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15
216화 술판이 되어 버린 농장
헬헤임에서 되살아난 30명의 인재.
그러나 웬만한 술고래 저리 가라 할 정도인 드워프가 30명이 늘어났다는 것은 썩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좋은 걸 왜 팔아?”
“그래. 좋은 건 우리끼리만 해 먹자고!”
“돈? 우리는 그런 거 필요 없어. 두드릴 재료랑 얼큰하게 취할 맥주만 있으면 그만이지!”
“껄껄껄껄! 바로 그거야!”
“…….”
원래 반복하다 보면 늘어나는 것이 실력인 법.
덧붙여 진우는 술의 기본 재료라 할 수 있는 보리와 홉부터 시작해서 과일과 벌꿀, 나아가서는 약초까지 섞어서 양조하는 경지에 도달한 지 오래다.
그 덕분에 전국의 헌터들은 물론이요, 웬만한 애주가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진우의 수제 맥주들.
그렇기에 본래대로라면 납품되는 것이 정상이겠지만 30명의 드워프들이 추가된 이후부터는 얘기가 달라졌다.
“……이거 남아나지가 않는데?”
대량으로 제작하면 많이 제작하는 대로, 소량으로 제작하면 그것대로 모조리 드워프들의 입으로 들어가기 바쁘다.
아마 당분간은 제대로 된 생산 체계를 갖추지 못하는 한 술과 관련된 부분의 납품은 전부 중단해야 할 지경.
뭐, 그렇다고 해서 드워프들이 추가된 것이 썩 나쁘단 소리는 결코 아니다.
“광물류 재료들도 대량으로 구매해야겠는데?”
전성에게 역으로 구매하고 있는 광물과 같은 재료들과 함께 제작되는 무구들.
안 그래도 잿빛 세계수와 신성한 세계수의 유물이 강화됨으로서 위그보다 상질의 가지들을 얻게 된 진우다.
어지간한 망치질로는 가공되지도 않는 이것들을 다듬는 것에는 드워프만 한 인재가 또 없을 터.
거기에다가 좋은 일은 연달아서 일어난다고 했던가?
헬헤임의 소울 콜렉터 군락지에서 진우는 굳이 재배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싸아아아아-
소울 콜렉터들에게로 파고드는 보라색의 기운.
어디 그뿐이겠는가?
[드루이드의 특성,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가 활성화됩니다.]“역시는 역시라는 건가? 세계수랑 드루이드는 만능이라니까.”
헬헤임의 세계수인 잿빛 세계수와 진우의 특성이 더해진 콜라보로 이루어진 결과물.
아마 이대로라면 드워프들에게 사용했던 소울 콜렉터의 물량만큼 다시금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터.
그러나 좋은 일이 있으면 그에 따른 반작용도 있기 마련인 법.
헬헤임에서의 일을 마치고 농장으로 복귀한 진우는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김진우다!”
“인터뷰를 요청하고 싶습니다!”
“헤이! 코리안 베스트 파밍!”
“이 양반은 왜 타국에 와서 기자질하고 있어. 시장 바닥 매너도 모르나?”
“왓 더 퍽? 인종차별 하는 거야 지금?”
“여기서 인종차별이 왜 나와? 그리고 한국말 잘만 하네!”
“이게 무슨…….”
단순히 기레기들만 있다면야 이미 면역도 생겼겠다.
그냥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 진우다.
허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눈앞의 기자들은 한국의 언론사만 있는 게 아니다.
척 보기에도 한국인과는 거리가 먼 생김새를 하고 있는 외국의 언론사들은 물론이요,
두두두두두두—
찰칵- 찰칵-!
헬기를 통한 공중 촬영까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를 현실에 표현한다면 지금의 상황이 아닐까 싶은 모습.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은 굳이 먼 곳에서 찾을 필요도 없었으니,
“큼, 크흠흠!”
“드디어 왔구나, 진우야.”
“……선배님? 그리고 뒤에 계신 분들은 그때 그분들이신 거죠?”
“그래 맞다. 어머니를 지키기 위한 인원을 제외하고 최소한으로 데려온 정예들이지.”
진우의 농장에 자리 중인 하이 엘프 무리.
개중에서 몇몇은 팜오리들과 놀고 있는 상태다.
누가 친화력 끝판왕의 응애 오리들 아니랄까 봐.
웬만한 이들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는 엘프를 단번에 열어서 물셔틀로 만들어 버리는 솜씨.
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근데 여기는 무슨 일로?”
“그야 저번 일에 대한 보답을 하러 찾아왔지. 네 덕분에 어머니의 건강이 무척 좋아졌거든.”
“그때 일이라면 엄청 시간이 꽤 흘렀잖아요.”
“후배는 잘 모르겠지만 원래 엘프들의 사회가 조금 늦은 편이야. 여유가 있다 보니 이게 참.”
“…….”
뭐랄까.
그 ‘조금’은 결코 ‘조금’이 아닌 것 같은 하이 엘프들의 여유.
아니, 아무리 수명이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고는 해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니야?
“잠깐만…….”
하지만 골머리가 아파 오는 현시점.
진우는 한 가지 문제가 더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그건 바로 드워프들이었다.
엘프들만으로도 이렇게 많은 기자가 몰려들었는데 드워프까지 얹어진다면 그야말로 대사건이 또 없을 터.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 그렇게 눈치 없는 드워프는 아니니까.”
“내가 진우 너랑 하루 이틀 살았냐. 인간들 심리는 다 알고 있지.”
그나마 다행이라면 인간 사회에서의 경험이 타고난 그룩과 만트 덕분에 이미 기척들을 숨기고 농장으로 들어서는 드워프들이었다.
다만 여기에는 변수가 하나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하이 엘프라고 해도 엘프는 엘프였으며, 엘프와 드워프는 기본적으로 사이가 무척 좋지 않다는 점.
결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과 같은 사이라는 점이다.
그러한 종족이 한둘도 아니고 수십이 모여 있는 판에 조용히 넘어갈 턱이 있겠는가?
“아, 안 돼!”
그러나 예로부터 안 좋은 예감은 맞아떨어지는 법이라고.
“이게 뭐야. 천둥산의 땅딸보 그루트? 용케 살아있었네?”
“다 늙은 할망구가 화장은 왜 그렇게 신경을 써서 했나 몰라?”
“뭐 임마? 이런 땅딸보가!”
“누가 먼저 키로 놀렸는데! 그건 종족 혐오야 이것아!”
“드워프! 드워프들이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야!”
“미친! 특종이야, 특종!”
“…….”
결국에 터져 버린 대사건.
이래저래 뜨거운 감자가 되는 것은 피하지 못할 듯싶다.
– 엘프 무리에 이어서 드워프 무리까지. 대체 김진우는 정체가 뭐야?
– 마성의 매력을 지닌 농부라. 진짜 존경스럽네. 뭐가 그렇게 뛰어난 거야? 무슨 페로몬이라도 있는 건가?
– 대기하던 기자들 대박 났겠네 ㅋㅋㅋ
– 특종이 복사가 된다니까?
예상했던 대로 넷상의 커뮤니티 사이트나 뉴튜브 할 것 없이 진우의 행적은 쉴 새 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한국만 해도 이 정도인데 외국이라고 다르겠는가?
우웅- 우우웅-!!!
굳이 접속해 보지 않더라도 쉴 새 없이 진동을 울리는 진우의 스마트폰이 진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지, 진우야. 테일 로렌트라고 적혀 있는데. 이거 미국의 대통령 이름 아니냐? 도, 동명이인은 아니지?”
“맞아, 그 미국의 또라이.”
“미친놈아. 근데 안 받아?”
“받아 봤자 귀찮아진다. 그리고 볼 일이 있으면 알아서 찾아올걸?”
미국의 대통령에 이어서 러시아와 일본, 그 밖의 강대국의 대통령이나 총리 등.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들의 연락과 그것을 가볍게 씹어 버리는 진우.
그 모습에 석우는 혀를 내둘렀다.
“……아니, 하이 엘프 떴다길래 신기해서 왔더니만 이게 대체 뭔 일이라냐?”
“늘상있는 일에 조금 특별한 게 더해진 거라고 생각해.”
“……내 친구긴 하지만 너도 또라이긴 하다.”
“칭찬 고맙다. 친구야.”
불알친구가 잘나가는 모습에 그래도 자신이 일처럼 기뻐하는 석우였다.
누가 그랬던가?
엘프는 술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눈앞의 상황으로 보건대 그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 분명하다.
“그루트 이 땅딸보 녀석. 살았으면 가장 먼저 와서 인사부터 나누고 해야 할 거 아니야?”
“네가 내 부모냐? 언제부터 그렇게 관심이 많았다고.”
“네 놈이랑 부족 사람들이 죄다 사라지는 바람에 천둥산 관리하는 게 얼마나 빡셌는지 알아?”
“거참 미안하게 됐네!”
드워프 무리와 함께 앉아서 드워프 맥주를 겸상하고 있는 하이 엘프들.
그 덕분에 진우의 농장은 한순간에 술집이 되어 버렸다.
두측 전부 다 알딸딸하게 취한 채 투닥거리는 모습.
식사나 술자리만큼 사이를 다지기 좋은 게 또 없다곤 해도, 알레시아와 그룩과 만트가 만났을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이가 나쁜 게 맞긴 한 거죠?”
“시간이 약일 때도 있으니까. 두 분 다 사연이 있다 보니 오랫동안 못 봤잖아.”
“그루트 님이 그 정도로 오래 사신 드워프시라고요?”
“그럼. 내가 성인식을 치르기 전부터 족장에 앉아 계시던 분이셨으니까.”
새삼 다시 한번 알게 되는 천둥산 드워프들의 역사.
족장답게 그루트 토르산의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은 예상했지만 티리에나의 말을 들으니 더욱 기대가 된다.
그룩과 만트의 실력이 뛰어나다 해도 하늘 위의 하늘이라고.
인간 대장장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지언정 드워프라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더 잘 보여야겠는데?’
이미 소울 콜렉터로 얼굴도장은 확실하게 찍은 진우라지만 더더욱 친해져서 나쁜 일은 없을 터.
그리고 드워프에게 잘 보이는 방법은 굳이 어렵게 빙빙 돌아갈 필요도 없다.
‘드워프 맥주.’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고.
과정이 어찌 되었든 간에 술이면 뭐든지 다 해결되는 드워프들의 사회다.
어떻게 보면 가장 길들이기 좋은 입맛.
그러나 지금은 하이 엘프의 장과 드워프 족장이 모이게 된 자리.
아무래도 평범한 재료로 가는 것보다는 좀 더 특출난 걸 선보이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
“진우야. 너 설마 이번에 보답으로 가져온 세계수의 정수로 술을 담그려는 건 아니지?”
“설마요. 그 귀한 건 제가 먹어야죠.”
티리에나를 비롯한 하이 엘프들이 사과와 함께 보답으로 가져왔던 것은 다름 아닌 세계수의 정수다.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하기도 한 것이 진우로 인해서 기존의 생산량보다 더 많은 양이 생산된 상태.
그렇다 보니 원래대로라면 안 되겠지만 예외라는 건 있는 법이니까.
뭐, 그건 그거고.
진우가 준비해 두었던 술은 따로 있다.
“원래 이때를 위해서 준비해 두긴 한 거지만.”
천둥산의 드워프들을 만나러 가기 전.
진우는 운 좋게 얻게 된 신재료를 통해 술을 담가 두었던 상태다.
전부 다 금쪽같은 유진이 덕분에 얻게 된 것이었으니,
[헤이드룬의 벌꿀주(초월)]* 분류 : 소모품, 재료
* 사용 조건 : 없음
* 효과 : 온전히 섭취할 시 24시간 동안 모든 능력치가 50만큼 증가하며, 이후 랜덤한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20만큼 상승합니다. (1회 한정)
※ 발효(숙성 중) : 완성된 이후 70일, 700일이 지날 경우 효과가 각각 3배, 7배씩 증가됩니다. 단, 영구 능력치 부분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현재 남은 기한 64일)
– 초월적인 염소 헤이드룬의 우유와 꿀의 여왕 릴리안느의 벌꿀, 그 밖에 각종 약초를 조화롭게 섞어낸 양조주입니다. 오랜 발효 시간을 요구하지만 그런 만큼 발효가 완전히 끝났을 때 막대한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바로 아스가르드의 염소인 헤이드룬.
오랜 시간 끝에 녀석에게서 얻게 된 수확물인 우유를 첨가한 담금주라는 점.
거기에다가 양조 또한 요리의 일부분으로 취급된 것일까?
엘드룸니르의 시너지 효과까지 곁들여진 덕분에 효과도 상당 부분 강화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정령초에 이어서 소울 콜렉터의 정보로 바빠진 덕분에 잠시 미루어지긴 했지만, 지금이야말로 이 녀석을 사용하기에 적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숙성으로 최고의 맛을 보게 하는 건 나중이 돼도 상관없으니까.”
아직 1차 숙성은커녕 2차 숙성도 되지 못한 벌꿀주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려 초월 등급의 술이다.
효과는 물론, 맛은 굳이 보지 않아도 향으로 알 수 있을 지경.
더군다나 어차피 재료의 주체라 할 수 있는 헤이드룬도 있고, 시간이야 기다리면 된다.
그런 반면, 하이 엘프와 드워프가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일은 쉽게 있을 수 없을 터.
“기왕 뚜껑 연 김에 확실하게 즐겨야지, 암.”
인간과 드워프, 엘프.
그 밖에 팜오리와 수많은 가축이 한데 모여있는 지구의 특별한 곳, 진우의 농장.
술로 하나되는 축제.
초월 등급의 아이템이라면 그 시작을 알리기에 자격이 충분하다 못해 넘쳐흐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