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01
202화 요리의 기쁨
유진이가 신들의 상점-아스가르드-에서 털어온 총 5종류의 아이템.
그것들에 대한 진우의 평가는 한마디로 요약이 가능하다.
“으음……. ‘사기’적인데?”
사기.
까놓고 말해서 하나같이 기본 200신용도를 가볍게 넘어가는 고오급 아이템들이다.
오히려 성능이 구리면 안 될 정도의 비용을 치루었다는 말씀!
……물론 상품을 강탈당한 판매자들 입장에서는 통곡할 일이겠지만 크게 걱정 할 필요는 없다.
[메헤헹~ 모든 물건들이 대부분 1, 2천 년을 가볍게 상점 내에서 머물고 있었지. 신들은 어지간해선 관심을 주지 않으니 무척 관심을 끈 상태에서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만 아니라면 걱정할 필요 없을 거다.]워낙에 비싼 값으로 인해 되려 안 팔리지 오래된 물품들.
하긴, 애초에 진우가 신들의 상점을 열 수 있었던 것도 로키에게 사기를 친 덕에 대량의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던 덕분이지 않았던가?
뭐, 그게 아니고 유진이가 먼저 길을 닦아 준 덕분의 가능성도 있지만 이 쪽으로 따지고 들면 다른 필멸자들이 발견할 일은 더더욱 없을 터.
다만 걱정이라면 이미 원하든 원치 않았든 간에 관심을 심하게 끌어 버렸다는 거다.
“쯧. 그래 봤자 어쩌겠어. 이미 소유주는 유진이가 되어 버린걸.”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게 줬다 뺏기 아니겠는가? 그 쪽 입장에서는 강탈당한 거겠지만…….
여하튼 기왕 손에 넣은 것.
쓸데없는 걱정으로 구석에 박아 두는 것보다는 사용해 줘야 제맛이다.
5종류의 아이템.
정확히는 4종류의 아이템과 1마리의 가축 중 가장 효율이 좋은 쓰임새를 보여 준 것은 바로 태초의 단지, 엘드룸니르이었다.
[엘드룸니르-태초의 단지-(초월)]* 분류 : 도구
* 사용 조건 : 엘드룸니르의 만족(단, 만족 이후에도 요구치에 상응하는 재료만 넣을 수 있습니다.)
* 엘드룸니르에게 요리를 인정 받을 경우 모든 능력치가 1상승합니다. 최대 20번까지 적용됩니다.(0 / 20 요리 종류당 1회 한정)
* 신들의 요리사(패시브) : 소유자의 요리 솜씨를 최대치까지 끌어올립니다.
* 요리의 가능성(패시브) : 어떠한 재료든 직접 손질이 가능하며, 무한한 방식으로 가공할 수 있게 됩니다.
– 에고가 깃들어 있지는 않으나 선별된 재료만을 받아들이는 냄비입니다. 소유자의 의지에 따라서 다양한 요리 도구의 형상을 취할 수 있으며, 소유자의 요리 실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립니다. 제작된 요리의 종류에 따라 소유자가 어디에 있든지 강화시켜 줍니다. 단, 소유자가 변경 및 사망할 경우 해당 버프는 초기화됩니다.
태초의 단지라는 표현 그대로 냄비의 모양을 하고 있는 요리 도구.
하지만 초월 등급의 아이템답게 보유하고 있는 성능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요리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해 주는 점.
이건 수익적인 부분 외에도 다양한 곳에 활용이 가능하다.
“요리는 나름 자신 있기는 해도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었으니까.”
자취 생활로 단련된 요리 솜씨가 나쁘진 않기는 해도 전문적으로 교육받고 배운 요리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다.
특히 전성에서는 날고 긴다 하는 요리사들까지 즐비했기에 가공 부분은 김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따로 맡기는 영역이었다.
적어도 이 엘드룸니르의 효과를 알기 전까지는.
“요리를 내가 직접 할 수 있게 되면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지.”
일단 첫째로 비용 부분에서 이점을 볼 수 있다.
물론 가공해야 하는 물량이 상당한 현시점에서 제아무리 ‘굳건한 체력’이 있다고 해도 비효율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모름지기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했던가?
최대한의 요리 솜씨를 다룰 수 있게 되면 아예 이 부분을 프리미엄화 하는 방법도 있다.
박리다매의 반대 방향으로 비싼 값으로 폭리를 취하는 다양성이 생긴다는 점.
이미 진우에게는 그러한 상품을 내기 위한 경매장과도, 유통의 전성과도 접점이 있으니 사실상 이미 판은 깔아진 상태나 마찬가지인 격.
이것만으로도 큰 이익이 예상되는데 초월 등급답게 능력치 보너스도 적지 않게 붙어 있다.
좋든 싫든 간에 요리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생긴 셈.
단, 그렇다고 해도 이 녀석의 사용 조건도 꽤나 까다로운 편에 속하기는 하다.
“만족시켜 달라 이거지?”
능력치가 아닌 아이템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괴상한 사용 조건.
허나.
“좋은 재료가 있는데 만족하지 못할 요리가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지.”
다른 것이라면 모를까.
안 그래도 질 좋은 농작물을 직접 수확하는 진우다.
여기에다가 요리 실력을 끌어올려 주는 특수 효과까지.
이렇게까지 챙겨 가는데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을까?
“첫 고객님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요리의 심사를 받는 데 있어서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어르신분들을 위해 귀농 청년으로서의 보답을 할 때가 돌아왔다.
* * *
불과 며칠 전.
헬라의 행동으로 인해 지구 전체가 난리가 난 판국에도 대한민국.
그중에도 진우의 농장이 위치한 곳은 가장 안전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농장을 주름잡고 있는 팜오리 군단들이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는데 그 누가 건드릴 엄두를 내겠는가?
설령 팜오리들이 없다고 해도 김진우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쉽사리 접근하기는 힘들 터.
그러한 덕분이라고나 할까?
시골의 어르신분들은 난리가 난 판국 속에서도 제 할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건강해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구부정했던 허리는 펴지고 늘 안 쑤시는 곳이 없던 삭신은 멀쩡해진 상태다.
이 모든 것이 다 진우가 사전에 드워프들과 함께 마을 회관에 더해 건물들을 손봐 준 영향일 터.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자연의 공기.
정확히는 세계수인 위그가 뿌리 내리고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것이 가장 큰 것은 아무도 모를 거다.
그렇지만,
“껄껄! 장 영감은 오늘도 졌구만.”
“어째 연습을 그리해도 늘지를 않어?”
“에잉, 윷놀이에 연습이 무슨 소용이여!”
그 사실을 알게 되든, 영영 모르든 무슨 상관일까?
결론적으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한층 더 좋아진 건강으로 빠르게 끝마친 일거리와 서로 마주하며 놀 시간도 늘어난 어르신들.
드워프들의 솜씨로 재건축된 마을 회관은 난방기나 에어컨이 없어도 여름에는 더위를 날려 주고, 겨울에는 추위를 막아 주는 기묘한 힘을 품고 있는 데다가 크게 확장도 된 덕분에 어르신들의 놀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하루가 멀다 하고 놀러 오는 어르신들이 한가득이겠는가?
“꼬맹이들. 잘 노는 거 보니까 보수해 두길 잘했네.”
“그룩 영감도 참. 이건 보수 수준이 아니라 새로 창조한 수준이여.”
“맞지, 맞어.”
“끌끌, 꼬맹이들이 보는 눈은 있구만.”
덧붙여 놀러 오는 이들 중에는 인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머, 이거 너무 곱다. 고마워. 예쁘게 잘 장식할게.”
“만트 오빠는 공예품 솜씨가 일품이라니까.”
농장의 두 드워프들인 그룩 토르산과 만트 데름.
무구 제작에 집중할 때는 방문을 막아 두지만, 그 외에는 시간적 여유가 널널한 편.
자유분방한 성격의 드워프들이고, 진우도 크게 속박하려고 하는 마음도 없다.
애시당초 그룩과 만트 둘 다 진우가 최고의 드워프 맥주를 꾸준히 생산해 주고 있는 이상 다른 길을 찾으러 갈 이유도 없는 입장이니까.
“그런데 두 영감 모두 다 표정이 평소보다 더 좋은 것 같네?”
“킁킁. 술 냄새는 안 나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끌끌, 그걸 말이라고 하나?”
“크헐헐! 안 그래도 우리가 이번에 온 건 좋은 소식을 가지고 와서야.”
“좋은 소식이라니?”
“꼬맹이랑 꼬마 아가씨들. 오늘 시간들 괜찮으면 잠깐만 시간 내줘. 진우가 기똥 찬 드워프 맥주를 양조해 냈다니까 글쎄?”
“그것도 냄비로 말이지. 나도 두 눈으로 보면서 믿기지 않았다니까.”
“……나는 술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걱정 마. 축제에는 술만 있는 게 아니야. 진우가 간만에 요리 솜씨 좀 내보겠다고 하니까.”
“진우가?”
“진우가 해 주는 요리라니……. 이건 기대가 제법 되는데?”
어디 시간이 중요하겠는가?
진우가 요리를 차렸다는 소식에 눈을 빛내는 어르신들.
“그래서 언제 시간 내면 되는 거야?”
“지금.”
“응?”
“이미 바깥에 판 다 깔아 놨으니까 얼른들 나오라고.”
태초의 단지, 엘드룸니르.
초월 등급의 요리 도구로 완성된 축제의 장.
그 손님들이 입장함으로써 화려하게 화룡점정을 찍어 주시겠다.
* * *
뛰어난 재료와 천상의 맛, 취하기 좋은 술과 몸에 좋은 건강까지.
사박자를 두루 갖춘 축제의 장은 실패하기가 오히려 어려울 정도로 기분 좋게 개막을 알렸다.
“너는 이런 일이 있으면 사전에 나한테 말을 해 줘야 할 거 아니냐. 시작과 함께 알려 주는 놈이 어디 있어!”
“죄송해요. 요리에 집중하다 보니 깜빡했네요.”
물론 이장님의 잔소리가 겸사겸사 세트로 딸려오긴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성을 내시는 이장님의 입가에는 미소로 가득하다.
“에잉, 사과받자고 할 말은 아니고. 큼큼, 그래도 석우랑 같이 코흘리개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 컸구만. 참 잘컸어. 하여튼 진호 자식 아니랄까 봐 말이여.”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진우와 함께 앉아서 술을 마시는 지금.
나라마다, 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술은 어른.
무엇보다도 아버지에게 배우는 게 최고 아니겠는가?
특히나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탓에 배울 틈도 없었던 진우에게는 더욱이 말이다.
‘아버지한테 배웠으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이제는 10년도 더 지난 시간.
그래도 다행이라면 각성하고 능력치가 높아진 이후 올라간 사고 능력 덕분일까?
예전의 흐릿해진 아버지의 얼굴이 이젠 또렷하게 기억난다.
김진호.
자신의 얼굴을 쏙 빼닮은.
자신을 키우기 위해 고된 일도 마다 않고 했던 이 시대의 위대한 가장.
아버지의 생각과 함께 술이 들어간 영향인지 그리움이 몰려오려던 찰나.
“아니, 아부지. 어째 옆에 있는 아들내미보다 진우를 더 챙기는 거 같네?”
“짜식이. 그 나이 먹고 질투하고 있냐?”
“원래 남자의 질투가 더 무서운 겁니다.”
“쯔쯧. 그놈의 질투 쓸데없는 데 낭비하지 말고 젊은 색시나 데려와서 실컷 사용해라.”
누가 불알친구 아니랄까 봐.
울적해진 분위기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센스 있게 풀어 주는 석우.
[태초의 단지, 엘드룸니르가 당신의 요리를 인정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태초의 단지, 엘드룸니르가…….]그렇게 이장님, 마을 어르신들에게 대접한 요리의 축제는 흠잡을 때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 * *
축제로 훅 하고 지나간 날.
드워프 맥주와 막걸리, 먹다 남은 요리들이 마을 회관 지천에 깔려 있다.
“이게 다 뭔 일이래?”
“어제 한바탕들 하신 것 같은데요?”
“누가 그걸 몰라서 묻냐? 나도 눈 있거든!”
“차, 창혁 형님. 분노 조절! 분노 조절하기로 하셨잖아요!”
“크흠, 이곳이 이장님 댁 주변이라서 산 줄 알아라.”
그야말로 한바탕 휩쓸고 간 현장.
물론 뒷정리는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꺄꺄! 꺄꺄꺄!
꺄꺄꺆!
이제는 팜오리들과 함께 농장의 명물로 자리 잡은 약초맨.
천묵이와 천노묵이의 염력은 이러한 정리에 특화되었다고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그리고 친화력 만땅인 둘은 혈석 길드장인 이창혁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자신들의 엄마(?)인 진우의 중요한 사람인 이장님과 사이가 좋은 덩치 좋은 사내.
꺄꺄! 꺄꺄꺄꺄꺆!
“어이쿠, 그래. 다들 오랜만에 반갑다.”
그 덕분에 쓰다듬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정도로 친해진 지 오래.
그러한 영향일까?
축제의 뒷정리를 하던 천묵이는 대뜸 먹다 남은 요리 한 조각을 건넨다.
어떻게 보면 실례인 행동.
그러나 천 년 묵은 약초가 인간의 예절을 알 턱이 있겠는가?
……그저 친한 존재에게 주는 선물 정도의 느낌이라고 해야 하려나?
또한 분노조절장애는 있을지언정 그런 배려를 거절할 정도로 이창혁이 눈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구, 귀여운 녀석. 고맙다. 잘 먹을게.”
꺄꺆!
웃는 얼굴로 한치의 찌푸림 없이 들어가는 음식물.
누가 먹다 남긴 데다가 다 식어 버린 음식.
본래라면 억지로 씹지도 않고 꿀꺽 삼켰어야 될 것이다.
하지만.
“어라?”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아쉬우니 네 번까지 씹어도 입에 퍼지는 아름다운 맛.
자연이 입에 공존하는 느낌이 이러할까?
그러나 단순히 그것만으로 끝났다면 그렇게까지 놀라지도 않았을 거다.
[3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10만큼 상승합니다.]“……어?”
분명히 먹다 남긴 음식.
거기에는 상상을 뛰어넘는 맛에 더해 효과까지 덤으로 곁들여 존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