 상시 분노조절장애에 걸려 있고 그에 따라서 피아식별은 개나 줘 버린 위험천만한 놈이라는 뜻.
물론 단순히 이것만 보고 ‘사기꾼’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다.
다만 500신용도라는 정신나간 비용을 치르고 이것을 구매할 정도로 가치가 있지는 않다.
진우가 이번 거래뿐 아니라 헬라와의 전쟁에서 확보한 신용도가 제법 된다고는 해도 그것이 낭비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지 않겠나?
막말로 그냥 구매하지 않으면 그만일 뿐.
그렇지만 로키도 마냥 거래의 거 자도 모르는 초월자는 아닌 모양인 것일까?
【로키 : 아이템만 있으면 섭섭하겠지? 나도 혹할 만한 제안을 추가로 하지.】
[장난의 신 로키가 당신의 유쾌한 모습에 거래를 요청합니다.]* 무한히 반복되는 따분한 삶 속에서 유희를 즐기던 로키는 필멸자인 당신에게서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그가 신들의 티끌 상점에 등록한 봉인된 펜리르의 구슬을 손에 넣으세요. 장난의 신으로서의 권한으로 가치에 상응하는 신용도를 전부 다 돌려 줄 것입니다.
* 해당 퀘스트는 강제적인 영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 성공 시 : 500신용도 획득, 로키의 생각 변화
※ 거절 시 : 로키의 생각 변화
※ 특이 사항 : 과한 신용도가 부담이라면 특별히 할인해 준다며 가격을 450신용도로 하락시켰습니다.
거래나 제안보다는 퍼주기에 가까운 퀘스트.
심지어 450신용도로 가격이 할인된 봉인된 펜리르의 구슬과는 달리 보상은 여전히 500신용도로 표시되어 있다.
즉, 그저 이행하는 것만으로도 50신용도를 이득보는 셈이다.
이미 이득을 본 것만으로도 배가 터질 지경인데 50까지 추가로 보게 된다?
그야말로 누구라도 혹할 만한 제안.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진우는 더 수상하게 느낄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허, 참.”
가격 하락에다가 페이백이라니.
이건 완전히 한국에서는 닳고 닳은 전형적인 사기 방식이지 않던가?
주신 격의 초월자.
그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몰라도 5천만 인구를 자랑하는 한국의 경험과는 비교할 수 없을 터.
거기에다가 덧붙여서 진우는 이미 100에 달하는 신용도를 털어먹은 입장이다.
50이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라지만, 추가로 500신용도 상당의 분조장을 탑재한 늑대까지 받는다지만 아무래도 오히려 손해를 보는 느낌이랄까?
“잠시만 기다려 주시죠.”
【로키 : 응? 이, 이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척 봐도 내가 엄청 손해 보는 거잖나!】
“그래서 더 그런 겁니다. 한국에서는 거래는 신중하게 하라는 명언이 있거든요.”
【로키 : 그게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이 정도면 오히려 내가 손해 보는 거라고!】
장난의 신도 어이가 없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래서 구매할 수 없겠다는 겁니다. 이 바닥에는 자선 사업가를 제외하고 손해 보면서 장사하는 경우가 없거든요.”
이미 구경비를 받은 시점에서 정해진 갑과 을의 운명.
허나, 여기서 진우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하아암. 그건 뭐예요, 아빠? 내 선물이에요? 구슬 예쁘다아!”
“…….”
【로키 : …….】
설명하기도 전에 냅다 구슬을 채 가는 우리 공주님.
이 장면을 어디서 본 것 같은 데자뷰를 겪는 것도 잠깐일 뿐.
머지않아 확신시켜 주는 알림음이 진우를 반겨 주었으니,
[태초의 아이가 펜리르를 속박하고 있던 글레이프니르를 제거합니다.] [봉인된 펜리르의 구슬(측정 불가)가 펜리르의 구슬(초월)로 변화됩니다.] [온순해진 펜리르가 감동합니다. 태초의 아이, 김유진을 주인으로 인정합니다.]누가 원조 강탈의 공주님 아니랄까 봐.
거래나 흥정 따위는 모조리 씹어 버리다 못해 아주 그냥 무대를 뒤집어 놓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