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14
215화 농장의 노다지
그룩과 그람.
두 토르산의 도움으로 섞이거나 하는 일 없이 온전하게 모인 드워프의 시신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소울 콜렉터의 수혜를 받게 된 드워프의 이유는 간단하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잖여.”
“암, 그렇고말고.”
가장 웃어른이라는 심플한 이유.
단순히 그것만 있는 것은 또 아니다.
“그루트 토르산이야말로 가장 존경받아 마땅한 대장장이시지.”
“천둥산의 위대한 작품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시기도 하니까요.”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해서 항상 웃어른인 것은 아니다.
자고로 행동이 어른이어야 그에 따른 대우를 받기 마련인 법.
그런 의미에서 그룩과 그람.
둘에게 선택받은 것만 봐도 실력은 충분히 인정받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또한 그저 실력만 뛰어나서 선택받은 것도 아니다.
드워프의 시체 중 가장 심각한 손상 상태.
다른 드워프들이 사지 한두 개가 날아간 정도라면 그루트의 경우에는 온몸이 짓이겨진 수준이다.
“거인 녀석들한테 반항하시다가 그만…….”
“……그렇군요.”
새삼 거인 삼 형제 중 막내를 살려 보내지 않았다는 것에 다시 한번 칭찬하고 싶어진다.
원래 받은 만큼 돌려줘야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어르신을 잘 부탁하겠네.”
“저도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손상이 가장 심하다는 말은 달리 말하자면 소울 콜렉터를 적용받았을 때의 패널티도 가장 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의 시도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기에 진우는 그루트의 시신에 소울 콜렉터를 올려놓는다.
츠츠츠츠-
우득- 우드득-
그러자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
거기서 진우는 소울 콜렉터의 설명에 ‘섭취’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약초이되 먹는 것이 아닌.
반대로 약초가 시체로 파고들어 가는 역설적으로 약초가 포식하는 기괴한 과정.
그러면서 끊어져 있던 시체의 힘줄들을 잇거나 아예 부위가 없는 경우에는 트롤이 재생하는 것마냥 새롭게 피부를 돋아나게 한다.
“……지구에는 최대한 늦게 알려야 좋겠네, 이건.”
죽은 자를 살린다는 것.
악용될 가능성도 있거니와 종교적인 문제로도 얽힐 수 있는 점.
아무튼 그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감겨 있던 그루트 토르산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나는 분명 죽었을 텐데?”
“그루트 족장!”
“그람! 멀쩡했구나! 너는 설마? 그룩인 거냐?”
“꼴이 그게 뭐요. 대신 날 내보냈을 정도면 잘 지내고 있어야지!”
“쯧. 어른한테 말하는 뽄새는 여전하구만.”
“끽 해 봤자 300살 더 살았을 정도면서!”
부활을 축하하며 투닥거리는 세 명의 드워프.
다만 소울 콜렉터.
죽은 자를 되살린다는 것이 무조건 만능이라는 소리는 결코 아니다.
“……소울 콜렉터를 사용한 것이다 보니 역시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되살리기는 했어도 그루트의 모습은 살아 있는 드워프라기보다는 좀비.
언데드에 가까운 형태다.
당연하게도 능력치와 가공 등. 많은 부분에서 패널티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살아 있는 게 좋아. 이 친구가 드워프 맥주를 진짜 기가 막히게 만든다니까?”
“그래. 똥밭에서 굴러도 이승이 낫지.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듣겠지만 우선 부족을 대표해 감사를 표하겠네.”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 될 일이었는 걸요.”
그루트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
하지만 진우에게는 그것보다도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눈앞에 표시된 내용이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죽음으로의 복귀’] [신용도가 70 상승합니다.]죽은 자를 부활시켰다는 것.
여기에 업적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단지 문제라면 그 뒤에 있는 것이다.
[그루트 토르산 – 한도 없음]“……제한이 없어?”
펠기르브의 공략집에 나와 있던 내용대로라면 소울 콜렉터는 무한한 삶으로 부활시켜 주는 것이 아닌 일정 기간 후에는 다시 시체로 돌아가는 패널티가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펠기르브의 가설에 불과했을 뿐.
[소울 콜렉터(측정 불가)]* 효과 : 약초를 온전하게 흡수할 경우 죽었던 대상을 부활시킵니다.
실제로 소울 콜렉터의 효과에 붙은 설명만 보더라도 특정한 기한이 붙어 있거나 하는 등의 내용은 전혀 없었다.
그저 딱 한 가지.
주의 깊게 볼 만한 것이라고는 하나뿐이었으니,
※ 주의! 헬헤임에 속한 자들은 헬라의 권한에 속해 있는 상태입니다. 자칫 헬라의 분노를 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설마……?”
소울 콜렉터의 ‘주의’로 표시되어있던 헬라.
그 말인즉슨 소울 콜렉터의 효과의 한계를 정하는 것은 질적인 부분이나 시체의 상태에 따른 문제가 아니다.
헬헤임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헬라에게 분노를 얼마나 사게 되느냐일 뿐.
그러나 진우는 헬라에게 분노를 살래야 살 수가 없다.
이미 앞서 최대의 분노를 이끌어 낸 경험도 있거니와 지금에 와서는 서로 거래를 하는 비즈니스 관계.
어떻게 보면 소울 콜렉터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에는 진우가 제격이라는 소리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더니. 참. 이게 이렇게 된다고?”
사실상 한 번 더 이어 갈 수 있는 삶을 부여해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
뭐, 겉모습은 언데드에 가깝다고 해도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생전의 힘을 완전히 사용할 수는 없다고 해도 드워프는 드워프.
다른 대장장이들과는 격이 다른 가공 솜씨를 지닌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터.
허나 진우와 소울 콜렉터와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싸아아아아—
“어?”
어째서인지 진우의 오른손에서 뻗어나가기 시작하는 보라색 기운.
※ 부패의 손길 : 지정한 대상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생명력 혹은 마나를 회복합니다. 잿빛 세계수의 뿌리와 접촉한 상태일 경우 효과가 가장 극대화됩니다. 상시 적용이 가능합니다. (쿨타임 없음)
헬헤임에 속해 있는 잿빛 세계수의 뿌리에 탑재된 힘, ‘부패의 손길’.
산 자에게서 생명력을 흡수하는 그것은 언데드에게는 역설적으로 힘을 부여해 주는 버프나 마찬가지였으니,
스스스스스-
“아, 아아아! 내, 내 손이 다시 돌아왔어!”
“이, 이럴 수가! 그루트 족장님. 얼굴도 생전 모습 그대로 돌아왔어요!”
“역시 진우야. 드워프 맥주 만드는 솜씨 어디 안 간다고. 손도 만들어 내는 구나. 녀석.”
생기가 없는 언데드에서 생기 가득한 드워프로 변화되는 그루트 토르산.
이제는 사실상 사라져 버린 단점.
그렇다면 남은 해답은 하나뿐이지 않겠는가?
“다음에도 잘 부탁할게. 잿빛 세계수.”
가장 시체의 손상이 심했던 그루트 토르산의 완전한 부활.
이제 다른 드워프들도 부활시킬 차례였다.
* * *
물자 납품을 받기 위해 진우의 농장으로 향하는 전성의 트럭.
그러나 트럭을 몰고 있는 운전기사는 현재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상태다.
“자네는 퇴근하면 집부터 가지. 꼭 같이 가야겠나?”
“마누라한테 바가지 긁히는 것보다야 낫지 않겠어?”
“에잉, 그것도 다 사랑이 있어서 그런 거야.”
“허어, 참. 말은 잘하는군. 그쪽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글쎄요? 저는 결혼을 안 해서 잘 모르겠네요.”
“쓰읍. 우리 기업 사람이면 번듯한 가정은 차려야지!”
“아냐, 아냐. 결혼해 봤자 고생길만 열려. 사랑 그것도 다 콩깍지가 씌어서 그런 거라니까. 한 십 년. 아니, 삼 년만 같이 살아 보면 뼈저리게 현실을 알게 된다.”
“……하하하, 두 분 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한쪽은 자신의 기업인 전성의 회장인 정국진이요, 다른 한쪽은 헌터 협회장 신승혁이 자리한 채 쉴 새 없이 입을 놀리고 있다.
둘 다 하나같이 힘과 재력 부분에 있어서 대한민국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장들.
그런 반면, 자신은 트럭 면허를 가지고있는 운전 기사이자 C등급의 헌터일 뿐.
물론 어디 가서 꿀릴 스팩은 아니지만 상대가 상대 나름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직장이자 헌터이기에 둘 다 찍혀서는 안 되는 입장.
하지만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그런 운전기사를 구해 주는 생명의 은인이 있었으니,
“저기요.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 그만 괴롭히고 그냥 조용히 가면 안 될까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곧 있으면 진우 씨 농장에 도착할 텐데. 열심히 일하는 오리들도 괴롭히려는 거 아니겠죠?”
“엇험. 그럴 리가 있겠니.”
“허허허, 역시 한국 최고의 정령사답게 설득이 탁월하구나.”
“신승혁 아저씨도 그쯤 해요.”
“……삼촌이라고 불러 달래도 참.”
두 거장을 유일하게 중재할 수 있는 권력을 지닌 정수아.
대한민국 유일의 SS등급 헌터이자 추후 SSS등급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
당장에 SSS등급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뜻밖에도 그 자리를 거절한 건 정수아 본인이다.
“저보다 먼저 SSS등급의 헌터가 될 사람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전 그다음에 받도록 할게요.”
“흐음, 의지가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자신보다 김진우가 먼저 SSS등급이 되어야 순서에 맞다는 의지.
거기에는 농장으로 향하는 길에 신승혁을 비롯한 몇몇 헌터 협회의 사람들이 함께 동승한 것도 나름의 이유로 포함된다.
워낙 농삿일로 바쁜 탓에 직접 찾아가서 헌터 등급을 갱신해 주는 서비스.
그것을 일개 공무원이 아닌 헌터 협회의 최고 자리에 있는 신승혁이 찾아가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충분히 진우. 그 친구가 강하다는 걸 알고있지만 다른 이들이 납득 할 지는 모르겠군.”
“그건 걱정 할 필요 없을걸요?”
진우가 품고 있는 힘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한 걱정.
그것이 얼마나 헛된 걱정이었는지 깨닫는 것에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에, 엘프?”
“이렇게 많은 엘프가 있을 수가 있다고?”
“잠깐만. 저, 저건 그냥 엘프가 아니야. 하이 엘프라고!”
진우의 농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수많은 엘프들의 모습.
심지어 그냥 엘프도 놀랄 노자인데 하나같이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지닌 하이 엘프들이다.
엘프들 중에서도 고귀한 피를 타고난 엘리트들.
그런 이들이 일개 농부의 터전에 모여 있는 상태라니…….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농부라지만 너무나도 믿기지 않는 모습에 전성의 직원들은 물론이요, 헌터 협회의 직원들도 입만 뻐끔거리는 것도 잠시.
이내 하이 엘프들중 하나가 다가오기 시작했고, 엘프들도 강자를 알아보는 듯 직원들을 제치고 정수아의 앞에서 멈춰선다.
“다시 뵈어서 반가워요. 정수아라고 했었죠 아마?”
“……절 아시나요?”
“그럼요. 진우 녀석의 여자 친구 아니신가요?”
“어머, 언니. 보는 눈이 있으신데요!”
단 몇 마디로 언니 동생으로 친해진 둘의 모습.
역시 국가와 종족을 막론하고 놀라운 여성의 친화력.
물론 여기에는 정수아가 세 개체의 물의 상급 정령인 시큐엘과 계약 중이라는 것도 영향이 없지는 않을 터다.
“그러니까 티리에나 언니랑 하이 엘프분들은 진우씨한테 은혜를 갚으러 오신거라고요?”
“일단은 그렇게 됐는데. 우리가 조금 행동이 여유롭다보니. 그 사이에 진우 녀석이 어디갔는지 농장에 통 보이지를 않네.”
“원래 진우 씨가 가끔씩 자리를 오래 비우기는 하시죠.”
그렇게 대화를 통해 알게된 하이 엘프의 방문 이유.
예로부터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했던가?
– 김진우 농장에 하이 엘프들 떼거지로 있다는데?
– 사기를 좀 칠거면 말이 되는 내용으로 구라를 쳐라.
그 때 당시 납품을 받으러 온 전성의 직원이 되었든, 헌터 협회쪽 사람이 되었든 간에 서서히 퍼져나가는 소문.
[한국의 기적. 농장에 찾아온 하이 엘프의 무리. 김진우. 그는 신인가?] [하이 엘프들에게 빚을 지울 정도라면 그의 무력과 지력은 어느정도일까?] [미국을 비롯, 각국의 정상들의 한국 내한 예정. 목적지는 불문이나 목표는 하이 엘프일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김진우가 데려온 한국의 재원인 하이 엘프를 빼앗겨서는 안 될 것.]그것은 기자들을 통해 사실로서 밝혀지고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난리가 났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하나만 보유해도 놀랍다고 알려진 이들이 바로 엘프다.
헌데 그 상위종인 하이 엘프가 하나도 아닌 여럿이 있다?
엘프의 중요성을 잘 알고있는 이들로서는 결코 놓쳐서는 안될 기회.
체면이고 뭐고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닐 터.
허나,
그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크흐흐. 드디어 드워프 맥주를 먹을 수 있다, 이거지?”
“기대들 하라니까. 우리 진우가 양조 실력은 진짜 끝내주니까.”
“흠흠. 다들 기대해 주시는 건 좋은데. 조용히 지내 주셔야 합니다?”
“그런 건 걱정 하덜 말어!”
헬헤임에서 거진 30명에 가까운 드워프들을 데리고 농장으로 복귀하는 진우.
세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현재.
노다지도 이런 노다지가 없을 상황이 펼쳐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
까놓고 말해서 이미 조용히 지내긴 글러 먹은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