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231
232화 주운 사람이 임자
아침이었던 어머니의 숲과는 달리 돌아온 지구.
대한민국의 시간은 어두컴컴한 밤이 된 상태.
일반적인 농장이라면 시골 특유의 진득한 소똥의 내음과 벌레 우는 소리가 나는 것이 정석일 테지만 진우의 농장은 조금 특별하다.
위잉- 위이이잉~
스륵- 스르르륵-
어두운 하늘을 밝게 비추는 신비의 나비 시오와 그 뒤를 따르는 무지개 나비들을 비롯한 릴리안느의 꿀벌들.
어둠 속에서 비추는 그들의 불빛은 흔히 눈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하지도, 또 있으나 마나 할 정도로 약하지도 않다.
완전히 적당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조절되어 인근을 활짝 비추는 것이 가로등이 필요 없을 지경.
그 덕분이랄까?
본래라면 잘하지 않는 야간 활동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움직이며 피어오른 꽃 무리로부터 꿀을 채취한다.
“다들 고생이 많네.”
꾸왁, 꾸와아아악!
“그래, 성실하니까 좋아할 수밖에 없지.”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이 시간에도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은 공중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육지에서도 열심히 일에 열중하고 있는 팜오리들.
물론 모든 팜오리들이 일에 동원된 것은 아니다.
인간도 그렇지만 일단 생명체인 이상 잠을 취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한 일.
그렇기에 일부는 쉬고, 일부는 일하는 식으로 일종의 불침번처럼 돌아가면서 야근하는 식의 효율적인 구조.
단, 예외적으로 아직 한참 성장하기 바쁜 응애 팜오리들은 하나같이 자그마한 털 공이 된 채로 꿈나라 여행 중이다.
그런 반면에…….
“아침에도 그렇게 처자 놓고, 아직도 자빠져 자고 있네.”
넉살 좋게 늘어진 채 침까지 질질 흘리며 잠에 빠져 있는 버섯 사슴 뮤린의 모습.
근래 들어서 진우에게 독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이제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하루 일정이 먹고 자고 싸고가 끝이 되어 버린 녀석.
“새끼오리들은 정상참작이라도 되지. 다 큰 녀석이 쯧쯧.”
자고로 인생이란 상대적이라고 했던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난 이후에 보니 더욱 게을러 보일 수밖에 없을 터.
그렇기에 진우는 오히려 죄책감이라는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다.
“푹 쉬어서 그런가? 때깔도 곱구나.”
스트레스라고는 신경도 쓰지 않고 지낸 탓에 어느덧 휘황찬란하게 자라난 녹용의 자태.
그동안 고급진 작물과 요리를 사료로써 먹인 영향으로 최소 전설은 기본이요,
잘하면 신화 등급도 기대해 볼 만할 정도.
헌데 그러한 진우의 섬뜩한 시선을 느끼기라도 한 것일까?
“츄릅! 주, 주인? 언제 온 건가?”
퍼뜩 일어나며 가장 먼저 뿔부터 가리고본다.
“아, 이, 이 뿔은 아직 덜 자란 거야. 완전히 성장하려면 아직 10년은 이르지! 커커커!”
“어르신들 깰라. 조용히 해. 뿔은 아직 안 자를 거니까 걱정 말고.”
“휴우…….”
사시나무 떨듯이 떨면서 말하는 것을 누가 잘못 보면 아주 그냥 잡아먹는 줄 알겠다.
뭐, 뿔에 한정되어서 먹는 건 사실이니까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말이려나?
여하튼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녹용의 채집도, 농장에서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작물들도 아니었다.
* * *
“혹시 모르는 일이니, 확실하게 해 두는 편이 좋겠지.”
엔코의 도움으로 농장의 마당에 펼친 잔나비의 결계.
평범한 물건도 아니고 초월 등급으로 예상되는 4개의 물건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으니 최대한으로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겠는가?
투욱-
그렇게 자신만의 공간의 바닥에 진우는 유물 던전에서 전리품으로 획득했던 고대의 금속 튀르케를 조심스럽게 내려놓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꺼내든 잘 벼려진 단도.
이어서 진우가 취한 행동은 그다지 특별한 것도 아니다.
쓰윽-
손가락에 칼을 대고 살짝 긋는다.
거신병의 몸을 이루고 있던 튀르케의 안에 있는 고대의 차원에 입장하기 위한 조건인 인정을 받은 자의 혈흔을 바치는 것.
허나,
그극- 그그극-
“끄응, 이거 몸이 너무 튼튼해진 것도 문제네.”
마치 칼로 돌을 긁기라도 하듯.
피는커녕 생채기도 나지 않는 진우의 몸.
나름 드워프가 가공해낸 전설 등급의 단도인데도 불구하고 진우의 체력 능력치가 더 우위에 있는 영향 때문일 거다.
특히나 이번 유물 던전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올린 레벨만 해도 무려 12였으니 오죽하겠는가?
“……이거 이러다가 단도가 먼저 부러지겠네.”
몇 번을 재차 시도해도 핏방울 하나 나오지 않는 손가락의 모습.
되려 역으로 단도가 부서지기라도 할 듯 위태로운 칼날에 진우는 행동을 멈추었다.
직접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해도 드워프제 전설 단도라면 경매장에 유통해도 짭짤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매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많으면 많을수록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니 사양할 이유가 전혀 없을 터.
게다가 진우에게는 굳이 이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이 있다.
무엇보다도 확실한 방법이 있다.
“부담되시는 건 아시겠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미네르바 님.”
– 어떻게 내 도움 없이는 안 되는 거야?
“보다시피 몸이 너무 튼튼해져서요.”
– 하아…….
극한으로 정제된 바람은 웬만한 칼날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예리해지기 마련인 법.
그것이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가 일으킨 것이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튼튼한 체력의 진우의 손가락에 충분히 상처를 내고도 남을 위력.
그렇기 때문일까?
“아, 손가락까지 자르시면 안 됩니다.”
– 그 정도 조절하는 건 어렵지도 않아.
마음만 먹는다면 진우의 손가락을 뎅겅 자르고도 남을 미네르바의 예리한 바람.
지금까지 많은 공격을 받아본 진우로서도 조금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긴, 괜히 이것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두었겠는가?
반면에 미네르바는 다른 쪽으로 걱정하는 부분이 크다.
– 쩝. 대지모신님. 이건 어디까지나 진우가 부탁하는 겁니다. 제가 고의로 한 게 아니라고요?
[……누가 뭐라고 했나 뭐.]– 살벌한 눈빛부터 어떻게 하면서 말해 줬으면 좋겠단 말이죠.
선지자의 육체에 상처를 입히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여신님.
그러한 마음은 감사하지만, 방법이 이것뿐이니 어쩌겠는가.
– 그럼 간다.
“마음의 준비는 진작에 했습니다.”
– 역시 계약자야. 마음에 드는군!
순간 날아드는 상쾌하고도 시원한 바람.
동시에 섬뜩한 느낌과 함께 찌릿한 통증이 손가락에 집중되며 핏방울이 뚝뚝.
아니, 뚝뚝이란 표현을 넘어서 왈칵하고 터져 나온다.
“……?”
– 뭐든 확실한 게 좋지 않겠어?
“그, 그건 그렇죠.”
보통은 살짝이라고 하면 ‘뚝뚝’이 기본 아닌가? 싶으면서도 인간이 아닌 정령왕이기에 진우는 딱히 더 말하지 않는다.
특이한 성향이 아닌 이상에야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는 법.
특히 탱커치고 피를 볼 정도로 다친 적이 손에 꼽을 정도가 되어 버린 진우였기에 한껏 눈살을 찌푸렸으나 해야 할 일은 잊지 않고 실행한다.
톡- 토오옥-
금속으로 떨구는 진우의 핏방울.
뭐,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달리 거의 양념을 바르듯이 치덕치덕 문지를 정도지만 어쨌든 조건은 성립된 것일까?
우웅-! 우우웅–!!
거센 진동과 함께 부르르 몸을 떨어 보이는 튀르케.
그다음으로 일어나는 광경은 여간해서는 크게 놀라지 않는 진우도 당황스러울 정도였으니,
파츠츠츠츠-!!!
마당에서 소환된 게이트의 모습.
이미 소유한 게이트들의 숫자가 두 자릿수가 넘어가는 진우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게이트에 대한 특징을 지구상에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입장.
척하면 척이라고.
진우는 입장하기도 전에 눈앞의 게이트가 어떤 형질의 것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고대의 차원이라더니. 진짜로 ‘차원’ 그 자체였던 거야?”
분리된 채 각자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일반적인 작은 틀의 게이트가 아닌.
큰 틀의 지구나 어머니의 숲이나 헬헤임, 매드 핀과 같은 말 그대로 또 하나의 차원이자 세계.
얼마나 되는 세월인지 몰라도 그러한 것을 발견했단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 안에 있을 차원 고유의 환경에 따른 식생이나 특별한 광물들의 존재.
그러나 그러한 생각을 하기도 전에 진우는 입을 떡하고 벌릴 수밖에 없었으니,
[최초로 잊혀진 고대의 차원 튀르케를 혼자서 발견했습니다. 신용도가 1,000 상승합니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잊혀진 차원을 발견한 자’] [신용도가 700 상승합니다.]“……이거 실화냐?”
발견한 것만으로 총합 1,700에 달하는 막대한 신용도가 상승했다.
거기에다가 진우를 반기는 메세지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현재 튀르케에는 관리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최초 발견자의 권한으로 소유권을 이전 받으시겠습니까? YES / NO]※ 주의! 차원을 이전받기 위해서는 1,000의 신용도를 필요로 합니다.
잊혀져 있던.
그것도 ‘고대’의 차원이었기에 관리하는 이가 없는 곳이었기에 진우에게 권해진 내용.
다만 공짜는 없다고 소유하기 위해서는 1,000에 달하는 막대한 신용도를 비용으로써 지불해야만 한다.
결코 싸다고 볼 수 없는 막대한 지출.
신들의 상점에서 판매하는 웬만한 초월 등급의 아이템 1개는 가볍게 구매하고도 남을 금액이지 않던가?
어차피 차원 가방 안에 있는 물건은 진우의 것이기에 굳이 소유권까지 이전 받을 필요는 없을 거라는 생각도 잠시.
진우는 신들의 상점을 떠올림과 동시에 한 명의 인물도 자연스럽게 떠올렸으니,
“잠깐만. 설마…….”
과거부터 여신님과 함께 쌍두마차 격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러 주셨던 강탈의 화신.
꿈나라에 빠져 있을 딸내미를 깨우고 받게될 보복이 두렵기도 했지만, 그거야 맛난 디저트들로 보상해 주면 그만일 뿐.
무려 1천의 신용도.
설령 아무 일도 없다 해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는 있지 않겠는가?
“우움, 여기에 손대면 돼요, 아빠?”
“그래. 한번 대 보렴.”
“근데 이거 케첩 묻어 있는 거 같은데 먹어도 되는 거예요?”
“어어…… 먹을 건 아빠가 이따 아침에 잔뜩 해 줄 테니까 좀만 참으렴.”
“알았어요.”
눈을 비비적거리며 피로 범벅이 된 금속 튀르케에 손을 대는 유진이.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고대의 차원 튀르케의 관리자가 태초의 아이, 김유진으로 지정됩니다.]“역시……!”
주운 사람이 임자다, 라는 강탈의 공주님의 법칙에 따라서 예상했던대로 유진이의 접촉과 함께 떠오른 글귀.
당연하게도 신용도 소모는 단 1도 없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요, 세 말하면 입 아픈 일!
너무 공짜만 밝히는 것도 좋지 않다지만 알게 뭐인가?
자그마치 1천 신용도.
원화로 따지면 그 가치를 환산하기도 어려운 것을 거절할 생명체가 세상에 존재할 리 만무할 터.
물론 관리자가 진우 본인이 아닌 유진이가 된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후회하지도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관리 부분을 유진이에게 자신이 알려 주면 될뿐더러 뭣 하면 이전받는 방향도 있지 않겠는가?
뭐,
“나 이런 복잡한 거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그냥 아빠가 다 해 줘.”
“그럼! 당연하…….”
[현재 튀르케 관리자가 당신에게 소유권을 이전 하고자 합니다. 승낙하시겠습니까? YES / NO]※ 주의! 차원을 이전받기 위해서는 500의 신용도를 필요로 합니다.
“잠깐만 기다려 줄래, 유진아?”
비록 1천에서 5백으로 절반으로 감소 되었다해도 결코 저렴하다고 볼 수 없는 비용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물론 차원의 주인이 되는 것이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뭔 놈의 수수료를 이렇게 많이 뜯어 가는지 원.
무언가 다른 대책이 없을까 고민하려던 찰나.
다행스럽게도 해결책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선지자여. 이미 관리자와 친분이 있는 상태라면 부관리자로 지정받고 권한 대부분을 이어받으면 비용을 지불할 필요도 없을 거다.]“오오! 믿고 있었습니다, 여신님. 그런데 이런 건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살다 보면 많은 지식을 얻게 되는 법이지.]나이가 괜히 깡패라 불리겠는가!
파도 파도 끝이 없어 보이는 놀라운 조상…….
아니, 여신님의 지혜는 실로 위대했다.