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00
201화 훌륭한 대화 수단
“좋아, 이걸로 정했다.”
고민 끝에 진우가 신들의 상점에서 직접 구매를 결정한 것은 스키드블라드니르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전투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데 있어서는 힘을 강화시키는 메긴기요르드와 같은 종류의 무구가 더욱 알맞을 테지만, 하나같이 사용 조건들이 괴랄하기 그지없다.
덧붙여서 ‘증폭되는 힘’과 같은 옵션.
힘 능력치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2배가 된다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이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애초에 낮으면 2배가 되어 봤자 거기서 거기라는 거지.”
1,000의 힘이 2배가 되어서 2,000이 되는 것은 엄청나지만 300이 600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손해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진우에게는 반신의 힘이라는, 초월자를 상대로 할 때 한정적이긴 해도 메긴기요르드의 효과를 5배의 버전으로 모든 능력치에 적용하는 효과를 이미 보유 중이지 않은가?
그리고 진우가 생각하는 강함은 단순무식하게 일대일로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 아니다.
혼자서 안된다면 둘로, 둘이 안 된다면 셋, 나아가서는 상대보다도 많은 숫자로 밀어붙인다.
그야말로 정정당당(?)한 다구리 전법.
거기에 가장 특화된 것이 바로 790의 신용도를 탈탈 털어서 구매한 이 녀석이다.
[스키드블라드니르(초월)] – 소형화 형태* 분류 : 유물
* 사용 조건 : 스키드블라드니르의 관심 혹은 인정
* 지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능력치가 20만큼 상승합니다.
* 초 거대화(액티브) : 에고가 깃든 초 거대 함선 스키드블라드니르로 변화합니다.
※ 주의! 자유분방한 성격이기에 다루는 데 있어서 고된 난이도를 요구합니다.
겉모습은 명함 정도 되는 작은 종이 한 장에 불과하지만, 그 실체는 거인들도 탈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함선이라는 것.
즉, 이 녀석을 제대로 다루기만 한다면 어디든지 폭탄 드랍이 가능해진다는 거다.
이 배에 채우는 것? 말해 뭐 할까.
팜오리 군단은 기본이고 그 밖의 가축들, 살아남은 두 마리의 뱀과 니드호그, 그리고 협조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드루이드 선배님들도 함께 이동이 가능해진다.
정복과 정화를 이루어 낸 게이트라는 이동 수단도 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구와 헬헤임에 한정적일 뿐.
거기에다가 게이트가 위치해 있는 곳에만 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예컨대, 다른 차원들로 대규모 이동을 하는 것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는 스키드블라드니르라는 이동 수단이 있어서 나쁠 것 없다는 뜻.
그래도 딱 하나 문제라면…….
* 사용 조건 : 스키드블라드니르의 관심 혹은 인정
※ 주의! 자유분방한 성격이기에 다루는 데 있어서 고된 난이도를 요구합니다.
이 녀석을 사용하기 위한 조건은 능력치가 아닌 인정을 받거나 관심을 사는 것.
에고(Ego)가 깃든 것.
그것이 얼마나 길들이기 힘든 것인지는 이미 앞서 ‘위그’라는 존재를 통해서 알게 된 진우다.
사실상 태초의 아이인 유진이가 캐리한 덕분에 손쉽게 다루게 된 위그.
반면에 스키드블라드니르는 유진이와의 접점도 없다.
강탈도 거부한 것을 보면 어지간히 개인 프라이버시가 강한 성격일 터.
뭐, 그렇다고 해서 이미 구입한 마당에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귀농도 성공했는데 이것 하나 못할까.”
현대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인 귀농을 성공해 낸 진우다.
물론 이장님의 도움과 아버지가 남겨주신 땅 덕분에 난이도가 하향되었다지만 범인들은 십중팔구는 지쳐 쓰러지는 것이 바로 귀농.
그런 마당에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자유분방한 에고를 길들이는 것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스키드블라드니르를 펼쳐 보는 순간이었다.
– 아씨! 하찮은 인간 따위가! 이 몸은 네까짓 게 만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그 더러운 손 치워!
파지직-!
[스키드블라드니르가 당신의 접근을 제한합니다. 이에 따라 효과가 해제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20만큼 하락합니다.]명백한 거절 의사와 함께 스파크를 튀기며 내뱉는 건방진 어조의 말투.
“하, 이제는 종이 쪼가리도 인간을 미물 취급해?”
아무래도 한국인의 매콤함을.
아니, 농부로서의 최고의 고통을 알려 줘야겠다.
* * *
농사일을 하는 데 있어서 빠지지 않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싹을 틔워 줄 씨앗과 광합성을 위한 따스한 햇볕과 에너지원이 되어 주는 물 등.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거름이다.
식물의 성장의 촉매제로서의 역할은 물론이요,
땅의 지력을 상승시켜 좀 더 기름진 땅으로 만들어 주는 자연계의 윤활유.
거름과 농부는 그야말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러나 농부라고 해서 거름의 지독한 악취가 향기롭게 맡아질 수는 없다.
“음, 바로 이 맛이지.”
지독한 것을 넘어서 구수하기까지 한. 정내미가 뚝뚝 흐르다 못해 넘쳐흐르는 향기.
그중에서도 최근 죽은 자들의 세계, 헬헤임의 흙을 집어삼키고 토해 낸 지룡의 분변토는 그야말로 연옥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지옥표 지룡의 분변토(유니크)]*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작물의 생육을 대폭 개선시키며, 성장 속도를 강화하여 크게 촉진시킵니다. 작물당 2번에 한해 수확량이 증가합니다.
※ 지력 회복 : 땅의 지력을 가장 빠르게 회복시키며 영구적으로 토양을 강화해 줍니다.
– 지룡의 흙의 결집과 헬헤임의 수많은 시독이 깃든 땅이 정화되어 완성된 분변토입니다. 지룡의 정화를 통해 시독이 토양을 비옥하게 해 줍니다. 단, 너무나 독한 탓에 작물당 끼치는 영향력의 횟수는 여타의 분변토에 비해 대폭 감소되었습니다.
횟수가 줄어든 대신 효력이 강화된 버전의 분변토.
“끄응, 그놈의 똥 덩어리 저리 치워라!”
“으악! 너, 너 대체 뭘 만든 거야?”
“효과 죽이는 거름이지.”
“효과 보기 전에 내가 냄새에 죽겠다 야.”
특히 냄새의 부분은 숱한 세월을 농사와 함께하신 이장님과 석우조차도 손사래를 칠 정도니 오죽할까?
“크흠…….”
덧붙여 진우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냄새가 지독하다는 부분만큼은 인정했다.
한 번 콧속으로 냄새가 파고들면 도무지 잊을 수가 없는 지독함.
“그게 매력이라고.”
하지만 때때로 이런 독기 가득한 부분이 바로 매력 포인트이자 지름길로 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어떤 길이냐고? 그야…….
– 으, 으아아아! 저리가! 저리가아아아악!
만약에 입이 있었다면 거품을 물고 요절하고도 남았을 스키드블라드니르의 비명.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그곳에 바로 그 지옥의 거름 덩어리들이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있다.
그리고 스키드블라드니르는 그곳에 풍덩 담기기 바로 일보직전인 상태.
파지지직-! 파지직!
물론 건드리는 것만으로도 스파크를 거칠게 튀기는 녀석인지라 손으로 잡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설령 잡을 수 있게 된다 해도 지옥의 거름에게 가까이 가야 한다는 단점도 있을 터.
하지만 예로부터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몸을 쓰는 것보다는 머리를 쓰는 일.
힘은 요령을 이기기 힘든 법.
손으로 잡을 수 없다면 다른 것으로 잡으면 될 아니겠나?
우웅- 우우웅-
‘야생을 받아들여라’를 통해 천묵이에게 부여받은 힘 중 하나인 염력.
진우는 그것으로 녀석을 원거리에서 들어 올렸다.
물론 반항이 거센 탓에 마나가 쭉쭉 빠져나가는 상황.
허나 누누이 말하지 않았던가?
혼자서 안 된다면 여럿이서 하면 되는 정정당당한 다구리 전법.
그리고 이곳 농장에서 염력을 다룰 수 있는 것은 진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꺄꺄꺄!
꺄꺄꺄꺆!
염력의 본체라 할 수 있을 천묵이와 천노묵이.
어디 그뿐인가?
끼이잉~
* 이리 와 함께 놀자 : 천 년 묵은 핑크 인시리움(이하 천묵이)가 함께 있을 때 마력 능력치가 200만큼 추가됩니다.
* 감정 어린 시선 : 감정이 깃든 시선을 통해 대상을 압박, 혹은 버프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천묵이에게는 해당 효과가 10배로 적용됩니다.
천묵이에게 한정적으로 10배의 버프를 부여해주는 여왕 얀드라고라의 특성.
* 마나의 원천 : 지정한 대상에게 자신의 마나를 나눠 줍니다. 천묵이에게는 해당 효과가 10배로 적용됩니다.
추가로 덧붙여 천묵이와의 포옹을 조건으로 달려있던 특성이 해금된 결과물인 마나의 원천은 마나가 부족할 일 없게 해 주는 지원 형태의 특성이다.
심지어 이것 또한 천묵이에게는 10배의 효력을 뿜어내는 특별한 것.
그렇게 하나의 마나통과 두 녀석의 염력이 진우에게 힘을 더해준 결과 반항이 거센 스키드블라드니르도 꼼짝달싹 못한 채 염력의 통제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주도권은 확실하게 잡았으니 이제 남은 것은 설득의 영역만이 있을 뿐.
“자, 이제 대화를 해 보자. 너의 관심이든 인정이 되었든 간에 이쯤에서 인정하는 게 어때?”
뭐, 사실상 설득이 아니라 협박에 가까웠지만, 과정이 어찌 되었든 결과만 좋으면 그만 아닐까?
– 담가 보시지! 어차피 하지도 못할 주제에. 내가 이 똥통에 들어가면 너도 소유하기 힘들어질걸?
“확실히 맞는 말이긴 해.”
일리가 있기는 하다.
설령 인정을 받아 낸다 해도 똥통에 푹 담가진 것을 품속에 넣고 다니긴 찝찝할 수밖에 없을뿐더러 거짓으로 인정했다가 추후 배신을 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허나,
“근데 그거 알아? 농사를 하다 보면 결국 좋든 싫든 간에 손으로 거름을 만져야 하는 때가 있거든? 그런 의미에서 보면 똥통에 들어간 너도 환영이라는 거지.”
– …….
“아, 그리고 만약에 배신이라도 하면 그다음에는 똥통에 24시간 동안 박아 두면 될 일이지. 한국인의 전통에는 김장이라고. 숙성의 매력이 있거든.”
이미 거름으로 때 묻은 손이다.
헌데 더럽다고 품속에 담고 다니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혹여라도 배신을 했다가는 그날로 묵은지 형에 처하면 될 일.
– ……빌어먹을 인간. 인정하지, 인정한다고! 그러니까 제발 저 역겨운 냄새가 나는 곳에서 떨어지게 해 줘!
“탁월한 선택이야 친구.”
역시 거름.
똥은 누가 뭐라 해도 훌륭한 대화 수단이었다.
* * *
진우가 약초들과 함께 거름으로 스키드블라드니르를 설득과 협박을 하고 있는 시점.
농장에는 그 밖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메헤엥? 여긴 어디? 내가 왜 여기에?]“아빠가 데려오라고 해서 데려왔는데 무슨 문제 있어?”
[그거야 문제는 있지만…… 메헹, 어차피 내가 없어졌다고 해서 신경 쓸 신들이 아니지.]신들의 상점에서 데려온 가축, 초월자의 격을 갖춘 염소 헤이드룬.
당연한 말이지만 초월자라고는 해도 일단은 염소는 염소.
일반적인 염소에게서 얻을 수 있는 부산물들은 고스란히 얻을 수 있다.
수염을 포함한 염소의 털은 훌륭한 방어구를 제작하기 위한 재료로써 사용할 수 있을 테고, 염소 우유도 빼놓을 수 없을 터다.
이미 앞서 가축들에게 다양한 부산물을 수확하는 진우에게 헤이드룬의 가치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얍! 얍!”
거기에 추가로 유진이의 손에서 장난감이 되어 버린 묠니르의 작은 손잡이와 비도프니르의 깃털들.
겉모습은 엉성한 손잡이와 깃털 하나만 붙은 잡동사니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깃든 힘든 상상을 넘어선다.
하나같이 기본이 200신용도가 넘어가는 물품들.
이것들을 무일푼으로 강탈…….
아니, 가져오게 되었으니 기쁘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